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승리’라는 말은 사실상 ‘정신 기만’을 의미하는 것이다.
● ‘정신 승리’라는 신조어는 매우 잘못 사용되는 용어이다!
요즘 유튜브 등에서 사용하는 이상한 용어가 있다. 그것은 ‘정신승리’라는 것이다. 특히 우파 유튜브들 가운데 좌파 사람들이 하는 특이한 생동을 비꼬기 위해 사용하는 용어 중 하나가 ‘정신 승리’라는 것이다. 이들이 ‘정신 승리’라고 말할 때의 그 의미는 “실제로는 혹은 현실적으로는 패배를 하였지만, 정신적으로만 스스로 승리를 했다고 스스로 생각을 한다”라는 정도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선거에서 졌지만, “정치 환경이 이렇게 불리한데 이 정도로 표를 얻었다면 이긴 것이나 마찬가지다”라는 식으로 스스로 잘 했다고 위로 하면서 전혀 패배감을 느끼지 못한다거나 혹은 실제로 범죄행위나 부도덕한 일을 하고도 “이것은 단순히 정권을 잡은 자가 자신을 견제하기 위해서 정치탄압을 하는 것이다”라고 생각하면서 전혀 자신의 잘못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에도 ‘정신 승리했네!’라며 비꼬는 것이다. 그런데 이 용어가 왜 문제가 될까? 그것은 ‘매우 고상하고 숭고한 어떤 것’을 지칭하는 용어가 정 반대인 ‘매우 저급하고 한심한 행위’를 지칭하는 용어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 정신 승리라는 말은 신조어 같지만 사실상 오래 전부터 사용해온 용어이다.
정신 승리라는 말을 학문적 의미로 사용한 사람은 철학자 베르그송이었다. 그는 자신의 「창조적 진화론」을 설명하면서 ‘진화란 물질에 대한 정신의 승리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의 진화에 관한 내용을 아주 간략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이 될 것이다.
1. 진화란 생명이 탄생한 이후부터 생명은 끊임없이 진보 발전하여 왔다. 애초에 생명이 어떻게 탄생하였는지는 과학이 알 수 없는 것이다. 생명 그 자체는 (자연의 혹은 신의) 선물이다. 2. 모든 물질이 있는 곳에는 생명의 가능성이 있다. 생명이란 물질 안에서 물질의 제약을 뚫고 조금씩 ‘의식(혹은 정신)’으로 발전하여 가는 것이다. 3. 식물의 생명은 의식이 잠든 상태이고, 곤충의 생명은 의식이 어느 정도 깨어난 상태이며, 인간의 생명은 의식이 완전히 깨어난 상태라고 비유할 수 있다. 4. 생명이 진화하는 과정을 물질의 제약을 극복하고 정신이 점차 물질의 제약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자유롭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은 ‘자유의지’이다. 즉 한 생명체의 진화는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서 미래의 어떤 것을 선택해가는 것’에서 가능해진다. 곤충도 선택을 한다는 차원에서 최소한의 의지가 있다. 장애물에 맞서 스스로 어떤 미래의 새로운 삶의 형식을 ‘고안(창조)’해 가는 것이기에 진화란 곧 ‘창조적 진화’인 것이다. 5. 그래서 베르그송은 진화란 곧 ‘물질 혹은 물질의 제약에 대한 정신의 승리’라고 말하는 것이다. |
물질에 대한 정신의 승리가 있었기에 오늘 날 인류라는 고등 생명체가 존재하고 있고, 비록 나쁜 것들도 많지만 인류는 찬란한 문화를 이룩해 왔다. 따라서 ‘정신 승리’라는 말은 매우 숭고한 어떤 것을 지칭하는 말이다.
● ‘정신의 승리’라는 말은 유비적으로 다양한 상황에서 사용될 수 있다.
베르그송이 말하고 있는 ‘정신의 승리’는 다양한 상황에서 매우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될 수 있다. 가령 사람들이 흔히 ‘인간 승리’라고 하는 말은 다른 말로는 ‘정신 승리’로 표현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독한 장애를 극복하고 위대한 업적을 남긴 ‘헨렌 켈러’ 같은 사람의 일생을 사람들은 ‘인간 승리’라고 한다. 이는 심각한 육체적인 장애를 극복하고 마침내 위대한 인생을 일구었기에 ‘육체적 제약에 대한 정신의 승리’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역경을 이겨내고 강인한 의지로 위대한 일’을 실현한 예술가들, 운동선수들, 정치가들, 학자들, 기업가들 등에 대해서 사람들은 ‘강인한 의지’로 ‘정신이 승리하였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의지’란 정신의 한 능력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중세철학자들은 인간정신(정확히는 지성혼)의 능력을 크게 ‘이성’과 ‘의지’로 나누고 있다. 따라서 ‘정신 승리’는 ‘인간 승리’와 같은 매우 고상한 언어이고 매우 숭고한 것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이러한 고상한 용어를 왜 저급하고 다른 사람들과 자기 자신을 기만하는 불쾌한 일을 지칭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것인지!
● 현재 사용하는 ‘정신승리’라는 용어는 사실상 ‘정신기만’을 지칭하는 것이다.
현재 유튜브에서 사용하는 ‘정신승리’라는 용어가 의미하는 핵심은 ‘교묘한 궤변을 통해서 자신의 실패나 오류를 마치 승리하였거나 자신이 잘 하였다고 타인과 스스로를 기만하는 (속이는) 행위’를 말한다. 따라서 이 경우는 ‘정신의 승리’가 아니라, 정신의 자기기만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경우 ‘정신 승리했네!’라고 할 것이 아니라, ‘정신 기만하고 있네!’라고 해야 정확한 표현이 될 것이다. 언어의 사회성을 십분 고려하더라도 매우 고상하고 좋은 의미를 가진 용어를 그것도 철학자들이 사용하는 좋은 의미의 용어를 정 반대의 사태를 지칭하기 위해서 사용한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정확한 용어'를 사용할 수 있는 곳에서 이렇게 이상하게 잘못된 용법을 사용할 필요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