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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연인이다'에서 도시를 벗어나 자연에서 유쾌하게 살고 있는 손두규 씨(59살/입산 14년)의 이야기를 전한다.
자연인 손두규 씨는 마음 내키는대로 웃통을 벗고 풍욕을 하는가 하면, 바다에 나가 거침없이 조개를 캔다. 산과 바다를 모두 품고 있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비밀스러운 공간에서 유쾌하고 밝게 살고 있다.어릴 때는 고향마을의 고마움을 잘 몰랐지만 지금은 이보다 더 낙원이 없는 것 같다.
그는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그가 6살때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어머니는 5남매를 힘들게 키우셨다. 그런 어머니를 생각해 학업보다는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가구 회사에 취직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그와 대졸 동기생들 사이의 월급 격차가 벌어지면서 회의감에 빠지게 됐다. 월급도 월급이지만 승진도 쉽지 않았다.
뒤늦게 주경야독으로 공부해 대학교 회계학과에 입학했다. 졸업한 후, 외국계 회사의 회계팀에 입사했다. 특유의 성실함과 꼼꼼함으로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집에 들어갈 시간조차 없어 회사 근처 여관방을 잡고 일에 매달렸다. 그당시에는 컴퓨터 시스템이 없어 오로지 수작업으로 일을 해야했는데 일의 양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결국 좁은 사무실에 갇혀 15년을 꼬박 회계 장부만 들여다보고 있다 찾아온 허리디스크로 걷기 힘들 정도에 이르렀다. 기어 다니는 생활이 이어졌다. 청춘을 바쳐 밤낮없이 일에 매진했지만 남은 건 병든 몸. 그는 다시 고향땅으로 향했다.
손두규 씨는 도시에 있을 때는 꽃구경 한번 갈 여유가 없었다. 그렇게 열심히 일한 것이 문제였을까. 그의 결혼생활 태도에 실망한 그의 부인은 그와 가족들을 떠나고 말았다. 벌써 20년 전의 일이다. 당시 그의 아들과 딸은 불과 6살 4살이었다. 그는 혼자 아이들을 키웠다. 아이들에게 끼니를 만들어 주고 회사일은 회사일 대로 해야하니 정말 힘든 나날이었다. 딸의 초경때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아프다고 말한다. 엄마가 곁에서 잘 받아줬어야 했는데... 그는 그런 경험이 없어 너무 힘든 일들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아이들은 잘 커주었다. 두명 다 학교 장학금으로 졸업해서 각자 자신의 길을 잘 가고 있다. 너무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는 이곳 고향땅에 들어와 설움을 보상받듯 매일매일 산과 바다를 누비며 사계절을 만끽하는 재미에 빠져있다.
산천에 널린 두릅, 잔대, 더덕, 산삼을 캐기도 하고 바다에 나가 아름다운 석양을 바라본다. 산삼새싹, 생선찜 등 산해진미로 가득한 건강밥상은 그의 허리 건강을 되찾아준 일등공신이기도 하다. 또 요즘에도 허리를 위해 매일 거르지 않는 자신만의 운동법이 있다. 윗옷을 벗고 풍욕을 하는 것이다. 매일 하루 10킬로미터정도 산과 바다를 걸으면서 허리 통증도 말끔히 사라졌다. 그는 자녀들의 앞날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해서 장뇌삼을 부지런히 심고 있다. 자녀들에게 짐이 되지않고 조그만 힘이 되고 싶은 것이 그의 소망이다. 그리고 산너머에 살고 계신 어머니에게 좋은 약재를 자주 갔다드리고 싶은 마음이 많다. 혼자 자식들을 키우시느라 고생하신 어머니께 너무도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
그는 부인과 헤어지고 아이들을 혼자 키우면서 참 힘든 나날을 보냈다. 그기에다 허리까지 아파서 일상생활을 하지 못할 정도가 되자 인생을 많이 원망했다. 그러나 지금은 자신이 이세상 그 누구보다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참으로 자신은 복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하루하루를 지낸다. 이 터전을 잘 다듬어 후손들에게 잘 물러줘야겠다는 각오를 한다.
자연인은 인생을 여행에 비유한다. 여행은 한 곳에 머무는 것이 아닐 것이다. 어느 정도 머물다 떠나고 또 다른 세대가 찾아와 있다 가고... 갈 길을 잃고 방황하던 그에게 자연은 참으로 명확한 답을 주었다. 산처럼 묵묵히 살아가고 바다처럼 깊게 흘러가라고...손두규씨의 이야기는 2017년 5월 17일 방송됐다.
(자연인의 생활팁)
@풍욕...몸의 나쁜 기운이 빠져 나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특히 피톤치드가 많은 소나무나 편백나무 숲에서 행하는 풍욕은 더욱 좋다.
@장뇌삼을 먹고 김 미역 다시마를 먹지 않는다. 중화시켜 배출시켜 버리기 때문이다.
@바다에서는 조개와 고시래기 등을 가져다 먹는다.
@명이 나물...이른바 산마늘이라고 한다. 잎이 쌉사름하면서 맛있다.
@새싹 삼...장뇌삼을 심기 위해 키우는 것. 일부는 장뇌삼으로 심고 나머지는 그냥 싹을 먹는다. 효과는 삼과 버금갈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