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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과 그 다음날은 자유시간 및 옵션 관광이 예정된 날, 첫 날은 분당에서 오신 어르신 4분(부부 2쌍)을 비롯한 4가족만이 아융강 래프팅 옵션(1인당 68불)을 신청하셨고 가락동에서 온 5가족 20명(아이들이 14명)은 호텔 수영장에서 즐기며 라면과 햇반으로 점심을 때우겠단다.(옵션을 신청 않고 자유시간을 가질 경우 점심 제공 안함) 그리고 친구 사이인 3 아가씨는 호텔에서 쉬다 오후에 구따 시내에나 나가 볼 계획이란다. Y선생과 나도 첫날은 래프팅을 신청하고 이튿날은 자유여행을 갖기로 계획했었으나 인도네시아인 가이드 "만덕이"의 한국인 가이드에 비해 순진한 눈망울이 옵션에의 부담을 엄청 완화시킨다. 어차피 이곳 저곳을 돌아다닌 Y선생이나 나나 "인터내쇼널 눈치"가 아니던가? 나보다 10년 연상이신 넉넉한 인품의 Y선생에 비해 쫀쫀하기 이를 데 없는 나는 Y선생을 꼬드겨 이틀 다 자유여행을 하기로 계획을 바꿨다. 그것은 영업적이지 않은 "만덕이"의 순진함 탓도 있지만 짱구비치를 새벽 산책 중 만난 해변의 아마츄어 화가 "오굿"과의 인연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정이었다. 오굿은 1974년 4월8일생 우리 나이로 서른, 7살과 2살의 두 딸을 둔 가장으로 순진한 눈망울에 짱구비치에서 외국인을 상대로 닦아온 "비지니스 잉글리쉬"가 퍽 인상적이었다. 자신이 살아온 역정을 간단히 적어서 달라고 했더니 이튿날 리포트를 내는 학생처럼 단정한 영어필체(간간히 철자가 틀리긴 했지만)로 2쪽 분량의 자기소개서를 써 가지고 왔다. 미술학도가 되고 싶었지만 가난한 집안 형편 때문에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그림 행상으로 돈을 모아 언젠가 大畵家의 꿈을 이루고 싶다는 그는 지금도 아는 知人들을 통해 그림 교습을 틈틈이 받고 있단다. 추상화에 관심이 많지만 상업성이 없기에 관광객들에겐 주로 발리 풍경을 담은 유화를 팔고 있단다. 공군에서 퇴역한 그의 아버지가 현대자동차의 경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오굿의 얼굴에서 "잘 사는 나라" 한국에 대한 관심어린 憧憬을 읽을 수 있었다. Y선생과 나도 아궁산과 긴다마니의 풍경을 담은 유화를 3달러 씩에 구입했다. 그리곤 그로부터 양심적인 기사 "마디"를 소개받아 이틀 간의 자유여정을 즐기기로 했다. 오굿이 중재하여 블루택시 기사인 마디와 합의한 이틀간의 택시대절 비는 50불(첫날은 20불, 보다 늦은 밤 시간에 마칠 둘째날은 30불), 첫날 전화로 호텔 프론트에 문의해 확인한 하루 택시대절비 60불보다는 훨씬 저렴한 비용이다. 돈도 돈이지만 이미 아침 산책마다 마주쳐 우리의 친구가 되어버린 오굿(오굿은 아침 7시만 되면 어김없이 그의 일터인 짱구해변에 화구를 끼고 가장 먼저 출근하였다. 시계행상을 하는 그의 친구와 목걸이 행상을 하는 동네 아낙들이 느즈막한 시각에 해변에 나타나 관광객들에게 물건을 강매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단지 미소를 흘릴 뿐이었다.)이 소개한 한 동네 사람 마디는 정말 점잖고 건실한 사람으로 신뢰가 갔다. 나중에 오굿을 통해 들은 바론 마디는 힌두승려였다. 사원에서 구도생활을 하는 고승들과는 달리 하류승려들은 결혼을 하고 가계를 위해 직업을 가진단다. 마디는 아버지에게서 승적을 이어받은 세습승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길게 기른 머리를 묶은 그는 묵묵히 운전만 할 따름이었고 그 어디에서도 영리적 분위기를 느낄 수 없었다. 자유여행의 첫날, 마디의 차로 짱구비치의 구석에서 빠져 나오면서, 우리는 영화 {졸업}에서 면사포를 쓴 캐더린 로스와 더스틴 호프만이 결혼식장을 탈출한 후 버스 속에 미소짓던 장면을 떠올리며 묘한 해방감에 젖어 들었다. 우선 이날은 우붓을 중심으로 발리 중부를 더듬기로 했다. 우붓을 가는 길에 비교적 숙소에서 가까운 "따나롯 해상사원"을 먼저 들리기로 했다. 마치 대만의 야류를 연상시키는 듯한 바닷가 바위 위에 멋진 힌두사원이 자리하고 있어 絶景의 운치를 더하게 한다. 따나롯의 감동을 뒤로 하고 우리가 찾은 곳은 브사끼 사원에 이어 발리에서 2번째 규모를 자랑하는 대규모 사원 "타 만 아윤", 지도상으로 보니 우붓보다 서쪽에 위치해 어차피 우붓가는 길이라 생각되어 가기로 한건데, 맙소사 마디도 아직 가 본적이 없단다. 게다가 마디의 택시경력은 겨우 2년, 가다간 길을 묻고 차를 돌리고 하기를 7 ~ 8 차례, 20~30분을 예상한 시간이 2시간을 초과해 버린다. 고생 끝에 도착한 "타 만 아윤"은 솔직히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게다가 정오의 뜨거운 햇살이 차양막 없는 사원 경내를 강렬히 유린 중이어서 선 자리에서 돌아나올 수밖에--- 입장료 3천 루피아 외에 화장실 이용료 천 루피아 씩이 들었다. (천 루피아는 약 150원) 이제 오늘의 목적지 우붓으로 온 우리는 우선 은행에서 환전을 하였다. 1달러에 8180 루피아이니 공항의 7950루피아, 호텔의 8000루피아보다는 양호한 환율이다. 우선 100불만 바꿨다. 이제 한길사刊의 [렛츠고우 발리섬]이 추천한 라이스테라스(계단식 논)의 절경을 즐길 수 있는 전망 좋은 식당 "캄풍카페"를 찾아가 점심식사를 할 차례, 우붓 북방 6Km에 위치한 트갈랄랑의 계단식 논과 이를 병풍처럼 둘러 싸고 있는 야자수 정글의 조화로운 황홀경을 바라보며 즐기는 이곳에서의 식사는 그야말로 벅찬 감동을 맛보게 한다. 책자에 소개된 메뉴 나시 참푸르(2만9천 루피아)와 후식 캐러멜 바나나(7천 루피아)를 시켜 먹었다. 다시 우붓 중심가에 들어와 멍키 포레스트에 들렀다. 입장료는 만 루피아(약 1,500원), 문자 그대로 원숭이들의 숲이다. 200마리의 원숭이가 서식한다는 이곳에서 우리는 다양한 기예의 석조상들과 발리섬 특유의 자연계곡을 목도하면서 이들의 찬란한 옛 문명의 한 언저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어제 울루와투 사원에서도 그랬지만, 어째 이곳의 원숭이들은 생긴 것들이 상당히 불량스럽다. 길 한 복판을 막고 관광객을 째려 보는 폼들이 거의 조폭 수준이다. TV나 서커스에서 보던 귀여운 재롱동이의 이미지들과는 꽤 거리가 있다. 생태학적 변이인지, 이 섬 원숭이 특유의 기질인지 알 순 없지만 쳐다보는 눈길들이 상당히 기분 나쁘다. 다행히 울루와투의 원숭이들과는 달리 이곳 원숭이들은 절도나 강탈 행위는 하지 않는단다. 패키지에서 제공하는 중국 해선식 저녁식사를 즐기려면 호텔에 늦어도 6시까지는 도착해야 한다. 우붓에서 마스, 바틱까지의 수공예 미술품 거리를 눈동냥으로 슬쩍 훑고는 짱구비치로 급히 돌아가는 우리의 블루택시 위로 어느덧 발리의 보름달이 휘엉청 떠오르고 있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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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예술 마을 우붓을 그냥 스쳐지나갔군요.
지금 우붓 마을에 머물고 있습니다. 숙소가 너무 편해 밖에 나가지도 않고 이렇게 글을 살펴보고 있군요.
우붓마을에서 맞이하는 아침을 맞이할 연오랑님이 부럽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항상 건승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