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돔(dome) 속에서
그즈음 키요시는 검은 돔 속에서 아침 종을 치는 듯한
‘강강’ 하는 진동음을 들으며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어떻게 된 것일까. 이대로 죽고 마는 걸까.
무서워서 머리에 대고 있는 손을 뗄 수가 없었다.
그대로 어두운 돔 안을 엘리베이터 같은 것으로
점점 아래로 내려가는 것 같았다.
지하철 속에서 전차를 타고 있는 때와 같은 ‘호ㅡ’라고 하는 연속음으로 변해갔다.
(이것은 죽어버리는 것이구나. 아차. 아직 죽고 싶지 않아... 아직 죽고 싶지 않아)
라고 그는 생각했다.
이윽고 ‘호ㅡ’라고 하는 소리는 멈추고
키요시는 몸을 무릎에 붙이고 머리를 숙인 채,
가만히 상황을 보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암흑의 세계.
(조용하다. 나는 어째서 이런 곳에 온 거지)
키요시는 용기를 내어 머리를 감싸고 있던 손을 풀어
무릎에서 머리를 들어 앞을 봤다.
새까맣다.
좌우로 천천히 얼굴을 돌려서 봤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아까와는 다르게 기분이 상쾌하게 좋아졌다.
좀 전까지는 그렇게나 기분이 나빴는데...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키요시는 마음속을 냉정하게 하려고 노력했다.
갑자기 지금까지의 사무소의 일이 생각났다.
(그렇다. 게이코는 어디 있지. 야마구치는...)
하고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을 떠올렸다.
그러자 키요시의 눈앞에 안개같은 것이 하얗게 용솟음쳤다.
그리고 어렴풋한 장막 속에 4-5명의 남녀가
무엇인가의 주위를 둘러싸고 걱정스럽게 서 있다.
하얀 벽의 방... 점점 하얀 안개가 걷히고 또렷이 보이기 시작했다.
(누군가 침대에서 자고 있다.
아아 게이코가 울고 있다.
야마구치도 있다.)
그리고 침대의 발 쪽에 서 있는 낯선 남녀가 흰옷을 입고
침대 옆에 누워있는 사람의 손을 잡고 뭔가 하고 있었다.
(왜 게이코나 야마구치는 저런 곳에 가 있지? 꿈을 꾸고 있나)
키요시는 불안했다.
키요시는 이런 것도 생각할 여유가 생겼다.
변함없이 어두운 돔 같은, 둥굴같은 이유를 알 수 없는 곳이다.
키요시에게는 게이코와 야마구치가 왜 저런 방에 있는지 몰랐다.
(어떻게든 곁에 가보고 싶다.)
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거리가 멀어져 있다. 돔 속에서 나갈 수 없다.
이번에는 점점 가까이 보이기 시작했다.
잘 보니까 흰옷을 입고 있는 사람은 의사와 간호사였다.
(여기는 병원인가. 자고 있는 사람은 누구지)
시선을 집중하자
(아아 나다.)
키요시는 알아챘다.
(나는 여기에 있는데. 왜 침대에서 자고 있지?)
침대 위에 키요시는 깊이 자고 있다.
언제나 거울에 비치는 자신의 얼굴과는 전혀 다르게 새파랗다.
입술도 색을 잃어 가고 있다.
자고 있는 자신은 죽은 듯이 움직이지 않는다.
하지만 또 한 사람의 자신은 어느 곳도 나쁘지 않다.
오직 돔 속에 있을 뿐이다.
키요시는 크게 소리쳤다.
“게이코! 게이코! 도와줘-”
게이코는 눈물을 흘리면서 침대의 키요시를 보고 뭔가 말하고 있다.
키요시는 그것을 보고 있지만 통하지 않는다. 알 수 없는 일이다.
키요시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생각해 보는 것이었다.
그때 병실 안에서는 키요시가 무의식인 채로 뱃속에서
“게이코! 게이코! 도와줘ㅡ”라는 헛소리가 나왔다.
게이코는 키요시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사장님! 사장님! 정신,,,정신차리세요! ”
라고 소리 내어 울고 있다.
야마구치도 키요시의 발 쪽에서 침대에 손을 댄 채,
“사장님! 사장님! 죽어서는 안됩니다. 힘내세요..
신(神)이시여, 사장님을 살려 주십시오.”
라고 눈에 눈물을 가득 머금고 기도하고 있었다.
이때 게이코나 야마구치의 가슴 속에 있는 것은
지금까지의 지독하고 무자비한 악착같은 키요시의 모습이 아닌
자신들의 친근한 상사로서의 존경의 마음만 있었다.
의사와 간호사는 냉정히 키요시의 상태를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답답한 공기가 병실에 가득했다.
하얀 백합꽃만이 표정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아름답게 펴서 가늘고 긴 꽃잎에서 키요시의 베게 주위를 장식하고 있다.
인간의 힘으로는 더 이상 방법이 없는 키요시의 상태였다.
그것은 신(神) 이외에는 알 도리가 없는 것이다.
한번 무상의 바람이 몰아치면,
아무리 모은 재산도 지위나 명예도 욕망도, 모두 포기하게 되고,
태어났을 때의 벌거숭이 상태로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야 한다.
인간은 이러한 순간적인 인생을, 만족하는 것을 잊고,
무의미한 고통을 만들고, 일생을 마쳐간다.
참으로 애석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생과 사의 경계를 방황하고 있는 병상의 키요시의 모습을 볼 때,
인간은 모두 물질욕망의 헛됨을 알 것이다.
육체로부터 벗어 난, 돔 속의 또 하나의 키요시는
“이미 소용없을지도 몰라.
나는 지금까지 돈의 노예였다.
게이코에게도 야마구치에게도 나는 뭔가 해줬나.
그리고 많은 사람들을 울리고, 괴롭혀 온 나다.
나는 이 사람들의 행복을 빼앗고 말았다.
그 속죄를 위해서도 다시 한번 살아 돌아가고 싶다.
폐를 끼친 많은 사람들의 웃는 얼굴을 볼 때까지는 죽고 싶지 않다.”
육체에서 벗어난 또 한 사람의 키요시에게 올바른 선(善)의 마음이 싹터 온 것이다.
올바르게 사물을 보는 것이 가능하도록 된 것이다.
올바르게 듣는 것도 말하는 것도 가능하도록 되어,
신의 자식으로서 도리에 눈을 뜨게 된 것이다.
지금 여기에 자고 있는 키요시의 육체를 조종하고 있었다.
악마처럼 무자비한 행위를 시킨 혼(魂)은 지나간 지금까지의 키요시이고,
생과 사의 경계를 방황하고
어두운 돔 속에서 반성하고 있는 또 한 사람의 키요시는
신의 자식으로서의 자각에 눈뜨고 있는 착한 혼이다.
악의 혼은 지나가고
선한 혼의 숨결이 키요시의 몸에 연결되어
잠꼬대를 하고 있는 것이다.
침대 위에 누워서 움직이지 않는 육체는,
3차원의 물질계에 있어서 혼의 수행을 위한 배이고 무상한 것이다.
육체배는 언젠가 자연으로 환원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육체배로부터 빠져나와,
돔 안에 있는 또 한 사람의 키요시야말로
영원히 변치 않는 본래의 키요시이고 혼(魂)인 것이다.
돔은 3차원과 4차원 이후의 세계,
즉 이 세상과 저 세상을 연결하는 통로이고,
키요시는 그 통로의 도중에서
인생에서 체험한 여러 문제를 반성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한 사람의 키요시의 말이, 돔을 통해서,
누워있는 육체배의 입을 통해서, 잠꼬대가 되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잠꼬대도,
또 육체배의 곁에서 간호하고 있는 게이코나 야마구치의 말도,
일방통행으로 끝나고 있다.
이처럼 차원이 다르기 때문에,
돔의 키요시와는 의지가 통하지 않고 있다.
키요시는 3차원보다 높은 차원에서 자신의 육체를 보고 있는데,
그 육체배의 지배를 할 수 없는 상태인 것이다.
이 돔으로부터 나와 버리면 완전한 죽음이고,
다시 3차원의 육체의 배로 되돌아갈 수 없다.
돔의 넓이는 그 사람의 마음의 조화도에 따라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넓은 마음의 사람들은 광대한 광명으로 가득 찬 돔이고,
키요시처럼 욕망에 달리고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들의 돔은
좁고 어두운 돔이다.
모두 사람 각각 선악(善惡)의 마음의 상태가 만들어내고 있는
엄격한 세계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