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15일 (비엔티엔)

[고도를 기다리며]

2012년 3월 15일 (비엔티엔)

아침 7시에 눈이 떠진다.

한국보다 2시간의 시차가 있으니 정확한 표현으로는 아침 9시에 눈이 떠졌다고 해야 옳은 것 같다. 호텔의 창문을 활짝 여니 모든 것이 다 눈 아래에 있다. 호텔이 5층이니 내 눈에 보이는 모든 건물들이 5층 이하의 건물들이다. 녹슨 양철지붕 사이로 분주히 움직이는 라오스 사람들이 보이고, 뚝뚝이와 자동차들이 좁은 도로를 달리고 있다.

아침을 호텔식으로 먹는데 밖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궁금하여 그 곳에 가보니 자판대에 물건들을 쌓아 놓고 관광객을 상대로 노상을 하고 있는 장사꾼들이다. 동전, 휴대용 칼, 본드 등 잡동사니 물품들을 진열해 놓고서는 관광객들과 흥정을 하는 그들의 표정이 진지해 보인다. 그러나 선듯 사고 싶은 충동이 일지는 않는 물건들이라 그저 사람 구경으로 만족한다.

벽돌 SAMPLE TEST를 위해 라오스측의 준비가 덜 된 모양이다. 라오스의 컨설턴트인 알렉스 사장님은 물품을 사러 다니시기에 바쁘셔서 우리 일행은 비엔티엔 중심가로 구경을 나갔다. 비엔티엔 시내의 건축 방법과 공법이 궁금하여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이리저리 구경을 한다. 몇몇 건물 신축공사장을 보았지만 그 흔한 펌프카와 믹서트럭이 보이지 않는다. 대신 1㎥짜리 수동 믹서가 보이고 인부들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기초와 기둥 그리고 슬라브는 현장에서 직접 수동 믹서를 가지고 만들어서 타설하는 모양이다. 외벽은 붉은 벽돌을 이용해 조적하려고 잔뜩 쌓아 놓고 있었다.

믹서트럭과 펌프카는 안보인다.		빨간벽돌로 조적할 모양이다.

더운 날씨에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숲을 다니려니 기운이 빠진다. 우리 일행은 쉴 겸해서 라오스식 국수집에 들려 국수 한 그릇씩을 먹기로 했다. 맑은 육수국물에 돼지고기가 곁들인 국수에 각종 야채를 섞어 먹는 국수였다. 어찌 섞어야하는지 모르는 본인은 그저 먹음직스러운 야채를 골라 국수에 넣은 후 한 입 먹으니 그 맛이 좋다. 입맛이 돌아온다. 작은 종지에 담겨있는 작은 고추가 눈에 띤다. 매운 고추를 좋아하는 난 고추를 들고 한입에 먹으니 그 매운맛이 보통이 아니다. ‘어쭈구리...이거 맛 괜찮은데?’ 또 하나를 들고 단숨에 먹어치웠다. 국수 한 그릇을 비울 동안 고추 3개 이상을 먹기에는 부담스럽다. 우리나라 청양고추보다 더 매운 라오스 고추를 3개나 먹으니 일행들이 쳐다본다. 그러나 어찌하랴? 고추에 입맛이 확~ 땡기는것을...ㅋㅋ

		향차이와 라오스 고추만 있으면 입맛이 살아나는 나는 동남아 체질인가방!

현지인들에게서는 연락이 오지 않는다. 아직 시험할 준비가 안 된 모양이다. 일행은 메콩강으로 발걸음을 옮기기로 했다. TV에서만 보던 메콩강을 직접보니 실망이다. 라오스가 지금이 건기라지만 수량이 아주 적었다. 강폭도 한강에 비해 그리 커 보이지는 않는다. 내가 상상한 메콩강과는 너무 거리가 멀다. 또한 일부 메콩강 둔치는 한강처럼 정비사업을 하여 자연상태 그대로를 유지 못하고 있다. 이 또한 공사를 한국업체가 했다니 조만간 메콩강도 자연상태보다는 인위적인 정비사업으로 생태계에 혼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점심시간인 관계로 메콩강 주변의 식당에서는 식당 앞에 화덕을 피우고 메콩강에서 잡은 물고기를 굽고 있는데 그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먹음직스러운 잘 익은 구이들이 손님을 끌기에 충분해 보인다.

어느 집 대문 

 메콩강변에 핀 꽃

 건기의 메콩강

메콩강에서 잡은 물고기 구이 

사탕수수 음료수 만들고 있는 중

오후 3시가 다 되어 연락이 왔다.

알렉스 사장님과 만난 후 시험할 장소로 이동한다. 주택가 작은 골목을 어렵게 들어가니 그 곳이 벽돌공장이다. 특별한 공장 건물이 있는 것도 아니요, 그 어떤 시설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고철이나 다름없는 벽돌기계 한 대와 지붕도 없는 시멘 바닥이 전부였다. 또한 우리가 요구한 황토의 각 종류별 SAMPLE과 간단한 시험도구들 마저도 준비가 안돼 우리를 당혹스럽게 만든다. 실험장소에는 외국투자유치위원장님께서도 참석하여 주셨는데 라오스측 인사나 우리 일행이나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부랴부랴 공장 주변의 흙을 긁어모아 채를 치고 해서 우리가 원하는 벽돌을 만들었다. 양생시간이 최소 24시간 걸리므로 내일이나 육안 검증이 가능할 것이다. 더운 날씨에 육체노동으로 땀을 쏟은 일행은 한식으로 저녁을 마친 후 마사지로 피로를 푼다.

[돈박쥐]

왜 맨아래 사진의 고도가 거인처럼 느껴지는걸까?...............ㅋㅋㅋ

[black bat]

그럼 나도 거기선 작다소리 안듣겠는걸??

[꼽쓸머리]

역시 뭐든 줄을 잘 서야 하나보네요...오르막을 선택한 당신...역시 프로야...

[바람 풍]

프로 맞아요 ㅎㅎㅎ

[바람 풍]

이날 삽질과 배합질로 난 허리를 삐긋하고
고도는 특수임무로 삽질도 안하고
나만 했네 아이고 허리야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