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일본 미야기현 앞바다에서 리히터 규모 9.0의 지진이 발생했다. 곧이어 15m 높이의 해일이 해안가의 건물과 농장을 집어삼켰지만, 이는 재앙의 전주곡일 뿐이었다. 해일은 후쿠시마 제1원전도 덮쳤다. 당시 1~3호기는 자동으로 가동 중단됐고, 4~6호기는 정기검사로 발전정지 상태였다.
해일의 규모는 발전소 설계 당시 예상했던 높이 5m를 초과했고 지하에 설치된 비상디젤발전기가 침수돼 1~4호기의 냉각 장치가 멈췄다. 냉각수 증발로 원자로 내부 온도와 압력은 치솟았다. 결국 12일 핵연료봉이 공기에 노출돼 녹아내리는 ‘멜트다운(Melt down)’이 발생하면서 1호기 격납건물 천장이 수소폭발로 날아가 버렸다. 2~3호기도 폭발 영향으로 건물이 붕괴하는 등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고, 4호기에서는 사용후핵연료에 남아있던 열이 수소폭발로 이어졌다.
고도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일본에서 원전 역사상 최악의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큰 충격이었다. 일각에서는 이 사고조차 원자로 형태와 인간이 통제 불가능한 자연재해였다는 점을 강조하며 선을 긋고 나섰다. 그러나 방파제 높이와 비상 발전기 위치, 사고 전후 도쿄전력과 정부의 대응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보면, 이 사고는 안전 불감증에서 비롯된 대참사였다.
사고로부터 10여년이 지난 2021년 4월 13일.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1원전에 보관 중인 오염수의 해양 방출을 결정했다. 이 같은 결정에 주변국과 국제사회가 우려를 표명했던 이유 중 하나는 그동안 일본 측이 제공한 정보를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APLS 성능 문제 이슈와 도쿄전력의 은폐가 잊을만하면 반복됐고, 사고 현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 채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지난해 7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ALPS로 처리된 오염수가 안전하다는 보고서를 채택하자마자 같은해 8월 도쿄전력은 방류를 개시했다. 약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이 문제의 쟁점을 다시 짚어보고자 한다. 일본은 왜 국제사회 우려와 주변국의 반발을 무시하면서까지 오염수 방류를 강행하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