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정보
드라마 영국 100분
2022, 2월 24일 개봉
감독: 윌리엄 니콜슨
주연: 아네트 베닝, 빌 나이, 조쉬 오코너
원작: The Retreat From Moscow(윌니엄 니콜슨의 희곡)
*나폴레옹은 45만의 군사와 네만강을 가로질러 행군했다. 그중 돌아온 군사는 2만 명이 안 된다. 놀랍게도 후퇴 중에도 많은 수의 장교들이 일기를 섰다. 후퇴 때의 상황을 생각하면 경이로울 정도였지. 극한의 추위에 쓰러진 군인들은 전우에게 군복을 벗겼고 발가벗은 채 눈 위에 버려졌다. 이건 일종의 생존 전략이야. 극한 상황에서 인간은 매우 잔인해질 수 있지. 그게 잘못된 것일까? 우리가 비난할 수 있어? 우리라면 다르게 행동할까? 군사들이 부상을 입거나 동상에 걸려 걷지 못하게 되자, 그들은 짐 마차에 태우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당연히 마차는 느려졌고, 목적지인 스몰렌스크에 도착할 확률도 줄어들었다. 그래서 마차는 모는 병사들은 일부러 울퉁불퉁한 길을 골라서 그 위를 빠르게 달렸고 부상자들은 아무도 모르게 마차에서 떨어졌다. 그렇게 남겨진 자들은 얼어 죽었다. 사람들은 이 일이 그저 사고라고 생각했다. 아무도 뒤돌아 보지 않았다.
*역사교사인 남편(에드워드)는 나폴레옹의 러시아 후퇴 때 일어난 일을 회상하면서 집으로 들어가기 전 자신의 결심을 다시 확인했다. 29년 결혼생활을 유지했던 남편은 어느 날 새로운 길을 찾겠다고 하면서 아내(그레이스)에게 이혼을 요구한다.
"당신이 원하는 걸 줄 수 없어, 당신은 나한테 없는 것을 바라는 것 같아."
"노력해 봤지만 당신에게 나는 아니야."
이 말에 놀란 아내(그레이스)는 서로 이해하고 솔직한 대화를 하면 결혼생활을 잘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위키피디아'에 글 올리는 즐거움으로 사는 조용하고 신중한 남편은 아내에게 부족하다. 늘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아내는 주눅이 들어있는 남편을 몰아세우기도 하고, 화가 나면 심지어 남편의 뺨을 때리기도 한다. 자신의 기준에 부족한 남편을 힘들어하면서도 여전히 남편의 사랑이 죽는 날까지 게속되리라고 믿고 있었다. 아내에게 충족감을 줄 수 없다는 사실 앞에 불행했던 남편은 학생의 일로 만난 학부형 '안젤라'를 통해 비로소 편안함을 얻고 살아있음을 느끼게 된다. 결국 에드워드는 집을 떠난다.
"안젤라는 내 모습 그대로 잘 맞지."
순식간에 사랑이라고 믿었던 모든 것이 무너진 그레이스는 충격을 받고 깊은 슬픔에 빠지고, 헤어지는 부모들 사이에서 아들 제이미는 부모님 각각의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물론 자신도 무척 힘들어하면서.
*이제 그레이스는 영국 남부 시포드 마을 언덕에 펼쳐진 초원을 뒤로 한 채, 아름다운 해안 절벽 '호프 갭(Hope Gap)에 홀로 서 있다. 인생이 끝장난 듯 절망감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어머니를 '아들 제이미'가 불러 세운다.
"엄마가 왜 여길 왔는지 알고 있어요."
"엄마 뒷모습만 봐도 알 것 같아요."
"정말 끝내실 거면 미리 말해주세요."
"생을 마감함으로써(자살) 진정 엄마가 행복해질 수 있다면 보내드릴게요. 어차피 뒤처리는 나의 몫이잖아요."
"엄마가 불행을 견디지 못하고 떠나면 결국 불행이 삶의 전부라고 믿게 될 것이고, 고통을 버티고 살아낸다면 불행도 우리를 이기지 못하고 희망을 갖게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에드워드와 이별로 죽음을 생각했던 그레이스는 절망을 극복하기 위해 자살방지를 위한 자선단체에서 전화상담을 하고 있다. '사는 게 힘들어서 스스로 끝냈더니 지옥에 와있는 거야.'
"불행이란 결국 흥미롭지 않아서, 다시 시(poem) 선집을 작업을 시작했어."
"특정한 주제를 모우는 중이야, 외로운 감정, 사랑하는 이의 죽음, 결혼 파경, 패배자로 느껴질 때, 등등."
그레이스는 시를 정리하는 작업을 다시 진행하기로 하고 아들은 어머니가 정리한 시를 데이터 베이스로 구축하고 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네는 웹사이트를 개설한다.
"제목은 뭐로 할까요?"
"여기 와본 적이 있다(I have been here brfore)로 할까 해, 나보다 먼저 이런 감정을 겪은 이들이 있다는 의미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게 위안이 되거든."
그레이스는 시인 '단테 가브리엘 로제티(Dante Gabriel Rossetti)'의 시 '섬광(Sudden Light)'의 첫 구절을 자신이 펴낼 시선집의 제목으로 결정하고 올린다. 그레이스 스스로를 치료하는 시였다.
*여기 와본 적이 있다(I have been here before)
그레이스는 시를 골라 시선집을 을 만드는 사람이어서, 시와 대사가 장면에 적절하게 잘 어울려진 이 영화는 슬프지만 격조있고 품위가 있다. 에드워드와 그레이스가 인연이 된 것도 시(poem)였다. 어느날 젊은 에드워드가 기차에서 어떤 사람을 보고 돌아가신 아버지로 착각하여 울고 있었다. 마침 맞은편에 앉았던 젊은 여성, 그레이스가 '시'로 위로해 주면서 서로 사랑에 빠져 결혼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 기차는 잘못된 기차였다.
*섬광(Sudden Light)
예전에 이곳에 와본 적이 있어요
하지만 언제 어떻게 인지는 알 수 없지요
문 뒤편에 있는 그 풀밭은 알 수 있어요
달큼하게 코를 찌르는 향기, 한숨 소리와 바닷가를 비추던 그 불빛들도
예전에 당신은 제 사람이었어요
얼마나 오래 전인지는 알 수 없어요
하지만 제비가 날아오르던 그 순간
당신은 그렇게 고개를 돌렸고 베일이 벗겨졌지요, 난
예전에 모든 것을 알고 있었어요
예전에 이랬나요?
이렇듯 소용돌이치는 시간의 흐름이
우리의 삶, 우리의 사랑과 더불어
죽음의 어둠 속에서도 다시 회복되고
밤낮으로 다시 한번 기쁨을 주지는 않을까요?
*제이미의 독백
나의 어머니, 나의 첫 여성, 나의 온기, 나의 위안으로 어머니에게 존경을 바치며, 나의 아버지, 나의 첫 남성, 나의 스승, 나의 심판자, 나의 미래로 아버지에 대한 마음을 담는다. 당신들의 고통이 제 고통이며, 당신들이 견디내면 저도 견딜 것입니다. 제 손을 잡고 함께 그 길을 걸어요.
*2019년에 처음 개봉되었던 영화다. 원제목은 'The Retreat From Moscow'. 그래서 영화 첫 부분에 나폴레옹이 러시아 전쟁에서 혹독한 추위로 후퇴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인간이 살기 위해서는 단호한 현실적인 결단이 필요함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부모의 이혼으로 큰 충격을 받았던 윌리엄 니콜슨의 자전적 경험을 희곡으로 섰기에 아들 제이미의 심리가 잘 나타나 있다. 원작도 훌륭하고 모짜르트의 장엄미사곡,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의 시'까지, 한 편의 영화에 다양한 예술이 매핑(Mapping) 되었다. 헐리우드가 사랑하는 'Love Affair'의 아네트 베닝이 그레이스를 맡았고, 영국 명배우 빌 나이가 에드워드 역을 맡았고, Netflix 드라마 더 크라운(The Crown)에서 찰스 왕세자 역을 맡은 '조쉬 오커너'가 아들 역으로 나온다.
첫댓글
'사랑'이라는 기차를 잘 못 탄 많은 부부들에게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하는 영화였습니다.
소심해서 다혈질의 아내가 두려웠던 남편의 마음이 이해가 됐습니다.
더 일찍 자기 감정을 말하지 못한 남편(에드워드)의 29년이 안쓰럽기도 하고 조금은 답답하기도 했지만
자기만의 사랑법을 찾아가는 주인공들에게서 희망을 배웁니다. .
또 제이미(아들)의 말에서 자식 앞에 서 있는 내 뒷모습이 어떤지 되집어 보기도 했습니다.
어떤 사랑을 해야 할까요
부부는? 가족은?
그리고
나를 향해서는 말이예요~~~
한연교 선생님 좋은 영화 고맙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우리가 사랑이라 믿는 것이
진짜 사랑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 힘들게 느껴지는 영화였습니다.
부부란 자신의 모습 그대로 보여줘도 편안한 상대가 되어야 하며, 각자의 모습을 인정하고 존경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에드워드는 그레이스에게 맞추려고만 하지말고, 좀 더 빨리 솔직한 자신의 감정을 말했어야 했지요.
저의 아버지도 에드워드와 비슷하셨습니다.
이혼은 하시지 않았지만 결국 밖에서 여자를 만나고 다니셨습니다.
그 사실에 우리 가족은 분노했지만 아버지의 일탈이 이해되기도 했습니다.
제 감상까지 쓰려고 하니 글이 너무 길어져서 그만두었습니다.
댓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Thank you for move
* I have been here before.
Much appreciated!!♥
연휴 때 남편이랑 둘 이 감상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몰입이 되어 영화가 끝날 때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았네요. 보고 나서도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 영화에 서로를 너무 녹여 넣은 것 일가요?
인간으로 태어나서, 사람이기에 걸어가야 한다는 책임감을 사랑에 묶여 자신을 학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는 그것이 풀기 어려운 수갑 일수도 있겠죠?
새로운 사랑을 찾아 떠나는 남편, 이별을 극복하고 자신의 길을 가는 여자, 그 둘을 지켜보며 그들의 독립을 인정해주는 가슴 아픈 아들,
다시 시작하는 오늘 앞에서 지난 영화를 상기해봅니다.
어쩌면, 진짜, 정말 나는 사랑이라는 족쇄에 발이 묶여 고문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사랑의 기차 여행 중에, 쉬어가는 간이 역에서.......
남편과 함께 같은 영화를 감상하셨다니, 그 모습을 상상해보는 것만도 좋은데요.
서로 다른 개인으로 불협화음속에서 살지만 부부라는 애틋한 이름은 중요한 것 같아요.
영화 글쓰기와 글쓰기와는 별 차이점이 없다는 생각입니다. 영화 글쓰기의 첫 번째는 좋은 글쓰기 연습이지요.
당신의 댓글이 많은 격려가 되네요.
항상 따뜻한 마음을 지닌 당신에게 많이 배웁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