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외래어, 외국어, 우리말, 언어 유감言語 遺憾 S. Macho CHO rok-hid @ inbox . ru
‘홍길동쉐프는 텍스쳐가 잘 씹히는 느낌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이번엔 떡볶이 레시피를 소개합니다. 핸섬한 슈트를 입고 시나몬을 뿌려주는 모습에 반했습니다. 퍼니쳐에 라이팅을 줘봤습니다. 나는 이 알루미늄 바디가 좋아요. 펄로즈 레커로 피니시했다. 이건 편안한 그립감을 준다. 이번엔 데미지 클리닉을 소개합니다’. 지금 TV와 케이블방송프로그램에서 진행자들이 무작정 뱉어낸 단어들이다. 정장이라 말하면 촌스러운 건가? 도대체 언제부터 계피를 시나몬으로 불렀나? 솔직히 한식이나 된장찌개, 떡볶이까지 레시피나 쉐프라 부르는 건 너무 한다 싶다. 방송에서 매번 쉐프란 단어를 들을 때마다 짜증이 나고 거부감 든다. 우리말 단어가 없는 것도 아니고 ‘조리사, 조리장, 요리사, 주방장’란 예쁘고 멀쩡한 우리말이 있기 때문이다.
LH, SH공사, NH농협, IBK기업은행, KB국민은행, 이젠 새마을금고까지도 MG새마을금고란다. 헤어컨설턴트, 리사이클링 비즈니스맨, 슈즈샤인메니져, 하우스메이드, 라이프케어컨설턴트, 리얼에스테이트 에이젼시, 세큐리티. 제빵사를 파티쉐Patissier로, 커피 뽑는 사람까지 굳이 이딸리아말인 바리스타Barista라고 부른다. 거기다 와인감별사를 소믈리에Sommelier로, 꽃꽂이하는 사람까지 플로리스트Florist로 불러야 권위가 사는 줄 아는 모양이다. 여자연예인은 일회용 편의용품을 어메니티Amenity, 간식을 꼭 핑거푸드라고 말하며 미소 짓는다. 고객의 니즈를 최우선 반영해. 이번 프리마켓은 30여 명의 셀러가 참여했다. 자유 일정을 계획하는 허니무너의 경우는~. 테이스트 맵이라기에 뭔 말인가 했더니 ‘맛집 지도’더라. 꼭 외국어를 말해야 고급스럽게 보이는 건가?
현재, 우리나라는 외국어 홍수 속에 심각하게 빠져있다. 정부기관이나 기업 등 영어 이니셜 쓰는 것도 무척 거슬리다. 외국어를 넣어야 그럴싸하다는 생각하는 사람들. 외국어를 사용하면 뭔가 있어 보인다고 생각하는 사대주의 노예근성 때문에 쉐프라는 단어를 기를 쓰고 사용하는 듯하다. 어떻게 보면 그냥 쉽게 부르는 명칭일 뿐이므로 크게 중요한 건 아닌 거 같지만, 그 내면에 깔린 사람들의 사대주의 노예근성이 안타깝게 보이는 건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특히 명박이나 박근혜정권은 외래어를 생각 없이 남발하는 수준이다. 코드, 태스크포스, 로드맵 등을 남발하다 한 시민단체에 의해 우리말 으뜸 훼방꾼이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몇 년 전 국립국어원에서 정부기관의 외래어, 외국어 남용사례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행정안전부는 음란물 클린 시민운동, 통일부 법률 홈닥터, 허브 사이트, 지식경제부 에너지닥터, 스마트 커뮤니티 이니셔티브, 교육과학기술부 글로벌 선도학교, 에너지위너상, 문화체육관광부 토요스포츠데이, 북멘토 프로그램, 보건복지부 저나트륨 조리 레시피, 헬스키퍼센터, 환경부 밀리언브랜드, 오토 오일, Clean-Sea 플랫폼 사업, 농림수산부 Job Map, 영파머, 정부가 내놓은 자료에 ‘모바일 영 마이스터, 스마트 워크, 쿨비즈’ 등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국적불명의 용어들이 가득하다. 외국에서 들어온 전문용어를 우리말로 바꾸지 못한 경우도 있겠지만, 국어기본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 외국어를 그냥 한글로만 적은 것은 아니냐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그동안 15개 정부 부처의 보도자료에서 외래어와 외국어를 오·남용한 사례가 무려 238건에 달했다고 한다. 가이드라인’은 기준, 지침, ‘리스크’는 위험, ‘시너지’는 상승효과로 쓰면 된다. 가이드/가이드라인(90), 거버넌스(16), 글로벌(358), 노하우(33), 로드맵(67), 리더/리더십(75), 리스크(61), 매뉴얼(28), 매칭/매칭 펀드(21), 메시지(50), 멘토/멘토링(90), 비전(95), 서포터스(58), 세션(102), 센터(484), 스마트(125), 스토리텔링(32), 스태프(12), 시너지(34), 워크숍(207), 원스탑(47), 이벤트(69), 이슈(84), 인센티브(90), 인턴(77), 인프라(198), 채널(75), 컨설팅(188), 컨퍼런스(69), 쿨맵시(22), 토크/토크콘서트(15), 파트너/파트너십(83), 패널(57), 패러다임(47), 패키지(60), 페스티발(32), 포럼(371), 프로세스(52), 프로젝트(301), 플랫폼(52), 허브(21), 홈페이지(359), 힐링(10)등이다. 이 밖에 다이퍼대디, 대미, 드레스코드, 렌트푸어, 모멘텀, 미스매치, 슬러지, 에너지바우처, 이니셔티브, 인벤토리, 제로베이스, 트라우마, 슬로우시티, 헬스케어 같은 뜻 모를 외국어가 아무런 설명 없이 보도자료에 나오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어려운 한자어로는 선제적, 경주, 위촉, 전년동기/동월, 전보, 정주, 제고, 주살, 폄훼, 하회, 회랑, 애로/애로사항 등이 꼽혔다.
지구 상엔 19세기까지 약 6,800개의 언어가 191개의 나라에서 사용되었단다. 약 1,000개 미만의 언어만 고유문자가 있었고 나머지는 단지 대화만 가능했다. 현재 약 60억 명에 이르는 인구가 한국어를 포함해 약 6,528개 언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절반 이상이 타민족에 대한 배타적인 언어정책과 유력언어의 문화, 경제적 흡수로 인하여 서서히 사라져 가고 약 300여 개 언어만이 자기들의 고유문자를 지키고 있다. 유엔UN 총회에서 사용되는 공용어는 6개다. 영어, 중국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아랍어, 프랑스어다. 스페인어는 중남미 제국의 공용어, 아랍어는 아랍세계의 공용어이기 때문이다. 순수하게 사용자 수로만 따지자면 인도의 힌디어도 세계 3위 내에 들어간다. 오스트레일리아의 경우 1970년대까지도 원주인들의 고유언어사용금지 정책으로 수백 가지 애버리진Aborigine어를 사멸시켰다. 또한, 미국도 유럽인들의 이주 이전 아메리카 원주인原住人들의 수백 개 언어들도 다 사라지고 현재 약 150개만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유럽에도 약 50여 개의 언어가 사멸되고 있고, 중국의 중국어는 엄격히 한족의 말인 한어漢語이며, 강한 동화정책으로 대부분의 소수민족 언어 등 약 50여 개 언어만 힘겹게 유지되고 있다. 아프리카도 1,400여 개의 다양한 언어 중 절반 이상이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태평양 한가운데 파푸아 뉴기니에선 종족끼리 모여 고립되어 살아가기에 부족들이 약 820여 개 언어가 잘 보존되고 사용되고 있다.
외래어는 ‘외국어가 한국어 속에 들어와서 우리말처럼 쓰이는 말’이고 외국어는 ‘다른 나라말’이다. 적당한 외래어나 외국어는 양념 역할을 하지만 지나치면 공해가 되는 것이다. 또, 외국어를 표기할 때 규범 표기와 표기 실태가 다른 경우가 많아 국립국어원 누리집에 ‘사전·국어지식-외래어 표기법-용례 찾기’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규범 표기가 등재되어 있지 않을 경우 국립국어원에 문의하면 외래어 표기법에 따른 외국 지명의 한글 표기를 안내받을 수 있다. 그러나 반론도 있다. 외국의 지명이나 고유 명사는 그 나라 고유발음에 가장 가깝게 표기해야 한다고 보는 의견이 있다. 예로, 호주의 멜버른을 멜번Melbourne, 시드니Sydney를 싣니로 발음해야 호주인들은 알아듣는다. 일본의 さっぽろ도 삿포로가 아니라 삿뽀로로 발음한다. 외국 현지에서 사용하는 발음이 아닌 우리가 표기하는 발음으로 주장하는 건 좀 더 논의해야 할 숙제다. 외래어순화운동도 실천하자. 발레파킹같은 건 대리주차, 베이비시터는 보모라고 하면 더 편하고 이해가 빠르다.
언어는 자연적인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문자는 그냥 습득하는 게 아니라 직접 배우는 것이다. 따라서 말과 글자는 틀리다. 인류가 만든 문자는 약 300여 종인데 현재까지 사용되는 것은 약 60종에 불과하다. 그중에서 가장 과학적이며 발음하기 좋은 문자는 ‘한글’이다. 한글 24자인 ㄱ, ㄲ, ㅎ 등을 ‘낱자字母’라고 한다. 여기에 ㅐ, ㅔ를 합쳐 26자인 한글이 된다. 한글은 몽골어, 핀란드어, 헝가리어와 같이 우랄 알타이Ural-Altaic군에 속한다. 1,400년 초까지 모든 문서들은 중국 문자인 ‘한자’로 기록했었고 일반인들이 배우기엔 어려운 교육받은 양반들만의 전유물이었다. 예전부터 권력자들은 그 특별한 권력을 자기들만 유지 계승하기 위해 일반인들, 즉 상놈의 교육마저 금지했다. 그러나 조선 시대 4대 세종대왕이 1443년 과학적 문자인 ‘한글’을 창조해 비로소 많은 국민이 쉽게 글을 배우고 읽고 쓸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즉, 문자의 대중화가 된 것이다. 그러나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들의 걸작품 ‘훈민정음’ 한글이 처음엔 외면을 받았다. 조선 시대 지배계층 것들은 자기들이 섬기는 중국의 한자를 더 중시했고, 일제강점기 때는 친일파들이 앞장서서 일본어를 사용하고 한글은 철저히 탄압했다. 영어권 외래어 유입의 역사를 살펴보면, 16세기 선조 때 중국을 통해 서양문물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부터 비롯됐다고 본다. 이 시기에 서구 문물이 한국에 유입되면서 영어 외래어 등이 그대로, 또는 변조되어 들어왔을 것으로 추측된다. 근대적 의미의 본격적인 영어 유입은 1882년 맺은 ‘조미수호통상조약’에서 시작되어 밀려 들어왔다. 친일파들은 지금도 한글을 천시하고 외국어, 외래어를 숭상한다.
한글은 타 언어와 비교도 안 될 만큼 다양한 음을 낼 수 있다. 모음이 10개나 되고 자음은 19개지만 발음을 분석하면 어두 자음이 17개, 어중 자음이 18개, 어말 자음이 7개나 된다. 더욱이 10개의 장음과 10개의 단음이 있다. 훈민정음의 발음법은 너무나 과학적이다. 혀의 위치와 모양, 그리고 입 모양 등을 통해 발음을 설명하고 있다. 국제음성학협회IPA에서 채택한 대니얼 존스Daniel Johns의 기본모음 8개도 훈민정음 발음법에 충실하면 완벽히 발음하고 표기할 수 있다. 구한말 국내 대학에서 국어국문학과가 생기기 전에 러시아 내 대학에서는 이미 한국어학과를 설치해 연구하고 교육했다. 1945년 대한민국 수립 후 정부는 10월 9일을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반포를 기념해 10월 9일을 법정 공휴일 한글날로 제정했다. 유네스코UNESCO는 1997년 10월 1일 ‘훈민정음’을 세계문화유산에 포함했다. 명작 ‘대지The Good Earth’로 퓰리처상과 1938년 노벨상을 받은 작가 펄 벅Pearl S. Buck은 ‘한글은 세상에서 가장 간편하고 편리한 문자이다. 세종대왕은 한글의 다 빈치다
Hangul is the simplest writing system in the world and likened King Sejong to Leonardo da Vinci’라고 한글의 우수성을 표현한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고유언어와 글자가 있다는 것이 너무 자랑스럽다. 우리나라 옷에는 국적불명의 외국어단어가 인쇄되어 있지만, 외국 유명 디자이너들은 오히려 한글로 디자인한 제품을 내놓는다. 북한에서의 한글사용 연구 등 사례는 생각해 볼 만하다. 한글 사랑은 오히려 북한이 우리보다 나은 것 같다. 외래어를 사용 안 하고 한글을 고집하니 우리에겐 우스꽝스러운 단어도 종종 신선하게 보인다. 북한에서 생산되는 평화자동차의 뻐꾸기, 휘파람, 삼천리 등 차종 이름은 매력 있다. 일본 가나는 300여 개, 중국 한자는 약 400여 개 정도 발음을 적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말인 한글은 세계 문자 중에서 가장 많은 8,800여 개 소리가 표기 가능한 우수한 문자다. 현재, 우리말은 사용인구 수로 볼 때 세계에서 15위며 지구 상에서 약 8,000만 여 명이 사용하고 있단다. 그 동안 그러나, 영어, 스페인어, 중국어, 러시아어 등 주요 대중적인 언어들에 밀려 사멸위기에 처한 언어들은 약 3,000개에 이른다. 무분별한 외래어, 외국어의 남용과 사용인구의 감소 등으로 인해 지구상에서 한번 사라진 언어를 되살리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우리는 꼭 알아야 한다. 필핀Philippines, 타갈락Tagalog은 발음에 따라 표기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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