(아르케 아카데미)
이집트 상형문자 해독 기초
1. 이집트 문자의 해독
(자음 문자표)
1822년 샹폴리옹은 마침내 상형문자 푸는 기초 원리를 발표했다. 상형문자가 소리글자 ‘表音文字’와 비슷한 성격을 띠고 있다고 그가 발표하자 학자들은 모두 놀랐다. 그때까지 모든 학자들은 이집트의 기호들을 그림문자 즉 뜻글자 ‘表意文字’로 보고 거기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찾아 해석하려고 애썼다.
이러한 자세는 5세기에 그리스인 호라폴론에서부터 시작되어 1300여년간 답습돼 왔다. 학자들은 상형문자가 쓰인 시대에 자기들보다 더 가까이 살았던 호라폴론의 방식을 믿었다. 언뜻 보기에 그림이나 다름없는 부호들을 그림문자 즉, 기호나 상징으로 보았던 것이다.
샹폴리옹은 로제타 스톤을 풀려면 왕의 이름부터 풀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로제타 스톤의 그리스어는,기원전 196년 이집트 신관들이 멤피스에 모인 사실을 기록한 것이다. 그들이 신전과 신관을 위해 애쓴 젊은 왕 프톨레마이오스(프톨레미) 5세를 칭송하는 글을 채택하고,그것을 새긴 똑같은 돌들을 모든 신전에 바치기로 합의했다는 내용이다.
샹폴리옹은 그리스어로 쓰여진 글이 프톨레미왕을 칭송하는 것이므로 이집트 상형문자로 쓰여진 글에도 프톨레미왕의 이름이 반드시 들어 있으리라고 믿었다. 어떤 기호가 ‘프톨레미’를 나타내는지만 알면 적어도 서너가지 발음기호는 알 수 있을 터였다.
샹폴리옹은 기호들 가운데 유독 타원형으로 둘러싸인 기호에 주목했다. 특별히 강조된 것이라면 왕의 이름이 아니겠는가 하고 생각했는데,역시 옳았다. 그는 상형문자와 그리스어가 함께 새겨져 있어 제2의 로제타 스톤이라고 불리는 필레의 오벨리스크를 통해 그것을 증명했다.
오벨리스크란 돌 한 개를 깎아서 높이 세운 기념탑이다. 네모꼴이 위로 갈수록 좁아져 꼭대기가 피라미드처럼 뾰족해지는 방첨탑(方尖塔)이다. 여기에는 대부분 국왕의 공적을 기리는 글이 새겨진다. 1821년 고고학자 조제프 뱅크스가 이집트 나일강에 있는 필레섬에서 영국으로 가져간 오벨리스크에 새겨진 그리스어에도 프톨레미왕의 이름이 나와 있었다.
로제타 스톤의 상형문자와 필레의 오벨리스크에 새겨진 상형문자에는 똑같은 기호가 타원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의심할 여지없이 프톨레미왕을 나타내는 기호였다. 이 발견은 상형문자를 해독하는 여러 단계에서 첫 번째 성공이었다.
위대한 발견은 계속된다. 필레의 오벨리스크에는 프톨레미 말고도 타원으로 둘러싸인 기호가 또 있었다. 그리스어로 쓰인 글에는 클레오파트라라는 이름이 나온다. 그렇다면 또 하나의 타원 기호는 클레오파트라 여왕이 틀림 없었다. 샹폴리옹은 프톨레미를 나타내는 기호를 나란히 놓고 비교했다.
그는 두 단어에 다 나오는 기호들을 찾았다. 프톨레미와 클레오파트라 두 단어에 다 나오는 발음기호는 P,O,L이니,그 기호들이야말로 P,O,L을 소리내는 발음기호임에 틀림없었다. 두 번째 성공이었다.
* 카르투슈(cartouche) 참고
고대 이집트에서 왕과 신의 공식이름을 안에 새긴 긴 타원형 윤곽으로 신과 파라오의 신분을 증명해주었다.
프랑스어로 원래 '탄약통(cartridge)'이라는 뜻인데, 당시 프랑스의 포병들은 고대 이집트의 신전벽에 조각된 독특한 타원형의 테두리가 마치 탄약통의 모습과 흡사하다고 해서 '카르투슈'로 부르기 시작하였고, 나중에 이 명칭이 이집트학계에서 공식적인 용어로 정착되었다.
카르투슈는 원 이집트어로는 '셰누(shenu)'이며, 이는 동사 '셰니(cheni)', 즉 '감싸다'라는 의미.
또 카르투슈는 태양신 라가 왕을 감싸고 있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초기에는 신과 왕의 이름을 그 안에 기록하였지만, 신왕조 때부터 귀족들에게도 보편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1822년 9월14일 샹폴리옹은 27개나 되는 파라오(왕)의 이름을 해독함으로써 이집트 상형문자의 음가(音價)를 다 밝혀냈다. 그날 아침까지 그는 파라오 이름 25개를 풀었다. 마지막 남은 2개를 놓고 씨름하던 그에게 점심 때쯤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SS와 M까지 풀고 나서 문득 콥트어에서 태양신을 Ra(라)라고 하는 것이 생각난 것이다. MSS 앞에 RA를 놓고, 거기에 이집트어에서 가끔 생략되는 모음 E를 집어넣자 RAMSES가 되었다.“아, 이것은 저 유명한 람세스대왕의 이름이 아닌가!”
곧 이어 토트메스 왕의 이름도 풀렸다. 그리하여 샹폴리옹은 마침내 이집트 상형문자를 푸는 기본 원리를 발표하기에 이른 것이다(그보다 닷새 앞서 그는 132개 문자로 이루어진 상형문자 알파벳을 발표했다). 그때 그의 나이는 겨우 서른하나였다.
연구실에서만 지낸 샹폴리옹이 마침내 이집트를 탐사한 때는 1828년 7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이다.그는 가는 곳마다 자기의 상형문자 풀이가 옳음을 확인했다.멤피스의 폐허에서 그는 각각 다른 때의 건축물들을 한눈에 구별했다.사카라에서는 오노스라는 왕의 이름을 발견하고 즉시 초기 이집트시대에 속한다고 정확하게 연대를 짚어냈다.
신전·왕궁·무덤의 비문들이 샹폴리옹의 풀이와 딱 맞아떨어져 사람들을 놀라게 하자 원주민들이 ‘오래된 돌에 쓰인 이상한 기호’를 잘 해석한다는 사람을 보려고 무리를 이루어 찾아오기도 했다.
샹폴리옹이 프랑스로 돌아가자 샤를 10세가 이집트학 강좌를 열도록 칙령을 내렸다.그러나 샹폴리옹은 초대 교수로 취임한 지 얼마 안 되어 죽었다.1832년 3월4일 “너무 이르다.할 일이 많은데…”라는 말을 남기고 죽은 그의 나이는 마흔 하나였다.
그 때는 아직 샹폴리옹의 이론이 세계 학계에서 공인되기 전이었다.그가 죽자 곧 영국과 독일 학자들이 그가 단순한 상상력에 의존해 어거지로 상형문자를 풀이했다고 비방했다.샹폴리옹이 죽은 지 64년이 지난 1866년이 되어서야 독일인 렙시우스가 그의 이론을 지지했다.1896년에는 레어프가 영국 학사원에서 그의 업적을 기리는 연설을 했다.
2. 현대의 이집트 문자 해독
오늘날 학자들은 샹폴리옹이 밝힌 이론으로 이집트 상형문자를 해독한다.상형문자는 4,000년 동안 계속 변해 왔기 때문에 한 가지 비명을 해독했다고 해서 그 지식을 가지고 다른 것을 똑같이 풀어낼 수는 없지만,샹폴리옹의 이론을 응용해 조금씩 해독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이제는 한 비문을 읽을 때 첫 번째 줄은 오른쪽부터 읽고 두 번째 줄은 왼쪽부터 읽으며 세 번째 줄은 위에서 아래로 읽어야 한다는 것까지 알려져 있다.
오늘날 학자들은 샹폴리옹이 쓴 ‘이집트어 문법’을 밑거름으로 하여 옛글을 해석할 뿐 아니라 글을 쓸 수도 있다.이집트의 수정궁 정원, 베를린의 이집트 박물관, 기제의 피라미드에는 현대인이 상형문자로 쓴 헌정사와 기념문들이 붙어 있다.
그렇다고 이집트 상형문자가 다 풀린 것은 아니다.이집트학은 아직도 샹폴리옹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다.샹폴리옹은 이미 상형문자 가운데 어떤 것은 알파벳과 같은 소리(음가)를 나타내고 어떤 것은 부호 하나가 그대로 한 낱말이기도 하며 또 어떤 부호는 그 하나로 아주 복잡한 뜻(개념)을 나타내기도 한다고 밝혔다.이 수수께끼들이 다 풀리려면 또 다른 샹폴리옹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을 듯하다.
<로제타 석>
18세기, 정확하게는 1799년 8월, 로제타(Rosetta) 마을에 프랑스 나폴레옹 장군의 원정대 장교인 부샤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참호를 파다가 역사적인 돌덩어리를 발견하게 된다. 그 돌덩어리가 그 유명한 '로제타 석(石)'이다. 돌을 보면 3단계로 나누어져 있는데 그리스 어, 데모틱 어(이집트 말기에 민중들에게서 쓰였던 언어), 그리고 상형문자로 쓰여져 있다. 사실 이것은 기원전 196년의 사제들이 프톨레마이오스 5세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작성한 글이다. 이 돌은 이집트가 영국 넬슨 제독에게 점령당하면서 영국에게 전리품으로 빼앗기고 말았다. 그러나 프랑스 인들은 사본을 복제해 놓았다. 그 후 수년간 사람들은 상형문자를 해독하려고 애썼다. 18세기, 상형문자들을 소리 없는 문자로 생각하던 독일인 키르허(Kircher)가 해독에 실패했다. 또 영국인 토머스 영(Thomas Young, 1773-1829)도 몇 개의 기호는 해독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샹폴리옹의 해독>
그 후 쟝 프랑수아 샹폴리옹(Jean Franois Champollion, 1790~1832)이 등장한다. 샹폴리옹은 1790년 피자크라는 곳에서 태어났다. 그는 엄청난 노력 끝에 로제타 석의 타원형의 글자('카르투슈'라 하며 이집트 어로는 SHEN이라 읽는다. 신성한 왕의 이름 둘레에 이런 것을 친다)를 읽어냈다. 1828∼1829년에는 이집트에 가서(샹폴리옹은 이집트에 단 한 번 밖에 가 보지 못했다) 나일 강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자신의 해독을 확인하여 정확하게 자신의 해독이 맞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 후에도 영국의 가디너 경(sir A.H.Gardiner)의 연구가 있었고 그는 아주 유명한 <Egyptian Grammar>라는 책을 저술하는 등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
이집트어의 어순은 동사 + 주어 + 목적어 + 부사 + 명사 + 형용사 순이 기본적이다. pretty girl(예쁜 소녀)을 이집트식으로 표현한다면 girl pretty 가 되는 것이다.
<이집트 상형문자의 전파>
이집트 상형 문자> 고대 시나이 문자> 페니키아 문자> 고대 그리스 문자> 그리스 문자> 라틴(로마) 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