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바이오 분과 김경진
일주기 생체리듬은 원래 라틴어의 circa(약)와 dies (하루)에서 어원이 유래되었으며, 약 24시간 주기성을 지닌 생리적 출력이 규칙적이고 예측할 수 있는 외부 환경 변화에 동조시키는 생물학적 시계를 의미한다. 일주기 생체시계는 자발적으로 작동하고, 빛과 어둠 같은 명암 주기나 온도 등 외부 환경에 의해 끊임없이 재설정된다. 일주기 생체리듬이란 수면과 각성 주기, 신체 대사율, 체온 조절, 호르몬 분비 패턴, 혈압, 심박수, 호흡수 등 바이오리듬의 일주기 변화지수를 말하는데, 특히, 바이오리듬은 낮과 밤, 어둠과 밝음, 온도차 등 외부 환경요인에 영향받아, 주기적으로 변조되거나 재설정되는 동조화 현상을 나타낸다.
사람을 포함한 고등동물(포유류)의 생체시계는 뇌 시상하부에 약 2만 개의 신경세포가 모여 있는 시교차상핵(suprachiasmatic nucleus)에 위치하며, 모든 생체 리듬을 포괄적으로 관장하기에 이를 중추 시계라고 칭한다. 중추 시계와 독립적으로 다양한 생체 내 여러 장기에는 말초 시계가 존재한다. 예를 들면, 빛 정보가 눈을 통해 시교차상핵에 있는 중추 시계를 통해 하위 조직들의 말초시계로 전달되어 궁극적으로 수면, 체온, 식욕과 같은 현상들을 조절한다. 다양한 생체의 여러 장기에 존재하는 말초시계를 통해 신경전달물질 혹은 호르몬과 같은 물질로 전환되어 여러 장기의 일주기 리듬을 정교하게 조절한다.
1970년대 시계 유전자인 피리어드(Period)가 초파리에서 최초로 발견된 이래, 초파리 모델에서 새로운 생체시계 유전자를 발견하고 그 분자 조절 기전을 규명한 공로로 2017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3명의 미국인 시간 생물학자, 제프리 홀(Jeffrey C. Hall), 마이클 로스배시(Michael Rosbash), 그리고 마이클 영(Michael W. Young)에게 수여되었다.
포유류(생쥐)에서 시계 유전자를 찾는 것은 쉽지 않았으나, 초파리에서 피리어드 시계 유전자가 발견된 이래 20여 년이 지난 1994년, 조셉 다카하시(Joseph Takahashi) 교수는 화학적 돌연변이를 유발하여 생쥐에서 최초로 일주기성 돌연변이를 발견하고 이를 클락(Clock, Circadian Locomoter Output Cycles protein Kaput) 시계 유전자라고 명명하였으며, 그 이후 인간의 클락 시계 유전자를 비롯한 많은 시계 유전자가 밝혀졌다.
일주기 생체시계 연구는 오랫동안 생리적, 행동학적 수준에 머물러 있었으나, 최근 유전자 재조합기술 덕분에 일주기 생체시계를 관장하는 시계 유전자가 속속 클로닝 되어 베일에 싸여있던 생체시계의 비밀도 서서히 밝혀지게 되었다. 일주기 생체시계의 현대 생물학적 개념을 간략히 요약하면, 1) 생체시계는 유전자 수준에 내재해 있으며, 하루를 주기로 자발적으로 작동하고, 2) 일주기 생체시계의 분자 조절 기전은 전사-번역 단계를 거치며 때에 따라서는 전사후 공정과정을 포함한 억제성 피드백 메커니즘을 작동한다. 3) 자세한 분자 조절 기구에는 두 종류의 촉진/억제성 피드백 고리가 작동하는데, 이는 주요 조절 고리와 보조 조절 고리로 구성되어 있다. 4) 끝으로, 생체시계는 어둠과 밝음 같은 명암 주기나 온도와 같은 외부 환경에 의해 끊임없이 재설정하게 된다.
일주기 생체시계는 우리의 실생활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으며 그 중요성은 매우 크다. 예를 들면, 시차 적응은 수면과 각성 주기의 이상으로 인한 불면증, 야간 근무로 인한 심리적, 사회적 문제 등 생체시계의 영향은 일상 전반에 걸쳐 나타난다.
분자 수준에서 규명된 생체시계 분자 조절 기전은 기초과학적 연구를 뛰어넘어, 개인 맞춤형 의학· 예방의학·정신건강 관리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이 가능할 것으로 사료된다. 특히, 빅 데이터와 인공지능(AI) 분석기술, 유전자 편집, 오믹스(omics) 등 과학기술 융합은 일주기 생체리듬 변화를 정밀하게 예측하고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분자생물학적 접근을 열어줄 것이다. 질병 예방과 치료 효율의 극대화에 따른 시간치료법(Chronotherapy)은 물론 신약 개발은 나아가 삶의 질 향상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