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고 쓰기 방>에서
4편의 시, 이곳 시인님 방으로 옮겼습니다.
사월의 백목련 외 3편/ 승향희
파란 하늘, 흰구름 띄우고
겨울의 무게에 눌렸던 어린가지는
숨을 틔워
순백으로 봄을 연다
오므려 쥔 붓끝 같은 봉오리
피어나는 그 찰나
구름 한 장이 땅 위에 내려앉은 듯
목련은 바람이 되어
보이지 않는 향기로
멀리 바다에 스며들고
숨겨 두었던 가시를 안은 채
아름다움은 상처를 품고 피어난다
사월의 어느 날
봄의 약속은
차가운 물빛 아래로 기울고
순백의 이름들이
부르지 못한 채 가라 앉았다
만개하던 시간을 멈추고
하얀 꽃잎들은 바다 깊은 곳으로
조용히 흩어졌다
백목련처럼
고요히 피어나던 순백의 꽃잎들
가시 같은 이별만을 남긴 채
되돌아오지 못한 봄
그날 이후
사월의 향기는
슬픔의 비를 머금고
더 이상 흩날리지 못한다
아름다움은 희생의 무게로 접혀
흙보다 깊은 곳에 묻히고
그러나
가지 끝 어딘가에서는
다시 피어날 것을 알기에
사월의 백목련,
그 꽃이 피는 순간마다
우리는 이름을 부르듯
다시 만나리
별은 다시 빛난다/
유난히 맑은 햇살아래
가슴 활짝 펴
미소들이 하늘빛 속으로 번져
공기 가득 채운다
붉게 스미는 노을 사이
깃털 달린 작은 별 하나
포물선을 그리며 하늘을 가르고
둥글게 번져가는 웃음
하얀꽃 한 송이로 내려 앉는다
살랑이는 바람 끝에 매달려
나뭇가지에 걸터 앉은 채
누군가를 기다리던 순간
태양처럼 빛나던 그 여인
손을 뻗는 순간
발끝의 별 하나
그만 길을 잃고
땅위에서 주저앉았다
그녀는 불꽃처럼
타오르는 마음
바람을 가르는 발걸음
바득하게 쌓은 지성들
빛나던 하루가
잠시 멈취 선 자리
그러나
어둠이 깊을수록
별은 더 또렷이 숨 쉬고
아픔 속에서 단단해지리라
식지 않은 불씨처럼
가슴 한 켠에서
다시 걷고 싶은 열망이 타오른다
상처를 감싸 안은 채
천천히 회복의 시간을 건너
다시 땅을 딛는 발걸음
그 한 걸음이
세상을 향한 작은 빛이 되어
별빛처럼 멀리까지
번져가리라
한 해를 돌아보며/
어느덧
해가 가장자리가 닳아
며칠 남은 햇살만이
저물녘에 걸려있다
며칠 남지 않은 날들
허전한 순간들이 물밀듯 밀려와
손에 쥔 시간도
이름 모를 곳으로 흘러
빈 손만 남긴다
나는 성실 했는지
낭비한 날들이 얼마나 되는지
감사로 하루를 건넜는지
조용히 나에게 묻는다
이제,
지난해의 그림자를 접어
문턱 밖에 두고
새로운 빛을 들이기 위한
작은 다짐 하나를 세운다
사랑하는 이에게
엽서 한 장
따뜻한 말 한 마디 건네는 일
그 작은 정성 속에
한 해의. 무게가 내려 앉는다
받을 때보다
내어줄 때 더 빛나는 사랑을,
어떤 역경의 다리가 놓였을지라도
인내의 밧줄로 넉넉히 건네며
서로의 시간을 건너는 한 해
그리하여
오늘에서 내일로 옮겨 심는
봄을 향해 준비한다
우물 속의 여운/
한 잎 낙엽이
사르르 떠 오르는 순간
가슴 골짜기 조여드는
묵은 울음을 참으며
돌아서는 길
지나온 시간의 저편,
깊은 우물에 감추어 두었던
애틋한 속삭임이
물결처럼 다시 울려와
그 울림을 부등켜 안는다
뭉클하게 두드리는 기다림의 심지
다시 돌아올
그 여운을 품은 채,,,
카페 게시글
승향희 서재
사월의 백목련 외 3편/ 승향희
안병석
추천 0
조회 123
26.04.02 12:50
댓글 1
북마크
번역하기
공유하기
기능 더보기
다음검색
첫댓글 안 선생님께서 서재 공간으로 옮겨 주셨군요
~^고맙습니다 ^~
"시 읽고 쓰기 방" 1편을 퇴고 하러 들어 가다가 이제 봤어요
오타가 있어서 수정합니다
"파란 하늘, 흰구름 ~"
'란' 글자가 빠졌어요
그리고 10연에서
~희생의 무게로 접혀져~에 '져' 글자를 빼려 합니다(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백목련"에 비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