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날 : 2019년 12월 1일
전에 글을 올렸듯이 제가 사는 이곳은 철마다 자연산 먹거리가 풍부해서 운동도 할 겸 산으로 바다로 들로 부지런히 돌아 다니게 되는군요.
올 가을에는 처음으로 송이버섯을 따러 다녔습니다.
야생 버섯이라면 독버섯 잘못먹고 사망했다는 기사를 가끔 접하곤 해서 아예 생각치도 않고 있었는데 아내가 산행길에 송이버섯들을 우연히 발견하고 딴 다음 먹어보니 맛도 좋고 마치 어렸을 때 소풍가서 보물찾기 하던 그시절로 돌아 간 것 같아 송이버섯 따기에 주말마다 아주 바쁘게 지냈습니다.
송이버섯이 나는 곳은 자식에게도 알려주지 않는다는 말도 있듯이 버섯에 까막눈인 저희 부부에게는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했었는데 다행히 근처에 사는 장소를 잘 알고 있는 너그러운 젊은 한인 친구의 도움으로 같이 다니며 송이를 따러 다니며 배웠습니다.
송이는non-commercial 퍼밋을 무료로 받을수 있는데 한 시즌당 일인당 하루 2갤런씩 10회 까지 채취할수 있습니다. 그 이상은 돈을 내고 커머셜 퍼밋을 구입해야 합니다.
송이는 대개 10월 초에 시작해서 추수감사절 전인 11월 중순까지 한달 반 정도 채취하는데 저희 부부는 늦게 시작하는 바람에 둘이서 35파운드 정도 땄습니다. 올해는 송이가 풍년이라 저 같은 초보자에게 까지도 순서가 왔나봅니다. 두고두고 먹으려고 파운드당 6불씩 주고 캄보디아 사람들에게서 10파운드를 추가로 구입하였습니다.
잘 손질해서 진공 포장을 해 두었다가 라면에 송이와 잡아온 조개를 넣어 황제라면을 끓여 먹기도 하고 , 송이 버섯 밥도 만들고 , 무엇보다도 살짝 구워서 소고기와 함께 참기름에 함초소금에 찍어 먹으면 그 맛이 일품입니다.
많이 펴서 품질이 약간 떨어지는 버섯들은 보드카와 소주를 섞어 송이버섯 주를 담가 보았습니다. 마셔보니 송이 버섯향이 진하게 퍼집니다. 오른쪽의 술은 이곳에서 자란 야생 더덕으로 담근 더덕주 인데 2번째 우려 마시고 있습니다. 더덕 냄새가 향긋하고 더덕은 밤에 숙면을 도와 준다고 합니다.
제가 담갔던 술중 가장 맛있던 술은 매실주 인데 옆집사는 미국인이 놀러 왔다가 매실주를 마셔보더니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술이라며 집에 갈 생각을 안해 돌려 보내느라 애를 먹은 기억이 납니다.
버섯을 따러 다닐 때 가장 신경쓰이는 부분이 안전입니다. 얼마전에도 일본계 노인이 송이 따러 갔다가 실종되어 사망한 사건이 있었고 또다른 75세의 동양계 할머니도 실종 3일만에 발견된 일이 있습니다. 길이 없는 숲속이라 버섯을 찾다보면 순식간에 방향감각도 길도 잃을 수 있습니다. 길치인 아내도 그걸 아는지라 늘 제곁에 붙어 다니고 저 역시 GPS 를 항상 가지고 다닙니다.
또 산에서는 쿠거와 같은 야생동물이 나타날때도 있다고 하여 긴장이 되는데 핸드건을 하나 사볼까 하는데 추천 바랍니다. Glock 19 , 9mm 또는 Glock 43 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조개, 굴, 미역, 계란, 송이버섯까지 이제는 제가 직장인인지 심마니인지 어부인지 농부인지 헷갈립니다. 내년에 퇴직하면 커머셜 퍼밋을 사서 본격적으로 송이를 따러 다녀볼까 생각중입니다.
Update : 가끔 닭들 잘 있나 궁금해 하시는데요, 루씨 하늘나라로 보내고 나머지 4자매를 데리고 키우다가 겨울이 오기전에 직장 부하직원네 집으로 시집보내고 내년봄에 병아리들 사서 다시 시작해볼 생각입니다.
웃픈 얘기 하나 : 부하직원이 닭을 키우고 싶다고 하더니 근처 양계장에서 2주된 병아리 50마리를 2불씩 주고 사왔는데 덤으로 주인이 3 마리 더 주었다고 하더군요. 열심히 키워서 계란을 먹고 팔 생각에 꿈에 부풀어 있었는데 자라고 보니 50마리가 수탉. 자기가 크고 튼튼한 놈으로 직접 골랐다고 했는데 우째 이런일이… 덤으로 주인이 골라준 3마리만 암탉 이라고 합니다.
50마리가 새벽부터 울어대는 통에 동네 시끄럽고 , 알도 안낳으면서 사료는 일주일에 2포대씩 먹어대고 결곡 몇마리 남기고 크래그 리스트를 통해 meat chicken 으로 10불씩 받고 팔아 버렸다고 합니다. 그집에 우리집 애들을 시집보냈는데 다행히 수탉들한데 인기 만점이 마음이 놓입니다.
첫댓글 ㅋㅋ 글 솜씨 좋은 청산님 자연인의 삶속에 푹 빠졌다가 나왔네요 ~
올해도 기록적인 더위가 예상된다고하니 버섯따기가 쉽지않을듯 합니다. 10월 중순쯤 우주님 친구분 계시는 뱅쿠버 섬으로 송이따러 가야겠어요.
@청산녹우 올해는 캐나다까지 진출해 보죠. 아자아자 ~
@아씨 그분 작년에 500파운드 따셨다고 했습니다. 그전해에는 700파운드 @@ 우주님 친구분이 진짜 자연인이세요. 곰사냥도 하시고 ... 올해 꼭 놀러오라고 초대해주셨습니다.
@청산녹우 꼭 가십시다, 우리도 10파운드라도 따 와요~ 청산청아님도 송달이 조달이신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