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은 ‘상산(上山)’ 즉, ‘하늘산’이다
해운대의 진산(鎭山) 장산 이야기 ❶
우리가 늘 보는 뒷산, 장산은 넉넉한 품으로 해운대의 여러 마을을 품고 있는 우리 고장의 진산(鎭山-고을을 지키는 산)이다. 그런 장산의 원래 이름은 ‘상산(上山)’이었다. 1740년(영조16)에 동래부사 박사창이 편찬한 『동래부지』 산천(山川)조에 분명히 그렇게 기록되어 있다. “‘상산(上山)’, ‘장산’ 혹은 ‘봉래’라고도 부른다(上山 一云萇山 一云蓬萊)”고.
그가 이전 부사가 엮은 책을 참고하고 읍인(邑人)들을 방문하여 얻은 지식을 토대로 『동래부지』를 편찬하였다 했으니, 분명 옛날 해운대 지역 사람들은 장산을 ‘장산’이라 부르지 않고 그냥 ‘상산’이라 불렀을 것이다. 그러니 표제어부터 ‘상산’일 수밖에 없었으리라.
한편, 옛 지역민들은 장산을 ‘상살미’라고도 불렀다 한다. ‘상살미’는 ‘상산’에 산을 뜻하는 고유어 ‘뫼’의 방언 ‘미’가 덧붙여져 만들어진 이름이다. 즉 ‘상산+미’의 ‘상산미’에서 ‘ㄴ’이 ‘ㄹ’로 유음화(流音化)하여 ‘상살미’로 변한 것이다. 이는 ‘역전앞’처럼 한자어를 쓸 때 그 어원을 생각하지 않고 고유어를 겹쳐 쓰는 형태와 동일한 유형이다. 그럼에도 ‘상살미’의 ‘살’이 ‘머리’, ‘꼭대기’의 의미를 가진 ‘수리’의 다른 표현이라는 해석은 지나친 현학적 견강부회다.
산은 고대인들의 인식체계 속에서 곧 하늘이다. 비행기가 없던 시절, 산은 인간이 다다를 수 있는 가장 하늘과 가까운 곳이기에 그렇다. 우리 주변에 ‘하늘 천’자가 들어간 산 이름이 많다. 불교가 전래된 후에는 그 중 상당수가 불교식 이름으로 대체되었지만, 여전히 천왕봉, 천제봉, 천문봉, 천마산, 천주산 등등.
한국인의 무의식 속에서 크든 작든 모든 산은 신성하다. 국조 단군께서 붕어하시어 아사달산으로 들어가 산신이 되셨으니, 곧 하늘로 돌아가셨음을 의미한다. 우리는 예전에 조상의 묘를 ‘뫼’, ‘메’ 혹은 ‘메떵’이라 불렀고, 지금도 제사상에 고봉밥을 올리면서 ‘뫼 올린다’한다. 제주에서는 조상 묘의 봉분을 ‘산’이라 부른다. 모두 산 모양으로 생긴 까닭이다.
게다가 ‘상(上)’의 기본 뜻은 ‘위, 위쪽’이나, 원래 ‘하늘’을 뜻하기 위해 만들어진 한자의 구성 원리상 지사문자(指事文字)다. 실제로 고대의 갑골문, 금문에서 모두 하늘을 뜻하는 글자로 사용되었고, 동양문화권에서 하늘님을 뜻하는 옥황천제를 옥황상제로, 임금을 그 자체로 ‘상(上)’이라 칭한 것은 그 대표적인 용례이다. 그러니 ‘상산’은 그 이름 자체로 ‘하늘처럼 신성한 산’을 의미하는 것이다.
장산은 ‘상산(上山)’ 즉 의미상 ‘하늘산’이요, ‘천산’이다. 장산에 ‘천제단’이 있는 이유는 그로부터 분명해진다. 장산 기슭에 터를 잡아 장산 천신(자연신)의 품속에서 문화를 꽃피우고 역사를 일구어온 옛 조상들은 이 지역사회를 세계의 중심으로 인식했다. 우리는 그 뜻을 이어받아, 미래 사회에 대한 주체의식을 바탕으로, 타지역과 협력하여 문화를 함께 발전시키는 역할에 능동적으로 기여해야 할 것이다.
정승욱 / 문학박사 · 대동민속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