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한수원의 문제와 SMR의 안전성 쟁점
— 줌 회의 강연 기록 (2026.04.19) —
강연: 이정윤
1. 체코 원전 계약의 현황과 위험 요인 (1) EU 위원회의 상세 조사
체코 원전 계약은 이미 낙찰이 된 것으로 국내에 알려져 있습니다. 한수원은 한국전력기술과 기본 설계 계약을 체결하고 상당한 인력을 투입하여 엔지니어링 착수 준비를 진행 중입니다. 그러나 작년 12월, 국내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중요한 사태가 발생하였습니다.
브뤼셀에 위치한 EU 위원회가 이 사업에 대해 상세 조사, 즉 페이즈 2(Phase 2)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발표하였습니다. 1단계 기본 조사에서 혐의를 포착하였기 때문에 2단계로 진입한 것입니다. EU의 최종 승인이 없으면, 사업자 간 계약이 완료되어 낙찰이 된 상황이라 하더라도 사업 진행 자체가 취소될 수 있습니다.
이번 조사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체코 정부가 이 프로젝트를 위해 200억~300억 유로 규모의 장기 저리 대출을 승인하였다는 점입니다. 체코는 GDP와 인구 모두 우리나라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므로, 이 규모의 차입금에 대한 자체 보증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정부가 해당 리스크를 전적으로 떠안은 구조이기 때문에 시장 경제의 공정한 경쟁 원리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 EU의 판단입니다.
둘째, 차액 보전 제도(CfD, Contract for Difference)의 문제입니다. 유럽은 재생에너지 단가가 원전보다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원전에서 생산된 전기는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체코 당국이 40년 동안 전기 판매 차액을 보전해 주는 제도를 허용한 것 역시 조사 대상이 되었습니다.
(2) 웨스팅하우스 기술료 문제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한수원이 체코에 제출한 입찰 제안서의 기술 시방서는 웨스팅하우스의 지적 소유권에 해당하는 문서입니다. 제3국에 이를 제출하면 기술료를 납부해야 하는데, 그 금액이 무려 8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조 2천억 원에 달합니다.
한수원은 농협과 한국 수출입은행에 각각 4억 달러씩 지급 보증 계좌를 이미 개설해 놓았습니다. 체코 당국에 해당 문서가 제출된 순간 웨스팅하우스는 기술료를 가져갈 수 있는 권리를 취득한 것입니다. EU 승인이 최종적으로 거부되더라도, 이미 제출된 문서에 대한 기술료는 환수할 방법이 없습니다. 최악의 경우 1조 원이 넘는 공적 자금이 허공으로 날아갈 수 있는 상황입니다.
(3) 추가 리스크 — 현지화·QA 규격·신규 설계
체코 측은 프로젝트의 현지화 비율을 60% 이상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원자력 품질 보증(QA) 규격과 EU의 규격은 서로 다릅니다. 예를 들어 전기 콘센트의 규격이 나라마다 다른 것처럼, 원자력 분야의 QA 프로토콜 역시 상이합니다. 이를 체코 현지 인력에게 교육하면서 공사를 진행할 경우 공기 지연은 불가피하며, 그에 따른 책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번 사업에는 신규 설계 요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격납 용기 내부 콘크리트 구조물을 전면 변경하고, 핵 용융 시 발생하는 코리움(Corium)을 냉각할 수 있는 성능을 입증해야 하며, 대규모 냉각탑도 신규 설치해야 합니다. 이 모든 사항은 참조 발전소, 즉 레퍼런스(reference)가 존재하지 않는 미검증 설계입니다. 새로 설계하고, 새로 제작하고, 새로 시공하여 성능까지 입증해야 하는데, 공기 지연 시 책임 소재가 불명확하다는 점에서 리스크가 매우 큽니다.
2. 황주호 전 한수원 사장의 퇴직 후 취업 문제
작년 9월, 황주호 전 한수원 사장은 웨스팅하우스와의 불평등 협약 문제로 국회에서 논란이 일자 "책임지고 물러나겠다"며 사퇴하였습니다. 그런데 올해 3월, 그가 한미글로벌이라는 회사에 사외이사 상무로 입사하였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한미글로벌은 원전 설계·시공 실적이 전무한 회사입니다. 그런데 이 회사는 작년 6월, 한수원이 수주한 루마니아 원전 관련 사업(총 1조 2천억 원 규모)에서 공정 관리 용역 100억 원을 수의계약으로 불과 11일 만에 따냈습니다. 한수원의 일반 용역 계약은 통상 공고 후 수주까지 3개월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입니다.
더 심각한 것은 법적 문제입니다. 「원자력안전법」 제15조는 한수원 2직급(부장) 이상 임직원이 퇴직 후 3년간 하청업체에 취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한수원 사장이 이 조항을 위반하면 재직 중인 1만 2천여 임직원 전체에게 잘못된 선례를 남기게 됩니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 담당 공무원과 김성환 장관에게 이 사실을 공식 통보하였으며, 청와대에도 보고한 상태입니다. 조치가 없을 경우 고발 절차를 밟을 예정입니다.
3. SMR(소형모듈원자로)의 안전성 문제 (1) 원전 예방 정비의 기본 원칙
기존 원전의 안전 철학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원전은 주기적으로 핵연료를 교체할 때 정비를 실시합니다. 핵연료는 약 18개월 주기로 3분의 1씩 교체되므로, 전체 핵연료가 모두 교체되기까지 약 4년 6개월이 걸립니다. 핵연료 교체 시기에 맞추어 1개월 이상의 집중 정비가 이루어집니다.
정비의 핵심 항목 중 하나가 증기발생기 세관(細管) 검사입니다. 세관은 직경 약 2cm, 두께 약 1mm의 얇은 관으로, 내부와 외부 사이에 75바(bar)의 압력 차이, 즉 수심 750m에 해당하는 압력을 견뎌야 합니다. 세관 내부는 방사성 물질에 오염되어 있기 때문에, 이 관이 누설될 경우 방사성 물질이 직접 대기 중으로 방출됩니다.
따라서 기존 원전에서는 정비 기간에 세관 전체를 100% 검사하여 부식 여부를 확인하고, 문제가 있는 세관은 플러그로 막아버립니다. 다음 주기 가동 종료 시까지 누설이 없도록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예방 정비의 핵심 원칙입니다. 세관 하나당 발전소 전체에 수천 개가 내장되어 있으며, 가동 기간 중 최대 10%까지 결함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예방 조치는 매우 중요합니다.
실제로 한빛 3호기에서 세관 누설이 발생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광주 지역 학부모들이 교육청으로 달려가 학교 급식에서 영광산 농산물을 제외해달라고 요구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원전 인근 농민들에게 이는 단순한 기술적 사고가 아니라 생존과 직결된 공포입니다.
(2) SMR의 구조적 한계
그런데 일체형 소형모듈원자로(SMR)는 이 예방 정비를 실시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원자로 용기 안에 증기발생기가 일체형으로 집약되어 있기 때문에 분해할 수 없고, 검사 장비를 삽입하여 세관 상태를 확인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SMR 설계자들은 "누설을 허용하는 설계"를 채택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즉, 누설이 발생하면 그때 교체하겠다는 것입니다. 교체 주기를 10년으로 상정하고 있지만, 그 이전에 누설이 발생하면 수시로 교체해야 합니다. 이는 기존 원전이 "누설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원칙 아래 예방 정비를 수행하는 것과 정반대되는 안전 철학입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를 합법화하기 위해 현재 "포용 규제 체계"라는 명칭으로 새로운 규제 로드맵을 만들고 있습니다. 표현은 그럴싸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방사능 누설을 사전에 허용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이 외에도 SMR에는 다수기 동시 사고 시나리오에 대한 확률적 안전성 평가 미흡, 핵 비확산 측면의 위험 증가, 그리고 농축도가 높은 핵연료 사용으로 인한 단위 전력량 대비 방사성 폐기물 증가 등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존재합니다.
4. SMR 지원 특별법과 국회의 문제
이처럼 심각한 안전성 문제에도 불구하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SMR 지원 특별법」이 공청회 한 번 없이 통과되었습니다. 여야 의원들이 각각 발의한 법안을 합쳐 위원장 명의로 처리한 것입니다. 전문가 의견을 수렴할 공청회 개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위원회 내부에서도 있었지만, 위원장이 "불필요하다"며 무산시켰습니다.
또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경우 현재 7대 2의 위원 구성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국회 추천 민주당 몫의 위원 2명만이 안전 관련 문제를 제기할 뿐, 7명이 찬성하면 안건이 통과되는 구조입니다. 이 7명은 전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원자력 기득권 세력은 한수원, 핵연료 주식회사, 원자력연구원, 한국전력기술, 한전KPS 등을 통해 조직화된 후원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조직적 후원이 국회의원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구조입니다. 원자력은 공정한 시장 경쟁의 대상이 아니라 엄격한 규제와 통제의 대상이며, 예산을 통한 통제가 사실상 유일한 수단입니다.
5. 질의응답
【질문】 SMR이 선박이나 잠수함, 데이터센터에 활용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실현 가능성이 있습니까?
【답변】 현재 전 세계에서 선박에 원자로가 설치된 사례는 항공모함과 러시아의 해상 부유식 발전소(아카데믹 로모노소프호) 정도입니다. 러시아 사례는 항해하는 선박이 아니라 해상에 계류된 채 발전만 하는 시설이며, 가동률이 50% 수준에 불과합니다. 러시아는 경제성을 따지지 않는 체제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이를 전 세계를 항해하며 전력을 공급하는 용도로 확장하겠다는 것은 사기에 가깝습니다.
【답변(계속)】 데이터센터 전용 SMR 역시 공상과학 수준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한 미국 주요 빅데이터 센터들은 이미 재생에너지 100% 전환(RE100)을 달성하였거나 달성 중입니다. 미국 일부에서 원자력 이야기가 나오기는 하지만, 이는 포트폴리오 다각화 차원의 선택지 중 하나일 뿐, 실제로 SMR을 적용한 데이터센터는 아직 없습니다. 국내 언론은 이를 마치 확정된 흐름인 것처럼 보도하고 있지만 사실과 다릅니다.
【질문】 SMR에서 발생하는 방사성 폐기물의 양이 기존 원전보다 많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얼마나 더 많습니까?
【답변】 SMR은 농축도가 더 높은 핵연료를 사용하므로 원자로 내 중성자 밀도가 높아지고, 이에 비례하여 방사성 폐기물도 더 많이 발생합니다. 동일 전력 생산량 기준으로 기존 원전 대비 정확히 몇 퍼센트가 더 나오는지는 추가 계산이 필요합니다. AI를 활용하여 계산해 보면 구체적인 수치가 나올 것이며, 이를 근거로 대중에게 설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질문】 나주에 핵융합 실험로를 설치한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어떤 위험이 있습니까?
【답변】 핵융합로의 연료인 삼중수소(트리튬, Tritium)는 누설이 매우 잘 되는 물질입니다. 가동 중 전체의 약 3~5%가 누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반감기가 약 12~3년이기 때문에 한 번 방출되면 12년 이상 환경 중에 누적됩니다. 실험로 주변 반경 100km 이내는 삼중수소 오염 영향권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광주·전남 지역에 이러한 시설을 설치하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문제를 제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맺음말
오늘 논의된 내용을 정리하면, 체코 원전 사업은 EU의 규제 승인 리스크, 웨스팅하우스 기술료 유출, 현지화 및 QA 규격 불일치 등 복합적인 위험 요인을 안고 있습니다. 또한 SMR은 기존 원전의 예방 정비 원칙을 포기한 설계이며, 이를 지원하는 특별법이 충분한 심의 없이 통과된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원자력은 공정한 시장 경쟁이 아닌 엄격한 안전 통제의 대상임을 다시 한번 상기해야 합니다. 한국, 일본 등 아시아 반핵·평화 운동 진영은 이러한 사실을 지속적으로 알리고 감시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