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어와 벵에돔*
_文響 이정임_
능포 앞바다 해무(海霧) 걷히니 서서히 드러나는 수평선
침묵으로 줄지어 선 대형유조선 곁을
분주히 오가는 작은 운반선과
간간이 스치는 쾌속선 하얀 꼬리의 시원스러운 포말
통통통 물살 가르며 고깃배 포구로 드니
해안의 갈매기떼 옹기종기 모여 놀다 뒤를 따르는 오후.
물고기 식사 시간 아직 이른지
드리운 낚싯대는 한 시간 넘도록 꿈쩍도 않고
여분의 낚싯대도 없고
하여,
무료함 달래느라 바다 풍경 디카에 담으며 오락가락하다 보니
이윽고 드는 물 따라 벵에돔 몇 마리 낚아 올린다
자~이제 회를 쳐야 하는데...
맙소사 어찌 이런 난감한 일이?
일행들이 아무도 회를 칠 줄 모른단다.
낚시 따라다닌 지 어언 이십 년인데
이리 황당한 일은 처음이고 보니
'회 치는 걸 진즉 배워 둘 걸' 하는 후회도 해보고
서로를 믿었던 실수와 낚시 번개의 허점을 절감하며
어쩔 도리 없이 갯바위에 앉아
강태공의 바쁜 손놀림과
채워가는 망태기 바라보며 침만 꼴깍 꼴깍 삼킨다.
이윽고 해질 무렵
'수고비 드릴 테니 회 좀 썰어주세요~오'
횟집에 애교 떨어봤지만 싹둑 거절당하고
능포 방파제로 나오니
친절한 장어 집 아저씨 께서
장어 사 먹으면 직접 회를 썰어 주신 단다.
오호, 이야말로 일거양득이렸다
회 먹고 장어 먹고 오랜만에 포식하겠구나!
자주 먹는 회지만
낚시터의 회 맛을 어디에다 비할까
더군다나 벵에돔이 아닌가
모처럼
시각 미각 후각 청각 촉각
오감을 몽땅 살린 즐거운 하루에
친절한 장어 집 아저씨 활약
비중 매우 컸다는 말씀 강조드리며
우리 일행 다시 한번 아저씨께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거제 능포방파제 장어 집=
포장마차인 듯 간판이 없어 제대로 소개를 못해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