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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마리 새 조차 다 죽어가는 듯 격하게 몸을 떨었고 날지도 못했다. 죽은 듯 고요하고 봄이 온 것이다-------------<침묵의 봄> 레이첵 칼슨—-------
해설: 새들이 지저귀는 봄입니다.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온 철새들은 우리나라를 중간 기착지로 삼아 먹이를 먹고 휴식을 취하다 떠납니다. 이때 지친 새들을 노리는 녀석이 있습니다. 바로 고양이입니다. 목표물을 정하면 마치 용수철이 튀듯 점프하며 공격하는 야생 고양이, 자신의 몸 길이의 다섯 배까지 뛰어올라 새를 공격합니다. 유연성과 순발력, 그리고 강한 뒷다리로 만들어내는 추진력 때문입니다. 육식을 하는 고양이는 설치류, 조류, 파충류 등 작은 동물들을 사냥하는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성공이다). 전세계적으로 새의 멸종 원인의 1위는 고양이의 공격, 미국과 캐나다 지역에서만 한 해 25억 마리의 새가 고양이의 사냥으로 죽습니다. 새가 죽는 두번째 원인은 도시에 있습니다. 도시 곳곳에 세워진 유리벽, 수많은 새들이 인간이 세운 문명의 벽에 부딪혀 생을 마감합니다.
다니엘 클램/뮬런버그대 조류학과 교수: 지난 50년 동안 30억 마리가 죽었어요. 주된 원인은, 유리창 충돌이었습니다. 우리의 가장 큰 우려였던 고양이의 새 사냥, 서식지 파괴와 마찬가지였죠.
해설: 새들은 죽음으로 묻습니다. 인류는 머지 않은 미래에 지저귀지 않는 침묵의 봄을 맞이할 것인가?
스티븐 마제스키/오듀본 협회 활동가: 제 이름은 스티븐 마제스키입니다. 2008년부터 새모니터링을 하고 있어요. 지금 위치는 필라델피아 시내 19번가입니다. 저는 매일 오전 5시30분 부터 8시까지 새를 찾아다녀요.
해설: 매일 새벽 고층건물 아래에선 새의 사체가 발견됩니다. 이번처럼 기절해 있는 새가 발견되는 경우도 많지요.
제작진: 유리에 부딪힌 것으로 추정돼요.
스티븐: 유리창에 반사되는 것이 보이시죠? 새도 빛이 반사되는 것을 보고 안으로 들어가려다 유리에 부딪혀 기절한 상태로 있는 것입니다. 대개 아래에 웅크리고 있습니다. 누가 밟고 지나갈까봐 겁나네요. 그래서 저는 더 안전한 곳으로 옮겨줍니다. 그냥 밟거든요. 또 있네요.
해설: 불과 5분 사이 같은 자리에서 또 다른 새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제작진: 방금 다녀간 곳이잖아요.
스티븐: 맞아요 정말 빨리 발생하죠.
해설: 그는 오듀본 이라는 조류보호단체 회원입니다. 180만명의 동료들과 함께 유리창에 부딪혀 죽는 새들의 실상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미국 전역에서 연평균 약 6억 마리의 새가 이렇게 죽어갑니다. 거대한 도시 한 켠에서 이토록 많은 생명이 죽어가는 것을 사람들은 잘 모릅니다.
스티븐: 이 새를 수거해서 공원에 풀어줄 거예요.
청소원: 저희가 치울게요.
스티븐: 그만 해요. 하지 말라니까요. 그냥 놓아줄래요? 프로젝트 중이에요. 세상에~ 공원에 데리고 가서 풀어줄 거예요. 방금 보신 것처럼 저런 분이 쓰레기와 같이 치워버립니다. 아니면 누가 밟고 지나가죠. 이곳에 내버려두면 위험해요.
해설: 유리창에 부딪혀 기절한 새들은 도시의 녹지공간으로 옮겨 날려 보내줍니다. 그대로 두면 낙엽이나 쓰레기와 함께 진공청소기 속으로 사라져도 모를 작은 생명들입니다. 철새들이 무리를 지어 이동할 무렵 땐 대형참사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저것이 CTC 빌딩이에요. 밝은 조명이 꼭대기에 있죠. 10월 2일 금요일은 필라델피아 새들에게 재앙이었어요. 평소처럼 새 모니터링하러 나왔는데 하늘에서 새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네요. 한 두 마리가 아니라 10 마리씩 떨어졌어요. 새들을 주우면 10 마리가 더 떨어졌죠. 특히 이 건물에서 심했어요. 건물 주변이 다 그랬죠. 건물 관리인이 모아놓은 75마리 새를 제 앞에서 버렸어요. 살았든 죽었든 가리지 않고요. 어떻게 할까 하다 가방에 넣었어요. 호텔에서는 살아있는 새들을 상자에 담아주셔서 받았어요. 그러더니 5층에 있는 지붕에 올라갈 수 있는데 거기에 수백 마리가 더 있다고 말해주더군요. 가도 되냐고 물어봤죠. 평소와 달리 이번에는 허락해 주더군요. 새들을 데려가도 된다고 해서 지붕에서 100 마리 정도 접근 불가능한 우리 캐노피에서도 85 마리를 더 찾았어요.
해설: 노스 캐롤라이나 주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습니다. 현장에 있던 한 시민이 휴대폰으로 촬영해 세상에 알렸죠.
제작진: 한 시간 정도 전부터 계속 이랬다고요?
시민: 말도 안돼 이것 좀 봐요. 당신도 안에 있다가 소리 들은 거죠?
해설: 약 이백 마리의 새가 건물 유리창에 부딪혀 폐사했습니다.
시민: 영화의 한 장면 같네요. 미친 것 같애요.
스티븐: 마음이 아려요. 새를 좋아 하거든요. 어릴 적부터 새를 좋아했어요. 50년 동안 새를 지켜봐 왔어요. 이 생명체를 사랑하고 여기 토종 새는 정말 아름다워요. 매일 온기가 남은 사체를 발견하고 수거할 때마다 그리고 다친 새가 회복할 수 있게 안전한 곳으로 옮길 때마다 마음이 아파요.
해설: 수많은 새들이 인간이 인간을 위해 만든 이 도시에서 죽어갑니다.
(대한민국 전라남도 신안)
해설: 철새들이 이동하는 길 목에 위치한 한 섬, 새들은 유리창을 벽으로 인식하지 못한 채 직진하다 충돌합니다. 그 충격은 죽음으로 이어질 정도로 강력하죠. 작은 섬도 마찬가지입니다. 창이 있는 곳이면 어디서나 사고가 일어납니다. 더욱 위협적인 건 도로 위에 있습니다. 자동차 소음을 막기 위해 세워진 방음벽입니다. 대부분 야생의 서식지를 관통하고 있습니다. 그 벽은 투명해서 새들은 눈 앞에 보이는 숲을 향해 돌진하다 충돌하게 돼죠. 번식철 새들에게 방음벽은 특히 위험합니다. 새끼를 먹이기 위해 분주히 오갈수록 더 많은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입니다. 제작진은 새가 많이 지나다니는 길 목에서 상황을 관찰해 보기로 했습니다. 하루 만에 둔탁한 소음과 함께 사고현장이 포착됐습니다. 멧비들기입니다. 충돌의 순간 새는 어느 정도의 충격을 받는걸까.
------------충분한 안전조치를 취한 후에 촬영하였습니다---------------
해설: 맹금류를 제외한 새의 비행 속도는 평균 시속 약 40~70 킬로미터, 소형 조류의 두개골은 마치 종잇장 처럼 얇아 계란을 깰 수 있을 정도의 충격만으로도 깨집니다. 대부분의 새들은 눈이 측면에 있습니다. 좌우의 천적을 인식하는 시야는 좁죠. 새는 자연에서 생존하기 위해 진화한 몸으로 인간이 만든 도시 공간이라는 또 하나의 천적과 싸우고 있습니다. 번식철 새들의 죽음은 연쇄적인 죽음이 됩니다. (멧비들기-한반도 전역에 서식하는 텃새 암수 모두 젖을 토해 새끼를 먹임, 나무 열매가 주식). 숲이 있는 곳에서 살아가는 멧비들기, 암수가 함께 새끼를 돌보는 친숙한 텃새입니다. 멧비들기는 새끼를 키우는 시기, 특별한 유아식을 먹입니다. 어린 멧비들기가 어미의 목구멍에서 받아먹는 것은 피죤 밀크, 비들기 우유입니다. 멧비들기는 포유류 처럼 모이 주머니에서 하얀 젖을 토해내 새끼들을 먹입니다. 더 많이 자주 먹어 젖을 돌게 해야 어린 것들을 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 곳곳엔 벽이 있습니다. 충격이 큰 어미, 새끼들이 있는 둥지가 지척이지만 돌아가지 못합니다. 태어나 보름은 어미의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새끼도 이차 피해를 당합니다. 이렇게 우리나라에서 하루 약 2만 마리, 일년에 8백만 마리의 새가 사람들이 만든 벽에 부딪혀 죽어가고 있습니다. 눈에 띄지 않지만 도시 곳곳엔 그들의 처참한 마지막이 새겨져 있습니다. 자연의 힘으로 넘을 수 없는 죽음의 벽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새들의 죽음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박춘성: 보고 있으면 얼마나 화가 나는지~ 부리 보이잖아요. 이게 지금 충돌해서 이렇게 된 거거든요.
해설: 자연을 관찰하고 그 경험을 공유하는 한 온라인 플랫폼의 회원들, 2018년부터 새들의 상황을 기록해 알리고 있습니다.
박춘성: 이건 아마 금방 충돌한 것 같애요. 멧비들기입니다. 지금 아직 경직도 제대로 안된 것 같 은~ 가엽게 지금 충돌해서 죽었습니다.
해설: 신도시의 방음벽을 따라 두 세시간을 살핀 결과 육칠십 마리의 사체가 수집됐습니다. 무심히 지나쳤더라면 알지 못했을 새들의 죽음입니다.
박춘성: 많기도 하다.
해설: 지난 3년간 회원들이 직접 발견하여 올린 피해건수는 약 2만5천건, 우리나라 전역에 야생 조류들이 유리창 충돌로 죽어가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연간 약4억에서 10억 마리가 캐나다에서는 연평균 2500만 마리가 희생당하고 있습니다.
다니엘 클램: 과학저널 사이언스지에 게재된 논문에 1970년 부터 현재까지 북미에서 30퍼센트의 새가 감소했다고 나옵니다. 주된 원인은 유리창 충돌이었습니다. 우리의 가장 큰 우려였던 고양이의 새사냥, 서식지 파괴와 마찬가지였죠.
해설: 경상남도 고성엔 새멸종을 막기 위해 20년 넘게 노력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1997년부터 왔으니까 지금 23, 24년 되겠네요. 안 보이네. 언제쯤 올까.
해설: 몸 길이 1미터, 날개 길이 3미터에 이르는 독수리, 수리과의 대형 조류중 가장 크지만 현재 멸종 위기종으로 분류되어 있죠. 매해 겨울 독수리는 몽골에서 3천 킬로미터를 날아 우리나라로 옵니다. 전세계 독수리 2만 마리중 약 2천 마리가 한국에서 겨울을 보냅니다.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독수리들은 대부분 한 살에서 다섯 살까지의 개체들입니다. 독수리는 하늘의 제왕으로 불리는 검독수리와는 달리 사냥을 하지 못합니다. 동물의 사체만을 먹죠. 고성의 들판은 이들에겐 무료급식소입니다. 교사 출신의 김덕성씨, 그는 이십년 넘게 독수리들에게 먹이를 나눠주고 있습니다. 독수리들은 그가 주는 먹이를 기억하고 매 해 이곳을 찾아옵니다.
김덕성/독수리보호 활동가; 지금 몽골도 개발하고 축산이나 이런 것들이 축소되면서 독수리들이 굉장히 먹이나 번식에 적신호가 있는게 아닌가 태어나서 두 살까지 살 수 있는 확률이 20퍼센트가 안된다. 그러면 멸종단계로 들어간다고 봐야 하거든요. 그래서 어릴 때 독수리들을 잘 먹여서 보냈을 때 번식할 수 있는, 그래서 이것은 우리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으로 같이 (독수리 이동) 루트에 걸려 있는 모든 나라가 함께 노력해야 하는 그런 부분이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해설: 그러나 3천 킬로미터를 날아온 월동지 한국의 상황은 나날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농경지 바로 주변까지 들어선 공장과 산업기반 시설들은 독수리들에게 점 점 더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날지 못하고 들판을 헤맵니다. 자세히 보니 독수리의 날개 뼈가 돌출되어 있습니다.
주민: 뼈가 튀어나왔는데 여봐 이거 총 맞은 거 아냐?
김봉균: 만지시면 안됩니다.
김봉균/충남야생동물 구조센터 재활사: 지금 날개 뼈를 구성하는 노뼈와 자뼈가 부서진 채로 피부 바깥으로 개방되어 있거든요. 그리고 상당히 말라 있어요. 이렇다는 건 이미 부러진 사고를 겪은지 오래 되었다는 이야기고요. 보통 독수리가 이렇게 날개 뼈가 부서져서 구조되는 경우는 전선과 같이 면적이 좁은 인공구조물에 부딪혔을 때나 아니면 누군가가 쏜 총에 맞았을 때 이런 경우를 자주 보이거든요.
해설: 인간이 드리운 또 하나의 죽음의 덫입니다. 충남 청양에선 독수리 두 마리가 쓰러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거품을 물고 있어 독극물 중독이 의심되는 독수리였습니다. 응급조치가 시급한 상황, 구조대는 서둘러 독수리를 치료센터로 옮겼습니다. 독수리의 목구멍을 벌려 토하게 하자 아직 소화되지 못한 가창오리의 사체 조각이 쏟아졌습니다. 농약 중독으로 죽은 가창오리를 먹고 2차로 중독된 독수리, 죽음에 이를뻔 했던 위기를 넘겼습니다. 날개가 부러진 독수리는 상태를 더 정밀하게 진단하기로 합니다. 이 독수리는 상태가 심각합니다.
이문희/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수의사: 수술해도 뼈가 안붙을 가능성이 매우 높고 골절 수술을 못하면 독수리들은 나가서 비행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여기서는 안락사를 하는게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해설: 날개가 꺾인 독수리는 야생으로 돌려보내도 굶어죽고 말 것입니다. 농약에 중독됐던 독수리는 재활치료를 시작합니다. 봄이 되기 전에 체력을 회복해야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경상남도 진주)
해설: 도시에선 자연과 인간의 위태로운 공존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진주의 한 공사현장, 주차장 자갈 밭 위에서 멸종 위기종 흰목 물떼새 암컷이 둥지터를 보고 있습니다 (흰목 물떼새-하천 변과 연안 갯벌에 서식하는 텃새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 이때 다가온 숫컷, 한 쌍의 부부가 탄생했습니다. 이때 다가와 훼방을 놓는 녀석들이 있습니다. 꼬마 물떼새입니다 (꼬마 물떼새-한국에서 번식하고 동남아 등지에서 월동하는 철새 IUCN 멸종 관심대상). 외형이 흡사하지만 덩치가 더 작은 꼬마 물떼새, 자갈 사이에 둥지를 트는 습성까지 비슷해 종종 영역 경쟁을 합니다. 흰목 물떼새 암컷, 마침내 알을 낳았습니다. 꼬마 물떼새는 이미 알을 품고 있습니다. 네 개의 알이 부화를 기다리고 있네요. 흰목 물떼새도 두개를 낳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둥지는 하루에도 수십대씩 차가 오가는 주차장, 자가용 속의 둥지는 언제나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알을 품고 있다 놀란 어미, 서둘러 둥지로 돌아갑니다. 공사장엔 이들을 알아보는 이들이 하나 둘 늘어갑니다.
공사직원1: 모를 때는 그냥 새인가 싶었는데~ 지금 멸종 위기에 놓인 새라는 이야기를 듣고 보니까~ 더 사랑스러워 보이고 어떻게 보존해 줘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보호에 대한 전문 지식은 없는 편이라 주변에 사람들이 안 다니는 방향으로 이전에 배웠던 방식대로 조치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공사직원2: 새도 살려야 되고 일도 해야 되고~
해설: 공사장 사람들은 새들의 둥지 주변에 임시 울타리를 쳐주었습니다. 일단 위기는 넘겼습니다. 이렇게 20일 이상 무사히 보내야 새생명이 태어납니다. 물떼새가 공사장에 산란을 하는 이유는 하천정비와 개발로 서식지가 훼손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갈이나 모래 밭에 알을 낳고 하천변 얕은 물에 먹이를 찾는 물떼새, 수변 습지가 사라지면서 새가 알을 낳을 공간도 사라지고 있습니다. 열흘이 지났습니다. 알은 무사할까요. 흰목 물떼 새의 둥지~ 알이 사라졌습니다. 꼬마 물떼새의 둥지도 비어있습니다. 모두가 사라진 자리, 꼬마 물떼새만 황량한 공사장을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종호/공사현장 관계자; 낮에는 작업자들이 부화하는 데 가지는 않았을 거고 야밤이나 현장에 진입하는 차량, 오토바이, 그리고 야생동물이 상주하는 관계로 그런 방해로 인해서 알이 아침에 오니까 깨져 있어서 그런 이유로 부화에 실패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하지만 아직 기회는 있습니다. 꼬마 물떼새 부부, 다시 짝짓기를 시도합니다. 과연 이번엔 부화까지 무사히 성공할 수 있을까요? 며칠 후 포란을 하고 있는 숫컷과 암컷이 발견이 됐습니다. 이번엔 두개의 알을 낳았습니다. 한번 번식에 실패한 꼬마 물떼 새, 이번엔 마지막 기회입니다. 여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립니다. 어미는 빗속에서도 알을 지킵니다. 이 시련을 견뎌야 새 생명을 만날 수 있습니다. 6월 중순 더위가 찾아왔습니다. 번식기가 늦어진 탓에 이제 어미는 더위와 싸워야 합니다. 알도 그대로 두면 위험합니다. 몸으로 그늘을 만듭니다. 대지의 열기를 온 몸으로 막아낸 모성입니다. 꼬마 물떼새는 암수가 번갈아 포란을 합니다. 하지만 알을 노리는 녀석들이 있기 때문이죠. 잡식성인 까치는 호시탐탐 둥지를 넘봅니다. 누렁이 마저 접근하자 부부가 모두 뛰쳐 나와 쫓습니다. 꼬마 라고 쉽게 봤다간 혼쭐납니다. 황량한 주차장에 깃든 간절한 부성은 그렇게 위태롭게도 굳건히 둥지를 지킵니다. 꼬마 물떼 새 둥지가 심상치 않습니다. 조심스레 알을 굴리고 자극하는 숫컷, 드디어 새끼가 태어났습니다. 어미는 천적의 접근을 막기 위해 껍질부터 내다 버립니다. 한번의 실패 끝에 얻은 그야말로 귀한 자식입니다. 갓 부화한 새끼는 작고 연약합니다. 아직 두 다리를 제대로 펴지도 못합니다. 부모는 이때가 가장 위험하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천적들의 눈에 뛸까 서둘러 품에 안습니다. 새끼가 태어났지만 부부는 포란을 멈추지 않습니다. 아직 부화하지 못한 알이 하나 더 있기 때문이죠. 부화 한 시간 후 첫째는 제법 다리에 힘이 붙었습니다. 이튿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누군가에겐 평범한 일상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온 힘을 다해 기다리는 아침입니다. 밤새 알을 품었던 수컷과 암컷이 자리를 교대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이제 막 세상에 빛을 본 둘째, 알껍질을 버리고 서둘러 돌아온 아빠, 이렇게 가족이 완성됐습니다. 부화 이틀째 첫째는 본능대로 자갈 밭을 거닐고 먹잇감을 찾습니다. 가장 호기심이 완성할 때죠. 어린 새는 결국 다른 새의 영역을 침범하고 맙니다. 즉각 견제하는 참새, 아빠는 소리를 내 첫째를 부릅니다. 그대로 두면 참새의 공격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 첫째가 서둘러 참새의 영역을 벗어납니다. 뒤쫓던 참새, 추격을 포기합니다. 무사히 돌아온 첫째 가장 안전한 부모의 품으로 파고듭니다. 둘째는 태어난지 세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 걷지 못합니다. 보통 부화 한 시간이면 걷기 시작하는 꼬마 물떼 새, 유독 힘이 약한 둘째는 어미 품만 찾습니다. 새끼들의 안전을 위해선 즉시 물가로 이주해야지만 지금 둘째의 상태로 무리입니다. 어쩔 수 없이 꼬마 물떼 새, 가족은 주차장에서 하룻밤을 더 보냅니다. 날이 밝았습니다. 꼬마 물떼 새 가족, 오늘은 반드시 물과 먹이가 있는 하천 변으로 가야합니다. 주차장에서 하천 까지는 약 2백 미터, 새들에겐 목숨을 건 여정입니다. 하룻밤 사이 둘째는 어제보다 힘이 생겼습니다. 이제 이소해야할 시간, 엄마가 새끼들을 이끕니다. 언제 어디서 천적이 나타날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여정, 그런데 뜻 밖에 복병을 만났습니다. 주차장 한 켠에 있는 물 웅덩이에 멈춰선 새끼들, 태어나 처음 본 물입니다. 어미는 길을 재촉하지만 새끼들은 웅덩이를 떠날 줄 모릅니다. 물을 좋아하는 물떼 새의 본능입니다. 하지만 이곳은 매일 중장비와 사람들이 오가는 공사장, 비가 오면 생겼다 마르는 작은 웅덩이가 꼬마 물떼 새 가족의 보금자리가 될 수는 없습니다. 하천을 눈 앞에 두고도 발이 묶인 꼬마 물떼 새 가족, 물과 먹이가 풍부한 안식처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난하기만 합니다. 사람들이 놓은 농약에 중독되었던 독수리들은 많이 호전됐습니다. 비행훈련을 하는 대형 케이지가 비좁을 만큼 비행능력도 회복됐습니다. 이제 야생으로 돌려보낼 때가 됐습니다. 두 달 만에 자연의 품으로 돌아온 독수리, 힘껏 날개를 펼쳐 비상합니다. 이제는 독수리가 다시 이곳을 찾아올지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생명은 죽음의 겨울을 지나며 언젠가 닥칠 침묵의 봄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끝. (EBS 다큐프라임 1407회 여섯번째 대멸종 2부 침묵의 봄에서 정리).
① 철새들은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와 우리나라를 중간 기착지로 삼아 먹이를 먹고 휴식을 취하다 떠난다. 이때 지친 새들을 노리는 녀석이 있다. 바로 고양이다. 목표물을 정하면 마치 용수철이 튀듯 점프하며 공격하는 야생 고양이, 자신의 몸 길이의 다섯 배까지 뛰어올라 새를 공격한다. 유연성과 순발력, 그리고 강한 뒷다리로 만들어내는 추진력 때문이다. 육식을 하는 고양이는 설치류, 조류, 파충류 등 작은 동물들을 사냥하는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새의 멸종 원인의 1위는 고양이의 공격, 미국과 캐나다 지역에서만 한 해 25억 마리의 새가 고양이의 사냥으로 죽는다. 새가 죽는 두번째 원인은 도시에 있다. 도시 곳곳에 세워진 유리벽, 수많은 새들이 인간이 세운 문명의 벽에 부딪혀 생을 마감한다. 새들은 죽음으로 묻는다. 인류는 머지 않은 미래에 지저귀지 않는 침묵의 봄을 맞이할 것인가. 미국엔 오듀본 이라는 조류보호단체가 있다. 회원이 180만명이다. 그들은 유리창에 부딪혀 죽는 새들의 실상을 조사하고 있다. 미국 전역에서 연평균 약 6억 마리의 새가 이렇게 죽어간다. 거대한 도시 한 켠에서 이토록 많은 새들이 죽어가는 것을 사람들은 잘 모른다. 노스 캐롤라이나 주에서 비슷한 사고가 있었다. 현장에 있던 한 시민이 휴대폰으로 촬영해 세상에 알렸다. 많은 새가 건물 유리창에 부딪혀 폐사하고 있다.
② 수많은 새들이 인간이 인간을 위해 만든 이 도시에서 죽어가고 있다. 철새들이 이동하는 길 목에 위치한 한 섬, 새들은 유리창을 벽으로 인식하지 못한 채 직진하다 충돌한다. 그 충격은 죽음으로 이어질 정도로 강력하다. 작은 섬도 마찬가지다. 창이 있는 곳이면 어디서나 사고가 일어난다. 더욱 위협적인 건 도로 위에 있다. 자동차 소음을 막기 위해 세워진 방음벽이다. 대부분 야생의 서식지를 관통하고 있다. 그 벽은 투명해서 새들은 눈 앞에 보이는 숲을 향해 돌진하다 충돌하게 된다. 번식철 새들에게 방음벽은 특히 위험하다. 새끼를 먹이기 위해 분주히 오갈수록 더 많은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맹금류를 제외한 새의 비행 속도는 평균 시속 약 40~70 킬로미터, 소형 조류의 두개골은 마치 종잇장 처럼 얇아 계란을 깰 수 있을 정도의 충격만으로도 깨진다. 대부분의 새들은 눈이 측면에 있다. 좌우의 천적을 인식하는 시야는 좁다. 새는 자연에서 생존하기 위해 진화한 몸으로 인간이 만든 도시 공간이라는 또 하나의 천적과 싸우고 있다. 번식철 새들의 죽음은 연쇄적인 죽음이 된다. 멧비들기는 숲이 있는 곳에서 살아가는 암수가 함께 새끼를 돌보는 친숙한 텃새다. 멧비들기는 새끼를 키우는 시기, 특별한 유아식을 먹인다. 어린 멧비들기가 어미의 목구멍에서 받아먹는 것은 피죤 밀크, 비들기 우유다. 멧비들기는 포유류 처럼 모이 주머니에서 하얀 젖을 토해내 새끼들을 먹인다. 더 많이 자주 먹어 젖을 돌게 해야 어린 것들을 키울 수 있다. 하지만 세상 곳곳엔 벽이 있다. 유리벽에 부딪혀 충격이 큰 어미, 새끼들이 있는 둥지가 지척이지만 돌아가지 못한다. 태어나 보름은 어미의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새끼도 이차 피해를 당한다. 이렇게 우리나라에서 하루 약 2만 마리, 일년에 8백만 마리의 새가 사람들이 만든 벽에 부딪혀 죽어가고 있다. 눈에 띄지 않지만 도시 곳곳엔 그들의 처참한 마지막이 새겨져 있다. 자연의 힘으로 넘을 수 없는 죽음의 벽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에도 이런 새들의 죽음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있다.
③ 자연을 관찰하고 그 경험을 공유하는 한 온라인 플랫폼의 회원들은 2018년부터 새들의 상황을 기록해 알리고 있다. 신도시의 방음벽을 따라 두 세시간을 살핀 결과 육칠십 마리의 사체가 수집됐다. 무심히 지나쳤더라면 알지 못했을 새들의 죽음이다. 지난 3년간 회원들이 직접 발견하여 올린 피해건수는 약 2만5천건, 우리나라 전역에 야생 조류들이 유리창 충돌로 죽어가고 있다. 미국에서는 연간 약4억에서 10억 마리가 캐나다에서는 연평균 2500만 마리가 희생당하고 있다. 과학저널 사이언스지에 게재된 논문에 1970년 부터 현재까지 북미에서 30퍼센트의 새가 감소했다고 나온다. 주된 원인은 유리창 충돌이었다. 우리의 가장 큰 우려였던 고양이의 새사냥, 서식지 파괴와 마찬가지였다. 경상남도 고성엔 새멸종을 막기 위해 20년 넘게 노력하는 사람이 있다. 1997년부터 왔으니까 지금 23, 24년 되겠다. 몸 길이 1미터, 날개 길이 3미터에 이르는 독수리, 수리과의 대형 조류중 가장 크지만 현재 멸종 위기종으로 분류되어 있다. 매해 겨울 독수리는 몽골에서 3천 킬로미터를 날아 우리나라로 온다. 전세계 독수리 2만 마리중 약 2천 마리가 한국에서 겨울을 보낸다.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독수리들은 대부분 한 살에서 다섯 살까지의 개체들이다. 독수리는 하늘의 제왕으로 불리는 검독수리와는 달리 사냥을 하지 못한다. 동물의 사체만을 먹는다. 고성의 들판은 이들에겐 무료급식소다. 교사 출신의 김덕성씨가 이십년 넘게 독수리들에게 먹이를 나눠주고 있다. 독수리들은 그가 주는 먹이를 기억하고 매 해 이곳을 찾아온다. 독수리들은 태어나서 두 살까지 살 수 있는 확률이 20퍼센트가 안된다고 멸종단계로 들어갔다고 그래서 어릴 때 여기서 독수리들을 잘 먹여서 보냈을 때 번식할 수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으로 같이 (독수리 이동) 루트에 걸려 있는 모든 나라가 함께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다.
④ 그러나 3천 킬로미터를 날아온 월동지 한국의 상황은 나날이 달라지고 있다. 농경지 바로 주변까지 들어선 공장과 산업기반 시설들은 독수리들에게 점 점 더 위협이 되고 있다. 날지 못하고 들판을 헤맨다. 자세히 보니 독수리의 날개 뼈가 돌출되어 있다. 지금 날개 뼈를 구성하는 노뼈와 자뼈가 부서진 채로 피부 바깥으로 개방되어 있다. 그리고 상당히 말라 있다. 이렇다는 건 이미 부러진 사고를 겪은지 오래 되었다는 이야기다. 보통 독수리가 이렇게 날개 뼈가 부서져서 구조되는 경우는 전선과 같이 면적이 좁은 인공구조물에 부딪혔을 때나 아니면 누군가가 쏜 총에 맞았을 때 이런 경우를 자주 보인다. 인간이 드리운 또 하나의 죽음의 덫이다. 충남 청양에선 독수리 두 마리가 쓰러진 채 발견되었다. 거품을 물고 있어 독극물 중독이 의심되는 독수리였다. 응급조치가 시급한 상황, 구조대는 서둘러 독수리를 치료센터로 옮겼다. 독수리의 목구멍을 벌려 토하게 하자 아직 소화되지 못한 가창오리의 사체 조각이 쏟아졌다. 농약 중독으로 죽은 가창오리를 먹고 2차로 중독된 독수리, 죽음에 이를뻔 했던 위기를 넘겼다. 날개가 부러진 독수리는 상태를 더 정밀하게 진단하기로 한다. 이 독수리는 상태가 심각하다. 수술해도 뼈가 안붙을 가능성이 매우 높고 골절 수술을 못하면 독수리들은 나가서 비행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안락사를 하는게 맞다. 도시에선 자연과 인간의 위태로운 공존이 계속되고 있다.
⑤ 어미는 천적의 접근을 막기 위해 껍질부터 내다 버린다. 한번의 실패 끝에 얻은 그야말로 귀한 자식이다. 갓 부화한 새끼는 작고 연약하다. 아직 두 다리를 제대로 펴지도 못한다. 부모는 이때가 가장 위험하다는 걸 알고 있다. 천적들의 눈에 뛸까 서둘러 품에 안는다. 새끼가 태어났지만 부부는 포란을 멈추지 않는다. 아직 부화하지 못한 알이 하나 더 있기 때문이다. 부화 한 시간 후 첫째는 제법 다리에 힘이 붙었다. 이튿날 아침이 밝았다. 누군가에겐 평범한 일상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온 힘을 다해 기다리는 아침이다. 밤새 알을 품었던 수컷과 암컷이 자리를 교대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부화가 시작되었다. 이제 막 세상에 빛을 본 둘째, 알껍질을 버리고 서둘러 돌아온 아빠, 이렇게 가족이 완성됐다. 부화 이틀째 첫째는 본능대로 자갈 밭을 거닐고 먹잇감을 찾는다. 가장 호기심이 완성할 때다. 어린 새는 결국 다른 새의 영역을 침범하고 만다. 즉각 견제하는 참새, 아빠는 소리를 내 첫째를 부른다. 그대로 두면 참새의 공격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 첫째가 서둘러 참새의 영역을 벗어난다. 뒤쫓던 참새, 추격을 포기한다. 무사히 돌아온 첫째 가장 안전한 부모의 품으로 파고든다. 둘째는 태어난지 세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 걷지 못한다. 보통 부화 한 시간이면 걷기 시작하는 꼬마 물떼 새, 유독 힘이 약한 둘째는 어미 품만 찾는다. 새끼들의 안전을 위해선 즉시 물가로 이주해야지만 지금 둘째의 상태로 무리다. 어쩔 수 없이 꼬마 물떼 새, 가족은 주차장에서 하룻밤을 더 보낸다. 날이 밝았다. 꼬마 물떼 새 가족, 오늘은 반드시 물과 먹이가 있는 하천 변으로 가야한다. 주차장에서 하천 까지는 약 2백 미터, 새들에겐 목숨을 건 여정이다. 하룻밤 사이 둘째는 어제보다 힘이 생겼다. 이제 이소해야할 시간, 엄마가 새끼들을 이끈다. 언제 어디서 천적이 나타날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여정, 그런데 뜻 밖에 복병을 만났다. 주차장 한 켠에 있는 물 웅덩이에 멈춰선 새끼들, 태어나 처음 본 물이다. 어미는 길을 재촉하지만 새끼들은 웅덩이를 떠날 줄 모른다. 물을 좋아하는 물떼 새의 본능이다. 하지만 이곳은 매일 중장비와 사람들이 오가는 공사장, 비가 오면 생겼다 마르는 작은 웅덩이가 꼬마 물떼 새 가족의 보금자리가 될 수는 없다. 하천을 눈 앞에 두고도 발이 묶인 꼬마 물떼 새 가족, 물과 먹이가 풍부한 안식처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난하기만 하다.
⑥ 사람들이 놓은 농약에 중독되었던 독수리들은 많이 호전됐다. 비행훈련을 하는 대형 케이지가 비좁을 만큼 비행능력도 회복됐다. 이제 야생으로 돌려보낼 때가 됐다. 두 달 만에 자연의 품으로 돌아온 독수리, 힘껏 날개를 펼쳐 비상한다. 이제는 독수리가 다시 이곳을 찾아올지 알 수 없다. 생명은 죽음의 겨울을 지나며 언젠가 닥칠 침묵의 봄을 경고하고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