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Ⅰ. 지진과 일본의 원전 위험
(2025년 6월 19일, 고토 마사시 PRSDN 특별 줌 강연)
연사: 고토 마사시(後藤政志 ; 전 도시바 원자로 격납용기 설계 기술자)
1. 자기소개 및 강연 내용 요약
여러분 안녕하세요. 일본의 원자로 격납용기 설계 기술자인 고토 마사시라고 합니다. 후쿠시마 사고 직전, 즉 약 2년 전까지 도시바에서 원자로 격납용기 설계 업무를 담당하였습니다.
원전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후쿠시마원전 사고 이전에는 익명으로 나름대로 활동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는 이름을 밝히고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며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오늘 말씀드릴 내용은 일본의 난카이 해곡 관련 지진과 원전 위험에 관한 것입니다. 지금부터 PPT를 사용하여 설명드리겠습니다.
오늘 강연 내용은 일본 정부의 원전 재가동 방침을 배경으로 합니다. 그러나 우리 입장에서 보자면 지진은 핵발전소에 있어 매우 큰 위협입니다. 지진 외에도 중대 사고의 원인은 굉장히 많습니다.
오늘 다룰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난카이 트로프 지진과 원전의 관계, 그리고 예상 외 지진이라는 것이 과학의 한계임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 노토반도에서 4m나 지반이 융기된 사실 — 이런 사태가 발생하면 핵발전소 설계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 원전의 내진 설계를 위해서는 설계 조건이 필요한데, 현재로서는 그 설계 조건이 성립되지 않습니다.
• 원전 고유의 특성으로 인해 대규모 사고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지진과 쓰나미가 없더라도 원전에 고장이 나면 멜트다운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한국에도 그렇겠지만, 일본도 이 점을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최악의 시나리오를 고려하지 않는 안전 대책은 궤변에 불과합니다. 최근에는 특히 사고가 났을 때에 대비해서 피난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는데, 피난 시뮬레이션을 했다고 해서 안전이 확보되는 것은 아닙니다.
피난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사고 양태에 따라 전혀 달라집니다. 일본에서는 "사고가 나더라도 피난 가능하니까 괜찮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만, 이것은 속임수입니다.
• 사업자는 최악 사고의 규모와 피해 범위에 대해 잠재적 피해자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습니다. 사업자가 설명을 해야 하는 대상은 잠재적인 피해자, 이재민입니다. 사고 때 방사능에 피폭되거나, 피난해야 되는 상황에서 피해를 입게 되는 사람들에게 설명해 줘야 할 의무가 사업자에게 있는 것입니다.
• 최종적으로 재가동을 판단하는 것은 잠재적인 피해자, 시민, 국민들이 결정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누구든지 원전을 거부할 권리는 있습니다. 이것은 인권입니다.
2. 지진의 종류와 메커니즘
그럼 지진 관련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지진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첫째는 바다판이 육지판 아래로 침강하면서 발생하는 해구형 지진이며, 이 해구형 지진은 거리가 내륙에서 아주 멀기 때문에 피해 양상에 따라 다르고 규모도 매우 큽니다.
둘째는 내륙의 활성 단층이 파괴되면서 발생하는 활성 단층형 지진으로, 내륙에 플레이트 판이 갈라지면서 지진이 발생하는데, 진원이 얕아 피해가 집중됩니다.
지진의 영향을 이야기할 때에는 반드시 어느 유형인지를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일본 열도의 비교적 최근에 일어난 대형 지진을 살펴보겠습니다.
1995년에 진도 7.3의 한신-아와지 대지진이 있었습니다. '진도'라고 하는 것은 에너지의 크기를 말하는데, 한 단계 올라갈 때마다 32배 증폭됩니다.
이후, 일본에서는 진도 7급의 대형 지진이 약 6년에 한 번꼴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2004년 니가타 주에쓰 지진(M6.8), 2011년 동일본 대지진(M9.0), 2016년 구마모토 지진(M6.5, M7.3), 2018년 홋카이도 이부리 동부 지진(M6.7), 2024년 노토반도 지진(M7.6)이 그 예입니다. 동일본 대지진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내륙형 활성 단층형 지진입니다.
3. 일본의 주요 대형 지진 사례로 보는 원전 위험
1) 난카이 트로프와 원전 위치
서일본 지도를 보면, 왼쪽에 있는 모양이 규슈 지형이고, 아래쪽에 있는 굵은 선이 난카이 해곡입니다. 여기에서 바다 판이 땅 밑으로 기어들어가는 것입니다.
색을 연하게 표시한 곳이 예상되는 진원 영역입니다. 이 범위가 크게 흔들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 범위 안에서 난카이 해곡 지진과 관련해 가장 위험하다고 예상되는 곳은 에히메현에 있는 이카타(伊方) 원전입니다.
물론 난카이 해곡는 동으로 뻗어 올라가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위험한 원전은 또 있습니다.
노란색이 가압수형 원전입니다. 연녹색이 비등수형 원전으로 후쿠시마와 같은 타입입니다. 위쪽에 있는 와카사만에 있는 다카하마(高浜) 원전도 굉장히 위협적입니다.
위쪽으로는 우측 육지 쪽에 중앙구조선이라는 단층이 있습니다. 이카타 원전 지점에서부터 동북쪽으로 쭉 뻗어 있는데, 그것은 단층이 움직인 흔적들입니다. 이 중앙구조선이 어디서 얼마만큼 움직이게 될 것인지를 모른다는 것이 큰 문제입니다.
2) 활성 단층과 진원 단층
이것은 활성 단층, 즉 내륙형 지진의 모습입니다. 활성 단층이 작다고 할까, 짧다고 할까, 실제로 이 단층들이 겹쳐 있으면서 연결되어서 파괴가 시작됩니다.
지진 학자들의 경고에 따르면, 지진파를 발생시키는 진원 단층은 지표에서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표층에서 확인되는 것은 지진파를 일으키지 않는 얕은 부분의 활성 단층뿐으로, 실제 진원 단층은 지하 2km~15km 깊이에 존재하여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범위 또한 굉장히 넓습니다. 원전과 진원 단층 사이의 거리조차 정확히 알 수 없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지진 예측의 한계>
현재의 과학으로는 미래에 발생할 지진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일본에서 전후 50년 동안 활성 단층을 일으키는 대형 지진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그러고 1995년에 효고현 남부 지진, 우리가 흔히 아는 고베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이때 목조 건물들, 주택들이 무너져 약 6천 명이 희생됐습니다. 그후, 일본에서는 여기저기 강진계를 설치해 네트워크를 구축했습니다. 이 데이터를 근거로 예측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일본에서 활성 단층형 대지진에 관한 전국적 관측 데이터를 수집하기 시작한 것은 1995년 이후로, 아직 30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지진 현상은 수백 년, 수천 년, 만 년 단위로 이해해야 하는데, 고작 30년의 데이터로 예측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지진으로 피해가 발생할 때마다 '예상 외'였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지진이 발생할 때마다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는 것입니다.
<진원 단층 변수 — 내진 설계의 문제>
원전의 내진 설계를 위해서는 진원 단층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주요 파라미터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단층과의 거리, ②단층 경사각, ③단층의 길이, ④미끄러짐 양, ⑤아스페리티(Asperity). 이 다섯 가지 요소들 모두에서 과소평가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아스페러티'의 의미는 지진대의 넓은 범위가 흔들릴 때 특별히 강하게 고착되어 흔들리기 어려운 지점입니다. 이 지점이 움직이면 굉장히 큰 지진이 발생하게 됩니다.
아스페리티(Asperity)란 단층면에서 특히 강하게 맞물려 있는(고착된) 부분을 가리킨다. 이 부분이 오랜 기간 응력을 축적하다가 한꺼번에 파괴될 때 엄청난 에너지를 방출한다. 어디에 어느 크기의 아스페리티가 있는지 알 수 없으면 내진 설계 기준을 제대로 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 5가지 매개변수를 다 설명하는 것은 시간상 어려우니, 상세한 것은 나중에 읽어 보시고 오늘은 두세 가지 사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단층의 길이>
빨간 선들은 위에서 봤을 때 알 수 있는 단층들입니다. 문제는 이것이 동일본 대지진을 통해 단층이 어떻게 연동되는지는 실제로 움직임이 보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시코쿠전력은 54km를 기본 케이스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2024년 1월 1일 노토반도 지진에서도 예상했던 단층 길이 100km가 실제로는 150km, 즉 1.5배나 길었습니다. 이것이 현재 과학의 한계입니다.
<미끄러짐 양>
지진동(지진파가 지표에 도달할 때 지반의 흔들림)의 크기에 큰 영향을 미치는 '평균 미끄러짐 양'도 과소평가되고 있습니다. 이카타 원전의 평균 미끄러짐 양 2.6m는 지진 평균값보다 작으며, 같은 길이의 단층이라도 미끄러짐 양이 10배나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차이가 큰데도 불구하고 평균 2.6m로 상정한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것입니다.
<지진 결론>
지진이란 지각의 파괴 현상입니다. 확실한 것은 강진동을 연구하는 전문가의 판단에 따르면, 강진동 연구는 원전의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3) 노토반도 지진의 교훈
2024년 1월 1일 진도 7.6, 최대 진도 7의 노토반도 지진으로 주요 도로가 단절되어 피난이 불가능한 상황이 초래되었습니다. 해안이 4m나 순간적으로 융기되었고, 대규모 지각 균열이 발생했습니다. 지하 상태를 파악하고 단층 지진을 발견하는 것에는 기술적·실무적으로 한계가 있습니다. "강진동 연구는 원전의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강진동 전문가 노즈 아쓰시(항만 구조물 내진 평가 연구자)의 결론은 명확합니다.
도로 복구가 장기간에 걸쳐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 지역에 원전이 있었더라면 중대 사고 대응조차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실제로 노토반도 끝부분(이번 지진의 진원 지역 근처)에는 수주 원전 건설이 계획되었으나, 지역 주민들의 끈질긴 반대 운동으로 1980년대에 건설을 포기하였습니다. 만약 원전이 건설되었더라면 후쿠시마 사고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대참사가 발생했을 것입니다.
4) 내진 설계의 근본 문제
1995년 한신·아와지 지진 당시 건물이 무너졌고, 특히 고속도로가 무너졌습니다. 일본은 토목 기술이 앞서가고 있다고 얘기하곤 했습니다. 1995년 한신·아와지 대지진 당시, 일본은 토목 기술이 세계 최고라고 자부하고 있었습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지진이 났을 때 다리가 무너졌는데, 일본 학자가 "일본에서는 내진 기술이 뛰어나기 때문에 저렇게 다리가 무너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는 발언을 했는데, 이 발언 후 6개월도 안 돼서 일본에서 고속도로가 무너진 것입니다.
<4배 증폭된 지진동>— 가시와자키카리와 원전 (2007년)
2007년에 가시와자키카리와 원전 사고가 일어났을 때 도쿄전력이 원인 규명을 했는데, 지진동이 4배나 증폭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진원에서 예상보다 1.5배로 흔들렸고, 이것이 전달되면서 심부 지반에서 부정형성의 영향으로 인해 특성이 크게 바뀌어 버린 것입니다. 그리고 이곳에 오래된 분지 구조가 있는데 그곳에서 또 상당한 증폭이 있었습니다.
숫자를 그럴듯하게 나열해 놓은 것은 단지 적당히 배분해서 그럴듯하게 계산해 놓은 것에 불과합니다.
원전 내진 설계의 기본적인 문제는 원전의 안전 설계를 할 때 "이 이상의 지진은 생각할 수 없다"며 설계 기준 지진을 책정하는 것입니다. 원전 안전 설계를 할 때 기준 지진동을 제대로 낸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저처럼 원전을 설계하는 사람도 기준 지진을 제대로 낼 수 없기 때문에 원전을 제대로 설계할 수 없습니다.
<원전이 자연재해를 증폭시킨다>
오늘 강조하고 싶은 것은, 자연재해의 피해는 원전이 있음으로 인해서 몇 배, 몇 십 배로 증폭시킨다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자연재해 플러스 원전 재해, 즉 복합재해를 부르게 됩니다. 이것을 '원전 지진 재해'라 부릅니다.
그 밖에도 쓰나미나 화산 문제도 있지만 여기선 생략하겠습니다.
5) 격납용기와 내진 시험
이것은 도시바 현역 시절 제가 직접 참여했던 시험체입니다. RCCV라고 하는 것은 철근 콘크리트제 격납용기로 내진 실증 시험체입니다. 실제 격납용기는 두께가 2m인데, 10분의 1 축척 모형을 진동대에 올려 파괴 테스트를 수행하였습니다.
내진 설계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역시 원자로 건물입니다. 진동으로 인해 벽에 금이 가고 건물 바닥에 있는 배관이나 덕트 같은 것들도 같이 흔들리면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벽에 금이 가면 용수철 정수가 작아져서 고유 진동수가 낮아집니다. 이렇게 되면 건물의 진동 특성이 크게 바뀌며, 설계 계산 시의 진동 방식과 실제 진동 방식이 달라집니다. 이처럼 지진 발생 시 건물의 고유 진동수 변화를 고려하지 않은 현행 설계에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또 하나는 기반 자체가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지반이 4m나 융기 된다면 차원이 달라집니다.
6) 터빈 미사일발생의 위험
일반적으로 원전 설계 시, 원자로 건물의 내진 설계에는 신경을 쓰지만, 터빈은 "다소 망가져도 괜찮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일본이나 한국도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위 사진은 1972년 화력발전소 사고에서 터빈 축이 어긋나면서 망가진 모습입니다. 터빈 날개는 이 터빈 축에 몇 백 개의 날개가 길게 이어져 있습니다. 터빈이 고속 회전 중에 축받이 등이 파괴되면 회전 날개가 원심력 때문에 주변으로 미사일처럼 날아가서 큰 사태로 이어집니다. 날개가 80m, 360m 떨어진 곳까지 날아간 기록이 있습니다. 건물 벽을 뚫고 48 m 튀어나간 곳도 있습니다. 이러한 터빈 미사일은 원전에서 대규모 사고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7) 사고는 복합 원인으로 발생한다
원전 안전을 얘기할 때 외부 현상, 내부 현상, 그리고 인간 실수를 듭니다. 외부 현상으로서는 지진이나 쓰나미, 또는 테러 같은 파괴 공작들, 항공기 추락도 그렇습니다. 내부 현상으로는 기기, 배관의 고장 등입니다. 그리고 사람의 실수가 있습니다. 이것들이 조합이 되어 원전 사고로 이어집니다. 물론 자연 현상이 사고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자연 현상이 없더라도 내부 현상이나 인간 싨수로 원전 사고가 납니다.
4. 안전 장치의 한계
1) 회전문 사례
2004년 3월 26일, 도쿄 롯폰기힐즈 대형 자동 회전문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하였습니다. "2.7톤 무게의 돌아 가고 있는 회전문에 아이가 뛰어들면서 끼었습니다. 이 대형 회전문을 도입할 적에는 "적외선 센서가 있으니 안전하다"고 했지만, 정작 사고 시엔 센서가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고장났을 때 안전 측면으로 움직이지 않는 기계는 위험합니다. 원전도 안전 장치가 항상 확실하게 작동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2) 다중 방호와 멜트다운
보통의 에너지 시스템은 시간과 함께, 어느 지점에 이르면 더 이상 올라가지 않습니다. 원전 같은 경우에는 안전 장치가 작동되면서 어느 정도의 출력이 되면 억제되도록 작용합니다. 첫 번째 장치에 문제가 생기면 두 번째, 세 번째 장치가 작동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것을 다중 방호라고 합니다.
여러 개 있는 안전 장치 중에 어느 것이라도 작동해 주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한 이유로 세 안전 장치가 연달아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만약 이 다중 방어가 돌파될 경우에는 원전은 무한대로 출력이 올라갑니다.
출력이 계속 올라가면 재료의 강도가 그 상황을 감당할 수 없게 됩니다. 다른 발전소와 달리 원전의 경우에는 에너지가 너무 강해서 그 상황을 감당할 만한 재료가 없습니다. 그 때문에 원전의 경우는 안전 장치가 작동하지 않으면 바로 사고로 직결됩니다.
3) 그레이존 문제와 활성 단층
안전에 대한 접근 방식에는 '위험 검출형'과 '안전 확인형' 두 가지가 있습니다.
'위험 검출형'은 위험을 발견하면 멈추는 방식인데, 회색지대에 있는 위험을 발견하지 못하면 사고로 이어집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활성 단층입니다. 활성 단층을 발견하지 못하면 회색지대도 위험한 부분입니다.
'안전 확인형'은 안전이 확인된 경우에만 운전하는 방식입니다. 원전처럼 위험도가 높은 시설은 반드시 안전 확인형이어야 합니다. 확실하게 안전을 확인할 수 없다면 가동하지 않는 것이 기본 원칙입니다.
4) 노토 지진과 하네다 항공 사고의 교훈
사고는 항상 우연히 발생합니다.
노토 지진이 2024년 1월 1일에 발생했고, 그 다음 날 하네다 공항에서 항공기 충돌 사고가 있었습니다. 이 항공기 충돌 사고로 해상보안청 승무원 몇 명이 사망했으나, 대형 여객기의 승객은 모두 무사했습니다. 충돌 위치가 "운이 좋았기" 때문입니다.
이 지점에서 저는 지진과 원전이 엄청 걱정스러웠습니다. 노토반도 지진이 일어났을 때 근처에 원전이 없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우연일 뿐입니다. 만약 지각 균열이 몇 킬로미터만 원전 쪽으로 뻗었더라면 상황은 전혀 달랐을 것입니다. 사고의 우연성을 깊이 인식해야 합니다.
5) 격납용기와 살수포 — 일본의 마지막 대책
원전의 안전 장치는 다중으로 되어 있습니다. 전원이 끊기는 경우, 냉각이 안 되는 경우, 그리고 마지막에 격납용기까지도 망가졌을 경우에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것이 이 살수포입니다.
원전의 안전성을 사람들은 격납용기만 망가지지 않는다면 다른 모든 것이 다 망가져도 괜찮다고 인식하는 양상이 있습니다.
일본에서 격납용기가 파괴되어 방사성 물질이 누출될 경우, 일본에서는 "살수포"가 최후 대책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직경 40m, 높이 80m입니다.
그러나 방사성 물질은 눈에 보이지 않으며 어디서 누출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살수포로 방사성 물질을 "맞춰서 떨어뜨리겠다"는 발상은 완전히 비현실적입니다. 이것은 원자력 안전 대책이 최후까지 대규모 사고의 발생을 부정할 수 없다는 증거입니다.
사실은 부끄러워서 한국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설명하기 싫습니다. 이곳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일본 모든 원전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부끄럽지만 여러분께 말씀드립니다.
5. 사업자의 설명 의무와 시민의 결정권
사업자가 진정으로 안전을 생각한다면 잠재적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주민과 시민에게 충분히 설명해야 합니다. 설명 내용에는 최악 시나리오의 발생 가능성, 피해 규모와 범위, 피난 후 귀환 가능성 등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사업자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설명하지 않고 "이런 안전 대책을 세웠으니 괜찮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최종적으로 재가동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잠재적 피해자, 즉 주민과 시민이어야 합니다. 안전 판단은 과학적 정보뿐 아니라 개인의 가치관으로도 이루어집니다.
의원님들이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 사는 한 분 한분들이 결정할 일입니다. 왜냐하면 안전에 관해서는, 만약의 사태의 경우에 피해를 받는 것은 나 자신, 본인이기 때문에 피해를 입게 될 지 모를 피해 당사자들이 판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인격권, 인권이 우선시되어야 합니다. 반대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의향이 존중되어야 합니다. 설령 99명이 찬성하더라도 1명이 "나는 원전이 여전히 무서워, 고향을 빼앗기기 싫어, 그러니까 원자력 운전은 정지해야 돼."라고 반대한다면 이는 다수결로 결정해서는 안 됩니다. 사고가 발생하면 그 피해는 반대한 사람에게도 고스란히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인권이 무시당하는 결과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결론
한국의 여러분께 반드시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원전은 극도로 위험한 시설입니다. 이대로 계속 운전을 이어 나가면 한국이든 일본이든 언젠가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최악의 경우 나라가 존립하기 어려울 정도의 규모가 될 것입니다. 사고가 발생하면 이웃 나라들 사이에 방사능 피해를 주고받게 됩니다.
한국과 일본의 탈원전 활동이 서로 협력하여, 대만에 이어 탈원전을 실현해 나가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건강하게 안심하고 고향에서 살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선택은 탈원전의 길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연사: 고토 마사시(後藤政志 ; 전 도시바 원자로 격납용기 설계 기술자)
통역: 김복녀
편집: 안금주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