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새재~철모삼거리~청이당터, 천례탕(큰쑥밭재)~마암~무명묘~영랑대~하봉(소년대)~마암~말봉~청이당(큰쑥밭재)~작은쑥밭재~옹암(진주독바위)~석문(통천문)~상류암터~독바위남쪽등달길~윗새재
대원사 일주문을 통과하여 대원사를 지나고 유평마을을 지나 꼬불꼬불 잘 포장된 도로를 따라 7.2km 들어가니 윗새재마을에 도착했다.
차를 타고 왔지만 길이 예뻐서 물이 많은 계절 어느 화창한 날
계곡 물소리에 힐링하며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윗새재에 도착하여 산행준비 마치고 시계를 보니 오후 1시 40분
윗새재마을에서 영랑대로 오르는 산행이 시작되었다.
목적지 영랑대에서 만날 두 분은 광점동 어름터 허공달골길로 먼저 올라가시고 나와 함께 해주시는 한 분은 조개골로 올라간다.
25일 하산시에도 두 분은 함양 광점동으로 가시고, 우린 하봉갔다가 출발지로 돌아올 예정이었다.
윗새재마을에서 시작전 인증샷을 찍고 40분 정도 오르니 철모삼거리가 나왔다.
경상남도 산청군 삼장면 유평리에 있는 삼거리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조개골로 진입하고 지리산 조개골, 청이당터, 옹암(진주독바위), 새봉과 같은 동부능선으로 갈 수 있다.
산죽구간을 오르다 미끄러워 아이젠을 채우고 올라가니 어느덧 청이당터에 도착했다.
청이당터 석축
김종직선생이 쉬어 간 청이당터 앞 계석
청이당터
발자국으로 보아 청이당터에는 먼저 오르신 두 분이 쉬어가신 흔적이 보였다.
지리산 올라오기 전 자료속에서 잠시 살펴본 장소여서 반가웠다.
몰랐으면 그냥 스쳐 지나갔을 곳인데 아는만큼 보이는지
1월에는 아무 생각없이 지나갔던 이곳이 궁금했다.
점필제 김종직선생은 함양군수로 재임하면서 1472년 8월과 1475년 4월 두차례에 걸쳐 지리산을 올랐고, 그것을 기록에 남긴 유람록 속의 이곳 청이당터에서 잠시 쉬어갔던 것이다.
첫번째 사진은 청이당터 석축이고 두번째 사진은 1472년 김종직선생이 쉬어간 계석으로 청이당터 석축에서 약 20m 지점에 위치해 있다.
영랑대 가기 전 마지막으로 취수할 수 있는 마암에서 물을 뜨려 했으나, 마암의 샘물이 얼었을까봐 먼저 도착한 분들에게 전화를 드렸는데, 전화를 받지 않으셔서(영랑대가 다 좋은데 전화가 잘 안터진다) 청이당터 옆에서 물을 뜨고 마암으로 향했다.
청이당터에서 한시간쯤 갔을까
마암이라는 터에 도착했다. 7~8m의 바위절벽이다. 해발 1600m 쯤 되는 곳에 일제강점기때까지도 사람이 쉬어갈 수 있는 집과 움막이 있었다고 한다. 지리산에 나무하러 왔거나 산을 유람하던 유람객들이 임시로 쉬어갈 수 있는 시설이었던 것이다.(조용헌의 영지순례)
마암에서 잠시 쉬고 오르니 무명묘가 나오고 무명묘 지나서 커다란 구상나무 아래에서 사진을 찍었다.
왠지 정이 가는 이 커다란 구상나무가 오래 오래 이 자리에 있기를 바라면서..
마암에서 주능이 만나는 곳
오후 5시 40분 드디어 고대하던 영랑대에 도착했다.
윗새재로 오르는 영랑대길은 4시간정도 걸렸다.
5분씩 네번정도 쉬어걸었고, 청이당터에서 물도 얻고 힘들지 않게 천천히 올랐다.
먼저 도착한 두 분은 벌써 4인용 젤트를 설치하고 음식을 준비하고 계셨다.
안은 따스했다.
먼저 온 사람의 온기와 산의 기운으로 피곤했던 몸과 마음이 순간 회복되는게 느껴졌고 신기했다.
오후 6시쯤 영랑대 일몰을 보았는데,
그때야 처음 휴대폰을 꺼내들고 풍경을 찍은것 같다.
박산행은 산행 중 핸드폰을 꺼내는게 불편해서 사진을 안찍게 되는것 같다.
일몰을 보고 내려와 우리 일행을 기다리며 만들어 놓으신 호박전을 감사히 먹었고, 내가 제주에서 가져 온 갈치를 구워서 하나씩 먹고 준비해오신 돼지 앞다리살을 삶아서 수육도 맛있게 먹었다.
실은 전날부터 당귀수육을 해주신다고 말씀을 하셨는데, 아무리 찾아도 배낭에서 나오지 않는 당귀를 결국은 찾지 못하고 그냥 고기만 삶아 먹었다. 당귀를 챙겨오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과 미안함을 말씀하셨지만 특별한 된장을 넣어 삶은 수육이 나는 그 무엇보다 맛있었다.
주시는 차도 얻어 마시고, 오는 길에 따 온 상황버섯으로 차도 끓여 마시며 이야기속에 영랑대에서의 밤이 깊어만 갔다.
새벽 추워서 자주깨시고 화장실도 두어번 다녀오시는 분도 계셨지만, 나는 화장실 가기 싫어서 악착같이 물을 안마신 덕분에 밤새 화장실을 가지 않았다.
극동계 침낭을 지고 간 덕분에 춥지도 않았다. 그러나 예민한 성격과 파도소리같은 바람소리 덕분에 하얗게 밤을 지새고 6시30분 기상하여 차한잔 마시고, 7시에 영랑대 일출을 보았다.
삼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지리산 일출을 환상속에 감상하고, 일출 속 멋진 사진도 함께 찍어주셨다.
수육, 굴굴에 아침밥 지어먹고 배낭을 정리하고
배낭은 그대로 둔 채 하봉(소년대)에 다녀왔다.
소년대는 하봉의 옛이름으로 소년대굴은 입구에 세워둔 나무를 타고 올라가야 하는데,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로서는 자신이 없어서 그냥 밖에서만 관찰했다.
소년대굴에서
다시 영랑대로 돌아와 누룽지 끓여먹고 차한잔 마시고 젤트정리하고 배낭을 매고 하산을 시작하기 전
아쉬운 마음에 영랑대에서의 아침 풍경을 담아본다.
영랑대에서 바라본 치밭목대피소
하산하기 직전
저멀리 내가 좋아하는 반야봉
마암을 지나 말봉에서 지리풍경을 감상하였다.
청이당터로 내려와 사과한쪽에 차한잔 마시면서 잠깐 쉬었으며, 점심먹을때 사용할 물을 이곳에서 얻었다.
지리산에서는 물을 밑에서부터 지고 올라올 필요가 없다는것을 깨달았다.
작은쑥밭재를 지나 옹암(진주독바위)에 도착하니 점심때가 되었다.진주독바위의 진주는 지명 진주가 아니고 무덤자리에 진주암이라는 암자가 있었다고 한다. 옹암은 항아리모양이라 옹암
지도에 산청독바위는 오류이고, 진주독바위는 구전이며 옹암은 1611년 유몽인의 '유두류산록'에 나온다고 설명해주셨다.
옹암(진주독바위)
점심을 준비하는 사이 잠깐 풍경을 감상하는데 조개골이 내려다보이는 풍경도 아름답고 바위위에서 자라는 소나무의 자태도 참 곱기만 하다.
조개골이 내려다 보이는 풍경
바위위에서 자라는 소나무
어제 그토록 찾지 못했던 당귀가 신기하게두 아침에 나와서 뒤늦게 찾은 당귀를 삼양라면에 넣어먹었다.
신의 계시였던듯 라면에서 당귀향이 퍼지면서 아주 특별한 별식이 되었다. 아마도 당귀라면이 개발되면 대박나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맛있게 먹었다.
점심을 먹고 배낭을 둔 채 통천문(석문)에 다 함께 다녀오고 난 후 이별의 시간
두 분은 다른 길로 내려가고 나와 일행분은 어제 들리지 못한 상류암터로 내려왔다.
상류암터
스님들이 사용했던 멧돌인듯
상류암터 서쪽 대
상류암터 서쪽 대에 올라 풍경을 바라보니 나도 이 곳에 오래 있으면 신선이 될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신비로운 풍경과 기운을 가진 곳이었다.
그 곳에 오래 머물고 싶었지만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독바위남쪽 등달길로 다시 윗새재로 하산하고 산행을 마무리 하였다.
행복한 산행마치고 여수공항에서 비행기를 탔다.
배낭이 커서 기내에 들고 다니는게 영 눈치가 보였지만,
빨리 내리고 싶어서 늘 기내에 배낭을 들고 타는데 겨우겨우 옆아저씨 도움으로 짐칸에 배낭을 올리고 좌석에 앉자마자 코피가 터졌다.
비행기에서 혼자 얼마나 웃었는지 ㅎㅎ
함께 해 주신 분들 덕분에 더욱 행복했던 시간
영랑대로 가는 길
아직은 그 길을 혼자 다시 찾아갈 자신은 없지만,
언젠가 혼자 조용히 오르고 혼자 조용히 쉬다 올 수 있는 나의 영랑대가 되길 바라며..^^*
첫댓글 지리산과 동화되어가는 한사람이 보입니다.
단번에 영랑대의 영험함을 꾀뚫고 점필재,박여량 선생의 흔적도 담아오셨군요.
나무의자님의 날개가 되어 드리고 싶으나 그길은 멀기만 하네요.
이번산행의 좋은 추억은 다음 지리행때 밑거름이 되길 바랍니다.
아직은 부족함 투성이지만 칠성님이 산행기를 쓰면 산행복습 된다고 해서 어젯밤 잠이 안오길래 적어봤습니다~^^*
다녀온 기억이 새록새록..
8년동안 지리산을 다녔지만 이렇게 자세한 설명을 들으며 산행한건 처음이었습니다. 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제가 꿈꿔온 산행이었어요.
제가 이렇게 한달만에 다시 영랑대에 갈 수 있었던 건 모두 칠성님 덕분입니다.
5월과 8월에 다시 가고 싶네요. 늘 칠성님의 건강을 기원하면서 산행하겠습니다. 꼭 건강 찾으시고, 다시 지리산에 우뚝 서시길
지리 산꾼들이 걷는길을 고스란히 걸었네요 너무 보기 좋네요 ㅡ
영랑대의 아름다운 일몰과 일출 사진들 넘 멋져요~!!! 오래동안 기억에 남을겄 같네요
제주에서 ㅡ먼곳 지리까지 오시는 열정에 박수 보내고 싶네요 ㅡ ~^-^
글구 : 보이지 않는 제3의 지리꾼님들도 넘 머져요 ㅡㅎ
동부능선님,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넘넘 반갑습니다~^^*
지리산 동부능선이 이토록 감동적이니 제가 동부능선님 닉네임만 봐두 행복할수밖에요~ㅎㅎ
함께 하신 분들은 정말 지리산꾼님들 저같은 초보를 데리고 가주신 고마운 마음을 어찌 갚아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이 모든게 또 칠성님 덕분이구요~
산행하면서 많이 배웠습니다. 지리산을 알아가는 과정도 행복하고, 박산행의 기본적인것두 자연스레 배우게 됩니다.
영랑대는 정말 매력적인곳인거 같아요. 영랑대도 자주 가고 싶고, 지리산곳곳도 다녀보고 싶으니 어찌해야할지~늘 지리산은 제게 그리움이고 꿈입니다.
다음달쯤 시간내서 다시 오고싶네요~^^*
함께했던 분들과 자주가고 싶은데..제주라서 자주오기가 힘든게 아쉽습니다~^^*
효순이가 이왕 산행을 시작했으니 지리산뿐만 아니라 여러산을
많은 경험을 했으면 좋겠고 지리산도 동부능선뿐만 아니라 지리산
전체를 다닌는게 언니의 희망사항~~
머리를 좀 묶고 다니고 산행할때는!!!
앗, 울언니다~~♡
언제나 지리산을 그리워하지만 자주는 못가는게 저의 현실이에요.
100대 명산도 다 가보고 싶고, 백두대간 종주도 하고 싶고, 지리산 전체도 다 알고 싶은데..
휴무에도 가족들 신경써야해서 제주에서 자주 올라갈수 없는게 많이 아쉽습니다.
큰애 대학가면 좀 시간적 여유가 생길것 같아서 기다리며 꾹 참고 있답니다~
울 삼승언니 말씀 가슴에 새길께요.
머리묶는거는 언니랑 갈때만 머리따고 갈께용~~♡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