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신고리 3·4호기 냉각수 설계온도 상향을 둘러싼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 원안위는 7~8월 세 차례에 걸쳐 해당 안건을 심의했지만 의결을 연기했다. 바닷물 온도가 높아졌기 때문에 냉각수 온도를 기존 대비 약 3℃ 올리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온도를 높여도 운전성능기준을 만족하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원안위원들은 기존 대비 안전여유도 등이 대폭 축소되므로 기준치 내에 포함된다고 해서 안전성을 보장할 수는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설계온도 상향 시 발생하는 변화를 정량적으로 계산해 제출할 것을 지속 요구하고 있다.
해당 사안을 서면으로 처리하려고 했다가 일부 위원들이 문제점을 지적하자 보고 형식을 변경하는 등 절차적인 문제도 불거졌다. 또 심의 과정에서 고리 2~4호기 등 과거 다른 원전의 냉각수 설계온도가 이미 상향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자료 제출 여부에 따라 과거 승인 사례에 대한 논란도 일 것으로 보인다.
향후 지구온난화 등의 요인으로 해수 온도 상승이 기정사실로 되면서 냉각수 설계온도도 이에 맞춰 높여야 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가동 원전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에는 ‘해수 온도 변화에 대한 주기적 평가기반 수립‧이행’이라는 안전개선사항이 도출된 가운데 관련 기관들은 해수 온도에 대한 주기적인 평가방안을 올해 말까지 수립할 예정이다. 현재 규제기관에 따르면 신한울 1‧2호기의 경우 해수 온도에 비교적 여유가 있으므로 당장 재평가계획은 없지만, 신고리 5‧6호기는 이번 3‧4호기의 사례를 반영해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원안위 결정이 향후 판단의 잣대가 될 수 있으므로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1. 개요
2019년 3월 7일 한국수력원자력은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기술원(킨스)에 신고리 3‧4호기 최종열제거원 설계온도 상향을 위한 운영변경허가를 신청했다. 승인될 경우 운영허가서류 중 최종안전성분석보고서와 운영기술지침서가 변경된다. 이후 지난 7월까지 총 5차례에 걸쳐 35건의 질의 및 답변이 오갔다. 원안위에 해당 안건이 처음 상정된 것은 143회 회의다. 서면으로 의결하려다 일부 위원들의 반대로 144회에서 대면 보고가 이뤄졌다. 이후 145회에서도 해당 안건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지만 의결하지 않았고, 146~147회에서는 아예 상정되지 않았다. 위원들의 질의가 이어지는 만큼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최종열제거원은 냉각수다. 즉 최종열제거원 설계온도란 냉각수로 사용되는 해수의 온도를 말한다. 한수원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바다 수온 상승으로 온도제한치 초과 가능성이 예상됨에 따라 발전소 가동에 이용되는 바닷물 온도 기준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2017년 8월 7일 신고리 3호기의 해수 온도가 최고 31.2℃까지 상승해 운영기술지침서 온도제한치에 근접했다는 이유에서다. 설계온도를 기존 31.6℃에서 34.9℃로 변경하겠다는 것. 냉각수 설계온도 상향과 원전 안전성과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2. 기기냉각해수계통(ESW)과 기기냉각수계통(CCW), 열교환기
원전은 핵연료에서 열에너지를 흡수해 전달하는 순서에 따라 1차 계통과 2차 계통, 3차 계통으로 구분된다. 1차 계통은 열에너지를 전달받는 계통으로 원자로냉각재계통을 지칭하며, 2차는 원자로냉각재계통에서 열을 전달받아 처리하는 시스템이다. 3차 계통은 2차 계통의 구성기기인 복수기에서 열을 전달받아 바다로 방출하는 사이클을 뜻한다.1) 통상 원자로와 원자로냉각재펌프, 증기발생기를 1차 측, 터빈과 발전기, 증기를 물로 되돌리는 복수기를 2차 측이라고 부른다.
원전이 안전하게 가동되기 위해서는 원자로와 기기 자체에서 발생하는 열을 제거해주는 작업이 필수다. 원자로에서 우라늄 핵분열로 만들어진 열에너지를 전달받는 1차 냉각수와 증기발생기를 통과하면서 증기로 변환돼 터빈을 돌리는 2차 냉각수, 터빈에서 배출되는 증기를 다시 물로 응축시키기 위한 3차 냉각수. 3차 냉각수의 경우 해안가 주변에 있는 원전은 바닷물을, 내륙은 강물이나 호수, 저수지 물을 사용한다.
원전 냉각은 필수냉수계통을 통해 기기냉각수계통(Component Cooling Water, CCW)을 거쳐 해수를 최종열제거원으로 이용하는 기기냉각해수계통(Essential Service Water, ESW)으로 구성된다.2) 적절한 수준의 냉각을 위해 정상운전과 발전소 정지, 냉각 초기 및 말기, 사고 시 기기냉각수계통(CCW)의 제한 최고 온도가 설정된다. 각 운전모드에 따라 계통으로부터 발생하는 열부하를 제한 온도를 넘지 않은 상태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3)
기기냉각수계통(CCW)과 냉각해수계통(ESW)을 좀 더 살펴보면, ESW는 해수를 이용해 기기에서 발생한 열을 식히는 계통으로, 취수구를 통해 펌프로 해수를 끌어 올려 열교환기를 통해 열을 회수한 후 이 과정에서 데워진 냉각수(온배수)를 배수구를 통해 다시 바다에 버리는 구조다. 설계기준 사고를 포함한 모든 운전조건에서 해수 공급이 가능해야 하며, 해수의 수위 및 수온 변화로 그 기능이 상실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CCW는 기기 및 계통에서 발생한 열부하를 ESW를 거쳐 해수로 전달하는 계통이다.
정리해보면 CCW는 각종 계통 및 기기에서 발생한 열부하를 기기냉각수 열교환기를 통해 ESW로 전달한다. ESW는 열을 흡수해 온도가 올라간 기기 냉각수를 해수를 이용해 냉각시킨다. CCW 운전온도는 열부하와 열교환기 능력, 해수 온도에 의해 결정된다.4) ESW와 CCW는 두 계열로, 계열별로 각각 2대의 펌프와 3대의 열교환기로 구성된다.
한수원에서 변경하겠다는 최종열제거원 설계온도는 기기냉각해수계통(ESW) 온도를 뜻하며, ESW 온도를 상향하면 기기냉각수계통(CCW)에 공급되는 냉각수 온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핵심 기기는 냉각수와 냉각해수의 열이 교환되는 열교환기다. 열교환기의 열전달 표면적은 모든 운전모드 중 가장 큰 열전달 표면적을 요구하는 운전모드보다 크게 만들어 충분한 열 제거 능력을 갖춰야 한다.5)
3. 해수 설계온도 상향 쟁점
설계 당시 기준 해수 온도인 31.6℃는 발전소 인근 해역의 30년간(1971~2000년) 기상관측 최고수온(28.6℃)과 발전소 취수구의 온배수 재순환 영향(3℃)을 고려해 설정됐다. 한수원에 따르면 변경 예정 해수 온도(34.9℃)는 열교환기 열 제거성능을 만족하는 최대가능 해수 온도(36.1℃)에 온도측정 불확실도(1.2℃)가 보수적으로 반영됐다.
설계 해수 온도가 상향되더라도 기기냉각수(CCW) 공급온도가 43.33℃(110℉) 이하로 유지되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것. 해수 온도를 높이더라도 열교환기가 내는 성능은 같다고 보고 있다. 144회 원안위 회의에서 노경완 킨스 고리규제실장은 “해수 온도가 올라가면 기기냉각수 온도도 올라가는 것은 맞지만 기존 해수 온도나 변경된 해수 온도를 공급하더라도 실질적인 기기냉각수 공급온도는 43.33℃ 이하를 유지하도록 설계됐다”라고 설명했다.
원안위에서 논란이 된 쟁점은 해수 설계온도 상향 시 열교환기의 열 제거성능 안전여유도가 대폭 줄어든다는 점이다. 기존 31.6℃일 때 열 제거성능값(사고 시)은 3.97MegaBtu, 기준치(7.0)와 비교했을 때 안전여유도(Safety Margin)는 3.03이다. 34.9℃로 변경할 경우 열 제거성능은 6.67MegaBtu, 이는 안전여유도가 0.33으로 기존 대비 대폭 줄어든 셈이다.
한수원과 규제기관은 요구되는 열교환기 성능이 7이기 때문에 이를 벗어나지 않으므로 문제없다는 입장이지만 원안위원들은 안전여유도가 축소된 만큼 정성적 평가가 아닌 정량적 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설계온도 상향으로 인한 안전여유도 감소는 발전소 안전성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두 차례에 걸친 원안위 회의를 통해 이병령 위원은 ”안전여유도가 축소된다는 것은 사고 확률이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당초 설계자들이 왜 31.6℃로 제한했는지 이유를 알아야 한다. 34.9℃로 해도 별문제 없었고, 31.6℃로 설정한 것은 과했다는 판단이 서야지만 의결할 수 있다. 이 같은 분석 없이 안전여유도가 줄었는데도 제한치 내에 있으므로 괜찮다는 것은 정말 위험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하정구 위원은 ”안전여유도가 줄어든 값이 설계시방서(Design Specification)의 요건을 만족하는지와 열교환기 설계 기술기준에서 요구하는 안전여유도가 있을 텐데 그 요건을 만족하는지 여부 등 해당 값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수원은 1단계 작업으로 열교환기 성능 여유도 확보를 위한 증판 작업(기존 열교환기당 307장에서 368장 증판)을 수행한 바 있다. 2018년 4월 원안위 운영변경허가 승인을 통해 열교환기 증판이 완료됐으며, 이는 원안위원들이 아닌 원안위 사무처에서 승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증판 작업을 시행했지만, 안전여유도는 줄어든 셈이다.
단순 기기 차원이 아닌 계통 차원의 안전여유도를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하 위원은 “CCW, ESW 열교환기의 용량을 키우지 않고 해수 온도만 높인 후 재해석을 해서 나온 값이 10.3% 유지가 된다고만 계속 언급하고 있다”라며 “ABB-CE 최종열제거원 계통 설계시방서에는 안전여유도에 대한 설명이 어떻게 나와 있나”라고 반문했다.
노경완 고리규제실장은 ”설계사를 비롯해서 검토한 결과 시스템(System) 80+(한국 표준형 원전의 원 모델)에서도 최종열제거원 및 CCW, ESW 계통 차원의 안전여유도가 별도로 명시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운전성능기준과 설계성능기준 간 10% 이상의 여유도를 강조했다.
아울러 해외 원전 및 국내 원전에서 이미 비슷한 방식으로 설계온도를 상향했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노 실장은 ”국내 원전의 경우 총 9개 호기에서 최종열제거원 설계온도를 상향하는 운영변경허가를 승인받은 사례가 있다“며 ”이번 건과 같이 설계변경은 별도로 수행되지 않았지만, 열교환기의 열제거원 성능 검토를 통해 설계온도 상향이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1차적으로 킨스 검사원이 지적한 내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진상현 위원은 ”검사원이 문제를 제기했는데 킨스 내부에서 결정 과정을 거치면서 빠지고 바뀐다는 말이 있다“며 ”2019년부터 다섯 차례 검토가 됐는데 2년 동안 킨스에서 질의응답이 이뤄진 후 올해 6월 갑자기 서면검토로 올라왔다“고 말했다.
진 위원은 ”2차 질의응답 가운데 ‘최종열제거원의 온도 변경 타당성’에 대한 질의를 보면 검사원은 ‘설계변경 없이 단순 해수 온도 재평가에 근거하고 있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 이 검사원은 ‘온도 변경의 타당성에 관한 질의에 대해 인허가 과정에서 제출한 바 있다는 식으로 일관하고 있어 불필요한 재질의로 심사지연이 예상된다’라고 기재해 한수원 등의 무성의한 답변 내용도 지적했다“고 설명했다.
과거 다른 원전의 해수 설계온도가 이미 조정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원안위에서는 신고리 3‧4호기 이전 냉각수 온도 상향에 대한 자료를 요청한 상태다. 당시의 평가 방식과 안전여유도 변동 여부 등을 확인하겠다는 것. 사업자와 킨스, 원안위원들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심의 및 의결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달 안으로 열릴 예정인 148회 원안위에서 해당 안건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지가 주목된다.
<각주>
1) https://m.korea.kr/expertWeb/resources/files/data/document_file/2009/%ec%9b%90%ec%9e%90%eb%a1%9c%ea%b3%84%ed%86%b5%ea%b8%b0%ec%b4%882(%ed%91%9c%ec%a4%80%ed%98%95).pdf
2) https://inis.iaea.org/collection/NCLCollectionStore/_Public/37/079/37079121.pdf
<영광 원전 온배수 재순환에 따른 운전여유도 및 안전성 분석> 원자력안전기술원‧조선대학교 부설 원자력연구소 1996.7
3) 각주 2)와 동일
4) 각주 2)와 동일
5) 각주 2)와 동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