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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철/예래마을 주민: 귤은 일단 탱글 탱글 해야 하고 무게가 있어야 맛있고 토질의 물 빠짐이 좋아야 해요. 그리고 바다 쪽 귤이 맛있고 귤은 주먹 보다는 작아야 해요. 어린애 주먹 크기 정도가 가장 상품성이 있고,
내레이션: 서귀포 예래마을 토박이 강민철씨, 20년째 감귤농사를 지어오고 있습니다.
강민철: 저는 예래마을의 강민철이라는 사람이고 예래휴양형 주거단지 원토지주대책협의회 책임을 맡고 있습니다.
내레이션: 강씨는 마을에 들어서려던 외국자본의 휴양용 주거단지를 마을 주민과 함께 10년 넘는 투쟁과 법적 소송을 벌여 중단시켰습니다. 예래동은 국내1호 반딧불이 보호지역으로 환경부가 지정한 자연생태 우수마을입니다.
강민철: 대한민국에서 제일 예쁜 곳이 제주도면 제주도에서 제일 예쁜 곳이 예래동이다. 이렇게 자랑할 정도로 예쁜 곳이에요. 이렇게 보면 360여 개가 되는 오름이 있지만 안정적인 뒷산으로 되어 있는 오름이 있고 물이 흐르는 하천이 있고 바다가 있고 이렇게 다 갖춰진 곳이 제주도에 어디 없어요. 그래서 이렇게 예쁜 곳을 지키려 일을 해왔죠. 우리가 여기서 멱도 감고 참게도 잡고 장어도 잡고 해서 여기가 다 우리 어릴 때는 뛰어 놀던 곳이에요. 그런데 이런 개발하면서 서서히 잠식 당하는 위기감 같은 것이 너무 많았었죠.
내레이션: 국토교통부 산하 제주국제 자유도시 개발센터(JDC), JDC가 최초로 유치한 외국인 투자지역이었습니다. 투자 규모만 2조5천억 원, 74만여 ㎥에 콘도와 호텔 2500여 실 카지노와 의료시설 등이 결합된 휴양주거단지를 만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KBS 뉴스9(제주) (2013년 3월): 관광개발 분야 사상 최대의 외자유치로 이목을 끌었던 예래휴양형 주거단지 조성사업이 기반공사를 마치고 마침내 첫 삽을 떴습니다.
내레이션: 공정율이 60% 넘긴 상황에서 사업은 중단됐습니다. 대부분이 주민 복지를 위한 유원지가 아닌데도 도시계획상의 유원지로 행정관청이 인허가 한 건 잘못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외자유치를 위해 끼워 맞추기식 행정을 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후 10년 가까이 방치된 건물, 행정기관의 잘못으로 인해 JDC측은 투자자 말레이시아 그룹에 1250억 원을 배상해 줬습니다.
고봉두/제주국제 자유도시 개발센터 휴양관광처장: 도로, 교량, 상하수도 기반 시설 해놓은 것을 철거하고 토지를 돌려줘야 하는 상황인데 그렇게 되면 사회적, 경제적 손실이 어마 어마하죠. 저희가 추진하던 걸 그냥 접을 수는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원만한 사업정상화를 위해 지금 저희가 노력하는 상황이라고---
내레이션: 이같은 투자 유치 실패 이후에도 제주도의 외자유치 노력은 이어졌고 코로나 대유행 직전까지 중국 자본을 주축으로 하는 외자 유치열풍이 불었습니다.
KBS취재파일4321(2023년1월): 2011년 117건이던 제주 해외투자상담건수는 지난해 158건까지 늘었고 그 가운데 중국이 113건 70%를 차지합니다.
내레이션: 제주특별자치도는 외자와 민간유치를 장려하기 위해 투자진흥지구를 운영하고 있는데 현재 남은 투자진흥지구는 40곳에 면적은 천200만여 ㎥, 신고된 투자금 규모가 9조2천억 원 수준인데 휴양업과 관광호텔업이 전체의 95%가 넘습니다.
김동욱/제주대학교 회계학과 교수: 제주도가 탐라국이라고 보통 이야기하는데 몇 천년 역사 중에가장 한 5년 동안 뜨거웠다. 지방 재정으로도 거의 두 자리 숫자의 재원이 증가했고요. 인구 증가율도 가팔랐습니다. 호텔사업, 부동산, 콘도개발사업 이런 것들이 주를 이뤘고요. 약 12조 정도의 돈이 제주도의 관광개발 사업장이라든지 투자진흥지구에 투입됐다.
내레이션: 외자유치에 성공했지만 운영과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외자유치의 모범사례로 평가됐던 제주신화 역사공원에선 오-폐수가 몇 차례 역류했고
KBS 뉴스9 (제주) (2018년8월): 신화역사공원 위터파크 개장 하루만인 지난 4일 주변도로로 오-폐수가 흘러넘쳤습니다. 지난 달에도 두 차례 오수가 흘러넘쳤는데 하수처리 설계부터 잘못됐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내레이션: 이 사고를 계기로 환경파괴를 부르는 외자유치의 문제가 도마에 올랐습니다. 제주도 의회는 22개 대규모 개발사업장을 대상으로 행정사무처리까지 벌였습니다.
이상봉/제주도의회 행정사무조사특위 위원장(당시): 신화역사공원에서 오수문제가 2018년 한 달 사이에 네 번 역류현상이 벌어지면서 제주도의 사회적 문제가 되었습니다. 저 문제가 과연 일순간의 실수인지 같이 머리를 맞대고 조사해 나가겠다 해서 1년 3개월 동안 해나갔던 부분입니다. 그런데 모든 대규모 개발사업장이 특화된 영역을 거쳐서 관광을 하든 찾아가는 체험을 하든 다양한 놀이문화를 담아야 하는 데 부동산 숙박위주로만 접근하다 보니 경쟁력도 잃고---
내레이션: 하지만 뒤늦은 조사라는 게 지역시민 사회단체들의 비판입니다.
홍영철/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대부분은 중국 자본이 땅을 사들인 겁니다. 경제적인 효과나 이런 것들을 낳치는 못 했고요.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속은 비어 있는 제주도와 상생할 수 있는 그런 개발이 되지 못하고 대규모 부동산 개발사업 그리고 그 사업이 싼 땅에 이뤄지다 보니까 제주도에서 환경적으로 중요한 곳, 이전까지는 개발될 수 없었던 곳 중심으로 개발이 이뤄지면서 심각한 환경파괴까지---
내레이션: 대부분의 투자가 호텔과 콘도, 분양형 숙박시설에만 집중되다보니 객실과잉공급도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박동준/한국은행 제주본부 경제조사팀장: 2010년에 제주 숙박업소 객실이 31,000개 정도 됐었습니다. 그러다 최근 2022년 11월 기준으로 보면 78,000개 까지해서 두 배 정도 증가한 상황입니다. 중소형 숙박업소들은 초과 공급이 좀 더 심하고 제주지역이 최대수용할 수 있는 관광객 수를 감안했을 때 한 6만 실 정도되고,
내레이션: 지역개발사업에 대한 계획과 전망을 묻기 위해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제주특별자치도는 거부했습니다.
제주도 투자유치과 관계자: 지희가 사실 이걸 인터뷰까지 하면서 부정적인 내용 밖에 나갈 것도 없고 해서 인터뷰는 조금 어려울 것 같습니다.
내레이션: 지방자치단체마다 너나 할 것 없이 나서는 외자유치, KBS는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62년부터 지난 해(2022년) 말까지 외국인 투자내역 60년 치를 분석해 봤습니다. 외국계기업 등 6만 7천여 곳이 반세기 동안 국내에 자본을 투자했습니다. 평균환율은 약 1,200원으로 계산하면 정부와 지자체가 외자유치를 추진하겠다며 신고한 전체 금액은 약 491조 원 수준입니다. 하지만 도착금액 즉 실제 외국인 투자가 이루어진 건 300조 원 안팍, 외자 100원을 유치하겠다 신고해 놓고 실제 송금으로 이어진 건 61원, 투자시차를 감안한다 해도 절반을 조금 넘긴 셈입니다. 정부나 지자체들은 외국인 투자유치 사실을 언론 등에 알릴 때 신고금액 향후 투자계획을 기준으로 집계합니다. 그런데 이 금액은 사업이 성공했을 때 들어올 최대치다 보니 실제 들어오는 투자금은 이보다 훨씬 못 미치는 게 현실입니다. 이후에 어느 정도 투자금이 들어왔는지 공개하는 사례도 거의 없습니다.
강성진/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지자체들이 해외 가서 MOU(양해각서) 맺고 사인하고 이런 부분들이 실질적으론 약정의 개념이고 그게 신고액이거든요. 지방자치 단체장들은 자체적으로 가서 하겠다는 의욕은 되게 강한데 그걸 결국은 보여주기 위해서 ‘나는 이렇게 하고 있다’ 는 부분인데 아직은 중앙정부도 지금 힘든 부분인데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직접 외국에 가서 투자를 끌어들인다는 게 과연 역량이 될까 하는 부분이 저도 개인적으로는 의문이 있습니다. 지자체 자체가 아직은 외부환경, 외부자금에 대한 부분이 국제적 기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송영관/한국개발 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 지자체 공무원들이 열심히 하지만 국제, 세계적 경험은 약한 분들이 많기 때문에 대기업 퇴직임원 이런 분들이 지자체 (외자유치) 쪽에 활용되면 역량 부분에서는 많이 보완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내레이션: 외국인 투자 신고대비 도착비율은 (1962~2022) 서울시가 82%로 가장 높았고 대부분의 지역이 60~70%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외국 자본 역시 수도권과 일부 광역시에 집중됐다는 분석입니다. 눈에 띄는 건 제주 특별자치도 31%, 전라북도 47%, 강원도가 27%로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더욱이 지방자치 단체에는 외자유치 전문가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단제장 공약이 되면 타당성이 떨어지는 데도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실현하려고 무리수를 두기도 합니다. 단체장의 치적이 되고 다음 선거를 위한 정치적 자산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적지 않은 부작용이 들어났지만 지자체들의 무리한 투자 유치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마산 로봇랜드 경상남도 창원시), 민자 1000억 원을 유치했다가 광역기초단체가 함께 1600억 원을 분담해 물어주기도 했습니다.
뉴스광장(창원) (2011년12월): 경남을 대한민국 로봇 산업의 메카로 만들 마산 로봇랜드 기공식이 열렸습니다.
내레이션: 4년 전 문을 연 마산 로봇랜드, 연구 센터와 부속시설 등을 포함해 3600억원이 투자 됐습니다. 민자 1000억원 정부와 지자체가 2600억원을 부담했습니다.
정현철/마산 로봇랜드 마케팅팀장: 저희가 22개 놀이기구가 있는데요. 제일 인기가 많은 건 스카이 타워, 자이로 드롭이 있구요. 공공 로봇 체험관이 8개 있는데요. AI 인공지능 로봇부터 시작해서 VR 체험, 4D 아이맥스---여러가지 체험을 할 수 있는 로봇 체험관이 있습니다.
내레이션: 이렇게 해서 이룬 누적 관람객은 4년 동안 110만여 명, 연평균 입장객이 30만 명이 안 됩니다. 그런데 사업추진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습니다. 행정기관의 실수로 1400㎥ 규모의 펜션 용지 한 곳을 제때 개발사에 제공하지 못했고 이를 빌미로 민간사업자는 채무불이행이 됐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합니다. 대출금 50억원을 갚지 못했다는 이유입니다. 최근 2심 고등법원 판결에서도 1심에 이어 경상남도와 창원시의 책임이 인정돼 또 다시 패소했습니다. 결국 추가로 1660억원을 물어줬습니다. 원금은 1000억원 소송지연 이자만 600억원이 넘었습니다.
하종목/경상남도 기획조정실장: 펜션 부지 공급의무는 매매계약에 의한 소유권 이전이 아니고 2단계 민간 사업의 적정한 진행을 위한 펜션 부지를 제공할 협력의무임에도 불구하고 2심 재판부도 민간 사업자의 주장 위주로 협약을 해석한 것 같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경상남도에서는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기로 했습니다.
내레이션: 결국 경상남도와 창원시는 대법원 상고를 포기했습니다. 도시 자체는 이와는 별도로 테마파크와 로봇재단 운영비로만 한 해 수십억 원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정해진 기한도 없습니다. 자본금 50억원이 잠식된 지는 이미 오래, 지금까지 쌓인 적자액은 초기 종자돈의 열배가 넘는 514억원,
내레이션: 독립 운용은 불가능한 실정입니다.
김일수/경상남도 도의원: 마산 로봇랜드에 들어가는 비용은 경상남도 50% 창원시 50% 이렇게 분담되어 있습니다. 지분도 50%, 50%이고요. 테마파크가 손익분기점까지 오르지는 못 했기 때문에 거기서 일어나는 손실금 부분을 보완해 줘야 하니까 그게 한 30억 정도, 양쪽에서 합하면 60억 원 가까이, 2022년 기준으로, 3300억 전액 민자로 로봇랜드 주변에 호텔과 콘도를 지으려던 2단계 계획은 사실상 추진이 불가능한 상황, 2단계 예정지는 방치된 지 오랩니다. 인근에 덩그런히 지어진 컨벤션센터 가동율은 10%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옥선/前경상남도 도의원: 돈이 된다면 누구라도 하겠다 하겠죠. 로봇 산업의 전망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실제 중앙이나 지자체에서 많이 제시를 못 해주다 보니까 산업체 자체가 그쪽으로 이전하고 조성해서 콘텐츠 개발에 기여하고 좀 더 발전하겠다는 전망을 못 가진 것 같아요.
내레이션: (홍준표 前경남도지사 등장), 이번 사태에 대해 사과나 유감 표명을 한 단체장이나 의사결정권자는 단 한 명도 없습니다. (겨울연가 배용준과 최지우 드라마 등장), 옛 중도선착장 (강원도 춘천시), 사라지고 파헤쳐지는 현장을 보며 안타까워하는 건 주민들 뿐입니다.
노인1: 옛날 최지우하고 ---여기 와서 촬영할 때
노인2: 그때는 최지우하고 배용준이 이 앞에 서서 둘이서 이야기 했지, 나는 저 안에서 배 몰고 가면서
노인1: 운행할 때 <겨울연가> 촬영 했잖아요.
노인2: 응, 이 앞에서 둘이서
노인1: 승선 10분전입니다. 출발 10분전이에요, 빨리 승선하세요. 자~ 고객 여러분 빨리 승선하세요 10분전입니다. 자리 없어요, 빨리빨리 타세요. 줄 서세요, 줄~
노인2: 그러면 빵 하고 울린다.
노인1: 여기서 빵 하면 저기서부터 뛰어오는 거야. 뛰어 와서 앉으려고
노인2: 맞아, 맞아
노인1: 서서 가지 말고 몇 분 가는 것도 앉으려고
노인2: 기억도 잘 하네
노인1: 그럼 그럼
내레이션: (동영상-춘천중도 나룻터 선착장), 20년 전 춘천 중도에서 배를 몰았던 최명순 선장, 옛 추억이 오늘도 그를 행복하게 합니다.
최명순/중도 맥도호 당시 선장: 서민들이 하루에 뱃삯 4천 얼마 내고 온 종일, 여기가 주말이면 사람이 미어 터졌어요. 전부 여기 와서 시간 보내고 놀기 좋은 곳이었지
내레이션: 최 선장은 춘천출신의 세계적 축구 스타 손흥민 선수가 있었던 추억 보따리도 취재진에게 풀어놓았습니다.
최명순: 유일하게 넓은 곳에 잔디가 잘 되어 있는 곳이 중도였어요. 축구 선수들한테 빌려준 거야, 선수들이 오면 무료로 우리가 실어날라 주거든, 그러면 그때 손흥민 선수가 뛰어다니는 게 눈에 선해요. 내가 운전하면 뒤에 와서 ‘선장님, 이거 나 좀 해보면 안 돼요?’ 해서 ‘이 녀석아, 저리 가거라’ 이러고 했는데, 그렇게 그 아이가 잘 뛰었어. 나중에 외국 나가서 저리된 모습 보니까 저러려고 그때 뛴 모양이다. 그런 생각이 들지.
내레이션: 레고랜드가 들어오고 나서 역설적으로 옛 춘천 중도를 그리워하는 사람은 더 많아졌습니다.
허준구/춘천문화원 춘천학연구소장: 섬이라고 하는 곳은 일단 도심지와 격리되어 있고, 독립된 공간이라는 생각은 자질 수 있는 것 같고요. 그 안에 들어가서 자유롭게 누구나 한 번 캠핑 도구 가지고 가서 버너에 불 붙여 밥 한 끼 해 먹고 통기타 치고 노래하는 것---그런 놀이 마당으로서의 공간적 성격이 아주 적격이지 않았나. 그런 부분들이 중도가 캠핑 성지면서 그 당시에 유일할 수 밖에 없는 놀이문화라고---저는 레고랜드 쪽을 잘 안 보려고 합니다. 중도를 자연스럽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전했으면 하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가지고 있었거든요.
내레이션: (우근민 前제주도지사/최문순 前강원도지사/홍준표 前경상남도지사), 외자유치를 주도했거나 공약으로 내건 단체장들은 모두 임기를 무사히 마치고 떠났습니다.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건 주민들, 그리고 그 피해를 복구하는 건 이들이 묵묵히 내고 있는 세금입니다. 과연 누구를 위한 개발이었고 투자유치였는지 사람들은 묻고 있습니다. 끝. (KBS 시사기획 창 406회 레고랜드, 덫이 된 외자유치 에서 정리).
내용 요약
① 서귀포 예래마을 토박이 강민철씨는 20년째 감귤농사를 지어오고 있다. 또한 예래휴양형 주거단지 원토지주대책협의회 책임을 맡고 있다. 강씨는 마을에 들어서려던 외국자본의 휴양용 주거단지를 마을 주민과 함께 10년 넘는 투쟁과 법적 소송을 벌여 중단시켰다. 예래동은 국내1호 반딧불이 보호지역으로 환경부가 지정한 자연생태 우수마을이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예쁜 곳이 제주도면 제주도에서 제일 예쁜 곳이 예래동이다. 이렇게 자랑할 정도로 예쁜 곳이다. 거기엔 360여 개가 되는 오름이 있고 안정적인 뒷산으로 되어 있는 오름이 있고 물이 흐르는 하천이 있고 바다가 있고 이렇게 다 갖춰진 곳이 제주도에 어디에도 없다. 그래서 이렇게 예쁜 곳을 지키려 일을 해왔다. 여기서 멱도 감고 참게도 잡고 장어도 잡고 해서 여기가 다 어릴 때 뛰어 놀던 곳이다. 그런데 이걸 개발하면서 서서히 잠식 당하는 위기감 같은 것이 너무 많았었다.
② 국토교통부 산하 제주국제 자유도시 개발센터(JDC), JDC가 최초로 유치한 외국인 투자지역이었다. 투자 규모만 2조5천억 원, 74만여 ㎥에 콘도와 호텔 2500여 실 카지노와 의료시설 등이 결합된 휴양주거단지를 만든다는 계획이었다. 관광개발 분야 사상최대의 외자유치로 이목을 끌었던 예래휴양형 주거단지 조성사업이 기반공사를 마치고 마침내 첫 삽을 떴다. 공정율이 60% 넘긴 상황에서 사업은 중단됐다. 대부분이 주민 복지를 위한 유원지가 아닌데도 도시계획상의 유원지로 행정관청이 인허가 한 건 잘못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외자유치를 위해 끼워 맞추기식 행정을 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후 10년 가까이 방치된 건물, 행정기관의 잘못으로 인해 JDC측은 투자자 말레이시아 그룹에 1250억 원을 배상해 줬다. 도로, 교량, 상하수도 기반 시설 해놓은 것을 철거하고 토지를 돌려줘야 하는 상황인데 그렇게 되면 사회적, 경제적 손실이 어마 어마하다. 추진하던 걸 그냥 접을 수는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원만한 사업정상화를 위해 지금 노력 중이다, 이같은 투자 유치 실패 이후에도 제주도의 외자유치 노력은 이어졌고 코로나 대유행 직전까지 중국 자본을 주축으로 하는 외자 유치열풍이 불었다.
③ 2011년 117건이던 제주 해외투자 상담건수는 지난해 158건까지 늘었고 그 가운데 중국이 113건 70%를 차지한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외자와 민간유치를 장려하기 위해 투자진흥지구를 운영하고 있는데 현재 남은 투자진흥지구는 40곳에 면적은 천200만여 ㎥, 신고된 투자금 규모가 9조2천억 원 수준인데 휴양업과 관광호텔업이 전체의 95%가 넘는다. 제주도가 탐라국이라고 보통 이야기하는데 몇 천년 역사 중에 가장 한 5년 동안 뜨거웠다. 지방 재정으로도 거의 두 자리 숫자의 재원이 증가했다. 인구 증가율도 가팔랐다. 호텔사업, 부동산, 콘도개발사업 이런 것들이 주를 이뤘다. 약 12조 정도의 돈이 제주도의 관광개발 사업장이라든지 투자진흥지구에 투입됐다. 외자유치에 성공했지만 운영과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외자유치의 모범사례로 평가됐던 제주신화 역사공원에선 오-폐수가 몇 차례 역류했다. 2018년8월 신화역사공원 위터파크 개장 하루만인 지난 4일 주변도로로 오-폐수가 흘러넘쳤다. 지난 달에도 두 차례 오수가 흘러넘쳤는데 하수처리 설계부터 잘못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사고를 계기로 환경파괴를 부르는 외자유치의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제주도 의회는 22개 대규모 개발사업장을 대상으로 행정사무처리까지 벌였다. 신화역사공원에서 오수문제가 2018년 한 달 사이에 네 번 역류현상이 벌어지면서 제주도의 사회적 문제가 되었다. 저 문제가 과연 일순간의 실수인지 같이 머리를 맞대고 조사해 나가겠다 해서 1년 3개월 동안 해나갔다. 그런데 모든 대규모 개발사업장이 특화된 영역을 거쳐서 관광을 하든 찾아가는 체험을 하든 다양한 놀이문화를 담아야 하는 데 부동산 숙박위주로만 접근하다 보니 경쟁력도 잃고, 하지만 뒤늦은 조사라는 게 지역시민 사회단체들의 비판이다.
④ 대부분은 중국 자본이 땅을 사들인다. 경제적인 효과나 이런 것들을 낳치는 못 했다.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속은 비어 있는 제주도와 상생할 수 있는 그런 개발이 되지 못하고 대규모 부동산 개발사업 그리고 그 사업이 싼 땅에 이뤄지다 보니까 제주도에서 환경적으로 중요한 곳, 이전까지는 개발될 수 없었던 곳 중심으로 개발이 이뤄지면서 심각한 환경파괴까지, 대부분의 투자가 호텔과 콘도, 분양형 숙박시설에만 집중되다보니 객실과잉공급도 문제가 되고 있다. 2010년에 제주 숙박업소 객실이 31,000개 정도 됐었다. 그러다 최근 2022년 11월 기준으로 보면 78,000개 까지해서 두 배 정도 증가한 상황이다. 중소형 숙박업소들은 초과 공급이 좀 더 심하고 제주지역이 최대수용할 수 있는 관광객 수를 감안했을 때 한 6만 실 정도되고, 지역개발사업에 대한 계획과 전망을 묻기 위해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제주특별자치도는 거부했다.
⑤ 지방자치단체마다 너나 할 것 없이 나서는 외자유치,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62년부터 지난 해(2022년) 말까지 외국인 투자내역 60년 치를 분석해 봤다. 외국계기업 등 6만 7천여 곳이 반세기 동안 국내에 자본을 투자했다. 평균환율은 약 1,200원으로 계산하면 정부와 지자체가 외자유치를 추진하겠다며 신고한 전체 금액은 약 491조 원 수준이다. 하지만 도착금액 즉 실제 외국인 투자가 이루어진 건 300조 원 안팍, 외자 100원을 유치하겠다 신고해 놓고 실제 송금으로 이어진 건 61원, 투자시차를 감안한다 해도 절반을 조금 넘긴 셈이다. 정부나 지자체들은 외국인 투자유치 사실을 언론 등에 알릴 때 신고금액 향후 투자계획을 기준으로 집계한다. 그런데 이 금액은 사업이 성공했을 때 들어올 최대치다 보니 실제 들어오는 투자금은 이보다 훨씬 못 미치는 게 현실이다. 이후에 어느 정도 투자금이 들어왔는지 공개하는 사례도 거의 없다. 지자체들이 해외 가서 MOU(양해각서) 맺고 사인하고 이런 부분들이 실질적으론 약정의 개념이고 그게 신고액이다. 지방자치 단체장들은 자체적으로 가서 하겠다는 의욕은 되게 강한데 그걸 결국은 보여주기 위해서 ‘나는 이렇게 하고 있다’ 는 부분인데 아직은 중앙정부도 지금 힘든 부분인데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직접 외국에 가서 투자를 끌어들인다는 게 과연 역량이 될까 하는 의문이 있다. 지자체 자체가 아직은 외부환경, 외부자금에 대한 부분이 국제적 기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⑥ 지자체 공무원들이 열심히 하지만 국제적 경험은 약한 분들이 많기 때문에 대기업 퇴직임원 분들이 지자체 외자유치 쪽에 활용되면 역량 부분에서는 많이 보완되지 않을까. 외국인 투자 신고대비 도착비율은 (1962~2022) 서울시가 82%로 가장 높았고 대부분의 지역이 60~70%를 기록하고 있다. 외국 자본 역시 수도권과 일부 광역시에 집중됐다. 눈에 띄는 건 제주 특별자치도 31%, 전라북도 47%, 강원도가 27%로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더욱이 지방자치 단체에는 외자유치 전문가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게 현실이다. 단제장 공약이 되면 타당성이 떨어지는 데도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실현하려고 무리수를 두기도 한다. 단체장의 치적이 되고 다음 선거를 위한 정치적 자산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적지 않은 부작용이 들어났지만 지자체들의 무리한 투자 유치는 계속되고 있다.
⑦ 경상남도와 창원시는 민자 1000억 원을 유치했다가 광역기초단체와 함께 1600억 원을 분담해 물어주기도 했다. 2011년 12월 경남을 대한민국 로봇 산업의 메카로 만들 마산 로봇랜드 기공식이 열렸다. 4년 전 문을 연 마산 로봇랜드, 연구 센터와 부속시설 등을 포함해 3600억원이 투자 됐다. 민자 1000억원 정부와 지자체가 2600억원을 부담했다. 마산 로봇랜드에는 22개 놀이기구가 있다. 제일 인기가 많은 건 스카이 타워, 자이로 드롭이 있다. 공공 로봇 체험관이 8개 있는데 AI 인공지능 로봇부터 시작해서 VR 체험, 4D 아이맥스, 여러가지 체험을 할 수 있는 로봇 체험관이 있다. 이렇게 해서 이룬 누적 관람객은 4년 동안 110만여 명, 연평균 입장객이 30만 명이 안 된다. 그런데 사업추진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 행정기관의 실수로 1400㎥ 규모의 펜션 용지 한 곳을 제때 개발사에 제공하지 못했고 이를 빌미로 민간사업자는 채무불이행이 됐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대출금 50억원을 갚지 못했다는 이유다. 최근 2심 고등법원 판결에서도 1심에 이어 경상남도와 창원시의 책임이 인정돼 또 다시 패소했다. 결국 추가로 1660억원을 물어줬다. 원금은 1000억원 소송지연 이자만 600억원이 넘었다.
⑧ 펜션 부지 공급의무는 매매계약에 의한 소유권 이전이 아니고 2단계 민간 사업의 적정한 진행을 위한 펜션 부지를 제공할 협력의무임에도 불구하고 2심 재판부도 민간 사업자의 주장 위주로 협약을 해석한 것 같아 매우 유감스럽다. 그러나 경상남도에서는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기로 했다. 결국 경상남도와 창원시는 대법원 상고를 포기했다. 도시 자체는 이와는 별도로 테마파크와 로봇재단 운영비로만 한 해 수십억 원을 지원하고 있다. 정해진 기한도 없다. 자본금 50억원이 잠식된 지는 이미 오래, 지금까지 쌓인 적자액은 초기 종자돈의 열배가 넘는 514억원, 독립 운용은 불가능한 실정이다. 마산 로봇랜드에 들어가는 비용은 경상남도 50% 창원시 50% 이렇게 분담되어 있다. 지분도 50%, 50%이다. 테마파크가 손익분기점까지 오르지는 못 했기 때문에 거기서 일어나는 손실금 부분을 보완해 줘야 하니까 그게 한 30억 정도, 양쪽에서 합하면 60억 원 가까이, 2022년 기준으로, 3300억 전액 민자로 로봇랜드 주변에 호텔과 콘도를 지으려던 2단계 계획은 사실상 추진이 불가능한 상황, 2단계 예정지는 방치된 지 오래다. 인근에 덩그런히 지어진 컨벤션센터 가동율은 10%수준에 그치고 있다. 돈이 된다면 누구라도 할 것이다. 로봇 산업의 전망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실제 중앙이나 지자체에서 많이 제시를 못 해주다 보니까 산업체 자체가 그쪽으로 이전하고 조성해서 콘텐츠 개발에 기여하고 좀 더 발전하겠다는 전망을 못 가지고 있다.
⑨ 홍준표 前경남도지사, 이번 사태에 대해 사과나 유감 표명을 한 단체장이나 의사결정권자는 단 한 명도 없다. 강원도 춘천시 옛 중도선착장, 사라지고 파헤쳐지는 현장을 보며 안타까워하는 건 주민들 뿐이다. 중도는 겨울연가에서 옛날 배용준과 최지우가 여기 와서 촬영한 곳이다. 춘천중도 나룻터 선착장, 20년 전 춘천 중도에서 배를 몰았던 최명순 선장, 옛 추억이 오늘도 그를 행복하게 한다. 서민들이 하루에 뱃삯 4천 얼마 내고 온 종일, 여기 중도가 주말이면 사람이 미어 터졌다. 전부 여기 와서 시간 보내고 중도는 놀기 좋은 곳이었다. 최선장은 춘천출신의 세계적 축구 스타 손흥민 선수가 있었던 추억 보따리도 취재진에게 풀어놓았다. 유일하게 넓은 곳에 잔디가 잘 되어 있는 곳이 중도였다. 축구 선수들한테 빌려주었다, 선수들이 오면 무료로 배로 실어날라 주었다, 그때 손흥민 선수가 뛰어다니는 게 눈에 선하다. 레고랜드가 들어오고 나서 역설적으로 옛 춘천 중도를 그리워하는 사람은 더 많아졌다.
⑩ 섬이라고 하는 곳은 일단 도심지와 격리되어 있고, 독립된 공간이라는 생각을 자질 수 있다. 그 안에 들어가서 누구나 자유롭게 한 번 캠핑 도구 가지고 가서 버너에 불 붙여 밥 한 끼 해 먹고 통기타 치고 노래하는 곳, 그런 놀이 마당으로서의 공간적 성격이 아주 적격이었다. 그런 부분들이 중도가 캠핑 성지면서 그 당시에 유일할 수 밖에 없는 놀이문화였다. 중도를 자연스럽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전했으면 하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가지고 있었다.
⑪ 우근민 前제주도지사/최문순 前강원도지사/홍준표 前경상남도지사, 외자유치를 주도했거나 공약으로 내건 단체장들은 모두 임기를 무사히 마치고 떠났다.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건 주민들, 그리고 그 피해를 복구하는 건 이들이 묵묵히 내고 있는 세금이다. 과연 누구를 위한 개발이었고 투자유치였는지 사람들은 묻고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