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골공원의 오후
조치영
탑골공원 담벼락에
저녁노을이 불타오르고
추락해 타박상을 입은
프라타나스 잎새가
길바닥에 누워있다.
담장 뒷편에
늘어선 수십 개의
장기판 주변에는
노인들과 구경꾼들로
왁자하다.
낯선 사람끼리도
장기를 몇 판 두고 나면
금세 술친구가 된다.
외로운 사람들이
모여드는 이유다.
갑자기 가을비가
장기판위에 사격을 하자
저마다 비명을 지르며
다방으로
국밥집으로 피난을 간다.
가을비로 질척거리는
좁은 골목길에
돼지고기 삶는 냄새가
구수하다.
낮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저녁
도망간 아내에 대한 분을
막걸리로 삭이던 할배는
길거리에 쓰러졌고
혼자 사는 할배는
외로움을 소주잔에
따라 마시고
자식에게 버림받은 노인은
눈물을 국밥에 말아 삼키고
달셋방에 산다는 영감은
취해서 담벼락에 기댄 채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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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조치영
탑골공원의 오후
조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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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6
25.03.18 16:29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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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 시심을 감상했습니다 조치영 선생님
인생이 무상하지만
산다는 게 좋습니디.
선생님이 계시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