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 산행기 – 시산제
일시 : 2019. 02. 16(토) 09:00
만난곳 : 관악산 서울대학교 정문 앞
산행코스 : 서울대 정문(관악산 자연공원 입구)>국기봉>장군능선 장군봉> 민주동산>운동장 바위>
석수능선>호압사> 석수역
산행참가자 : 강신찬, 김상희, 김호경, 신상기, 윤신한, 윤용국, 윤한근, 엄형섭, 이강호, 이성열, 이정우, 이종구,
이종원, 최해관, 이상 14명
산행기록 : 윤용국
작년의 부진을 떨쳐버리고 금년부터는 다시 산행에 열심을 내보고자 다짐했는데 1월 검단산 산행은 접근하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집에서부터 검단산 입구까지 2시간 이상소요), 부득이 포기했는데 2월산행은 시산제가 있기
때문에라도 꼭 참석하고자 다짐했다. 약속장소인 서울대 정문 앞에 도착하니, 웬걸 약속시간 20분전이다.
1등으로 도착하여 근처 편의점에서 커피라도 한잔 할까 하는데 엄원사를 비롯 속속 반가운 얼굴들이 들이
닥쳐 약속시간인 9시가 되자 모두 13명의 산우가 모였다.신임 집행부가 본격적으로 상산회를 이끄는 산행이 시작된다.
09:10분쯤 모두 정문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출발한다.그동안 겨울 가뭄이 심했는데 어제 모처럼 눈이 조금 와서 약
간 부족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설경을 구경하게 된다.
눈이 있지만, 아이젠을 찰 정도는 아니다. 조금 가다가 관악산공원입구에서 기다리는 한근이를 만나니 오늘 일행은
모두 14명이다. 근래에 많은 산우들이 모인 것 같다.
오늘의 산행코스는 집행부의 표현에 의하면 “soft and lovely course”라고 한다. 산행을 하다 보니 그 표현이 이해가 된
다.조금은 등산인지 산책인지 헷갈릴 정도로 평탄한 길이다. 안내 팻말을 보니 “도란도란 둘레길”이란다.
7순을 넘어서는 산우들을 위한 이번 집행부의 배려인가? 누군가 앞으로 더러는 “stiff and hard course”도 한번씩 끼워
넣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도 있다.
한가로운 마음으로 산행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전임 윤한근총무는 3년동안 상산회 집행부를 맡으면서
단 2번 산행을 빠졌다고 한다.그만큼 책임과 정성을 다한 수고에 거듭 감사하는 마음이었다.
김상희 회장은 최근 그 좋아하던 술을 끊었단다. 그 각오가 얼마나 단단하든지 실제 산행 중
그리고 산행이 끝나고 식사자리에서 아무리 유혹을 해도 흔들리지 않고 한잔도 입에 대지 않는다.
오랜만에 함께 산행에 참가한 3윤도 호경박사의 지시에 따라 이런 저런 포즈를 취하게 된다.
(윤신한, 윤한근 항상 건강하시고 상산회에서 자주 봅시다).
세상과 나라 걱정하는 소리도 나온다. 갈수록 어려운 경제상황과 계층간 정파간 다툼으로 사회적 갈등 고조를 걱정하는
소리들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배려하는 마음, 용서와 화해, 타협의 자세가 필요할텐데
모두가 자신의 목소리만 높이며, 편가르고 분노하고 상대에 대한 공격만을 일삼는 요즈음 세상에 대한 걱정이다.
사회정책이든 경제정책이든 상황에 따라 다양한 정책수단이 있을 수 있다.
내 방법만이 유일하고 올바른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문제는 서로 설득과 타협에 의해 한 방향을 택하고 힘을 합쳐
시행하면 소모나 낭비가 없을 텐데, 이론과 논리만을 앞세우며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도 사명감(?)에 투철
한 정책담당자들이나 대안없이 무조건 비난하고 반대만하며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좌절시키려드는 반대 집단들이나 다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고소 고발이 남발하고(일본의 10배이상이라고 한다) 지도층의 권위는 이미 땅에 떨어진지 오래다.
결과적으로 내외부 환경은 점점 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데도 우리사회는 점점 더 미궁으로 빠져드는 느낌이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서로 다투고 싸우는 가운데 일반 백성들은 나라에 대해, 이웃에 대해 무관심하게 되고
각자도생을 꾀하며 이기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 지도자들과 정책담당자들의 각성과 겸손함과 지혜가 필요한 것 같다.
아울러 지금은 일선에서 물러섰지만 각분야에서 나름 민주화와 경제발전을 위해 열심을 다해온
우리세대들의 역할도 고민해야할 것 같다. 이웃과 후배들을 위해 나누고 베풀고 배려하며 격려하고, 사회문제
앞에서는 비난과 편가르기를 벗어나 절제된 모습을 보이고, 그리고 우리 삶 앞에서는 겸손한 자세이면 어떨까?
Soft and lovely한 길을 한시간쯤 걷다보니 선두그룹이 오늘의 시산제를 드릴 장소에 모여있다.
다소 빠른 시간인 10:30분경 집행부에서 마련해온 음식물로 젯상을 차리기 시작한다.
음식물은 지난번 집행부때보다는 다소 조촐한 준비이다.
그러나 나름 정성을 들여 음식물을 배열하고 이윽고 제사를 드린다.
신상기회장의 재배를 시작으로 이종원상왕의 축문낭독이 이어진다. 이번 산행이 상산회 263차산행이라고 한다.
1997년 4월부터 시작했다고 하니 참 대단한 역사이다.
참석자들이 나름 경건한 가운데 시산제 축문을 경청하며 누가 지었는지 참 잘 썼다고 감탄한다.
알고보니 신임 신상기 회장이 정성껏 마음을 담아 작성한 명문이다(아래 참조).
시산제가 진행되는 동안 지나가던 등산객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지켜본다.
시산제가 끝난후 음식을 간단히 나누며 담소를 나눈다. 그중 몇가지 공유할 정보를 적어본다.
1. 7월 상산회의 후지산 등산을 계획하고 있음
2. 강신찬 산우의 독창회가 5월 25일 계획되고 있음
3. 김호경 산우의 사위가 신논현역근처에 안과를 개업함.
간단한 간식을 나누고 12시경 기념촬영후 다시 출발한다. 이종구의원은 다른 약속이 있어 먼저 하산하고
(호경박사의 연출에 따라 떠나는 사람과 남는 사람들간 헤어짐의 섭섭함을 표하는 사진을 박음)
남은 인원은 13명이다. 길은 여전히 평탄하다.
한가롭게 걸으며 삼성산에 있는 천주교 성지를 돌아보고 조금 더 가다가 호암산 호압사(절)을 들른다.
여유있는 길이되다 보니 가는 길에 있는 철봉에 메달려보기도한다. 놀랍게도 엄원사가 턱걸이 2개,
그리고 윤한근산우가 3개를 거뜬히하며 근력을 과시한다. 겨울 등산복과 등산화를 신었는데도---.
14:00경 목적지인 석수역에 도착하여 근처 매운탕집을 골라 들어갔는데 선택을 잘했는지 분위기도 좋고
음식맛도 괜찮아 모두 만족해한다. 첫 잔을 들고 호경의 권주가가 울려퍼지자 먼저 주인아주머니가 놀란다.
왠 음악가들의 모임인줄 알았나? 더구나 먹고 마시며 이야기 나누는 태도가 점잖았는지 우리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여기저기서 필요한 것을 주문하려하자 누군가가 술취한 노인네들처럼 여기저기서 떠들지 말고 한사람이 필요한 것들을
주문하도록 하자라고 하자 모두 바로 수긍하고 조용해진다. 같은 상황은 돌아오는 전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 시간 정도의 식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엄원사가 전철에서의 에티켓을 강조하며 대낮에 술취해
떠드는 노인네들이 되지 않도록 차내에서는 조용조용히 이야기 하도록 하자라고 강조하자 모두 바로 수긍한다.
술은 얼큰했지만, 새삼 나이듦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산행 마무리였다.
오늘 산행길 거리는 약 7Km였다. 집에서 출발에서 돌아올 때까지 총 16,500걸음이다.
다음달 초봄의 산행때 건강한 모습으로 만날 것을 기대한다.
<단기 4352년 시산제 축문>
기해(己亥)년 병인(丙寅)월 갑신(甲申)일 상산회 회원 일동은 이곳 삼성산 기슭에서 이 땅의 모든 산하를 굽어보시며
그 속의 모든 생육들을 지켜주시는 산신령님에게 고하나이다.
산을 배우고 산을 닮으며 그 속에서 하나가 되고자 우리가 모인 곳이 바로 이곳이지요,
때는 1997년 사월 열셋째날 관악산 이었으니 어언 이십 일년 십개월의 성상이 물흐르듯 흘러갔으메, 오늘 이곳을
찾은 우리의 마음에 어찌 감회가 없으리요.
돌이켜보면, 거의 매달 한번씩 산을 올라 산행횟수만 2백 6십 3차에 이르나니 이것을 어찌 작은 일이라 할수 있을
것이며, 그 산행 하나 하나마다 산을 배우고, 산과 하나가 되는 기쁨으로 충만하였으며 무엇보다도 아무 다친 이도
없었고 아무 낙오자도 하나 없었으니, 이는 산신령님의 자애로우신 보살핌의 덕었다고 감히 말할수 있으리요.
그러므로 저희가 오늘 이 곳을 다시 찾아 감사의 시산제를 올리는 뜻도 바로 거기에 있나이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되, 일단 산에 들면 산이 곧 나이고 내가 곧 물이며, 구름이며 나무며 풀이며 바위 하나 하나가
모두 제각기의 모습과 몸짓으로 서로를 소리쳐 부르는 아름다운 조화로 가득찬 산과 골짜기를 걸을 때마다,
조용히 우리의 발걸음을 지켜보시며 흥에 겨워 질러대는 노래소리나 왁자지껄한 우리의 경망스러움도 너그러이 들어주시며,
오로지 무사안전한 산행이 되도록 우리의 발걸음을 보살펴주신 산신령이시여!
아무쪼록 바라오니,
무거운 배낭을 둘러멘 우리의 어깨가 굳건하도록 힘을 주시고, 험한 산과 골짜기를 넘나드는 우리의 두 다리가
지치지 않도록 힘을 주시고, 허리에 찬 수통속의 물이 마르지 않도록 늘 채워 주시고, 험로에 이르러 몸뚱이를
의지할 저 로프가 낡아 헤어지지 않게 하시고, 잘못하여 엉뚱한 골짜기를 헤메이지 않게 하시고,
조난하여 추위와 굶주림으로 무서운 밤을 지새지 않게 하소서.
또한, 천지간의 모든 생육들은 저마다 아름다운 뜻이 있나니, 풀한포기 꽃한송이 나무 한그루도 함부로 하지 않으며,
그 터전을 파괴하거나 더럽히지도 않으며, 새한마리 다람쥐 한마리와도 벗하며 지나고, 추한 것은 덮어주고
아름다운 것은 그윽한 마음으로 즐기며 그러한 산행을 하는 "산을 닮아 좋은 사람들"이 되고 싶나이다.
오늘 우리가 준비한 맑은 술과 정성스러운 음식을 강림하시어 우리의 정성이오니 어여삐 여기시고 즐거이
향음하시기 바랍니다. 이제 올리는 이 맑은 술잔을 받으시고, 올 한해 우리의 산행길을 굽어살펴 주소서.
절과 함께 한 순배 크게 올리나이다.
단기 사천삼백오십이년 정월 십이일
상산회 산악회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