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통령전권대표와 쓰레기 봉투
내가 사는 아파트에 이사예프장관이 같이 살고 있는데 이 사람은 하바롭스크의 전 주지사이며 2012년 현재 극동개발부장관이자 대통령전권대표로 극동, 시베리아지역에서는 최고 권력자이다.
이 분의 일상을 보니 아침 8시 30분경에 출근하는 것으로 시작되는데 보통 8시 15분 되면 경찰차가 두 대 정문에서 대기하고 있고 장관이 타고 갈 랜드로브 관용차량이 현관 앞에 서 있다. 운전사와 비서가 현관 앞에서 대기하다가 나오면 악수하고 차량에 탑승하여 출발한다.
하루는 창문을 통해 보니 소위 그 최고 권력자가 검은 쓰레기봉투를 들고 나와 직접 조금 떨어져 있는 쓰레기장까지 가서 버리고 차를 타고 나가는 것이다.
비서에게 주지도 않고 부인에게 시키지 않고(여긴 쓰레기 봉투는 대부분 남자들이 버리는 것이 예사이긴 하지만...) 쓰레기장까지 가서 직접 버리는 것을 보니 권력자라기보다는 한 인간의 소박한 면을 본 것 같았다. 그를 비판하는 말도 많긴 했지만 그러한 그의 행동을 보고 그를 다시 보게 되었다.
2013년 여름 하바롭스크가 건설된 이후 아무르 강에서 가장 큰 물난리가 났었는데 푸틴 대통령까지 이곳을 방문하여 현장을 확인하고 갔는데 홍수 예방 등 처리가 미흡하다 하여 결국 경질되었다. 그 이면에는 그의 닫힌 마인드 때문이란 후문이 있긴 했지만...
그런데 권력이 참으로 무상하다는 걸 이러한 사건 이후 느끼게 한 일은 이 분이 권력자로 있을 때는 아파트 앞 차도에는 어떠한 차량도 주정차를 하지 않았는데 실각 되고 난 이후에는 많은 차량이 무단으로 주차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