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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t 만나러 갑니다
“난 학교가 딱인데!”
김진 조합원. 전 부천여중 교사
출근길, 김진 조합원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점심시간 어떠신가 문자를 넣었다. 답신이 왔다. 시간을 조정하여 콜. 다행이다. 그는 34호 오늘의 교육에 <과학고의 욕망>이라는 제목으로 부천의 과학고 설립에 반대하는 이유를 적었었다. 그런데 지난 10월 20일 부천시가 과학고는 실종시키고(?) 경기도교육청과 고등학교 교육과정 특성화 시범지구 협약을 맺은 것이다. 부천 시내 전 인문계 학교를 특성화 중점학교로 운영한다는 것으로 사실상 과학고 설립 백지화이다. 부천과학고설립저지부천지역공동대책위(이하 공대위)를 꾸려 싸워 온 부천지역 시민들의 승리이기도 했다. 그러나 공대위는 특성화 중점학교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고 이 또한 부천교육연대회를 꾸려 적극 대응할 것임을 밝혔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김진 조합원은 공대위를 꾸릴 무렵 벗에 연락을 해 와 동참을 요청하기도 하였다. 이후 부천시청 앞 1인 시위 등을 이어 가며 싸워왔다. 전교조 본부 사무실로 그를 찾아갔다. 그는 전교조 법외노조화로 부천여중에서 해직당했으며 전교조 정책기획 국장의 일을 맡아 하고 있기도 하다.
풀씨: 과학고 설립을 백지화시켰습니다. 지난 6월부터 수개월을 1인시위 등을 하며 싸워왔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그런데 부천시와 경기도교육청은 과학고 설립은 하지 않지만 교육과정 특성화 시범지구로 부천시를 지정하고 운영하는 협약을 맺었습니다. 공대위는 이에도 반대 의견을 밝혔지요? 그 이유는 *교과중점학교는 학교 간, 학생 간, 교과 간 불평등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 *중학교에 경쟁이 강화될 것이다 *고등학교에서 입시 경쟁 교육을 심화시킬 것이다 이렇게 들고 있습니다.
김진: 교과중점학교는 교육과정에서 기본적으로 다루어야 할 보편적인 교육과정을 골고루 하는 게 아니라 편향되게 하겠다는 거예요. 인문사회나 이런 걸 줄이고 과학이나 외국어나를 늘리는 거죠. 게다가 한 학교 내 2학급만 차별적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고요.
결국은 우열반
풀씨: 선정된 학교 전체가 아니고, 해당 학교 안에서도 2학급만이요?
김진: 그렇죠. 이 얘기를 듣는 순간 모든 분들이 “이건 우열반이다” 이렇게 얘길해요. 우열반을 공공연하게 정책적으로 시행하겠다는 것인 거예요. 이걸 부천 전체에 다 시행하겠다고 하니까 우려가 큰 것이죠.
부천에 이미 과학중점학교로 운영되는 곳이 있어요. 부천이 평준화지역이긴 하지만, 지역마다 그런 곳이 있잖아요. 전통적으로 1, 2등 하는 학생들이 진학하는. 부천고와 부천여고가 그런 곳이에요. 이 학교들에 진학할 성적이 안 된다고 하는 친구들은 아예 다른 곳을 쓰죠. 그런데 부천고가 과학중점학교이기도 하거든요. 내 생각에는 어차피 잘하는 학생들이 간 곳인데 우열반이 뭐 문제일까 싶기도 했는데, 그 학교 한 학부모가 아이의 이야기를 전하는 거예요. 어차피 그 두 반 때문에 모든 시험 문제가 다 어렵다, 그 두 반이 등급을 잘 가져갈 수밖에 없다는 거죠. 나머지 반 학생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는 거예요. 그 두 반에 더 지원이 이뤄지는 걸 아니까요. 그래서 나머지 반 학생들은 난 해 봤자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거죠. 이미 잘하는 학생들이 간 학교인데도.
또 부천에 정명고등학교가 있어요. 사립으로 과학중점학교가 아닌데도 편법적으로 2개 학급을 이미 그렇게 운영하고 있어요. 이 두 학급은 기숙사생활을 하죠.
풀씨: 부천 시내에서 다니는데도 기숙사 생활을 해요?
김진: 네. 집에를 보내는 않고 공부를 시키는 거예요. 모든 지원도 두 반에만 집중하고요. 장학금 같은 것도. 그리고 다른 반 학생들은 진짜 뭐…
풀씨: 찬밥인 거군요?
김진: 그렇죠. 이미 특목고와 비교해서 박탈감이 있는데, 학교 내에서도 자기 눈에 보이는 차별이 나타나니까 박탈감이 더 큰 것이죠. 학교에서도 신경을 써 주지 않고. 학부모한테 그런 얘기를 들으니 부천 중점학교 지구가 되면 문제가 정말 크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박근혜 정권이 일반고 정상 대책을 집권 초기에 발표를 했었어요. 이것이 그 정책 중 하나이기도 해요.
풀씨: 그랬어요?
김진: 네. 교육과정 중점학교, 교육과정 클러스터 이런 것이었죠. 교육과정을 다양화시킨다는 것은 선택의 폭을 넓힌다는 것인데. 현실적으로는 원하는 과목이라고 모두 개설해 줄 수는 없어요. 물리적 환경과 교사 수가 고려되니 제한적일 수밖에 없죠. 좋게 보면 다른 학교에서 개설하는 과목도 들으러 갈 수 있고, 3~4개 학교를 묶어 희망하는 학생의 교과를 개설해 듣게 할 수 있어요. 예를 들면 전혀 고등학교에서 하지 않는 포루투칼어 같은 것을 하고 싶은 학생들이 생긴다면 4개 학교 중 한 학교에서 개설하는 거죠. 그러면 시간에 맞춰서 이 학생들이 학교로 모이는 거예요. 이런 교육과정을 짜겠다는 건데, 문제는 이걸 누가 가르치러 올 것이냐는 거죠. 그럼 정규직을 뽑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죠, 비정규직이겠지. 여타 강좌도 마찬가지예요. 조금 더 나아가면 아마도 사교육업체가 파견 직종처럼 교사들을 뽑아 학교에 들여보낼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거예요. 교사들의 문제로 보면 비정규직 확산인 것이죠. 또 내가 담당해야 하는 과목이, 제가 만약 과학이에요….
풀씨: 샘은 국어 아니에요?
김진: 저는 윤리예요. (웃음) 만약에 제가 과학 선생이에요. 우리 학교에 교육과정 다양화로 과학이 개설된다면 그 분야도 여럿(지구과학, 생물, 물리, 화학 등)일 거잖아요. 그런데 이를 과학 교사 혼자서 모두 준비를 할 수 있겠어요? 보통 한 교사의 수업시수가 주당 20시간 정도잖아요. 이런 수업시수 속에서 다양한 분야의 수업을 준비하기는 불가능해요. 수업을 하더라도 질을 만족시키긴 어렵겠죠.
이론적으로 클러스터나 중점학교를 하는 이유가 학생들 선택의 다양성과 자유를 보장해 주고 자기 진로를 찾거나 경험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여건 자체가 전혀 안 돼 있는 거예요. 교사도 안 뽑아, 교실도 없어. 교과를 개설했다 해도 이 학교로 다 모여야 하는데, 언제 어느 시간에 모일 거예요? 시스템이 갖춰져 있질 않으니 학교 안에서 이를 받아들이기에는 무척 혼란스러운 것이죠. 교실도 교사도 없는 환경인데 이것이 고교 교육과정으로서 실익이 있을까요?
대학 구조조정과도 맞물려 있기도 해요. 산업계의 인력 수요에 맞춰 대학 구조 조정을 하듯이, 또 대학 구조조정에 따라 고교 수요도 조정하고 있는 것이죠. 이공계 대학 정원을 증가시키겠다는 것은 이에 많이 지원하도록 이 계통의 교육과정을 미리 강화하는 것이거든요.
풀씨: 교과 중점학교가 부천이 처음은 아니던데요?
김진: 시 전체가 하는 곳은 부천이 처음이에요. 2013년부터 한두 곳이 있었지만. 부천시는 이렇게 해서 대학 진학률을 올리겠다는 거거든요. 그런데 과연 그렇게 될까. 이 과정에서 소외되는 학생들은….
풀씨: 현재가 즐겁지 않은 거죠.
김진: 그렇죠. 지금도 안 즐거운데 더 그렇겠죠. 교사들 입장에서도 더 힘들어지는 것이에요. 입시 중심 수업을 하다 보니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몇 되지 않아요. 지금도 그런데, 분리해서 또 다른 수업을 해야 하는가… 싶은 거죠. 아직은 현실화가 되지 않아서 정확이 예측은 안 되지만.
풀씨: 우리가 문제를 알면서도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긴 해요.
김진: 한마디로 대학을 보내는 학원을 학교에 들여오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닐까 싶어요.
풀씨: 다른 일반인들의 반응은요?
김진: 일단 수용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과학고 정책 나왔을 때랑 비슷해요. 처음에는 전체를 혁신학교로 만든다고 잘못 알려져 새로운 실험이구나 싶었는데, 완전 꿈 깼죠. 물론 혁신학교를 하더라도 잘 운영되지 않는 곳이 많다는 것도 알지만, 그럼에도 부천 전체에 혁신학교 추진이라니 완전 실험적인데 했던 거예요. 그런데 완전 다른 방향으로 뒤통수를 맞은 거죠. 지역의 의견 수렴도 전혀 없었어요. 그래서 지역의 학부모들이나 단체들은 무척 분노하고 있죠. 그래서인지 11월 22일 설명회를 한다고 해요. 이때 우리가 가서 이 문제점을 알릴 계획이에요. 그런데 대책을 세우기는 무척 어려워요. 학교 입장에서는 지원을 받기에 관리자들은 이를 중요시하니까.
풀씨: 한 학교에 3천만 원 안팎을 지원한다는군요.
김진: 그런데 어떤 사업이든 제일 필요한 건 인력이에요. 하지만 예산 사용 안내를 보면 인력에 하나도 쓸 수가 없어요.
풀씨: 인력에 쓸 수 없으면 도대체 어디에 쓰라는 것인지?
김진: 설명서를 보면 쓰면 안 되는 게 더 많아요. 업무 지원 인력 채용 경비 집행 불가, 이렇게 해 놓았어요. 중점학교를 하면 교사의 업무가 늘어나니까 그를 보조하기 위한 인력을 채용하는 게 중요하거든요. 그런데 하나도 쓸 수가 없다는 거죠.
풀씨: 뭘 하자는 건지. 어쨌든 공대위는 이후 부천교육연대회의로 재편하고 적극 대응해 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갈등은 여전할 것 같은데요, 이러한 갈등의 해소 여지가 있을까요?
김진: 갈등 해소 여지는 없을 것 같아요. 일단 유병국 부천시의원의 말에 따르면 시민들한테 과학고 특목고 추진에 대해 사과하라고 했더니 자기 잘못은 없다고 그러더래요. 시장이 추진하던 과학고 설립 사업을 그냥 접기 어려우니까 이 사업을 성과라는 듯이 포장해서 내보인 것이라, 다른 대안이 없는 한 중단을 할 것 같지는 않아요. 부천시가 재원이 많아 쓸 데를 찾는다면 학생들 모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식을 찾을 텐데, 이게 아니에요. 부천시는 학교 건물 붕괴 위험 때문에 외관은 다 바꾸었어요. 특히 중학교는. 그런데 내부를 들여다보면 엉망이죠. 책걸상 이런 것뿐만 아니라 교실이 너무 낡았어요. 가장 떨어지는 게 건물이죠. 이런 데 지원해야 하는데. 비 오면 물 떨어지는 학교도 있어요. 제가 있었던 학교는 교실에 밖으로 구멍이 뚫어져 있기도 했죠. 교실 형광등 조도도 너무 낮고. 지원하려면 할 것이 너무 많아요. 찾으면 많은데, 기본적으로 그런 관점이 없는 것 같아요.
포기하지만 않으면
풀씨: 참, 2014년 5월 세월호 참사에 책임을 물어 박근혜 대통령 퇴진 서명을 하기도 했습니다. 당시는 43명에 불과했으나, 오늘은 퇴진 외침은 여기 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감회가 남다르기도 할 것 같은데?
(2014년 5월 청와대 게시판에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교사들의 글이 오른 적이 있다. 앞서 4월 16일에 일어난 세월호 참사로 수학여행 길에 올랐던 수백 명의 학생들과 시민이 목숨을 잃은 직후였다. 사고 당시 언론에 보도된 바와는 판이하게 다른 구조 관련 기관들의 무능과 무대책이 드러나면서 전 국민이 슬픔을 넘어 정부에 대한 분노로 치를 떨던 때였다. 이때 정부의 이런 행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교사들이 나서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한 것이다. 이후 이 서명은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김진은 이 서명에 참여하기도 했다)
김진: 감회? 감회를 느낄 만한 여유가 별로 없어요. 징계한다고 막 그러니까. 저희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청와대 게시판 게시로 재판을 받았고, 게시자는 실형 구형을 받았어요. 판결은 벌금형으로 나왔지만. 이걸 보고 이 정권은 정말 너무 뻔뻔하고 포악하구나 생각을 했는데, 그러고 나서 작년에는 다른 형태로 서명들을 진행했었죠. 사흘 만에 2만 5천 정도가 모였는데, 이 모습을 보면서 안 될 것 같았던, 뭐를 해도 안 될 것 같았던 그런 게 ‘안 되는 게 아니구나’ 싶어요. 언젠가, 우리가 계속 끊임없이 주장하다 보면 언젠가는 되겠다, 혁명이 일어나기 전날에도 혁명이 일어날 줄 몰랐다고 하더라. 운동이라는 걸 하면서 경험적으로 학습된(뭘 해도 안 되는) 무력감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이게 되겠구나, 내가 포기하지만 않으면 되겠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감회보다도.
관료화 보수화 고민
풀씨: 마지막 질문입니다. 현재 전교조 정책기획국장을 맡고 있으시고 전교조가 법외노조화 되면서 미복직으로 해직되었습니다. 곧 전교조 선거도 있습니다. 앞으로 활동 계획을 알고 싶습니다.
김진: 선거 출마는 안 하는데, 선거가 이뤄지면 집행부가 바뀌잖아요. 그러면 제 역할도 바뀔 것이고. 그래서 아직 특별히 계획은 없어요. 어떤 역할을 맡는 최선을 다하자는 것인데, 문제는 전교조가 법외노조가 되면서 외부에서는 지금 집행부가 굉장히 강성이다, 강경하다, 2013년 집행부보다 강성이다 하는데, 내부에서 제가 봤을 때는 솔직히 법외노조화되면서 많이 위축됐다고 생각해요. 많이 조심스러워졌다, 보수화되고 관료화되었구나 싶어요. 원래 집행부를 맡으면 보수화되고 관료화되는 게 기본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렇게 된대요. 그래서 그런 걸 무척 경계해야 한다고 해요. 내가 관료이고 집행부를 맡았다면 그런 모습을 계속 경계해 나가야 하고 다른 사람이 그렇게 되지 않도록 계속 얘기해야 하는 거죠. 그래서 현장에 계신 분들한테 전한테 그런 말을 해 달라고. 내가 관료화되거나 보수화되는 모습을 보이게 되면 얘기해 달라. ‘쟤는 보수화됐으니까 얘기 안 해’ 하지 말라고. 정작 본인은 모르니까. 그런 얘길 많이 해주길 바란다고 했어요.
올해도 작정하고 한다고 생각했으나 많이 못 했죠. 집행부 일원이 돼서 같이 움직인 적이 많아요. 내년에는 조금 더 집행부가 관료화되거나 보수화되거나 하는 것을 조정할 수 있는 원칙적인 얘기를 더 많이 하고 싶어요. 집행부를 반복하다 보면 관성처럼 붙는 그런 게 좀 있어서.
풀씨: 쓴 소리를 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김진: 예. 쓴 소리를 많이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다음 집행부에 대해서. 올해 오류라고 판단하는 것이 교원노조법 개정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원칙적으로는 누구나 다 폐기라고 말해요.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개정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하거든요. 하지만 이것은 말이 되지 않아요. 원칙이 그러면 폐기로 가야죠. 박근혜의 폭압 하에 개정을 얘기한다고 해도 사실은 개정도 안 되죠.
풀씨: 원칙적으로 폐기로 가야 결과적으로 개정이라도 된다는 거죠?
김진: 그렇죠. 그래서 폐기를 계속 주장해야 한다는 거죠. 만약에 내년에 여력이 된다면 조직의 입장을 바꾸는데, 역사적으로 욕먹을 짓이다, 예전에 단병호 의원이 교원노조법 폐기법안을 발의한 적이 있어요. 그때 그 법안이 통과는 안 됐지만, 역사적으로 발의됐기 때문에, 그리고 그때 폐기 발의 때문에, 공무원교사의 노동기본권, 정치적기본권에 대해 얘기할 수 있었던 거잖아요? 그때 자료들이 지금까지도 남아 있어요. 그때 왜 폐기를 주장했고, 각 법안에 어떤 문제들이 있고 자료가 잘 정리가 돼 있는데, 교원노조법 개정으로 조직 스스로가 이걸 틀어버린 것이죠. 다른 의원실에서 요구한 것도 아니고. 우리 스스로가 개정을 요구한 것이에요. 그럼 개정 법안이 발의가 되면 역사적으로 남아요. 한번 열차를 타면 내리기가 쉽지 않잖아요. 한번 개정으로 방향으로 정해지면 교원 사건 관련된 정책은 한동안 유지될 수밖에 없어요. 지금은 한두 가지라도 개정이 돼서 현실적이라는 걸 인정할 수는 있겠죠. 그런데 순간이 아니라 역사적인 걸 봐야 하잖아요. 10년 20년 후에, 전교조를 계속 이어가는 교사들에게 욕먹을 짓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내년에 할 수 있으면 이걸 하고 싶어요.
우리는 정규직 노조예요. 이미 학교에는 비정규직교사들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잖아요. 비정규직교사들에 대한 정규직화도 얘기하지 않고 있어요. 조직 내에서 얘기하다 보면 예비교사들과 관련돼 있다며 문제제기를 하는 분들도 있어요.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예비교사들에게 좋은 것이잖아요. 그래서 정규직 중심의 노동조합의 틀을 깨야겠다 생각해요. 조직 안에서는 사람들이 너무 없으니까 다른 걸 할 여유가 없어요. 그래서 기간제 교사들과 작업을 하고 있죠.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라는 단체가 있어요. 이분들과 설문조사도 했고, 이를 바탕으로 정책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겨울 참실대회 때 기간제교사분과를 운영해 볼 생각이이에요.
풀씨: 포부가 엄청 나시네요.
김진: 포부만. (웃음)
포장을 걷어 버리고
풀씨: 학교를 며칠자로 수업을 못 하게 됐죠?
김진: 1월 29일인가. 학교를 엄청 가고 싶어요. 학교 가는 꿈꾸고. 나 진짜 학교에 있으면 이거 할 수 있는데, 생각도 들고.
풀씨: 학교 가면 제일 먼저 해 보고 싶은 수업이 뭐예요?
김진: 윤리니까, 재량이 넓거든요. 사회적인 이슈를 많이 다루면서 수업을 할 수 있어요. 예시를 많이 다루니까. 단원과 관련지어서 사회적 문제, 노동문제, 청소년문제, 소수자문제 등 다양하게 해 왔는데, 학교에 가면 조금 더. 교사들에게는, 수업 과정에서 내 관점을 학생들에게 무조건 주입하면 안 된다는 강박 같은 게 있어요. 그래서 내가 가진 관점을 많이 투영해서 수업을 하진 못했어요. 소재로 다루긴 했지만,
풀씨: 객관적인 것처럼 포장을 하려고 하는 거죠.
김진: 네. 그런 것에서 벗어나서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객관적인 척하지 않고. 나는 편향적이야 얘기하면서 수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들고. 나는 이래! 정도는 얘기할 수 있는 않나 싶어요.
풀씨: 박근혜 게이트에 대해서 사안은 이렇고 이렇고 이래. 하지만 나는 이래와 같은?
김진: 그렇죠. 자신 있게 말할 정도는 되지 않았나 해요. 저는 학생들한테도 학부모들에게도 나는 전교조 교사다라고 제일 먼저 말해요.
풀씨: 그럼 뭐라 그래요?
김진: 학부모들은 좋아하죠. 왜냐면 전교조 교사가 어떻다는 인식이 있는데, 학생들을 차별당하지 않는다든지, 학생들을 잘 돌봐 준다라든지 하는 것은 있는 거예요. 정치적인 것에 대해 걱정하는 분들은 못 만났어요. 제가 운이 좋았던 것도 있겠죠. 물론 그런 생각을 가진 분도 있었을 텐데, 저한테 표현하는 분은 없었어요. 저는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편지를 자주 써서 보내요. 이게 좋은 게 학생들이 먼저 읽어요. 학생들한테도 알릴 수 있죠. 그런 것은 학생들이 안 가져 줄 것 같은데 꼭 갖다 줘요. 그러면 학부모들에게 문자 메시지 같은 것이 와요. 응원한다, 이런 것이죠. 얘기를 들어 보면 이 이전에는 이런 편지를 받아 본 적이 없다는 분들이 많아요. 제 소개, 사진 등을 넣어서 보내는데, 이런 걸 한 번도 받아 본 적이 없다는 분이 태반이에요. 그거 하나로 처음에 딱 후하게 점수를 따고 들어가는 거죠. 그 안에 나는 어떻게 교육하겠다, 차별하지 않겠다 쓰잖아요. 그것 보고 되게 안심이 됐다고들 해요. 정치적인 얘기를 가끔 해도 지지한다는 문자는 많이 받았는데, 교사가 그러면 되냐는 문자는 받아 본 적은 없어요. 인정받는! … 아휴, 나는 학교가 딱인데! 나는 잘할 수 있는데! 그런 거 있잖아요. 학생들도 저를 참 좋아해 줬던 같고, 학부모들도 좋아했고, 관리자는 싫어하지만, 선생님들도. 선생님들은 처음 만나면 별로 안 좋아해요.
풀씨: 왜요?
김진: 괴롭히니까.
풀씨: 어떻게 괴롭혀요?
김진: 예를 들면 학교에서 문제가 있잖아요. 그러면 전체 메시지로 쏘거나 교직원회의에서 발언하거나 이러면, 웬만한 선생님들은 그게 문제가 있는지 다 알아요. 몰라서 가만있는 게 아닌데, 쟤는 왜 저래? 우리가 몰라서 가만있는지 알아, 더러워서 가만있는 거지 그런 거죠. 자기가 행동하지 않는 것에 대한 합리화 같은 걸 하잖아요. 그걸 건드리는 거죠. 그러니까 제가 싫은 거죠. 니가 참아라, 니가 회의를 길게 만든다, 학교에서 너 때문에 말이 많다, 이러면서 싫어하는데, 쌓이다 보면 학교가 바뀌잖아요. 제가 얘기하고 메시지 보내고 이러면서 학교가 바뀌고 선생님들 생각이 바뀌고 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2년째부터는 선생님들이 다 좋아해요. 없으면 안 되는 사람이 되는 거죠.
풀씨: 독고다이는 아니었군요.
김진: 처음에만 그러죠. 얘기하면서 동료를 만들어야죠. 난 학교가 완전 체질인데, 왜 여기 와서 있는지. (웃음)
풀씨: 학교로 가야죠!
김진: 네. 어쨌든 전 박근혜 퇴진이 빠르면 빠를수록 학교에 간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풀씨: 넵. 온 우주가 도와서(!) 학교 복교가 이뤄지길요. (웃음) 그럼 또 다른 자리에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경기도교육청_지정_고등학교_교육과정_특성화_시범지구_추진_계획.hwp
붙임_1_학생맞춤형_교육과정_특색화_및_다양화_지원방안.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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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글 잘 읽었습니다. 풀씨 수고하셨습니다. 김진 벗도 빨리 복직하길요~ 박근혜는 퇴진하라!
박근혜는 물러나라! 벌을 받으라!
저도 재밌게 잘 읽었어요. 학부모에게 편지보내기에 대한 경험담이나 수업에 대한 이야기들도 많이 비슷한 경험들이라...^^ 하루빨리 복직되길 바라고, 교원노조법 폐기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데도 동의하고요.암튼 홧팅하시길!!
그렇군요! to학부모 편지, 수업
고민이 유사하다면, 그만큼 일상이기도 하고 그래서 또 쉽게 하거나 풀리지 않는 듯한데, 그 어려운 걸 해내시는군요! ㅎㅎㅎ
김진 선생님 존경스럽네요. 그리고...이런 인터뷰도 멋진 기획이고요. 앞으로 자주....이미 가진 자들(의 자녀)에게만 관심을 쏟는 부천시 교육정책에 화가 부글부글났지만 흐믓하게 잘 읽었습니다. 두 분께 감사!!
'샘은 국어 아니에요?' ㅎㅎ 저도 혼자 김진 선생님이 국어 선생님이 아니실까 했는데, 아니셨군요.
샘~~ 오랜만이에요. 부천 떠난뒤론 참실이나 원고 청탁 때나 만났었는데 반갑습니다. 간절히 복직 기원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