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대합실에 새벽 아침으로 있다보면 알게 모르게 자리 싸움을 하기도 합니다.
티비를 중심으로 주로 자리가 인기가 있는데 저는 두번째 줄 왼쪽 끝자리인데
이 자리는 처음에 서울역에 왔을 때 맨 앞자리였다가 자리 조정 후 두번째 줄이 되었고
2년 넘도록 아침 새벽에는 이 자리를 제가 차지하곤 합니다.
2년 넘도록 딱 한번 제가 이 자리에 먼저 앉았다가 어쩔 수 없이 자리를 양보한 적은 있었지만...
이 자리가 새벽 아침에 기도하기가 좋은 자리이고 위생상 잘 씻지 못하는 관계로 혹 대합실을 이용하는
일반인 이용자들에게 불쾌함을 주는 것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자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자리에 앉고
난 후 첫번째로 위기감을 느낀 것은 제가 오기 이전 부터 이 자리 옆자리(통로 하나를 건너)에서 등에 혹이
있는 할머니가 먼저 고정적으로 자리를 잡고 계시다가 제가 자리를 잡은 후에는 잠시 떨어져서 지내다가
제가 몇달이 지나도 자리를 옮기지 않자 저를 쫓아낼 생각으로 압력(간첩이네 대머리네 하면서)을 넣었지만
제가 대꾸하지 않고 움직이지 않자 포기하시더군요. 아마 제가 이 할머니의 고정자리를 알았다면 저도 선배대접을
했었겠지만 자리에 익숙한 후에는 자리를 양보할 수 없었는데... 이 할머니는 무료지하철승차권으로 서울시청도서관에서
신문을 읽거나 햇빛아래에서 자거나 하기도 했는데 한번도 저와 눈이 마주치지 않은 것은 허리가 구버정해서 저를
발견치 못한 것 같습니다. 저는 여러번 뵈었지만 아는 척 하기도 그렇더군요.
두번째 자리 경쟁은 앞선 선배와 자리 경쟁이 아닌 제가 도전을 받는, 제 자리를 노리는 후발대들의 존재입니다. 특히 자리는
새벽 일찍 일어나 대합실에 들어오면 일반인이나 서울역 생활을 택한 이들이 앞선 저의 조건(특히 위생적 문제와 티비 시청)때문에
제 자리를 먼저 선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들도 자신의 짐을 가지고 자리를 비울 때가 있는데 한두시간 버티면 오줌보가 차서
화장실에 들러야 하는데 이때를 노려 제가 이 자리를 차지하면 돌아온 이들은 어쨌든 저를 보게 되면서 자리에 대한 욕심을 포기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중에 한 여성분(제 입장에서는 누나뻘)이 제 자리를 차지 하기 위해 도전 아닌 도전을 했는데 새벽 일찍 저보다 먼저 와서
이 자리를 차지 하곤했는데 제가 이 자리 뒷좌석에서 화장실 갈 때를 기다려 자리를 다시 차지하곤 했는데...처음에는 이 여성분과으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느껴 다소 불편했고 이 분도 조금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 여성분이 저와의 자리 싸움을 끝낸 후에는 우호적인 입장으로 바뀌어 1일줄에 두 세번 서울역 내 편의점에서 구입한 음료수와 빵을 비닐에 사서 제 옆자리나 종이가방에 두고 가게 되었습니다. 제가 졸 때를 기다려 두고 가곤 했는데 제가 깨어난 후에도 특별히 감사표시(관계가 깊어지면 복잡해 질 것 같아)도 하지 않았음에도 자꾸 갔다 놓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넙죽 받아 먹었는데...여름일 때 하루는 새벽에 추워서 서울역 뒷편 자판기에서 뜨거운 열무차를 먹었는데 어렴풋이 이 여성분이 다른 자판기에서 시원한 탄산음료를 마시고 있는 것이 보여(안경을 분실한 상태라) 조금 민망하기도 했는데 그날 아침 에 옆자리에 자신이 마신 시원한 탄산음료를 두었습니다. 아마 제가 돈이 없어 여름에 뜨거운 열무차를 마신다고 생각해 시원한 탄산음료를 두고 간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 저도 돈은 있다는 것은 알게 되었음에도...자비 아닌 자비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가방에 무료급식소에서 받은 마스크가 있음에도 귀찮아서 하루 이틀 연장하다보면 마스크가 더러워지는데 이 분이 제 더러워진 마스크를 보고 질 좋은 형형색색의 새부리형 마스크가 담긴 비닐봉지를 제 옆자리에 두었는데 이 마스크는 겨울용이라 저는 제가 가지고 있는 덴탈형 마스클 고집해야 했는데 이 분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결국 이 분은 저처럼 오래 있지 않고 얼마 후 서울역을 떠나 가셨는데(멀리서 들리는 소리를 듣다보면 한 성격하시는 분으로 보임, 선배 여성분들과 자주 다투나 이 분들이 두손 들 정도로 질리게 싸우고 환경미화원 남성분하고 말로 싸우시는데 한성격 하시는 분으로 보였음, 그런데 저하고는 한번도 다툰 적이 없었음, 오히려 처음이자 마지막 말이 이런 생활할려면 작 먹어야 하는데... 하셨음)
마지막 비닐 봉지에는 자신이 먹고 남긴 커피믹스와 과자 일부와 빵 음료수를 남기셨더라고요. 이전 내용물과 다른 것을 느낀 후 마지막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결국 이 후 이 여성분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고 서울역을 떠나신 것 같습니다. 한 성격하시는 분이심에도 유독 제게는 자비를 베푼 이 여성분에게 하나님의 은혜와 축복이 임하시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