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원전의 위험과 현실 - 해외 사건 사고1
강연자: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
일시: 2026년 2월 8일 (줌 강연)
원전 문제를 사건과 사고의 관점에서 바라볼 때, 국내 상황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주요 사례들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지난 10년간 발생한 사건들을 중심으로 해외와 국내 사례를 10건씩 간추려 보았습니다.
여기서는 먼저 해외 사건 사고 5건을 소개합니다.
1. 프랑스 SCC (응력 부식 균열)
해외 사례 중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부분은 프랑스에서 발생한 SCC(Stress Corrosion Cracking), 즉 응력 부식 균열입니다. 이는 재료 표면에서 시작하여 심부로 진행되는 부식형 균열로, 발견 시 반드시 즉각적인 수리나 교체 조치가 필요한 중대 결함입니다. 이러한 균열은 주로 안전 주입 계통 배관의 용접부에서 집중적으로 발견되었습니다.
제시된 그림은 이중화된 밸브 구조를 보여줍니다. 평상시 배관 내부에는 냉각수가 충전되어 있으며, 첫 번째 밸브에서 누설이 발생할 경우 이를 감지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두 번째 밸브는 이중 방어벽 역할을 수행합니다. 안전 주입 시에는 고압으로 냉각수를 주입하며, 체크 밸브를 통해 역류를 방지합니다.
문제의 원인은 정체 구간에서 발생하는 ‘열 성층화’로 인한 피로 누적입니다. 온도가 주기적으로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면서 배관에 피로가 쌓여 균열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특히 안전 주입 계통과 잔열 제거 계통의 배관 용접부 중 굴곡진 부위는 잔류 응력이 높게 형성되어 균열에 취약합니다.
응력 부식 균열은 재료의 특성, 잔류 응력, 고온 환경이라는 세 가지 조건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합니다. 프랑스의 경우 용접 후 열처리가 미흡했거나 용접 절차상의 결함이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특히 용접부 뿌리 부분에서 발생하는 균열은 심각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원주 방향으로 1/3에서 1/4 길이, 깊이가 50%에 달하는 균열은 즉각적인 파단 위험이 있는 상황으로 간주됩니다. 이러한 응력이 180 메가파스칼을 초과하면 균열 발생 조건이 충족되는 것으로 평가되는데, 실제 현장에서는 150~180 메가파스칼 수준의 응력이 관찰되었습니다. 이러한 결함은 발생 원인 추적이 어렵고 불확실성이 커서 기계적인 탐지만으로는 완벽히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로 프랑스의 ‘탄력 운전(Load Following)’이 지목됩니다. 이는 전력 수요에 따라 출력을 변동시키는 운전 방식인데, 이러한 출력 변동이 기기 계통에 무리를 주어 신규 원전에서도 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현재 프랑스는 이 문제로 인해 매우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다행히 한국과 미국은 (원전이) 기저 부하를 담당하며 탄력 운전을 시행하지 않아 이와 같은 직접적인 문제는 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재료의 노후화 등으로 인한 균열 가능성은 설계 수명 내에서도, 혹은 신형 원전에서도 언제든 발생할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다수의 원전이 밀집해 있으며 신규 원전 건설도 진행 중입니다. 특히 한 부지에 10기에 달하는 원전이 밀집해 있고, 사용 후 핵연료 저장 문제까지 얽혀 있어 구조가 매우 복잡합니다. 지진과 같은 광역 재난이 발생할 경우 여러 호기가 동시에 타격을 입는 ‘다수기 사고’의 위험이 큽니다.
이런 상황에서 탄력 운전까지 도입하게 되면 균열 발생 빈도가 급격히 증가할 수 있습니다. 프랑스는 최근 이 문제로 인해 1~2년간 수리를 진행해야 했으며, 이는 국가적 전력 수급 위기를 초래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전력망이 외국과 연결되지 않은 ‘고립된 계통(Isolated Grid)’이므로, 프랑스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전력을 수입할 수도 없어 대규모 정전 등 치명적인 마비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따라서 탄력 운전은 지양해야 하며, 오히려 원자력의 비중을 낮추고 유연한 에너지원을 확보하는 방향을 고려해야 합니다.
프랑스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부하 추종 운전을 도입하거나 무리하게 신규 원전을 확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입니다. 출력을 조절해야 할 정도로 전력이 남는다면 이는 경제적 비효율을 초래하는 것이며, 2.8기가와트급 신규 원전을 추가 건설하는 것보다 기존 설비의 효율적인 운영을 고민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질의응답>
질문(한규석): 균열이 발생한 배관의 위치와 그에 따른 사고 위험성은 어느 정도입니까?
답변(이정윤): 해당 배관은 원자로 냉각재가 흐르는 1차 계통의 주요 배관과 직접 연결된 부위입니다. 이 배관이 파손될 경우 냉각재 상실 사고(LOCA)로 이어져 핵연료 냉각이 불가능해지는 중대 사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결함 발견 시 즉시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매우 핵심적인 부위입니다.
2. 중국 타이산 원전 (프랑스 EPR 1600MW) - 핵연료봉 파손
프랑스의 최첨단 3세대 플러스 기술인 EPR 원전에서 핵연료봉이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핵연료봉이 파손되면 방사성 물질이 냉각재로 유출되어 방사능 수치가 급격히 상승합니다. 이를 방치하면 냉각 계통 전체가 오염되고 외부로 방사능이 유출될 위험이 있어 원전을 정지하고 연료를 교체해야 합니다.
타이산 원전은 이 사고로 1년 이상 가동이 중단되었습니다. 조사 결과, 진동에 의한 마모, 재료 불량, 이물질 유입 등 다양한 가능성 중 ‘유동 조건에 의한 구조적 설계 결함’이 주요 원인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이 여파로 영국과 프랑스에서 건설 중이던 동일 노형 원전들의 공기가 지연되고 건설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상승했습니다.
이는 최신 설계 원전이라 할지라도 핵연료 건전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하며, ‘신형 원전은 무조건 안전하다’는 믿음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특히 효율을 높이기 위한 고출력·고연소도 설계가 핵연료에 과도한 부담을 주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사고의 상세 원인은 여전히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으며, 이는 향후 운영비 상승의 원인이 될 것입니다.
또한, 당시 중국이 프랑스의 EPR과 미국의 AP1000을 도입하며 기술적 난관에 봉착했던 점도 주목해야 합니다. 특히 웨스팅하우스의 AP1000은 피동형 냉각 계통 시운전 중 문제를 일으켰고, 이로 인한 손실로 웨스팅하우스는 파산에 이르러 결국 프랑스 기업에 인수되었습니다. 타이산 원전 사고는 고출력 설계와 유동 설계의 부조화가 불러온 전형적인 기술적 한계를 보여줍니다.
3. 자포리자 원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상황)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 점령지에 위치한 자포리자 원전이 드론 공격과 포격에 노출되었습니다. 냉각탑 화재와 외부 전원 공급선의 반복적인 파손으로 인해 원전은 비상 디젤 발전기에 의존하는 위태로운 상황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IAEA(국제원자력기구)는 현장 점검을 통해 그 위험성을 경고하며 원전 인근에서의 군사 활동 중단을 강력히 권고했습니다.
현재 6기의 원전이 외부 전원 상실 위협에 상시 노출되어 있으며, 이는 기존 원전 안전 설계의 근간을 흔드는 사건입니다. 평시 운영을 상정하고 설계된 원전은 이와 같은 의도적인 군사 공격이나 테러에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장기적인 정전은 핵연료 냉각 실패로 이어지며, 비상 발전기용 연료 공급이 차단될 경우 대재앙으로 번질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안전 문제를 넘어 에너지 안보와 국제 외교의 문제로 확장됩니다. 원전 사고로 인한 방사능 피해는 국경을 넘어 인접 국가로 확산되기 때문입니다. 한반도 역시 주변 강대국 사이의 긴장감 속에 다수의 원전을 운영하고 있는바, 전쟁 상황 발생 시 원전의 안전 확보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사회적 논의와 대비가 절실합니다.
4. 미국 노후 원전의 자동 정지 증가
미국에서는 가동 중인 노후 원전의 자동 정지(Scram) 빈도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여기서 정지는 완전한 가동 중단보다는 출력 제로 상태에서 대기하다 재가동하는 형태를 포함합니다.
통계에 따르면 2010년 7천 시간당 0.3~0.4회, 최근에는 0.5~0.8회까지 상승했습니다. 일본 노후 원전은 연간 2~3회까지 정지하며 규제 기관의 집중 관리를 받고 있습니다. 이는 웨스팅하우스 등이 초기에 설계한 원전들이 노후화되면서 회전 기기 고장 등 설비 결함이 빈번해지고 있음을 나타냅니다.
미국은 철저한 유지보수를 통해 90% 이상의 높은 가동률을 유지하고는 있으나, 노후화에 따른 고장 빈도 상승은 거스를 수 없는 현실입니다. 앞서 언급한 프랑스의 사례처럼 노후화된 부위에서 균열이 한꺼번에 발생할 경우 가동률은 순식간에 급락할 수 있습니다.
PSA (확률론적 안전성 평가)의 한계
PSA(Probabilistic Safety Assessment)는 노심 용융 확률을 천만 년에 한 번 꼴로 매우 낮게 예측합니다. 후쿠시마 사고 역시 통계적으로는 발생 가능성이 극히 희박했으나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특히 재료의 노후화로 인한 균열이나 고장은 일정 시점에 도달하면 지수함수적으로 급증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러한 비선형적 위험을 PSA 확률 데이터만으로 예측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PSA 수치를 절대적인 안전의 척도로 맹신하기보다는, 안전의 경향성을 파악하는 보조 도구로 활용해야 합니다. 수치상 안전하다고 해서 실제 안전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5. Olkiluoto-3 원전 장기 지연 및 시험운전 고장 (2018~2023)
해외 사례 중 또 하나 큰 문제를 일으켰던 사례는 핀란드의 올킬루오토 3호기 원전입니다. 이 원전은 건설 과정에서 공기가 당초 계획보다 3배나 늘어나며 막대한 차질을 빚었습니다. 2005년에 착공하여 조기 가동을 목표로 하였으나, 실제 상업 운전은 18년이 지난 2023년에야 시작되었습니다.
특히 본격적인 가동 전 시험 운전 과정에서도 터빈이나 냉각 계통 등에서 결함이 발견되어 출력 시험이 여러 차례 중단되는 사례가 발생했습니다. 이는 '초대형 신형 원전 건설 리스크'가 현실화된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올킬루오토 3호기에 도입된 노형은 앞서 언급한 중국 타이산 원전과 동일한 EPR(1,600MW) 모델입니다. 기존의 1,000MW급 노형에서 1,600MW로 용량을 급격히 격상하면서 기술적 과부하가 발생한 것입니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APR1400 역시 기존 1,000MW급에서 1,400MW로 용량을 확대한 노형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이 사례는 결과적으로 '설계 표준화'에 실패했음을 보여줍니다. 신규 노형의 첫 건설임을 감안하더라도, 당초 6년으로 계획했던 공정이 3배 이상 늘어난 것은 표준화된 공정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증거입니다. 또한 건설 예산 역시 초기 계획보다 약 3.5배나 폭증하였습니다.
이처럼 신형 원전 건설에서 발생하는 불확실성과 리스크는 단순히 비용 문제를 넘어, 국가 전력 공급의 안정성에도 심각한 위협을 줄 수 있는 사안입니다. 따라서 신형 원전의 대형화와 기술적 과신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을 냉정하게 평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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