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호수 공원을 시험무대 삼아 여러 번 주행시험을 했고 생각보다 성능이 좋은 편이라는 판단 을 내렸다. 점차 속도를 낼 수 있게 되자 좀 더 장거리를 갈 계획을 세우게 되었고 여기에 전동 모터를 달면 상당히 먼 거리도 갈 수 있다고 판단해 그 작업에 돌입하였다.
여러 전동 모터와 배터리들을 달아 보면서 많은 고생과 시행착오 그리고 헛수고도 하면서 작업의 노력과 시간을 많이 들였다. 평소 차량을 이용하지 않고 먼 거리 여행을 할 수 있는 좋은 이동수단으로 자전거가 좋은데, 장애인으로 이러한 자전거를 탈 수 없었기 때문에 자전거 수준의 빠른 속도와 이동성을 가질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은 늘 있었다. 만약 자전거로 여행하는 수준의 이동수단이 있게 된다면 장애인도 여러 곳을 유유자적하게 살펴보면서 자연 환경을 즐기면서 여행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늘 자동차로 움직이는 여행은 자전거가 줄 수 있는 세세한 면이 상당히 부족하다는 점이 있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일정지역을 가더라고 세세하게 살펴보고 도보로 살펴 볼 수 있는 영역까지 내 스스로 여유 있게 볼 수 있다면 장애인인 나로서는 더 할 나위 없이 좋은 여행환경이 아닐까하는 바람을 이루기 위한 마지막 노력이기도 했다. 이러한 면은 50세가 넘게 장애인으로 살면서 내 스스로가 가고 싶거나 보고 싶은 곳을 내 스스로 계획하여 온전히 즐기면서 보고 싶은 내 마음 속의 염원이기도 했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와 수정을 통해 폐달을 돌려 동력을 전달하면서도 모터를 통해서도 속도를 낼 수 있는 핸드바이크를 완성하였다. 여러 가지 시험을 통해서 성능 면에서 문제점이 없다고 판단을 내렸다. 첫 여행코스로 경인아라뱃길을 통해서 서해갑문이 있는 정서진까지 가는 구간을 여행하기로 했다. 일산에서 행주대교를 넘어 한강갑문 코스를 통해서 경인아라뱃길을 가는 구간이다. 총 구간이 대략 80Km 정도의 왕복거리였다. 이래저래 100Km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하였다. 일산의 백석동에서 출발하여 능곡을 거쳐 행주대교까지 도착하였다. 자전거 길을 지도에서 확인하였지만 행주대교를 넘어가는 길을 찾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 이리저리 찾았지만 쉽게 연결 구간을 못 찾아 헤맸다. 우여곡절 끝에 행주대교를 넘을 수 있었다. 가끔 자동차로 달려 넘어가긴 했지만 행주대교를 직접 이렇게 휠체어로 넘어가 보기는 생전 처음이었다. 한강의 물색이 짙었다. 다리의 노면 상태가 매우 불량하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다리를 넘어서 한강갑문지역에 도착할때에는 해가 넘어가기 시작했다. 좀 더 달려 경인아라뱃길의 초입에 안내표지가 있는 곳에 도착했을 때는 밤이 되어 있었다. 여름 밤의 열기와 수변가의 냉기가 어우러져 고즈넉한 정취를 만들고 있었다. 이 자전거 길을 달리는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환경들을 자전거를 통해 즐기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 대열에 동참하면서 이러한 여행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매우 기쁜 순간이기도 했다. 평소 도보로 움직이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많이 다닐 수 없었고 자동차를 이용한다고 하더라도 이동은 빨리 할 수 있었지만 뭔가 자세히 보고 관찰하면서 즐긴다는 점은 늘 부족했었다. 전동스쿠터를 가지고 다니게 되면 가까운 곳들을 이동하는데 어려운 점은 없었지만 여행의 개념을 만족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았다. 이렇게 자전거의 이동속도를 충족하는 이동수단을 가진다는 것은 장애인의 삶에 있어서는 정말 다른 세상을 보게 되는 도구가 되어주는 셈인 것이다. 인간이 자신의 의지와 계획대로 여행을 한다는 것은 일반적인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별일이 아니겠지만 반평생 장애인으로 살아온 나에게 있어 이러한 순간은 여러 면에서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인간이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 이렇게 즐거운 것이라는 점을 세삼 느끼는 순간이기도 했다.
정서진이 있는 서해갑문 까지는 달리는 구간은 자전거 길을 잘 만들어 놓아 달리는 것은 어려움이 없었다. 가는 구간마다 여러 볼만한 것들도 있어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였다. 산 중턱을 타고 벌써 운무가 끼고 밤이 깊어지면서 차가운 공기가 몸을 감싸기도 하면서, 높은 타워에 밝은 문구를 넣은 전광판의 모습이 어우러져 이 길을 이렇게 달려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는 아름다운 경관을 자아내고 있었다. 달리는 구간이 길어지면서 폐달을 돌리는 양 어깨가 힘이 들고 오르막길 과 내리막길을 반복하면서 피곤이 쌓여가기 시작했다. 아라뱃길 구간의 휴게소에서 컵라면으로 허기를 달래고 잠시 피로도 풀었다. 벌써 자정이 가까워 오는 시간이 되면서 도착지점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갈 생각을 하니 아득하기만 했다.
멀리 서해갑문의 타워가 보이는 인접도로에 들어서자 정말 장관이 펼쳐졌다. 너무나 아름다운 야경에 잠시 넋을 놓고 보았다. 계속 달려 정서진을 알려 주는 지표상의 추를 만들어 놓은 건축물이 있는 곳에 도착하였다. 여기가 정서진이구나 하는 생각과 더불어 정말 피곤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순간이기도 했다. 짙푸른 밤하늘과 바닷가내음 그리고 정적이 깔린 밤의 느낌이 이 여행을 통해 지난 삶의 고통과 노력의 시간들을 한꺼번에 되새겨 보는 순간의 지점이었다.
돌아오는 구간은 인고의 시간들이었다. 갈 때의 느낌과 다르게 피로가 많이 쌓이면서 참고 달리자는 생각으로만 가 야하는 구간이었다. 새벽 서너시가 가까워지면서 행주대교를 넘어 멀리 일산의 백석동 지역의 높은 건물들이 보이는 도로에 도착했다. 이렇게 내가 사는 동네가 반가워 본 적은 없었다. 이 여행을 통해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낸 이동수단을 통해 내 스스로 이렇게 먼 거리를 갔다 올 수 있었다는 자신감과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내 스스로의 의지와 노력으로도 얼마든지 자전거 장거리 여행구간을 갈 수 있다는 점도 확인한 셈이다. 인천지역의 경인아라뱃길 뿐만이 아니라 전국의 자전거 여행 구간은 다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내가 만든 핸드바이크를 가지고 4개강 유역의 전국 국토 종단의 계획을 구상하게 되었다. 당장은 시행하기에 여러 가지 문제점이나 준비할 것들도 많기 때문에 다소 시간은 걸리겠지만 반드시 이루어내겠다는 생각이다. 내 삶의 여정에서 이번 여행을 통한 확신과 자신감은 남은 내 인생의 새로운 전환의 계기가 될 것 같다. 이 여행을 무사히 마치게 된 점에 너무 감사한다. 여행에 동반해 준 박병선 선생에게 무한한 감사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