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수호지 - 수호지 1
- 벼락 출세한 고구의 행패
거대한 땅 중국은 당나라가 망하고 난 후 50여년 동안 세상이 몹시 어지러웠다.
크고 작은 나라들의 왕들이 중국 통일하여 황제가 되고자 끊임없이 전쟁을 벌였기 때문이었다.
이 어지러운 중국을 통일하고 세워진 나라가 송나라였다.
송나라는 초대 천자(천명을 받아 천하를 다스리는 사람, 중국에서는 황제를 일컫던 말)인 태종 이후
오랫동안 태평성대를 누렸다.
천하가 태평하던 중국 송나라 철종 황제 때였다.
동경 개봉부에서 좀 떨어진 변두리 선무군이라는 곳에 고구라는 건달이 살고 있었다.
이 사나이는 젊어서부터 집안일은 나 몰라라 하고 창이며 봉 쓰는 일이나, 아니면 씨름ㆍ노름 등
갖은 못된 일만 일삼으며 세월을 보내고 있는 망나니였다.
특히 그는 공 차는 재간이 빼어나 사람들은 그를 고축구라고 불렀는데, 그의 이름 고구는 고축구가
줄어든 별명이자 이름이었던 것이다. 예의나 범절 같은 것은 아예 모르는 그는 양가집 자녀들을 꾀어
기생집을 드나드는 일을 재미로 삼았다.
어느 날 고구는 철물전을 하는 부잣집의 아들을 꾀어 돈을 훔쳐 오게 한 뒤 오입을 가르쳐 주다가,
아이 아버지의 고발로 인해 관가에 붙들려가 곤장 20대를 맞고 다른 지방으로 쫓겨가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고구는 하는 수 없이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다가 임희주라는 먼 시골에 가서 그곳에서 3년을 살았다.
그후 나라에 경사가 있어 대사면령을 내리자 고구도 그 은전을 입고 다시 옛날 지내던 동경으로
되돌아왔다.
고구는 아는 사람을 찾아서 몸을 의탁하려 하였으나, 그의 무례함을 잘 알고 있는 성안 사람들은
어느 누구도 그를 받아주지 않았다.
그러다가 고구는 우연하게도 공주의 남편인 부마 왕진경의 심부름꾼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왕진경이라는 이는 바로 철종 황제의 매부가 되는 사람으로, 풍류를 좋아하는 자라면 누구나
사람을 가리지 않고 수하에 두고 있었다.
마침내 몸을 의탁할 곳을 찾은 고구는 그 능한 수단과 구변으로 오직 주인 대감의 바위를 맞추기에
여념이 없었다.
002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