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전북 부안에서 4.8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정부가 진행 중인 단층조사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큰 규모의 지진이 거의 없었던 지역에서 규모 4.8 지진이 발생함에 따라 정부는 부안지역의 단층검토 시기를 앞당겨 추진한다.1)
행정안전부는 2016년 발생한 규모 5.8의 경주 지진을 계기로 20년간 단층조사 관련 연구개발(R&D)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2022년 1단계 동남권 활성단층 조사에서 월성 원자력발전소 반경 32km 이내 7개의 활성단층이 발견되면서 우려가 불거진 바 있다.2)3)
원전 주변에 이같은 설계고려단층이 존재하면 내진설계를 강화해야 한다. 과거 건설 시 반영하지 못했던 규모 6.5 이상의 강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행안부 활성단층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전문가와 시민사회는 신고리 5‧6호기 소송 당시 이러한 조사 결과가 반영되지 않은 점을 지적했고, 올해 초에는 활성단층 주변에 건설된 월성 원전 가동중단과 발생 가능한 최대 지진의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4)
월성 2~4호기는 20년 전 지진 특성 보고서를 근거로 건설되어 현재 주변의 지반운동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당시 제대로 된 지질조사도 없이 1977년 월성 1호기(현재 폐로) 지진 특성 보고서를 기반으로 20년 뒤 건설한 2~4호기까지 전부 동일한 설계지진값을 적용했다는 것. 현재 추진 중인 신한울 3‧4호기를 비롯해 일부 원전의 수명연장은 활성단층 조사 등 제대로 된 부지평가 이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 과소평가된 월성원전 내진설계…“반드시 재평가 필요”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지진과 원전 안전, 한‧일 국제 원자력 안전 전문가 토론회’5)에서 경주 지진 후속 대책에 압력관 보강 문제 등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월성 2~4호기 수명연장은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2016년 경주 지진 발생 이후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같은해 12월 지진 결과에 대한 계측값 제시. 당시 1호기에서 0.0981g, 2~4호기에서는 0.083g가 측정됐다"며 "이에 대해 원안위는 대표 지진계 지반가속도값이 운전기준지진(OBE)인 0.1g 이하이므로, 현재 규정에 따른 운전기준지진을 초과하지 않았다고 강조한 바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안전처에서 발행한 ‘9.12 지진백서’에는 ”지진가속도 계측값을 확인한 결과 0.0019g~0.12g 수준으로 내진설계수준(0.2g)에 미치지 않았다“고 되어있는데 이는 0.1g는 초과한 것이다. 왜 두 기관이 발표한 계측값이 다를까.
내진설계값 단위인 지반가속도는 g로 표현하는데, 중력가속도(gravity) 개념을 사용한다. 원전 부지가 흔들리는 가속도 값을 의미하며, 가장 기본적인 가속도로서 이를 기반으로 구조물 설계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설계지진으로 지칭한다.6) 내진설계는 ‘설계기준지진(Design Basis Earthquake, DBE)’과 ‘부지설계지진(Site Design Earthquake, SDE)’ 두 가지가 있다. 이 대표는 ”중수로는 운전기준지진, 즉 OBE라고 하지 않고, 부지설계지진(SDE)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며 "OBE 지반가속도 기준 0.1g를 초과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00년 동안 최대 0.1g 크기의 부지설계지진(SDE)이 1회 미만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가정했지만, 월성 원전 가동 이후 40년도 되지 않아 부지에서 0.12g의 지진이 관측된 셈이다. 0.1g를 초과했다는 사실은 당시 설계지진을 심도 있게 고려하지 않았다는 반증이라고 이 대표는 강조했다.
그렇다면 월성 1호기는 어떤 근거로 설계했을까. 월성 1호기 최종안전성분석보고서에는 월성 부지에서 0.2g 보다 더 큰 설계기준지진 최대 수평지반가속도를 유발하는 지진은 없다고 결론짓고 있다. 이 대표는 “월성 1~4호기는 더프(Duff)의 보고서인 1977년 발간한 'Wolsong1 Nuclear Power Plant Site Seismicity” AECL Technical Document 59-10170-130-001.에 근거하고 있다“며 ”20여년 후 건설 및 가동된 2~4호기도 더프 보고서를 인용해 부지 지진평가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과거 Duff 보고서를 근거로 부지설계지진 기준을 정했다면, 현재는 전반적인 개정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이다. 앞서 행안부 조사로 월성원전 반경 32km에서 규모 6.5~7.0의 지진을 촉발할 수 있는 활성단층 7곳이 추가로 발견됐기 때문이다.다. 1963년 원전 부지에서 45km 떨어진 지역에서 규모 6.2의 지진이 발생했고, 2016년 규모 5.8 경주지진도 원전과 30km 떨어진 지역에서 발생한 점을 감안하였을 때 부지 지진설계 규모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7)
2. 경주 지진 후속 대책에 압력관 건전성 반영 無
이 대표는 ”CANDU-6 모델의 핵심 부품은 핵연료 압력관인데 내경 10cm, 두께 4mm 정도의 굉장히 얇은 배관“이라며 ”380개의 압력관 양단이 이음부에 용접되지 않고 ‘롤확장법(Roll Expansion Joint)’으로 연결되어 있어 매우 취약한 부위“라고 설명했다.
‘엔드 피팅(End Fitting)’, 즉 압력 경계 부위가 용접되어 있지 않으므로 0.2g를 초과하는 지진 발생 시 엔드 피팅이 변형되면 핵연료가 외부로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미국기계학회 압력용기 NB-3649.1 코드 기준에서는 원자로 배관의 롤확장법 사용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Expansion joints shall not be used in piping)"며 "캐나다 설계사가 미 핵규제위원회(US NRC)에 핵연료 압력관 채널 설계를 인허가 신청하는 등 3년 동안 로비 활동을 벌였지만 결국은 안전성 이유로 거부됐다“고 말했다.8)
그는 ”0.2g 지진이 발생했을 때 압력관의 주막응력(Primary Membrane Stress, Pm)의 안전여유도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0.3g로 가정했을 때는 안전정지계통이 제대로 작동한다고 해도 이론적으로는 핵연료가 외부로 노출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대규모 파단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제대로 된 대책이 없다면 월성 2~4호기는 수명연장을 하면 안 된다는 것. 파단사고에는 원자로냉각재상실사고(Loss of Coolant of Accident, LOCA) 등이 포함된다. 이 대표는 ”LOCA 발생 시 안전주입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안전주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취약한 상태가 우려되지만 경주 지진 후속 대책에 압력관 관련 대책은 전무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3. "격납건물에 부적합 앵커볼트 사용"
월성 1~4호기 격납건물에 지진 등 외부 충격으로 인한 하중을 견딜 수 없는 부적합 앵커볼트 수천개가 사용됐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앵커볼트는 기기와 설비를 콘크리트 벽체 등에 고정하는 나사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익명의 공익 제보자는 월성 3호기 격납건물의 경우, 벽체 등에 고정된 기기 353개 가운데 21개에만 앵커볼트가 사용됐다고 전했다. 1개 기기에 2~8개의 고정나사가 쓰인 것을 고려하면, 월성 1~4호기 전체로는 4천개 이상의 비내진 고정나사가 쓰였을 것로 추산된다.9)
<각주>
1) https://v.daum.net/v/20240620162711557
2)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597280
3)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464378_36199.html
4)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081792.html
5) https://www.youtube.com/watch?v=2tA-AG4YLqU
6) https://www.mindle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6837
7) https://www.e2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04637
8) https://www.mindle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6837
9) https://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111862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