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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 아버지가 지은 집이고, 내가 이사할 집이다.
동네 어른이 이십몇 년간 살았고
십 년 가까이 비워져 있었다.
몇 년 전 방앗간이 있던 건물과 경운기 차고는 허물고 없다.
밤새 이삿짐을 싸놓고 잠깐 누웠는 데 작은 누님의 전화를 받는다.
정신차리고 일어나라는 전화였다.
이제 막 누웠는데...
새벽 6시에 온다는 이삿짐 차량은 정확히 5분전에 도착했다.
이런 날은 조금 늦어도 괜찮은데...
비몽사몽 일어나 옮기는 이삿짐을 도운다.
5톤차에 이삿짐을 실어 보내고
나는 내 승용차의 운전석에 앉는다.
이삿짐 차량 운전자 분께서 비몽사몽 하고 있는 나를 보면서
조심해서 올라오라고 심심한 부탁이다.
그도 그럴 것이 밤새 잠 한 숨 못자고 부산에서 강원도까지 자가운전을 한다는 건 어렵고도 힘겨운 일이다.
그러나 어머니 장례식 때, 그 때의 일을 떠 올리며 정신을 바짝 차린다.
코로나19로 반납 못 한 책과 열쇠가 있다.
이걸 어쩔까 하다가 반납시키고 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민락작은도서관의 책은 동사무소 입구의 책 반납함에 넣어두고,
수영구민체육센터의 사물함 열쇠는 주차장관리실 입구에다 던져두고 부산을 출발한다.
아침 햇살에 더욱더 신경이 쓰인다.
부산울산고속도로를 통해 동해안 7번 국도를 이용하려 했으나
네비가 중앙고속도로를 안내한다.
영주를 경유하며 태백으로 들어올 때 이삿짐 차량의 운전자의 전화를 받는다.
광동댐 호반길로 접어드니 길은 좁고 경사는 심해서 이 길이 맞느냐는 전화다.
미안했지만 미리 그정도 된다는 말씀을 드렸기에 맞다고만 말씀드린다.
조탄에서 아홉구미로 넘어오는 데 벌써 내 집 마당에 이삿짐 차량이 도착해 있다.
부산에서 올 때 휴게소와 길가에서 세 번을 졸았다.
도저히 운전을 해서는 안 되겠다 싶은 생각에 무조건 운전석 의자를 젖히고 잠시 눈을 붙였다.
신경이 쓰였는지 잠은 5분 10분씩 깜빡 잠들었다가 눈이 뜨였다.
젊은 청춘을 항구도시 부산에서 보냈고,
은퇴자의 몸으로 귀향을 한다는 게 쉽고도 어렵다는 걸 실감한다.
막상 이삿짐을 싸기까지 준비기간을 제외하고도 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동해에 사는 동생네가 하루 연차를 내고 고향집에 와 있었다.
많은 도움이 됐고, 그날 저녁을 광동에서 동생이 샀다.
동생을 보내고 혼자서 불켜진 집으로 돌아왔다.
이제 남은 인생과 함께할 내 집인데 너무 초라하고 낡았다.
내 차를 손보듯 쓸고 딱고 바르면서 고쳐볼 생각이다.
짧으면 3년, 길면 5년이면 괜찮은 집이 될 것도 같다.
빈 방의 많은 짐들이 책으로 쌓였다.
언젠가는 서가가 있는 작은 서재가 있는 방이 만들어 졌으면 좋겠다는 꿈을 꾼다.
그 꿈이 이루어 지기를 희망한다.
산중에서 첫날밤이 설레면서
아버지의 손때 묻은 집에서 인생 2막의 첫 잠을 실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