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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은 어떻게 시작하는가? 삶과 죽음은 어디에서 비롯되고 무엇을 향해 나아가는가. 40억년 생명의 년대기 가운데 마지막에 출현한 인류에게서 질문은 시작되었다. 생명역사의 오랜 관찰자이자 주체로서 머나먼 우주를 향해 던진 동시에 존재 속으로 깊이 다가가는 질문이었다. 답을 구하는 여정에서 인류는 몇가지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 하나가 유전자다. 인류는 이제 우리 눈에 보이는 세계가 알려진 지식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우리는 이제부터 여러분과 함께 지평선 너머 새로운 세계를 찾아 나섭니다. 긴 항해의 끝에 무엇을 만나게 될지 모르지만 돛을 올린걸 후회하지는 않을 겁니다. 지금까지 인류가 그래온 것처럼 말이죠.
유전자 가위-신의 도구인가.
2016년 중국의 인구는 13억 7천만명을 넘어섰다. 거대 국가에서의 음식산업은 경제동향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데 중국에선 특히 돼지고기 가격이 민감하다. 중국인 식탁에 오르는 육류의 80%가 돼지고기이기 때문이다.
왕섬취/주방장: 중국에는 고기 종류가 아주 많아요. 소고기, 양고기, 닭고기, 오리고기, 돼지고기가 있죠. 하지만 우리 중국인은 돼지고기를 가장 좋아합니다. 상대적으로 돼지고기를 가장 많이 먹어요. 2015년 중국인은 1인당 31.6kg의 돼지고기를 소비했다. 중국자체로 보면 4360만톤, 그게 전세계 소비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양이었다. 유전자를 교정한 슈퍼 근육돼지는 이런 배경에서 탄생했다.
2015년 7월에 한국 유전체 교정연구단은 중국 연변학교 연구팀과 함께 신품종 돼지를 소개했다. 보통의 축산 돼지들에 비해 근육과 단백질 양을 높이고 지방은 낮춘 새로운 종류의 돼지였다.
인시춴 교수/연변대 축산과학부: 가장 뚜렷한 특징은 근육은 많고 지방은 적다는 거예요. 지방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어요. 전부 근육이죠. 슈퍼 근육돼지는 일반 돼지보다 근육양이 20% 가량 많다. 같은 무게에서 살코기가 더 많이 나온다는 얘기다. 가축의 품종개량은 보통 교배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그러나 슈퍼근육돼지를 탄생시킨 것은 전통적인 교배가 아니라 유전공학이었다.
모든 생물에는 마이오스탄틴(Myostantin) 유전자가 있습니다. 근육성장을 억제하는 유전자죠. 만약 이 유전자가 변형돼서 기능을 잃게 되면 개체의 근육성장을 억제하지 못해 과도하게 성장합니다. 1997년 과학자들은 생체에서 근육성장을 조절하는 유전자를 찾아냈다. 근육세포가 어느 정도 발달하고 나면 더 이상의 증식과 분할을 억제하는 유전자이다. 과학자들은 이 유전자를 마이오스탄틴 이란 이름을 붙이고 이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강화하거나 제거할 수 있는지 연구를 시작했다. 그리고 20년 만에 한중합작으로 탄생한 슈퍼근육돼지가 바로 근육세포에서 마이오스탄틴 유전자를 제거한 것이다.
교배방식으로 원하는 품종이 만들어지기 까지는 여러 세대가 걸리는게 보통인데 유전자 교정기술은 이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한다. 수정단계에서 유전정보를 바꾸면 곧 바로 새로운 종이 태어나는 것이다. 물론 유전정보를 바꾸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생명체를 구성하는 조직의 최소단위는 세포, 인간의 몸에는 약 60쪽의 세포가 있다. 그리고 각각의 세포는 소기관으로 구성되는데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미토콘도리아와 단백질을 수송하는 골지체 그리고 세포핵이 그것이다. 또 세포핵 안에는 46개의 염색체가 있고 그 염색체 안에서 각각의 특징을 만들어내는 물질이 유전자다.
인간의 경우 염색체 안에는 30억쌍의 염기서열이 존재한다. 유전자는 아데닌(Adenine), 티민(Timine), 구아닌(Guanine), 시토신(Cytocine) 이라는 4개의 염기성분이 쌍을 이루어 그 중 나선 구조로 연결된다. 이 염기쌍이 어떻게 나열되는가에 따라 유전정보가 달라지는데 이 유전정보를 인위적으로 바꾸는 것이 유전자 교정이다. 사실 인간 유전자 지도를 연구한 역사는 그리 길지 않습니다. 염색체 속에서 이중 나선구조로 된 유전물질을 발견한 건 1953년 입니다. 인간 유전자의 모든 염기서열을 판독하는 게놈 프로젝트는 1990년에 시작해서 2003년에야 완성됐습니다. 이게 바로 유전자 지도입니다.
제 DNA를 채취하고 분석한 유전자 정보인데요. 60억개의 유전정보가 어느 세포에서 어떻게 발현 되었는지에 따라 개인 차이가 생깁니다. 비만 유전자가 암 유전자 라는 얘기 들어보셨죠. 어느 특정 유전자의 변이가 비만을 일으키거나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배우 안젤라 졸리는 이런 유전자 검사를 통해서 유방암 발병율이 매우 높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유방암 발병을 막기 위해서 그 부위를 절제했죠. 아마도 유전자 지도를 토대로 절제 수술을 감행한 최초의 시도일 것입니다.
생명공학은 이제 유전자 분석과 더불어 질병을 예측하고 특정 유전자를 교정하는 단계에 까지 돌입했습니다. 앞에서 본 슈퍼 근육돼지도 그렇게 해서 탄생했죠. 그런데 눈에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유전자를 도대체 어떻게 교정한다는 걸까요. 현대의 유전공학은 생태계의 모든 유전자의 완벽한 해독을 목표로 한다. 아직까지는 인간을 포함한 동식물 가운데 일부 유전자들의 기능과 작동방식을 파악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마이오스탄틴 유전자다. 그리고 한중 공동연구팀은 어미 돼지의 난자세포에서 마이오스탄틴 유전자를 찾아낸다. 현재 체세포 복제 1단계입니다.
성숙한 돼지난자에서 난자의 핵을 추출하는 거죠. 연구팀은 먼저 어미 돼지의 난자세포에서 근육성장 방해 유전자를 제거한다. 그리고 유전자가 교정된 난자를 다시 어미 돼지의 몸에 주입하고 수정을 거쳐 마이오스탄틴 유전자 결핍 돼지를 탄생시킨 것이다. 그렇게 특정 유전자를 찾아서 제거하는 것을 유전자 교정법이라고 하며 여기에 쓰이는 도구가 유전자 가위다. 유전자 가위는 특정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찾아서 그 위치를 절단하고 무력화시키는 기술이다. 이렇게 특정 위치가 잘린 유전자는 재조합이나 복구변형을 통해서 새로운 유전정보를 구성하는데, 이런 방식으로 근육성장에 관한 유전정보를 바꿔 준 것이 슈퍼근육돼지다.
자연계에서도 유전자는 다양한 변형을 일으킨다. 바이러스 침투에 대항하거나 환경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에서도 변이가 일어나는데 이렇게 새로 만들어진 유전정보는 세포가 분열할 때 똑같이 복제된다. 그래서 부모가 지닌 특정한 형질이 자손에게 그대로 유전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유전자 교정은 문제를 일으키는 어떤 유전자를 제거해서 그 작업을 멈추게 할 뿐만 아니라 출생 이전에 미리 유전정보를 바꿔서 문제를 원천봉쇄 할 수도 있다. 마이오스탄틴 유전자를 조작해서 돼지고기 생산량을 늘리는 것은 직접적이고 일차적인 목표입니다. 앞으로는 이 돼지를 가지고 인류질병과 관련된 더 많은 일을 하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인간의 근위축증이나 기타 다이어트 등에도 모두 이 기술을 응용할 수 있는 겁니다. 돼지를 모델로 한 유전자 교정은 현재 전세계에서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크리스틴 비카드 박사/영국 로슐린 연구소: 이곳은 유전자 교정이 된 돼지들이 있는 곳입니다. 이 쪽엔 대략 1년이 된 돼지가 있고 제 곁에 있는 이 작은 돼지는 4개월 되었습니다. 우리 연구소에서 돼지 유전자를 교정하는 건 대부분 질병저항력을 갖게 하기 위해서고 또 어떤 돼지들은 인간질병 모델로 삼기 위해 교정하기도 합니다. 동물생명공학 분야의 선두주자인 영국의 로슐린 연구소, 이 연구소에선 최근 돼지 축산업을 괴롭혀온 바이러스성 전염병의 정복을 선언했다. 돼지가 태어날 때부터 면역력을 갖게 하는 유전자 교정에 성공한 것이다.
엘한 아차바드 교수/로슐린 연구소: 우리가 연구하는 건 PRRS (돼지생식기 호흡기 증후군)입니다. 그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균은 PRRS 바이러스죠. 우리는 PRRS 바이러스가 돼지에 침투하는 과정을 추적해서 CD163 분자를 찾아냈습니다. 그래서 CD163 유전자를 변형시켰더니 PRRS 바이러스가 돼지 유전자에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돼지 생식기 호흡기 증후군으로 인한 피해가 미국에선 년간 7천 4백억원, 유럽에선 2조원이 넘는다. 전염병 퇴치 가능성은 축산업계에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돼지가 병에 완전히 저항할 수 있게 만들면 돼지 산업에서의 경제적 손실을 줄일 수 있어요. 이미 우리 뿐만 아니라 미국의 과학자들도 입증했죠. 남은 문제는 가능한 한 가장 효율적으로 하는 겁니다. 이 연구는 축산업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겁니다.
앞으로 축산농가에서는 선천적으로 생식기 호흡기 증후군에 강한 면역돼지를 생산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인위적으로 유전정보가 바뀐 돼지를 우리가 먹어도 될까.
크리스틴 비카드 박사: 유전자를 교정해도 생리적인 변화가 거의 없어요. 자연적인 품종개량 과정을 가속화시킨 것 뿐이거든요. 다른 종의 유전자를 이식한게 아니예요. 박테리아성 유전자도 없어요. 그냥 똑 같은 돼지예요. 유전자 교정한 동물을 먹는 건 전혀 위험하지 않아요. 유전공학은 때로 부작용과 윤리문제에 부딪치기도 한다. 유전자 교정법은 과연 다른 길을 갈 수 있을까.
원래 자연계에서는 무작위적인 유전자 변이가 일어나고 그 돌연변이가 후대로 후대로 유전되면서 진화라는 결과를 만들어 냈습니다. 생명공학에서 유전자 치료나 유전자 교정이라고 말하는 건 이런 돌연변이 매카니즘을 응용하는 것이죠. 그리고 인류는 유전자를 발견하기 훨씬 전부터 생명현상의 돌연변이에 개입해 왔다고 합니다. 특정한 종류를 교배해서 육종하는 방법으로 말이죠. 농사를 짓기 시작한 이래 인류는 끊임없이 농작물의 유전적 변이를 자극해 왔다. 오랫동안 그것은 병충해에 더 강하고 더 많이 생산되는 작물을 선택적으로 교배하고 육종하는 방식이었는데 단점이 있다면 한 품종이 뿌리를 내리기 까지 기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농업분야에서도 유전자 교정실험이 활발하다. 검은색 그래프는 야생종 콩, 현재 먹고 있는 콩의 지방산 함량을 나타내고 빨간색은 저희가 이번에 유전자 교정한 콩에서 나온 기름의 구성을 나타냅니다. 여기 올레인산 이라고 불리는 것은 저희가 만든 콩의 함량이 높은 것을 보이고 있고요. 그리고 불포화 지방산 이라고 말씀드렸던 것은 현재 가지고 있는 콩에 비해서 교정한 콩이 훨씬 더 낮은 것을 보이고 있는 그래프입니다.
국책기관인 유전체 교정연구단에서는 대두에서 불포화 지방산 합성유전자를 제거했다. 이 콩에는 불포화 지방산 대신 혈압과 코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것으로 알려진 올레인산 함량이 더 높게 나타났다. 또한 연구단은 담배의 품종을 개량하는 유전자 교정에도 성공했다. 아미노산 합성에 관련된 유전자를 교정해서 제초제에 저항성을 높힌 담배를 만든 것이다. 연구단의 다음 프로젝트는 바나나 사육이다. 바나나는 세계 4대 작물중의 하나로 저개발 국가에선 식량을 대체하지만 유독 곰팡이균에 취약해서 멸종될 수도 있다.
더구나 바나나는 무성생식식물, 교배 자체가 불가능해서 유전자 교정 외에는 품종개량을 앞당길 효과적인 방법이 없다. 연구단은 현재 바나나 유전체에서 곰팡이 균에 반응하는 인자를 파악하는 중이다. 바나나 같은 경우는 약 500MG 정도의 유전체 사이즈를 가지고 있고 모두 해독됐습니다. 그래서 해독된 부분의 일정한 곳을 원하는대로 디자인을 해서 표적화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만든 유전자 교정 시스템을 적용시켜서 민감한 부분의 유전자를 바꾸는게 두번째 목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바나나 유전자를 교정하는데 성공하면 지난 20년 동안 동남 아시아를 잠식하고 중동 아프리카까지 번지려고 한 전염병을 끝낼 수 있다. 이렇게 축산업과 농업 분야에서 유전자 교정기술이 주목 받으면서 선진국에선 전세계 시장을 목표로 한 상업연구도 탄력을 받고 있다.
댄 보아타스 CSO/미국 유전자 교정연구소: 글루텐은 밀에서 생성된 단백질에 알레르기 반응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없애 밀의 글루텐 함량을 줄일 수 있습니다. 유전자 교정기업들의 최우선 과제는 서양식탁에서 빠지지 않는 밀가루와 감자 그리고 기름들이다. 우리 음식들은 소비자에게 유익하게 적용합니다. 우리의 감자튀김은 더 건강할 것이고 기름도 마찬가지 입니다.
김상규 박사: 유전자 가위 기술이 도입되면서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은 크고 돈 많은 다국적 기업들 뿐만 아니라 몇 개의 식물들을 연구하는 작은 회사들도 자기가 가진 유전 자원을 바탕으로 유전자 가위를 활용해서 훨씬 더 좋은 작물을 빨리 만들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우리나라도 이를 통해서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이쪽으로 기초연구를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유전자 교정연구는 각각의 유전인자를 밝혀냄으로써 가속화된다. 그리고 이 연구의 목표는 궁국적으로 인간이다.
음악 강사인 박정서씨는 체중관리에 예민하다. 조금이라도 살이 찌면 관절에 무리가 가는데 그렇다고 심한 운동을 할 수가 없다. 우리 몸은 운동을 하거나 관절에 지속적으로 힘이 가해질 때 그 주변에 미세한 출혈이 일어나는데 박정서씨는 그 피가 지혈이 되지 않는다. 선천적으로 피를 응고시키지 못하는 혈우병 때문이다.
홍은희/박정서씨의 아내: 결혼하고 제가 도움이 될까 해서 다리를 엄청 많이 주물러줬습니다. 그게 도움이 될 줄 알고 주물러줘서 손가락이 너무 아플 정도로 계속 주물러준 적이 있어요. 그리고 몸에 좋은 운동기구도 사다주고 그랬어요. 그게 처음 시작이었고 다음에는 몸을 못움직이게 했어요. 잦은 출혈로 무릎 관절은 소리없이 손상됐고 2~3년 넘게 걷질 못한 적도 있었다. 박정서씨는 결국 인공관절을 이식하고서야 다시 걸을 수 있게 됐다.
김수정 전문의: 혈우병의 원인은 X 염색체에 탑재되어 있는 8번 혈액 응고 인자, 유전자의 부분적인 변형이나 소실이나 아니면 중첩 등으로 유전자가 제 기능을 못하면서 8번 혈액응고인자가 몸 안의 농도가 떨어지게 되는 것이 혈우병의 가장 중요한 기전입니다. 이러한 8번 혈액응고인자가 부족하게 되면서 생기는 문제는 환자가 이른 나이부터 자발적인 출혈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고 자발적인 출혈이 아니더라도 외부의 충격에 의해서 정상인에 비해 매우 심한 출혈현상을 보입니다.
혈우병 환자의 80%를 차지하는 A형 혈우병은 피부 밖 출혈보다 심부출혈이 더 위험하다. 자기도 모르게 관절공간이나 근육 안에 피가 고이기 때문에 서서히 몸이 망가지는 것이다. 그렇게 혈우병의 고통은 일상을 지배한다.
박정서: 두 사람이 먹을 양을 하고 있어요. 저는 탄수화물을 안먹기 때문에,
기자: 평소에 금식을 자주하는 편이세요?
박정서: 체중이 올라가면 무조건 합니다.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닌데 어쩔 수 없더라고요. 체중이 올라가면 무조건 발목관절이 아프니까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더라고요.
치료법으로는 현재 혈액에 직접 투여하는 응고제가 개발되어 있다. 혈우병 환자는 평생 의존해야 하는 약품이다. 이건 용량이 좀 약한 용량이라서, 개수가 좀 많고요. 용량이 높은 단위는 한 개 두 개 정도 맞을 수 있습니다. 오늘은 준비된게 용량이 적은 거라서, 개수가 좀 늘어나네요. 과거 생활 땐 부작용도 커서 의료기관에선 용량과 횟수를 철저하게 관리한다. 똑 같은 약을 계속 맞으면서 한 달에 두번 병원에 가야 돼요. 쉬운 일은 아닙니다. 지금 일년에 적게는 스물 네번, 사십회 정도는 무조건 가야 해요. 학생들 같은 경우, 회사원들 같은 경우는 방법이 없습니다. 그 부분은 엄청난 힘든 부분입니다. 치료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매 순간 살얼음을 걷는 심정이다.
박정서/혈우병 환자: 지금 이 약 맞으면 격한 운동을 할 일이 아니면 큰 문제가 없거든요. 그걸 믿고 심한 운동을 하거나 방만하게 자기 스케줄을 관리를 하다 보면 금새 또 망가지는 자기가 되는 거죠. 혈액응고 인자가 X염색체 안에 있기 때문에 혈우병은 모계 유전이 된다. 박정서씨의 아들에겐 다행히 유전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아들과 함께 마음껏 뒹굴 수 없고 자각할 수도 없는 출혈을 경험하며 사는건 너무나 고통스런 일이다. 그런데 혈우병이 특정 유전자의 문제라면 유전자 교정 기술로 치료할 수는 없을까. 생각해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유전공학자들은 먼저 혈우병의 원인이된 X염색체 8번 유전자를 정밀하게 해독했다. 연구결과 A형 혈우병 중증 환자들이 대부분 유전자 염기서열에 특이한 공통점을 보였다.
김진우: A형 혈우병을 가진 사람들의 유전자를 조사해 봤더니 혈액응고 유전자가 중간에 뒤집어 있는 경우가 아주 많았습니다. 아주 특이한 현상입니다. 유전자의 일부가 뒤집어진 것을 원상복귀하는 것은 사실은 유전자 가위가 나오기 전에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국내 연구팀은 혈우병 유전자를 교정하는데 유전자 가위 시술을 접목하기로 했다. 유전자 가위란 특정 유전자를 찾아내 절단하는 기술로 유전자 교정에 가장 진화된 방법이다. 연구팀은 우선 혈우병 환자의 세포를 채취하여 8번 유전자 중에 정상과 다르게 염기서열이 뒤집힌 부분을 찾아냈다. 그리고 뒤집힌 염기서열을 절단 하도록 만들어진 유전자 가위를 세포에 투입했다.
해설: 여기 보면 정상인인 경우는 빨간 부위와 하얀 부위가 이렇게 배열돼 있는데요. 환자인 경우는 이 특정 염기서열 부분이 뒤집어져 있습니다. 이를 인어버전이라고 하는데 뒤집어져 있는 이 부분을 우리가 유전자 가위로 잘라서 다시 뒤집으면 정상으로 돌아옵니다. 그러면 이 빨간 부위와 하얀 부위가 이것이 정상인 경우가 똑같이 됩니다.
해설: 유전공학에서 말하는 유전자 가위는 특수한 단백질 효소를 말한다. 상대 유전자에 결합해서 특정한 염기서열을 잘라내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유전자 가위로 문제의 염기서열을 잘라내면 나머지 부위가 재조합되어 정상 유전자로 복구될 수 있다. 이 방법으로 연구팀은 혈우병 쥐에서 혈액응고 인자가 상당히 활성화된 걸 확인했다.
혈우병 생쥐모델 혈액응고 활성에 대한 수치가 5 정도라면 교정을 한 세포를 이식한 생쥐에서 보여준 혈액 응고인자 수치가 10정도였거든요. 그러니까 두배 정도 올라간 거예요. 물론 10 이라고 하는 숫자를 환자 기준으로 해서 10 이라고 볼 순 없지만 환자들이 보여주는 수치 두배 정도까지 올릴 수 있지 않을까. 그 정도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국내 유전공학 연구팀이 입증한 A형 혈우병의 치료 가능성은 아직 동물실험단계이다. 임상실험까지 돌입하게 된다면 혈우병 환자들에게 분명 희소식이 될 것이다.
해설: 2011년 10월 5일 한 남자의 죽음이 전 세계로 알려졌습니다. 전 세계에 스마트폰 혁명을 일으킨 천재, 그리고 엔지니어 이면서 경영가고 예술가였던 스티브 잡스였죠. 그를 죽음으로 이끈 건 췌장암이었습니다. 현대 의학을 총동원했지만 죽음을 피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만약에 유전자 치료가 암을 낫게 할 수 있다면 문제의 유전자를 건강한 유전자로 바꾸어서 완전히 새로 태어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실제로 스티브 잡스는 죽음 직전에 자신의 유전체 정보를 전부 해독해서 치료법을 찾으려고 했다고 합니다. 물론 그 당시에 스티브 잡스를 살려낼 방법이 없었지만 불과 5~6년 만에 유전공학은 완전히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습니다. 바로 유전자 가위 때문입니다. 2017년 4월, 일본에서는 과학자들을 위한 재팬 프라이즈 시상식이 열렸다. 올해의 수상자는 무명의 여성 과학자들이었다.
에마누엘 샤르팡티에 박사: 제 삶과 연구성과에 있어서 큰 원동력은 호기심과 지식에 대한 탐구, 그리고 새로 발견한 것을 이해하는 것이었습니다.
제니퍼 다우즈너 박사: 우리가 여기에 있는 이유는 박테리아의 경이로운 힘 때문입니다.
해설: 에마누엘 샤르팡티에 박사와 제니퍼 다우즈너 박사는 2013년에 새로운 유전자 가위를 개발했다. 다우즈너 박사와 샤르팡티에 박사팀이 개발한 유전자 가위는 캐스 9 단백질과 안내 역할을 하는 RNA로 구성되어 있다. 캐스 9 단백질은 가이드 RNA 의 안내에 따라 해당 염기서열 중에 원하는 위치를 정확히 찾아가서 절단하는데 이런 기능과 정확성은 이전에 어떤 유전자 가위로도 도달하지 못한 수준이다.
임무를 마치고 나면 안내역활의 RNA와 캐스 9 단백질은 자연 소멸하고 유전자는 세포가 가지는 재생능력에 의해 잘린 부위가 복구돼서 부작용도 거의 없다. 이렇게 기존의 유전자 교정기술을 뛰어 넘은 새로운 유전자 가위는 여러 과학 학술지로부터 최고의 과학성과로 꼽혔고 그 과학자는 유력한 노벨상 후보로 떠올랐다.
김진수 단장/유전자 교정 연구원: 유전자 가위는 1세대, 2세대, 3세대를 걸쳐서 발전을 해왔는데 1세대 유전자가 가위인 정크 뉴클레이즈는 워낙 만들기가 어려워서 전 세계에서 불과 서너개 실험실만 만들 수 있었고 대략 6개월 정도에 수백개를 만들면 그중에 하나만 쓸만한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많은 연구자들이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1, 2세대 유전자 가위는 만들기가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들면서도 정확성이 떨어졌지만 3세대 가위 크리스퍼 캐스 9은 효율과 비용, 정확성 모든 면에서 우월한 특징을 보인다.
이현숙 교수/서울대: 옛날 같으면 유전자 적중 쥐를 만드는데 2년이 걸렸습니다. 그런데 3세대 유전자 가위는 유사 장기로 해서 세포를 3차원으로 키운 다음에 유전자를 제거해서 현상을 보는데 1주일이면 족한 거예요. 쥐의 췌장에서요. 시간적으로 저한테는 혁명인거죠.
세라젠 박사: 3세대 유전자 가위인 크리스퍼 기술을 이용해서 유전자 이식동물을 훨씬 더 빨리 효율적으로 만들수 있어요. 그 말은 더 많은 실험실이 유전자 가위에 접근 할 수 있게 됐고 그것이 자원집약적이지 않다는 뜻이예요. 이런 도구를 쓰게 되면 세계 과학의 경쟁면에서 공정성이 상당히 높아지죠. 머지 않은 미래에 우리는 인간질병 치료에 유전자 교정을 적용하는 논의를 하게될 거예요.
김석중 이사: 유전자 교정이라는 기술은 유전정보를 살아있는 생명체에 적용해 본다는 면에서 가장 앞서 있는 기술입니다. 자연을 발전시키고 향상시키고 또는 우리가 알아왔던 것이 정말 맞는지 다시 한번 적용해 보고 이런 연구와 개발, 발전의 방향으로 사용하기 위한 유전자 교정이 이루어지고 있거든요. 수십년간 또는 수백년간 쌓아온 지혜나 지식을 다시 한번 증명해 보는 도구가 되어주었기 때문에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학자와 의학자들은 이미 다양한 질병에 유전자 교정법을 시도해 왔다.
그 중에 하나가 황반변성이다. 황반변성은 부분적으로 안보이거나 전체 시력이 떨어져서 생활이 불편할 뿐 아니라 노후에 위험도 높은 노인성 질환이다. 황반은 안구 뒷쪽에 직접적으로 상이 맺히는 것을 말하는데 이곳에 혈관내피 성장인자가 비정상적으로 늘어나는 신생혈관이 자라면서 황반에 맺히는 빛이 가려지고 그 결과 시야가 흐려지는 것이 황반변성이다. 2017년 2월에 국내연구팀은 쥐실험을 통해서 황반변성을 치료한 사례를 발표했다. 방법은 3세대 유전자 가위를 이용한 유전자 교정법이었다. 연구팀은 시험쥐의 눈에 인위적으로 황반변성을 일으킨 뒤에 3세대 유전자 가위, 즉 크리스퍼 가위를 주입했다. 그리고 1주일 뒤에 신생혈관이 줄어든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이 제작한 유전자 가위가 망막세포 안에 혈관내피 성장인자를 정확하게 찾아 문제의 염기서열을 잘라내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 결과 신생혈관의 활성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고 시력을 회복했다. 여기서 유전자 교정치료에 또 한가지 장점은 효과가 영구적이라는 깃이다.
김정훈 교수: 기존항체 치료는 항체라는 것이 한번 눈에 들어가서 이미 만들어지는 성장인자를 잡고 나서 작용하면 또 다른 성장인자가 나오면 이걸 잡기 위해서 또 항체를 넣어주어야 되지만 저희들의 방법은 아예 나쁜 성장인자가 나오지 않도록 제거해 줬기 때문에 이게 효과적으로만 작용한다면 더 넣어주지 않아도 유지가 될 수 있는 것이죠.
연구팀은 다음 단계로 영장류 실험에 들어갔다. 원숭이는 인간과 유전형질이 아주 비슷하기 때문에 이 실험까지 성공하면 황반변성에 대한 유전자 치료법의 완성도는 더욱 높아진다. 우리가 보통 유전자 하면 유전질환 아주 희귀질환만 생각하는데 저희가 결국 보여드렸던 결과는 희귀유전자 질환 뿐만 아니라 그냥 일반적인 질환에 그리고 장기의 어느 부분에서도 광범위하게 쓰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형법 교수/연세대 의과대학: 현재 기술의 한계는 우리 몸에 있는 모든 세포의 유전자를 다 바꿀 순 없다는 겁니다. 일부 새포만 바꿀 수 있는데 앞으로 더 기술이 개발돼서 많은 세포의 유전자를 바꿀 수 있게 되면 우리가 잘못된 유전자를 병원에서 발견하고 그걸 교정하는 걸 우리가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이제 병원도 조금은 바뀌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질병과 싸워왔다. 다양한 치료법을 개발하고 완치에 이르기도 했다. 그러나 현대의학은 여전히 암과 같은 질병에는 속수무책이다. 유전자 가위는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을까.
김진수 단장/유전자 교정연구단: 유전자 가위를 면역세포에 적용해서 암치료 임상실험을 한 사례가 유럽이나 중국, 미국에서 있는데요. 사실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죽일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암세포가 꾀를 부려가지고 면역작용을 무력화 시키는데 이 T 세포(면역세포)에서 특정 유전자만 제거하면 더 이상 암세포하고 상호작용을 못해 가지고 암세포를 피해 나갈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환자의 혈액에서 면역세포를 취한 다음에 유전자 가위로 특정 유전자를 제거하고 다시 환자에 넣어줘서 치료하는 개념으로 지금 국내에서 활발히 연구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생노병사는 유전자와 긴밀한 관계가 있다. 우리가 유전자의 모든 정보를 읽고 그 유전자를 조정할 수 있다면 삶과 죽음의 공식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2016년 영국의 암 연구소에서는 유방암 환자 560명의 종양 샘플을 받아 유전체 검사를 하였습니다. 환자마다 유전자 구성이 달랐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유방암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정확하게 알아내더라도 개인 마다 다르게 구성된 매카니즘까지 밝혀내야 유전자 치료가 가능하다는 얘기죠. 다른 종양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유전자 연구속도로 보면 암을 정복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2017년 2월 유전공학 분야에서 가장 앞선 나라 영국에서 놀라운 뉴스가 전해졌다. 생후 14주만에 백혈병 진단을 받았던 여자 아이가 유전자 가위 교정법으로 2년만에 완치됐다는 것이다. 비록 임상실험에 의한 결과였지만 유전자 치료법에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김수정: 백혈병이란 병이 유전자 연구가 가장 빨리 시작된 암종 이거든요. 유전자의 변형 그 유전자를 타겟하는 표적 치료제, 표적치료제로 인한 생존의 증가는 가장 처음으로 진행된 병이 백혈병 이거든요. 그 이유는 세포자체가 굉장히 빨리 자라요. 분열세포가 빠르기 때문에 유전자 교정을 한 다음에 제대로 된 세포가 자라고 있는지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어요.
그러나 유전자 교정을 위한 임상실험은 아직까지 제약이 많다. 복제양 돌리로 유전공학의 포문을 열었던 영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백혈병 환자 레일란은 임상실험을 위해 의료당국으로부터 특별 승인을 받아야 했다. 유전자 치료법이 조심스러운 건, 유전공학이 오히려 인간의 존엄성을 해칠 수 있다는 비판 때문이다.
데이비드 킹 박사: 미국에서는 난자 기증을 위한 상업시장이 있습니다. 다른 남성의 난자 기증을 통해서 체외수정 시키는 여성들을 위한 시장이죠. 거기서는 일반 여성의 난자에는 5천달러 가량을 주고 하바드나 예일 출신에 키가 크며 운동신경이 좋고 아름다운 여성의 난자에는 수십만 달러를 주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이미 이른바 우월 유전자를 위한 시장이 운영되고 있다는 거죠. 영국정부는 유전공학 초기부터 비판자들의 문제제기를 받아들였다. 인간수정 배아 관리국이라는 전문기관을 설립해서 유전공학의 연구와 실험을 전담 관리하는 과학자들의 계획과 목적을 시민들에게 공개할 것을 약속했다.
패티 톰슨 CEO: 배아관리국에서 하는 일은 과학자들이 하고 있는 연구가 무엇인지 그들이 말하는 가능성들이 어떤 것인지를 이해할 뿐 아니라 연구로 인체에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 혹은 이전 연구가 긍정적인 개발로 가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와 같은 문제를 대중들이 폭넓게 인식 할 수 있도록 틀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현재까지 영국은 인간모델 유전자 치료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다. 이미 인간 배아에 유전자 교정실험을 허용했고 완벽한 유전자 해독을 위해 십만명의 인간 유전체 분석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뒤를 중국과 미국, 스웨덴이 쫓고 있다.
데이비드 킹 박사: 사람들이 자기 아이들에게 음악적 재능을 주거나 운동선수로서의 재능을 주거나 대단히 똑똑해 질 수 있도록 설계할 수 있다면 자유시장 내에서 그렇게 아이를 디자인하는 비용이 감당할 만해지면 부모들은 누구나 다른 애들의 자녀를 넘어서는 유전적 이점을 주려고 할 것입니다. 이건 대단히 계급적이며 엘리트주의적인 사회를 조성합니다. 그런 사회에서는 유전자가 개선된 일부만이 그 힘을 갖게 될 것입니다.
유전자 연구에 대한 윤리적 비판은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래서 반대론자들은 규제를 맡은 정부기관들이 유전공학에 지나치게 우호적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피터 톰슨: 모든 새로운 치료법들이 위험을 내포하죠. 관건은 그것을 치료법으로 발전시켜도 될 만큼 충분히 안전하고 윤리적인지의 문제입니다. 그러나 그런 결정은 아무리 많은 연구를 하더라도 시도해 보기 전까지는 결과를 알 수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 치료법을 제공하지 않았을 때의 윤리적 문제도 있거든요 그러므로 충분히 안전한가의 여부나 위험감수 계산은 정말 복잡한 문제입니다.
시험관 아기도 처음엔 격렬한 반대에 부딪쳤죠. 이젠 불임부부의 희망이 된 것처럼 유전자 교정연구도 곧 대중의 환영을 받게 될 거라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물론 전제는 과학이 길을 잃지 않도록 다같이 이정표를 기억헤 두는 것이다.
세라젠 박사: 유전 교정을 너무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이 기술의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타당하기도 하지만 두려워하거나 외면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시민 대중들이 더 참여하고 의견을 내야 합니다. 관심을 보이고 과학을 활용하고 기회도 찾아야 합니다. 과학자들과 대화하며 어떤 일이 일어나든지 알고자 하고 스스로 담론에 함께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과학은 사회의 참여가 필요한 것이니까요.
유전자 가위로 불리는 치료법이 완성되면 인류의 미래는 획기적으로 바뀔 겁니다. 수명은 더욱 늘어나고 不老不死가 실현될지도 모르죠. 시작은 생명위기, 병과 죽음에 대한 공포였습니다. 절박함이 생명의 본질이자 정신이 유전자에게 까지 다은 겁니다. 배아단계에서 유전물질을 바꾼 하나의 존재도 이전과 같은 존재일까요. 아니면 다른 존재일까요. 또 유전자 정보를 가진 이들이 권력을 휘두르며 인간의 속성을 예단하고 구속하는 일에는 과연 공상으로 그칠 수 있을까요. 이 기술이 위대한 발견으로 이어질지 생태계 재앙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지는 언제나 그랫듯 우리의 뜻에 달렸습니다. 끝. (EBS 과학다큐-비욘드 1회에서 정리).
① DNA를 채취하고 분석한 유전자 정보인데, 60억개의 유전정보가 어느 세포에서 어떻게 발현 되었는지에 따라 개인 차이가 생긴다. 비만 유전자가 암 유전자 라는 얘기가 있다. 어느 특정 유전자의 변이가 비만을 일으키거나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얘기다. 배우 안젤라 졸리는 이런 유전자 검사를 통해서 유방암 발병율이 매우 높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유방암 발병을 막기 위해서 그 부위를 절제했다. 아마도 유전자 지도를 토대로 절제 수술을 감행한 최초의 시도다.
② 연구팀은 성숙한 돼지난자에서 난자의 핵을 추출해 먼저 어미 돼지의 난자세포에서 근육성장 방해 유전자를 제거한다. 그리고 유전자가 교정된 난자를 다시 어미 돼지의 몸에 주입하고 수정을 거쳐 마이오스탄틴(Myostantin) 유전자 결핍 돼지를 탄생시킨 다. 그렇게 특정 유전자를 찾아서 제거하는 것을 유전자 교정법이라고 하며 여기에 쓰이는 도구가 유전자 가위다. 유전자 가위는 특정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찾아서 그 위치를 절단하고 무력화시키는 기술이다. 이렇게 특정 위치가 잘린 유전자는 재조합이나 복구변형을 통해서 새로운 유전정보를 구성하는데, 이런 방식으로 근육성장에 관한 유전정보를 바꿔 준 것이 슈퍼근육돼지다.
③ 자연계에서도 유전자는 다양한 변형을 일으킨다. 바이러스 침투에 대항하거나 환경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에서도 변이가 일어나는데 이렇게 새로 만들어진 유전정보는 세포가 분열할 때 똑같이 복제된다. 그래서 부모가 지닌 특정한 형질이 자손에게 그대로 유전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유전자 교정은 문제를 일으키는 어떤 유전자를 제거해서 그 작업을 멈추게 할 뿐만 아니라 출생 이전에 미리 유전정보를 바꿔서 문제를 원천봉쇄 할 수도 있다. 마이오스탄틴 유전자를 조작해서 돼지고기 생산량을 늘리는 것은 직접적이고 일차적인 목표다. 앞으로는 이 돼지를 가지고 인류질병과 관련된 더 많은 일을 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 인간의 근위축증이나 기타 다이어트 등에도 모두 이 기술을 응용할 수 있다. 돼지를 모델로 한 유전자 교정은 현재 전세계에서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④ 원래 자연계에서는 무작위적인 유전자 변이가 일어나고 그 돌연변이가 후대로 유전되면서 진화라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 생명공학에서 유전자 치료나 유전자 교정이라고 말하는 건 이런 돌연변이 매카니즘을 응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인류는 유전자를 발견하기 훨씬 전부터 생명현상의 돌연변이에 개입해 왔다. 특정한 종류를 교배해서 육종하는 방법이다. 농사를 짓기 시작한 이래 인류는 끊임없이 농작물의 유전적 변이를 자극해 왔다. 오랫동안 그것은 병충해에 더 강하고 더 많이 생산되는 작물을 선택적으로 교배하고 육종하는 방식이었는데 단점이 있다면 한 품종이 뿌리를 내리기 까지 기간이 오래 걸린다. 최근에는 농업분야에서도 유전자 교정실험이 활발하다.
⑤ 유전자 가위 기술이 도입되면서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은 크고 돈 많은 다국적 기업들 뿐만 아니라 몇 개의 식물들을 연구하는 작은 회사들도 자기가 가진 유전 자원을 바탕으로 유전자 가위를 활용해서 훨씬 더 좋은 작물을 빨리 만들 수 있게 되는 거다. 우리나라도 이를 통해서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이쪽으로 기초연구를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유전자 교정연구는 각각의 유전인자를 밝혀냄으로써 가속화된다. 그리고 이 연구의 목표는 궁국적으로 인간이다.
⑥ 2011년 10월 5일 한 남자의 죽음이 전 세계에 알려졌다. 전 세계에 스마트폰 혁명을 일으킨 천재, 그리고 엔지니어 이면서 경영가고 예술가였던 스티브 잡스, 그를 죽음으로 이끈 건 췌장암이었다. 현대 의학을 총동원했지만 죽음을 피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만약에 유전자 치료가 암을 낫게 할 수 있다면 문제의 유전자를 건강한 유전자로 바꾸어서 완전히 새로 태어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실제로 스티브 잡스는 죽음 직전에 자신의 유전체 정보를 전부 해독해서 치료법을 찾으려고 했다. 물론 그 당시에 스티브 잡스를 살려낼 방법이 없었지만 불과 5~6년 만에 유전공학은 완전히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 바로 유전자 가위 때문이다. 2017년 4월, 일본에서는 과학자들을 위한 재팬 프라이즈 시상식이 열렸다. 올해의 수상자는 무명의 여성 과학자들이었다.
⑦ 유전자 가위는 1세대, 2세대, 3세대를 걸쳐서 발전을 해왔는데 1세대 유전자가 가위인 정크 뉴클레이즈는 워낙 만들기가 어려워서 전 세계에서 불과 서너개 실험실만 만들 수 있었고 대략 6개월 정도에 수백개를 만들면 그중에 하나만 쓸만한 정도였다. 그래서 많은 연구자들이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1, 2세대 유전자 가위는 만들기가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들면서도 정확성이 떨어졌지만 3세대 가위 크리스퍼 캐스 9은 효율과 비용, 정확성 모든 면에서 우월한 특징을 보인다. 옛날 같으면 유전자 적중 쥐를 만드는데 2년이 걸렸다. 그런데 3세대 유전자 가위는 유사 장기로 해서 세포를 3차원으로 키운 다음에 유전자를 제거해서 현상을 보는데 1주일이면 족하다. 쥐의 췌장에서, 시간적으로 혁명이다.
⑧ 인간의 생로병사는 유전자와 긴밀한 관계가 있다. 우리가 유전자의 모든 정보를 읽고 그 유전자를 조정할 수 있다면 삶과 죽음의 공식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2016년 영국의 암 연구소에서는 유방암 환자 560명의 종양 샘플을 받아 유전체 검사를 하였다. 환자마다 유전자 구성이 달랐다. 그러니까 유방암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정확하게 알아내더라도 개인 마다 다르게 구성된 매카니즘까지 밝혀내야 유전자 치료가 가능하다. 다른 종양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유전자 연구속도로 보면 암을 정복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2017년 2월 유전공학 분야에서 가장 앞선 나라 영국에서 놀라운 뉴스가 전해졌다. 생후 14주만에 백혈병 진단을 받았던 여자 아이가 유전자 가위 교정법으로 2년만에 완치됐다는 것이다. 비록 임상실험에 의한 결과였지만 유전자 치료법에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