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주실의』 재판(再版)의 서문(天主實義重刻序)
이지조(李之藻, 1565-1630)
옛날 우리의 공자님은 수신을 말하였다. 먼저 어버이를 섬기고 미루어 나가서 하늘을 아는 것이다.
昔吾夫子語修身也 先事親 而推及乎知天
석오부자어수신야 선사친 이추급호지천
맹자의 “道心을 본존하고 본성을 길러서 하늘을 섬긴다(存養事天)”는 논의에 이르러 그 뜻이 크게 갖추어졌다.
至孟氏存養事天地論 而義乃綦備
지맹씨존양사천지론 이의내기비
앎에 있어서나 일을 함에 있어서 하늘 섬김과 같은 한 가지 일이니 하늘은 이런 섬김들의 대근원이다.
蓋卽知卽事 事天事親同一事 而天其事之大原也
개즉지즉사 사천사친동일사 이천기사지대원야
하늘(天)을 말한 것으로 周易보다 잘 말해진 곳이 없다. 주역은 문자의 시조가 되며, 주역의 첫 괘에 나오는 건원(乾元)은 하늘(天)울 통괄하니, 곧 임금(君)이요, 아버지(父)가 됨을 말하였다.
說天莫辯乎易 易爲文字祖 卽言乾元統天 爲君爲父
설천막변호이 이위문자조 즉언건원통천 위군위부
또한 “하느님(帝)은 천둥(震)에서 나왔다”고 말하니 주희는 이를 해석하여 하느님(帝)이란 하늘(天)을 주재(主宰)하는 것으로 여겼다.
又言 帝出乎震 而紫陽氏解之 以爲帝者天地主宰
우언 제출호진 이자양씨해지 이위제자천지주재
이렇다면 천주의 뜻은 이(利) 즉, 마테오 리치 선생으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니리라.
然則 天主之義 不自利先生刱矣
연즉 천주지의 불자이선생창의
하늘의 뜻은 까마득히 먼 것이어서 그런 것까지 논의할 시간은 없다고 세속인들은 말한다.
世俗謂天幽遠 不暇論
세속위천유원 불가론
석가모니가 나오고부터 자기의 어버이를 섬기지 않는 것이 또한 이미 심히 고약하거늘 아득히 먼 천제를 망령되이 지어내어서 스스로를 尊者로 여기고 있다.
竺乾氏者出 不事其親 亦已甚矣 而敢于幻藐帝 以自爲尊
축건씨자출 불사기친 역이심의 이감우환묘제 이자위존
유림 중에도 그것을 받아들인 이들은 천명이니, 천리니, 천도니, 천덕이니 하는 말들을 익숙하게 듣다 보니 또한 불교에 잘못 빠져 들게 되었다.
儒其服者 習聞 夫 天命 天理 天道 天德 之說 而亦浸淫入之
유기복자 습문 부 천명 천리 천도 천덕 지설 이역침음입지
그렇다면 어리석은 무리들이 천주를 알지 못하여 경외 하지 않는 것 또한 이상할 것이 무엇이겠는가?
然則 小人之不知畏也 亦何怪哉
연즉 소인지부지외야 역하괴재
마테오 리치 선생은 한결같이 하늘을 모시는 것을 본으로 삼고 하늘이 하늘이 되는 이유를 명백하게 논하였다.
利先生學術 一本事天 譚天之所以爲天 甚晰
이선생학술 일본사천 담천지소이위천 심석
그리고 세속에서 하늘을 업신여기고 부처에게 아첨하는 것을 보고서 언론을 펼쳐서 그들을 배격하였다.
賭世之褻天侫佛也者 而昌言排之
도세지설천녕불야자 이청언배지
이에 스승의 학설을 근본으로 본받아서 “천주실의” 열 편을 지어내어 善을 훈설하고 악행을 막고자 함이었다.
原本師說 演爲天主實義十篇 用以訓善防惡
원본사설 연위천주실의십편 용이훈선방악
그 책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사람들은 자기 부모 섬길 줄은 알지만 천주가 大父母임을 알지 못한다.
其言曰 人知事其父母 而不知天主之爲大父母也
기언왈 인지사기부모 이부지천주지위대부모야
사람들은 나라에 정통(正統)이 있음을 알지만 오직 하느님만이 하늘을 통괄하는 大正統임을 알지 못한다.
人知國家有正統 而不知惟帝統天之爲大正統也
인지국가유정통 이부지유제통천지위대정통야
부모를 섬기지 않으면 자식이 될 수 없다. 누가 정통인지를 모르면 신하가 될 수 없다. 천주를 섬기지 않으면 사람이 될 수 없다.
不事親 不可爲子 不識正統 不可爲臣 不事天主 不可爲人
불사친 불가위자 불식정통 불가위신 불사천주 불가위인
그리고 선악에 대한 논의 및 보과 재앙에 대한 보응을 더욱 진솔하고 주도하게 논하였다.
而充慇懃于善惡之辯 詳殃之應
이충은근우선악지변 상앙지응
모든 선이 다 갖추어지지 않으면 순선이라 할 수 없고, 아주 작은 악이라도 본성에 누가 되면 또한 악이 됨을 구체적으로 말하고 있다.
具論 萬善未備 不爲純善 織惡累性 亦謂濟惡
구론 만선미비 불위순선 직악누선 역위제악
선을 행하는 것은 오르는 것이니, 복된 천당에 오르는 것이다. 악을 짓는 것은 떨어져 내리는 것이니 컴컴한 지옥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爲善若登 登天堂 作惡若墮 墮地冥獄
위선약등 등천당 작악약타 타지명옥
대체로 사람들로 하여금 잘못을 뉘우치고 올바른 데로 나아가게 하고 사욕을 막고 仁을 온전하게 함이다.
大約使人悔過徒義 遏欲全仁
대약사인회과도의 갈욕전인
근본의 시작을 성찰하고서 하느님께서 내려와 살피심을 두려워하면서 끊임없이 돌이켜보고 두려워하면서 서둘러 죄를 씻어 낸다면 하늘에 계신 하느님께 거의 죄를 짓지 않게 될 것이다.”
念本始 而慯降監 綿顧畏 而遄澡雪 以庶幾無獲戾于皇天上帝
념본시 이상강감 면고외 이천조설 이서기무획려우황천상제
저 서양인들이 항해하여 와서 예물을 갖추어 교류하는 것으로 말하면 옛 부터 중국과 서로 소통할 수가 없었기에 우리 중국에 이른바 복희, 문왕, 주공, 공자의 가르침이 있음을 일찍이 듣지 못하였다.
彼其涕航琛贄 自古不與中國相通 初不聞 有所謂義文周孔之敎
피기체항침지 자고불여중국상통 초불문 유소위의문주공지교
그러므로 그 마태오 리치의 학설 또한 일찍이 우리 (중국의) 주돈이(濂), 정호, 정이(洛), 장재(關)와 주희(閩)의 해석을 답습하지 않았다.
故其爲說 亦初不襲吾濂洛閩之解
고기위설 역초불습오겸락민지해
그러나 특별히 하늘을 알고(知天), 하늘을 섬긴다(事天)는 뜻은 바로 유교 경전에 근거한 바와 신표(信標)처럼 꼭 합치한다.
而特於知天事天大旨 乃與經傳所紀 與券斯合
이특어지천사천대지 내여경전소기 여권사합
속 좁은 사람은 천당, 지옥의 개념들만은 믿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선한 것에 복주고 악한 것에 화를 내린다는 것은 유자들도 늘 말하는 것이다.
獨是天堂地獄 拘者未信 要於福善禍淫 儒者恒言
독시천당지옥 구자미신 요어복선화음 유자단언
하늘과 땅을 살피는 것 또한 그 자체 ‘실제적 이치’인 것이다.
察乎天地 亦自實理
찰호천지 역자실리
선을 버리고 악을 쫓는 것을 대도시(세속의 번뇌)가 싫다고 해서 높은 산으로 들어가거나 뗏목을 타고 큰 바다로 떠나는 것에 대비하면 또한 무엇이 다르겠는가?
舍善逐惡 比於壓康莊 而陟崇山 浮漲海 亦何以異?
사선축악 비어압강장 이섭숭산 부장해 역하이이?
임금이나 부친의 위급한 일에도 달려가지 않고 충성이나 효도의 큰 도리에도 관심이 없다면 아마 이들에게 누가 호랑이나 늑대, 큰 뱀이나 악어의 위험을 알린다고 해도 그 말을 믿고서 달려 나와 반드시 (자기) 몸을 던져서, (남을 구하려고) 시도하지 않을 것이다.
苟非赴君父之急 關忠孝之大 或告之以虎狼蛟鱷之患 而不信也而必欲投身試之
구비부군부지급 관충효지대 혹고지이호랑교악지환 이불신야이필욕투신시지
이들이야말로 또한 매우 우직하고 못난이들이 아니겠는가!
是不亦冥頑弗靈甚哉
시부역명완불령심재
그네들의 마음속에 있는 둘일 수 없는, 원래 마음의 본바탕에서 나온 실학(實學)은 하늘이 화(禍)와 복(福)을 내리심을 결코 의심하지 않는다.
臨女無貳 原自心性實學 不必疑及禍福
임녀무이 원자심성실학 불필의급화복
어리석은 자들을 벌하고 게으른 자를 경계하려면 천명으로 성토하고 그들의 마음을 억제하거나 발양해야 한다. 이런 뜻과 합치하여 그것을 온존시켜서 속인들을 훈계하는 가르침을 세워야 한다.
若以懲愚儆情 則命討遏揚 合存是義 訓俗立敎
약이징우경정 즉명토알양 합존시의 훈속립교
진실로 고심을 하며 이 리치의 책을 일찍이 읽어보니 그 뜻이 종종 근세의 유학자(성리학자)들과 같지 않으나 중국 상고시대의 자연과학적 고전들 소문(素問), 주비(周髀), 고공(考工), 칠원(漆園) 편 등과 소리 없이 서로 통하니 도리어 순수하여 올바름에 거짓이 없다.
嘗讀其書 往往不類近儒 而與上古素問 周髀 考工 漆園 諸編默相勘印 顧粹然不詭正
상독기서 왕왕불류근유 이여상고소문 주비 고공 칠원 제편묵상감인 고수연불궤정
리치 선생은 자신을 단속하고 마음을 섬김에 엄격하여 조금도 나타하지 않으니 세상의 높으신 학자라도 그보다 앞섰다고 볼 수 없다.
至其檢身事心 嚴翼匪懈 則世所謂皐比而儒者 未之或先 信哉
지기검신사심 엄익비해 즉세소위고비이유자 미지혹선 신재
진실로 동양과 서양은 마음도 같고 이치도 같은 것이다. 다른 것은 다만 언어 문자뿐이다. 이 책이 출판되면 같은 문자로 교화하는 것이다.
東海西海 心同理同 所不同者 特言語文字之際 而是編者出 則同文雅化
동해서해 심동리동 소불동자 특언어문자지제 이시편자출 즉동문아화
또한 내 자신이 선발대가 되어서 아름답고 많은 것을 고취하며 가르침을 돕고 속인들을 분별시키는 일은 우연이 아니다. 또한 어찌 거저 그렇게 된 것이겠는가!
又己爲之前芽 用以鼓吹休明 贊敎厲俗 不爲偶然 亦豈徒然
우기위지전아 용이고취휴명 찬교려속 불위우연 역개도연
진실로 마땅히 유교사상과 다른 제자백가들과 같은 부류로 보아서는 안 될 것이로다!
固不當諸子百家同類而視矣
고부당제자백가동류이시의
나의 벗 왕맹박 씨가 항주에서 재판을 하니 내가 주제넘게 몇 마디 머리말을 적는 것은 이방인의 책을 과장하려는 것이 아니다.
余友汪孟樸氏 重刻於抗 而余爲僭弁數語 非敢炫域外之書
여우왕맹박씨 중각어항 이여위잠변수어 비감현역외지서
듣지 못했던 점은 그것을 듣고서 진실로 그것을 하늘(皇天)로 받들고 그 요점을 흠숭하는 것이고, 혹 익히 알고 있는 것이나 힘쓰지 못했던 것은 이 기회에 반성하게 되는 것이다.
以爲 聞所未聞 誠謂其戴皇天 而欽崇要義 或亦有習聞 而未之用力者 於是省焉
이위 문소미문 성위기대황천 이흠숭요의 혹역유습문 이미지용력자 어시성언
도심을 온존하여 본성을 기르는 배움(存心養性之學)에 마땅히 도움이 되는 바 없지 않을 것이로다!
而存心養性之學 當不無裨益云爾
이존심양성지학 당불무비익운이
1607년 태양이 심(心)별의 자리에 있는 날
萬曆疆犀洽之歲 日躔在心
만력강서흡지세 일전재심
서쪽 절강성의 후학
浙西後學
절서후학
첫댓글 천주실의는 예수회 선교사인 마태오 리치로 부터 지붕유설의 작가 이 수광이 명나라 사신으로 다녀올때 곤여만국전도랑 같이 가지고 왔다고 지붕유설에 기재되여 있다고 하는데 이지조는 누구인가요
이마두 신부를 적극 도운 명나라 엘리트 사람을 들자면, 서광계, 이지조, 양정균 세 사람입니다. 이지조(1565-1630)는 1601년 이마두 신부를 만나 각종 서양과학서적 등을 번역하였으나, 애첩이 있는 관계로 세례를 미루다가 애첩과 헤어진 후 1610년 이마두 신부에게 세례(레오, 良)를 받았고, 1784년 이승훈은 세례를 받고 귀국하면서 이지조가 엮은 '천학초함'이라는 책을 가져온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