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두 선생 28살에 송시열 선생께 여쭌 문제 (2018-2, 2018년 3월 28일)

[이경룡]

정제두 선생 28살에 송시열 선생께 여쭌 문제

(2018-2, 2018년 3월 28일)

* 하곡 정제두 선생이 송시열 선생의 문하에서 공부하였고, 1676年(28살), 1679년(31살), 1683년(35살) 2통, 1684년(36살)에 문의 드린 서신 5통이 남아있습니다. 송시열 선생의 문집에는 첫째 서신(28살) 1통이 남아있습니다. 이 서신의 내용은 같으나 글자가 조금 다릅니다.

하곡 선생이 28살에 송시열 선생께 드린 서신 1통이 중요합니다. 여기에는 마음에서 잡념을 제거할 수 있는지, 마음의 본체가 무엇인지 등을 물었습니다. 다시 말해 하곡 선생이 마음을 수양공부하는 것을 나타냅니다.

『하곡집』，卷一

1-3、絶四之‘固必’，謂事之私者耶？雖義理之至當者，亦當毌‘固必’與？

(송시열)答書曰：‘意必固我’，註‘意’私意也，然則其下‘必固我’三者，固自此一‘意’字一串貫下矣。若於義理之至當者，不可有‘固必’之心，則聖賢何以曰：擇善而固執？又何以曰：求必得之耶？

(정제두)按：若謂私已，則只一‘無意(毋意)’二字已盡之，何必曰‘固’曰‘必’，而謂無之耶？蓋雖正當者，如一有‘固必’之意，則已是私耳。至於固執之者，言其所守之篤，非謂有心之固也。

○ 네 가지 끊음(絶四)에서 고집(固)과 기필(必) 둘은 일처리에서 개인적 욕심(私)을 말한 것입니까? 지극히 당연한 의리가 있더라도 ‘고집’과 ‘기필’을 하지 말아야합니까?

(송시열) 답서：의(意)ㆍ필(必)ㆍ고(固)ㆍ아(我) 가운데 주자가 ‘의(意)’를 ‘개인적인 의도(私意)’라고 주석하였다. 따라서 ‘필’ㆍ‘고’ㆍ‘아’ 셋에도 ‘개인적인 의도(意)’가 일관된 것이 분명하다. 만약 지당한 의리에 대해서도 고집하고 기필하는 마음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하면, 성현이 어찌하여 ‘선(善)을 택하여 고집하라.’고 말하였으며, 또 어찌하여 ‘구하면 반드시 얻는다.’고 말하겠는가?

(※ 송시열 선생의 말뜻은 意가 개인적인 의도이기 때문에 뒤에 나오는 必固我 셋에도 意가 담겨있기 때문에 意必固我 넷을 하지 말라고 해석하였습니다)

(정제두) 생각해보면, 만약 意가 개인적인 사사로운 의도를 말하는 것이라면 개인적인 의도를 갖지 말라는 ‘무의(毋意)’ 두 자만으로 충분한데 왜 반드시 고(固)와 필(必)을 들어 하지 말라고 하였을까? 아마도 비록 정당한 것일지라도 고집하고 기필하려는 의도가 있다면 이것은 개인적인 사사로운 의도가 되기 때문이다. 뒤에 있는 고집은 지키려는 태도가 독실하다는 것이며, 의도를 갖고 고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참고자료：絕四

『논어 자한편(論語、子罕篇)』：“子絕四：毋意，毋必，毋固，毋我。”

“공자께서는 네 가지를 끊으신다. 의도함이 없으시고(毋意) 반드시 어떻게 하시겠다는 것이 없으시고(毋必) 고집함이 없으시고(毋固) 나라함이 없으시다(毋我).”

1-4、『易』言︰“寂然不動，感而遂通。”程子言：“廓然大公，物來順應。”朱子言：“心不可有一物，其繫於物有三：或事未來而期待，或事已應而長存，或正應事而意有偏重，都是為物所繫。”(又曰：“便有這箇物事，及別事來到，應之便差。聖人之心，瑩然虛明，隨物隨應，元不曾有這箇物事。”○朱子說止此。)

蓋聖賢之意，心欲虛靜，只隨事物而應之，不可有其事於心也。然此皆就論於外物酬應之處，而非指自我起念者言之也。凡事之當記留心中不可忘者甚多，如籍記父兄之年、承受朋友之寄，何可忘也？至於某事之當修、某務之當行，或有將行而有待者，亦有經始而未了者，如此等類，皆不可不先事經營，留在此心，非止如閒漫細事，隨來接應於無意之中也。今若勿論其緩緊，一切不留，必待迫至面前之後而應之，則已有爽時遺廢之患矣。又若先自經營，常常留心，則心中紛然多端，將無有寧靜時。其於聖賢之訓，相去遠矣，何如則心既無紛擾有物之失，而事亦可免於遺廢耶？

(송시열)答書曰：此段所引諸說皆得之，而細看來意，則其緊要處，在於外物酬酢、自我起念之同異而已。然自我起念者，何嘗不因於外物耶？雖思上古之事，上古亦外物也；雖思天外之事，天外亦外物也。天理之仁義禮智、吾心之四端七情，莫非物也。何嘗遺物而有自我別起之念乎？既知此念之因物而起，則來諭所疑，決然冰釋矣。此意，栗谷先生嘗於「論辨退溪說」，詳言之矣。

(정제두)按所謂‘寂然’、‘廓然’者，是心無私欲、寂然無纍之意，非謂不念事物也。(是以其心體言，非以其事物言也。)事物則人心所常有，豈有斷置事物之念，而求為寂然者乎？然則心未可無事物，只要無私欲，無私欲，故其體寂然不動。朱先生所云：‘不可有一物’，亦戒其有私欲之纍也。心體果能無所纍而寂然不動，則事物之念雖多，何妨於寂然！此「定性書」之意也。

○ 『주역(周易)』에서 “마음은 고요하여 움직이지 않지만, 외물이 마음을 움직이면 마음이 외물에 가서 닿는다.(寂然不動，感而遂通)”고 하였고, 정자(程子)는 “마음은 고요할 때에 활연하게 크고 공평하지만, 외물이 닫치면 내 마음의 천리에 따라 외물을 처리하되 마음에는 아무런 앙금을 일으키거나 남기지 않는다.(廓然大公，物來而順應)”고 하였고, 주자(朱子)는 말하기를 “마음에는 어떤 사물의 영상도 두어서는 안 된다. 마음이 사물의 영상에 매이게 되는 것은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일이 닥치기 전에 미리 기대하여 영상을 떠올려 생각하는 것. 둘째, 이미 처리하여 지나간 일의 영상을 마음속에 오래 두고 생각하는 것. 셋째, 현재 일을 처리하면서 어느 한쪽 영상만을 자꾸 떠올리며 생각하는 것. 이 셋은 모두 마음이 사물의 영상에 얽매인 것이다.” 하였다. (주자가 또 말하기를, “마음속에 어떤 일을 계속하여 생각하고 있을 때는 다른 일이 닥쳐오면 다른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 성인의 마음은 투명하게 맑고 허공처럼 비어있다. 사물이 닥치면 마음속의 천리에 따라 사물을 처리하며, 마음은 일이 있거나 없거나 언제나 아무런 일도 떠올리며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 주자의 주장은 여기까지입니다.)

대체로 위와 같은 성현의 말뜻은 마음에 어떤 영상도 비우고(虛) 외물의 감동도 없이 고요히 유지하라(靜)는 것이며, 설사 외물이 닥치더라도 비우고 고요한 상태에서 처리하되 마음에는 어떤 사물의 영상도 놓고 생각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들은 모두 외물이 닥쳤을 때 대응하는 것을 말한 것이며, 내 마음속에서 영상을 저절로 떠올려서 생각하는 것을 말한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마음속에 마땅히 기억하고 잊지 않아야할 것도 아주 많습니다. 아버지와 형님의 나이를 기억하는 것과 친구의 부탁을 받은 것 등을 어찌 잊을 수 있겠습니까? 당연히 처리해야할 사무 가운데 어떤 일은 앞으로 해야할 것도 있고 어떤 일은 시작하였으나 마치지 못한 것도 있습니다. 이런 일들은 사전에 미리 계획을 세우고 기억해 두어야하며, 급하지 않고 하찮은 작은 일처럼 닥쳤을 때 아무런 생각 없이 처리할 수 있는 것과는 다릅니다. 만약에 급한지를 따지지 않고 모두 마음에 두지 않고 있다가 반드시 눈앞에 닥친 뒤에야 생각하고 처리한다면 때를 놓쳐서 일을 망치는 잘못이 생깁니다. 그렇다고 미리 계획하고 마음에 두고 있으면 마음속에서는 이런 일들이 복잡하게 되어 평안하고 고요할 때가 없게 됩니다. 이렇게 미리 생각해두고 있는 것은 성현의 가르침과는 거리가 멉니다. 어떻게 하여야만 미리 생각하다가 마음이 복잡해지는 잘못도 없고 미리 생각하지 않다가 일을 망치는 잘못이 없도록 하겠습니까?

(송시열) 답서：위에서 인용한 글들을 해석한 것은 옳다. 그런데 물은 뜻을 자세히 생각해보니 중요한 것은 마음에서 생각하는 영상이 외물을 대응하면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내 마음속에서 스스로 생각하는 것인지 둘이 같으냐 다르냐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내가 스스로 생각하는 것이라도 결국에는 외물 때문에 일어난 것이 아닙니까? 비록 우리가 태어나기 훨씬 이전의 먼 옛날이야기라고 하더라도 이것들도 결국에는 외물이고, 우리가 알 수 없는 이 세상 밖의 일이라고 하더라도 결국에는 외물입니다. 심지어 천리라는 인의예지 또는 우리들 본심의 사단칠정 모두 외물입니다. 이렇게 보면 어떤 생각도 외물 없이 나 스스로 저절로 떠올리며 생각하는 것이 있습니까? 모든 생각은 외물 때문에 일어난다는 것을 이해하였다면 자네의 의문은 잘 풀릴 것이라고 여깁니다. 마음속에서 저절로 떠오르는 생각(獨影境)에 관하여 율곡 선생이 「퇴계 선생을 비판한 글(論辨退溪說)」에서 자세히 설명하셨습니다.

(정제두) 생각해보면, 『주역』의 “적연(寂然)”과 정명도 「定性書」의 “확연(廓然)”은 마음에 사욕이 없어서 적연하고 조금도 걸리는 것이 없다는 뜻이며 결코 아무런 사물도 떠올려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닙니다.(두 말은 마음의 본체(心體)가 이렇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며, 생각하고 있는 사물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물은 사람 마음에 항상 있는 것인데 어찌 사물을 생각하는 것을 끊고 아무 생각이 없는 적연한 상태만을 찾으라는 것이겠습니까? 다시 말해 마음에는 어떤 사물을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없고, 생각할 때 다만 사욕(私欲)을 없애라는 것이며, 사욕이 없을 때 마음의 본체(心體)가 적연하고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주자가 “마음에는 어떤 사물의 영상도 두어서는 안 된다.(不可有一物)”고 말한 것도 마음이 생각할 때 사욕에 걸리지 말라고 경계한 것입니다. 마음의 본체가 끝내 어떤 사욕의 걸림도 없애서 적연하게 되어 움직이지 않는다면 사물을 생각하는 것이 많더라도 본체가 적연한 것에 어떤 영향을 주겠습니까? 이렇게 해석하는 것이 정명도 「定性書」의 본뜻이라고 여깁니다.

1-5、程子謂：“人心不可二用。”，此固以逐事主一言之也。然如今又有事務繁多者矣，事務既不可廢，讀書講理亦未宜緩，而或專於此，則不能專於彼；入於彼，則不能入於此，紛紜作輟。非惟無以並專，將不無分精歧意，二用其心之患矣。俱是工夫，而相妨若此，則奈何？

(송시열)答書曰：程子於“九思”，有“各專其一”之訓。知此則來諭所病，自知其藥矣。

(정제두)按以事務為讀書之用，讀書為事務之源，互為之資，而亦隨其緩緊，進退饒減，則二者又可以相益矣。如或不察乎是，而背馳焉，則雖欲不相病得乎？噫！奚獨事務、讀書之為然哉？

○ 정자는 “사람의 마음을 동시에 두 군데로 나누어 말라.”고 하였습니다. 이것은 일을 하나씩 하나씩 집중하여 처리하는 뜻입니다. 그런데 만약에 복잡한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은 어떤 사무도 팽개칠 수 없고 또한 독서와 이해도 뒤로 미룰 수 없다고 한다면, 한 가지 일에 전념하면 다른 일에 전념할 수 없고, 이 일에 빠지면 저 일에는 빠져서 처리할 수 없기 때문에 우왕좌왕하다가 그만두게 됩니다. 두 가지 일을 동시에 전념할 수 없다면, 정력과 의도를 나누어 마음을 동시에 둘로 사용할 수 없는 걱정에 빠집니다. 복잡한 일을 처리하는 것도 공부이고 책을 읽고 이해하는 것도 공부인데 서로 이렇게 방해되는데 어떻게 하여야합니까?

(송시열) 답서：정자가 『논어』의 “구사(九思)”에 대하여 “(아홉 가지를 각기 생각한다는 말은 아홉 가지를 나누어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아홉 가지 모두가 마음을 어느 한 가지 일에 전념하는 것”이라고 해석하였습니다. 이 해석을 이해하면 자네가 모순이라고 여겼던 문제를 해결하는 약이 될 것입니다.

(정제두) 생각해보면, 일처리는 독서한 것을 적용해보는 것이고 독서는 일처리를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아는 근원이 되어 서로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일처리와 독서 둘 가운데 급한 것에 따라 먼저 하거나 뒤로 미루고 양을 늘리거나 줄인다면, 둘은 서로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것을 모르고 서로 모순으로 여긴다면 둘이 방해되지 않도록 하더라도 방해되지 않겠습니까? 아! 어찌 일처리와 독서 둘만 서로 모순되겠습니까?

참고자료：人心不可二用：

『近思錄』，「存飬」：

第48條：學者先務，固在心志，然有謂欲屏去聞見知思，則是"絕聖棄智"。有欲屏去思慮，患其紛亂，則須坐禪入定。如明鑒在此，萬物畢照，是鑒之常，難爲使之不照。人心不能不交感萬物，難爲使之不思慮。若欲免此，惟是心有主。如何爲主？敬而已矣。有主則虛，虛謂邪不能入。無主則實，實謂物來奪之。大凡人心不可二用，用於一事，則他事更不能入者，事爲之主也。事爲之主，尚無思慮紛擾之患。若主於敬，又焉有此患乎？所謂敬者，主一之謂敬。所謂一者，無適之謂一。且欲涵泳主一之義，不一則二三矣。至於不敢欺，不敢慢，尚"不愧於屋漏"，皆是敬之事也。

참고자료：九思

『論語、季氏篇』：孔子曰：“君子有九思：視思明，聽思聰，色思溫，貌思恭，言思忠，事思敬，疑思問，忿思難，見得思義。”

『論語集註』：“程子曰：‘九思，各專其一。’謝氏曰：‘未至於從容中道，無時而不自省察也。雖有不存焉者寡矣，此之謂思誠。’”

[能體]

일처리와 독서에 대하여 말슴하신 내용은 저한테 하신 것 같네요..

[이경룡]

조선시기 공부하는 젊은이들은
집안 일처리하랴 과거시험공부하랴
정말 바쁘게 살았지요.
둘을 한꺼번에 잘하지 못하였나 봅니다.

중국에서는 송대에도 명청시기에도
똑같은 문제 때문에 걱정이 대단하였다고 합니다.

하선생님만 그렇겠어요?
우리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
힘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