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100 해운대’를 꿈꾸며…
[ 황상규 ESG 칼럼 ]
기후위기 시대, 도시와 시민의 새로운 선택
< 해운대에서 지속가능성을 생각하다 ② >
7월 10일, 대통령실 김용범 정책실장은 범정부 차원에서 ‘RE100 국가산단’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전라남도 서남권 지역과 울산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기반 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는 이 계획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새로운 전환이다. 우리나라 산업정책의 중심축이 ‘기후대응’과 ‘재생에너지’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RE100’이란 Renewable Electricity 100%, 즉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자발적 글로벌 캠페인이다. 2014년 뉴욕 기후주간에서 처음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파리협정을 전후하여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전 지구적 연대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주도기관은 The Climate Group과 CDP이며, 전 세계적으로 Google, Apple, Microsoft, BMW, GM 등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이 캠페인에 가입하고 있다.
RE100에 참여한 기업들은 보통 연간 전력 사용량이 100GWh 이상이거나 글로벌 시장 영향력이 있는 대기업들이다. 이들은 2050년까지 100% 전환을 목표로 하며, 2030년까지는 60% 이상을 달성하라는 권고를 받는다. 구체적인 달성 수단으로는 REC(재생에너지 인증서) 구매, PPA(전력구매계약), 녹색 프리미엄 요금제 등이 활용된다. 실적은 제3자 검증을 거쳐 CDP 보고서를 통해 공개된다.
2025년 3월 기준으로, 전 세계적으로 445개 기업이 이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으며, 그 중 80여 개 기업은 이미 100% 달성을 완료했다. 평균적인 달성 목표 연도는 2031년이다. 한국 기업 중에서도 36개사가 참여 중이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등 반도체·배터리·전자 업종을 중심으로 RE100 이행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흐름 속에서, 대통령실이 국가 차원의 ‘RE100 산단’ 구상을 밝힌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첫째, 기후위기 대응 전략으로서 재생에너지를 주류 전력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신호이다. 둘째, 지역 분산형 에너지 체계를 구축하고, 수도권 일극 에너지 구조를 다극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구조개혁이다. 셋째, 글로벌 공급망 속에서 경쟁력을 잃지 않기 위해 국내 기업들의 RE100 전환을 지원하겠다는 산업 정책적 배려다.
RE100 국가산단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입주 기업들이 실질적으로 RE100 전환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단순히 태양광 패널 몇 장을 설치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재생에너지 업체들과 장기 전력구매계약(PPA)이 가능하도록 제도와 가격 구조가 정비되어야 하며, 기업이 재생에너지 사용실적을 글로벌 기업에 신뢰성 있게 보고할 수 있는 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둘째, 입지선정은 단순한 부지 확보가 아니라 지역의 수용성과 에너지 자원의 잠재력을 모두 고려한 전략적 선택이어야 한다. 울산의 경우, 해안선에는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먼바다에 부유식 해상풍력단지가 이미 추진 중이며, 전라도 신안군 안좌도, 영광군 영농형 태양광 발전 등 지역주민 참여형 모델이 결합된 햇빛연금과 바람연금 모델을 도입하고 있다. 이처럼 주민 수익 분배와 지역 순환경제를 고려한 구조가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
셋째, 도시 중심부에서도 도심형 RE100 실현 방안이 검토되어야 한다. 부산 해운대를 예로 들어보자. 이미 이 지역은 관광과 주거가 혼재된 고밀도 복합도시이지만, 도로 비탈면, 공영주차장, 공공기관 옥상 등 유휴부지를 활용한 태양광 설치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
중앙 정부가 ‘RE100 산단’을 추진하듯이, 그 정신과 방법론을 확장하여 해운대 지역 사회가 중심이 되는 ‘RE100 해운대’를 상상해본다. 해운대가 ‘RE100 도시’가 되어, 지속가능한 재생에너지 실험의 공간이 될 수 있다. 지속가능한 해운대는 기후위기에 공감하는 재생에너지 기반 위에서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다. 에너지 전환과 지속가능한 해운대는 지혜로운 시민들의 미래를 위한 작은 노력 하나 하나가 모일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황상규 / ESG평가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