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동화 후기/2020 10 14
오늘 그림동화 첫 세미나를 했다. 트멍에서 오전 공부를 하고 죽성고을에 가서 점심을 먹고 영심샘, 경숙샘 두 차로 연미마을로 갔다. 제주대학에서 한라도서관으로 이어지는 산간의 목장길을 쭈욱 따라가니 연북로와 만날 수 있었다. 거기에서 서쪽으로 5분도 채 안가서 연미마을이 나온다. 이동하는데 20분이 안 걸린 것 같다.
연미마을은 구제주와 신제주를 이어주는 중간 마을. 연북로보다 훨씬 지대가 낮아 도심속에 숨어 있는 시골마을처럼 느껴진다. 구불구불한 돌담길이 정겹다. 우리가 공부할 공간은 이 좁은 마을 길에서 다시 차 한 대 들어갈 정도의 좁은 골목으로 쭉 들어가서야 나온다. 빨간 벽돌의 조그마한 집. 작아서 더 쨩쨩해 보인다.
넓은 마당엔 잔디가 깔려 있고 잔디 너머 집 앞엔 구실 잣밤나무들이 울창하게 숲을 이루고 있다. 집 뒤 우리가 지나온 골목 양쪽으로는 귤밭이 들판처럼 펼쳐졌다. 귤은 노랗게 익어가고. 마당 한 켠에서 한 편의 시가 우리를 맞아준다. ‘마른 나뭇가지를 위하여’. 시에서 가을의 정감을 물씬 맡으며 이 집 주인의 품격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영심샘 친구분이 이 집의 주인인데 이 분도 이 집을 빌려 쓰는 중이라고 한다. 그러면서도 우리에게 쓰게 해주었다. 식탁엔 간식까지.
그림동화는 낯선 세계다. 공주는 아끼는 황금공을 하필 연못에 떨어뜨린다. 연못 속의 두꺼비가 황금공을 주워준 댓가로 공주와 함께 먹고 자고 싶다는 두꺼비의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약속해 놓고 집안으로 들어가 버리자 두꺼비는 악착같이 따라가 공주의 침대까지 들어가고...... 공주가 화가 나서 두꺼비를 죽으라고 벽에 패대기치자 뾰옹 왕자로 변하는 이야기. 이런 이야기를 좋아하면 어떤 사람들은 별난 이야기를 좋아하는 별난 사람으로 취급하기도 한다. 자기만의 세계에 사는 사람으로. 물론 동화라고 하면 그만이지만.
하지만 불과 100년 전까지는, 근대가 시작되기 전에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몇 만년을 두고 내려오며 전해졌던 보편적인 이야기다. 세계 거의 모든 지역마다 변형을 이루며 퍼져있던 이야기. 아직 세련되게 다듬어지지 않은 채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 그 윤리를 스토리로 스스로에게 다짐했던 이야기. 야생의 어법 그대로 날것을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경숙샘이 얼마나 실감나게 읽는지 우리는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곁에서 듣던 하루도 빙그레 웃는다. 진아샘도 영심샘도 감정을 안 넣고 읽을 수가 없다. 중간 중간에 한 번씩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혼자 눈으로 읽을 때는 전혀 못 느꼈던 감흥을 함께 소리 내어 읽으니 가슴으로 울림이 왔다. 역시 낭송은 힘이 세다. 재미 있으니 분석도 척척 해 보았다. 우리는 약속이나 한 듯 음양오행으로 해석해 보려 했다. 트멍에서 방금 읽고 온 광병치료까지 연결하면서. 유럽민담을 동양의 동의보감으로, 참 희안한 시도이다. 내가 저번부터 잘 안된다고 하도 징징거려서인지 샘들이 막바로 오행을 들이대며 해석했다. 왕자의 충성스런 신하 하인리히가 왕자가 개구리로 변했을 때 너무 슬퍼 가슴이 터질까봐 철로 만든 3개의 띠로 가슴을 감았다는 대목에서 더 그랬다. 왜 철띠로 감았을까? 왜 3개일까? 철은 금(金), 가슴(심장)은 화(火), 둘의 관계는? 화극금? 안 맞는다. 심장이 터지지 않게 하려면 금이 화를 극해야 한다. 그런 건 오행에 없다. 실패! ㅋㅋ 웃은 다음 또 다르게 해석해보고.
개구리에서 왕자로 변하자 그 기쁨으로 인해 철사줄이 3번 끊어지는 소리가 난 것을 두고서는 슬픔은 일부러 가슴을 묶어 막으려 했지만 기쁨은 그러지 않아도 되었다고. 기쁨(화)은 절로 슬픔(금)을 이길 수 있으니까.(화극금)
돌아오면서 약간 걱정?이 되었다. 오늘은 발제가 없어서 이처럼 발랄?하게 낭송했지만 다음 번부터 발제도 하고 분석 하다보면 낭송할 시간은 적어질테고 오늘처럼 유쾌할 수 있을까라고. 기우일지 모른다. 해보아야 알지. 우리 세미나가 연미마을에서 익어가기를 바래본다.
첫댓글 박보살님~~~오늘 세미나 후기도 꼭 올려주시길요!^^
다음 주에 ㅋ
급한 거 부터 먼저하고.
어제 기분이 사라지지 않아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