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롯이 인간들 스스로 즐기는 날, 단오
우리 민족에겐 고유 경전인 천부경이 있다. 최치원 선생이 묘향산 절벽에 새긴 것을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 계연수 선생이 탁본한 것이 전해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천부경은 계연수 선생의 탁본분뿐만 아니라 여러 경로를 통해 현재까지 전해오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총 81자로 구성된 천부경에서는 숫자 1에서 9까지 등장하는데 각 숫자가 나타내는 것은 차원 수이며 이런 숫자를 통해 천지개벽과 삼라만상을 설명한다.
◇ 천부경에 나타난 5차원 인간
천부경에서 숫자 5는 인간을 나타낸다. 천부경의 구절 대삼합육(大三合六)은 ‘천기(天氣)‧지기(地氣)‧인기(人氣)가 합하여 인간의 육체를 만든다’는 뜻이다. 천지 기운만으로 만든 동물의 육(肉)은 천 하나, 지 하나가 더해진 2차원이다. 하지만 인육은 동물의 육에 인기가 깃들어 3차원이 되기 때문에 육 중에 인육이 으뜸인 것이다. 인육 역시 인기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천지 기운만으로 빚은 2차원인데 인기가 들어오면서 3차원이 되고 인기가 육체에 들어올 때 만들어진 에너지가 자리 잡으면 5차원으로 변한다.
이는 아이가 엄마 뱃속에서 나올 때 양수에 담겨 있어서 주글주글하던 피부가 갑자기 두 손을 꽉 쥐고 울고 난 후 쫙 펴지는 현상으로 설명된다. 갓난아기가 “응애” 하며 힘껏 울 때 인기(영혼)가 아이 몸의 6006개 기혈로 들어서는 순간이다. 난데없는 인기의 침입에 놀란 아이는 자지러질 듯 울어대지만 그래도 상관하지 않는 인기가 아이의 몸에 차고 든다.
이때 몸과 인기란 두 개의 다른 에너지가 만나면서 새로운 에너지가 만들어져 한데 뭉치는데 이게 바로 마음 에너지다. 마음 에너지가 만들어져야 비로소 인간 탄생 성공이다. 3차원인 인육에 인기가 들어오면서 생성된 마음 에너지를 가진 인간은 그래서 5차원이 되는 것이다.
◇ 단오의 의미
천부경에서 말한 5차원이 인간이라 5월 5일 단옷날은 바로 인간의 날이다. 5가 겹치는 날이라 인간들이 잔치를 열어 자축했다. 그래서 단옷날에는 본래 하늘에 제사 지내거나 조상신에게 제를 올려 기복을 바라는 대신 인기(人氣)가 충만한 날이라 굿을 통해 신과 대등하게 교류하고자 했다.
오롯이 인간들 스스로 즐기는 날이라 인간 중심의 놀이가 탄생했다. 남자는 씨름판에서 힘겨루기를 하고 여성들은 그네를 뛰면서 즐기고 함께 풍물놀이를 펼쳤다. 그리고 창포를 가지고 질병 없는 건강한 삶을 꾀하고 액막이를 했다. 특히 여성들은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창포 끓인 물로 머리를 감아 향기로 액을 막는가 하면 더욱 검고 윤기나는 머릿결로 만들었다. 이같이 단오는 인간이 인간 스스로를 위해 축제를 여는 날이다.
하지만 옛 마고할미 때부터 이어져 온 단옷날이 우리 민족 고유 명절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 그 기원을 중국 역사서에서 찾는 서글픈 현실이 되었다.
단옷날의 진정한 의미를 모른 채 단오제를 여는 것은 본질이 빠진 형식적인 행사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부터라도 천부경의 5란 숫자가 인간이란 사실을 바로 알면 단옷날의 진정한 의미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 예성탁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