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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분산형 전력계통과 원전
전영환 | 홍익대학교 전자전기공학부 | 2026년 6월 21일 | 원전공익정보센터 줌(Zoom) 강연회
참석자; 이원영(국토미래연구소소장), 이정윤(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 박병전(조선대 명예교수, 통계학), 한윤주(의학박사, 원전공익정보센터 이사), 한규석(전남대 명예교수, 심리학), 주미(경주시의원), 안금주(편집 책임),
들어가며
저는 오늘 원전공익정보센터가 마련한 줌 강연회에서 ‘분산형 전력계통과 원전’이라는 주제로 말씀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원전에는 크게 두 가지 본질적인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원전을 건설하면 그 큰 용량을 보내기 위한 송전망을 함께 지어야 한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원전이 출력 조절이 안 되는 경직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어 재생에너지와 함께 운전하기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여기에 더해 전력시장에서 원전의 경제성이 계속 나빠지고 있는 부분도 함께 짚어 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①송전망 경직성, ②원전의 출력 조절 경직성, ③경제성, 이 세 가지를 차례로 말씀드리겠습니다.[1]
[1]사회를 맡은 이원영 대표는 강연에 앞서, 오늘 다룰 송전망 문제가 우리나라 원전·에너지 전환 논의에서 가장 핵심적인 걸림돌이며, 전영환 교수가 이 분야를 가장 정확하게 설명해 줄 수 있는 적임자라고 소개하였습니다.
1. 발전소 분포와 송전망 건설 부담
수도권 전력 수급 구조
강연 자료 맨 앞에는 제가 늘 띄우는 그림이 있습니다. 발전소 용량을 원의 크기로, GPS 위치를 정확히 반영해서 우리 연구실 학생들이 약 한 달에 걸쳐 만든 그림입니다. 검정 색은 석탄발전소, 갈색은 가스발전소, 빨간 색은 원전을 나타냅니다. 이 그림을 보면 수도권에 발전기가 매우 많이 몰려 있다는 사실이 한눈에 드러납니다. 흔히 우리나라 발전소는 수도권에서 먼 곳에 지어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는 구조라고 이야기되지만, 실제로는 수도권 내에 이미 많은 발전기가 있음에도 부족한 부분을 멀리서 끌어오는 구조라고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우리나라 전체 수요 피크는 약 100GW(1GW 용량 원전 약 100기에 해당하는 양)이며, 이 가운데 수도권 수요는 약 45GW인데 수도권 내 발전 능력은 약 35GW에 그쳐 약 10GW가 부족합니다. 이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동해안의 울진, 영광, 서해안의 석탄발전 등에서 송전선을 건설해 전력을 보내고 있습니다. 반면 경남의 월성·고리 지역은 인근에 공장이 많아 거의 자급 수준에 가깝고, 강원도·충청도·호남 지역에서 생산한 전력은 대부분 서울로 보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심한 지역 편중과 수도권 송전망 이용률
발전력의 35%, 수요의 45%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 우리나라 전력계통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이를 보내기 위해 강원·고리·당진 등 여러 지역에서 76.5만 볼트급 초고압송전선을 건설해 왔는데,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은 원전에서 생산된 전력을 송전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 그림은 한국전력거래소 계통운영처의 2022년 전력계통 운영실적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수도권 공급용 송전선로는 7개 선로 총 45.9GW에 달하지만, 수도권 정전 위험(전압안정도)을 예방하기 위해 실제 선로 이용은 월별로 약 10.7~12.9GW 수준으로 제약되어 있습니다. 즉 건설된 용량의 약 4분의 1 정도만 실제로 이용되고 있는 셈입니다. 이는 수도권에 전력이 워낙 집중되어 있어 한 군데에서 고장이 발생하면 그 영향이 크기 때문에, 송전선을 가득 채워 운영(풀 로딩)할 수 없는 데에 따른 것입니다.
이용률이 25% 안팎에 그친다는 것은, 10GW를 보내려면 실제로는 그 4배인 약 40GW 규모의 송전선을 건설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11차 수급계획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1차 수급계획에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약 15GW를 추가로 공급하는 계획이 일부 들어 있습니다. 15GW 전체의 규모는 송전선 이용률 25%를 적용하면 이를 위해 약 60GW 규모의 송전선을 새로 건설해야 합니다. 이는 34.5만 볼트급 송전선 약 15개 루트, 송전탑 약 9천~1만 개에 해당하는 규모로,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쉽지 않은 수준입니다. 위 그림에서 울진–신가평·하남을 잇는 76.5만 볼트 송전선은 울진 원자력발전소와 동해안 석탄발전소를 위한 것이고, 신고리 지역의 34.5만 볼트 송전망은 신고리 5·6호기를 위한 것인데, 이처럼 원자력 발전기가 밀집되어 있는 곳에 송전망 건설이 집중되어 있어도 원전 추가 건설을 위해서는 송전망을 더 지어야 하는 상황입니다.[2]
[2]강연 중 전영환 교수는 이러한 부담 때문에 공장을 수요지로 내려 보내자는 논의가 예전부터 있었고,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지산지소(地産地消) 방향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설명하였습니다. 이전 정부까지는 무조건 발전소를 짓고 송전선을 건설하는 방식이었지만, 현 정부는 분산형으로 수요지에 공장을 옮기고 송전선 건설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기조를 잡고 있다는 것입니다.
2. 새울 3·4호기(신고리 5·6호기)와 송전망 안정성
신고리 5·6호기(새울 3·4호기) 도입과 관련해서는 안정성 문제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과거 밀양 사태로 한전이 송전선 건설을 포기한 상태에서 원전이 먼저 들어와 버린 상황이었습니다. 2020년 국정감사에서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동주 의원이 이 안정성 문제를 제기하였고, 한수원이 작성한 보고서가 공개된 바 있습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신고리 3·4호기 준공 이후 고리·새울 발전용량 증가분은 7.4GW, 765kV 신고리→북경남 조류는 2.8GW였던 것이 신고리 5·6호기 준공 이후에는 각각 10.2GW(1.4배 증가), 4.6GW(1.7배 증가)로 늘어납니다. 이중고장 시 발전기 탈락량은 신고리 3·4호기 중 1기(1.4GW, 계통 영향 없음)에서 신고리 1~5호기 중 5기(6.2GW, 대규모 광역정전)로 급증합니다. 765kV 송전선로 이중고장이 발생하면 전력조류가 345kV 선로로 우회하면서 전압이 급락하고, 송전용량이 급감(과도안정도 불안정)하면서 대규모 발전기 탈락(6GW)이 발생하는데, 발전기 동시탈락 허용한계는 약 2.5GW 수준에 불과합니다. 대규모 발전기가 탈락하면 주파수가 59Hz 이하로 급락하여 저주파수 계전기가 동작하고, 전국 수요의 6%인 5GW 규모의 부하를 차단해야 하는 광역정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참고로 2011년 9월 15일의 순환정전 규모는 4GW였습니다.
이에 대해 한전이 내놓은 대책은 765kV 송전선로 이중고장 시 전압보상장치 등을 통해 대응하는 것이었는데, 저는 이 대책으로 과도안정도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는 않는다고 봅니다.
새울 3·4호기 문제의 본질은 과도안정도 문제이며, 결국 송전선 건설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실제로 2025년에는 이러한 안정도 문제로 고리 지역 9기의 가동이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한 근본 대책은 송전선 건설 외에 분명하지 않습니다.
3. 원전의 경직성 문제
APR1400의 운전 패턴과 출력 조절의 한계
발전기의 출력을 조절하는 방법에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주파수 변화에 따라 자동으로 밸브를 제어해 초 단위로 조정하는 설비(조속기, governor)이고, 둘째는 전력거래소의 자동제어시스템을 이용해 4초마다 신호를 내려 보내 분 단위로 조정하는 방식입니다. 석탄·가스 발전기는 이 두 기능을 모두 갖추고 있어 다른 발전기 고장 등으로 순간적인 출력 미스매치가 발생해도 즉시 대응할 수 있지만, 원자력은 이 기능이 없습니다.
위 그림에서 보시는 것처럼, 5월 연휴와 같이 일요일이 휴일인 경우 토요일(5/2) 오후 7시부터 13시간에 걸쳐 1,500MW에서 1,200MW까지 천천히 출력을 내리고, 일요일(5/3) 오후 4시부터 다시 천천히 1,500MW로 끌어올리는 식의 운전만 가능합니다. 이것이 원전이 할 수 있는 출력 조정의 전부입니다. 고장 기준으로 보면, 발전기 1기(1,400MW)가 탈락할 경우 최저주파수가 59.7Hz까지 떨어지고 1분 이내에 59.8Hz로 회복되지만, 발전기 2기(2,800MW)나 SPS(특수보호시스템) 동작(4,000MW) 수준의 탈락이 발생하면 최저주파수가 59.2Hz까지 떨어지고 1분 이내 59.5Hz, 10분 이내 59.8Hz로 회복됩니다. 우리나라처럼 육지 계통에서 원전의 비중이 높은 경우, 특정 시간대에 원전 한 기의 탈락만으로도 계통 안정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원전은 1,400MW, 석탄은 1,000MW, 가스복합은 800MW 정도의 단위 용량을 갖습니다.
호남지방 재생에너지와 원전 경직성
호남지방의 재생에너지 출력조절과 원전 출력조절 문제는 재생에너지가 증가할수록 더욱 대두될 사안입니다. 위 그림은 노심 수명주기(핵연료 주기, 약 1년 반) 중 출력감소가 가능한 일수를 보여주는데, 노심소진율에 따라 발전기별로 8일에서 19일 사이에 그칩니다. 현재 원전의 한계는 80%까지 시간당 약 3% 정도의 속도로 출력을 조절하는 수동 출력조절이며, 이 수동 출력조절의 횟수도 1년 반(핵연료 주기) 동안 약 20회 정도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한수원은 이 수동 출력조절 횟수와 속도를 늘리는 연구를 하겠다고 공언하였는데, 저는 이렇게 출력 조절 범위를 확대했을 때의 안전성 문제를 누가, 어떻게 검증할 것인지가 분명하지 않다는 점을 짚고 싶습니다.
2026년 5월 1일 발전기 출력 현황
이 그림은 2026년 5월 1일 하루 동안의 발전원별 출력 현황입니다. 오전에는 가스발전 20GW, 석탄발전(유연탄) 13.8GW, 핵발전 19.45GW가 기저를 이루다가, 정오 무렵 태양광발전이 28.95GW(전체의 50.1%)까지 치솟으면서 가스발전이 6.7GW(11.6%), 석탄발전이 5.7GW(9.8%)까지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핵발전은 같은 시간대에도 17.8GW(30.8%)로, 오전·오후의 19.45~19.96GW에 비해 크게 줄지 않은 채 유지됩니다. 오후에는 다시 가스발전 19.35GW, 석탄발전 12.95GW, 핵발전 19.96GW로 돌아가고, 양수발전이 3.4GW 규모로 가동되는 모습도 확인됩니다. 이는 원전이 실시간으로 빠르게 출력을 낮추지 못하는 경직적 특성 때문에, 태양광이 몰리는 시간대에 다른 화력발전을 먼저 줄여서 균형을 맞추고 있음을 보여 줍니다.
현재의 원전 현황 정리
지금까지의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원전 발전단지마다 송전망 부족 현상과 안정성 문제가 함께 존재합니다. 울진 원전 인근은 석탄발전소가 출력을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고, 고리 발전소 인근은 송전선을 추가로 건설하는 계획이 세워져 있으며, 한빛 발전소 부근은 인근 태양광의 영향으로 안정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습니다. 둘째, 원전의 경직성으로 인해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지면 원전의 출력 조절이 시작됩니다. 2026년 설날에는 원전 설비용량의 약 50% 정도가 출력 조절되었고, 2026년 5월 연휴에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2026년 9월 추석에는 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3]
[3]이원영 대표는 이 대목에서, 태양광이 늘어나면 탈원전을 굳이 외치지 않아도 원전이 저절로 쇠퇴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희망적인 전망이라고 평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전영환 교수는 이 문제를 굳이 목소리를 높여 강조하지 않아도 재생에너지가 늘어날수록 원전 운영에서 자연히 문제가 불거지기 때문에, 원전 건설은 앞으로 스스로 처리(자연 도태)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다만 ‘짓지 말자’는 주장의 핵심은 지어봐야 가동하지 못한다는 데 있으며, 건설 후 가동하지 못하면 그 부담이 결국 국민 세금으로 돌아간다는 점도 함께 강조하였습니다.
4. 송전망 제약과 전력시장
수도권 수요집중과 발전기 감소 문제
수도권의 화석연료발전이 감소하는 한편, 비수도권에는 풍력·태양광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림에 표시된 것처럼 현재 336MW(예정 1,501MW), 1,011MW(예정 4,211MW), 0MW(예정 9,224MW) 규모의 풍력 사업들이 진행 중인데, 이를 수도권으로 보내는 과정에서 송전망 제약이 발생합니다. 송전망 건설과 수요 분산을 병행하지 않으면 송전망 건설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비수도권 지역의 전기요금을 차별화해 수요를 유도해야 한다고 봅니다. 즉, 소비자의 전기요금을 지역별로 차별화하는 소매시장 지역별 요금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시뮬레이션: 2030년 봄 최소 주간
이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해 2030년 봄철 최소 수요 주간을 가정하여 시뮬레이션을 수행하였습니다. 원자력 이용률은 80%로 고정하고,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10%, 20%, 30%로 각각 늘려가며 비교하였습니다.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이 10%인 현재 수준에서도 비수도권 LMP(주황색)가 0원/kWh에 가까워지는 시간대가 이미 나타납니다.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이 30%까지 늘어나면 출력제어량(풍력+태양광, 점박이 영역)이 크게 증가하고, 수도권 LMP(녹색)와 비수도권 LMP(주황색)가 함께 0원/kWh 구간에 머무는 시간이 훨씬 길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국내 지역별 한계가격(LMP) 산정 결과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20% 시나리오를 확대해서 보면, 73~96시간 구간에서 LMP(수도권)와 LMP(비수도권)가 모두 0원/kWh로 떨어지는 모습이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이는 그 시간대에는 원자력이 전력을 생산해도 시장에서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발전계획 결과(일요일 12시 기준)를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원자력은 발전계획상 23,200MW(최소출력 18,422MW, 최대출력 23,200MW)로 거의 고정되어 있고, 석탄은 253MW(최소 210MW, 최대 340MW), 복합 및 집단은 6,762MW(최소 5,716MW, 최대 17,963MW) 수준입니다. 양수(펌핑)는 –5,085MW로 전력을 저장하는 모습이고, 풍력·태양광은 27,043MW, 기타 신재생은 4,232MW가 생산되지만, 출력제어량(풍력, 태양광)이 23,357MW에 달해 상당량이 버려지고 있습니다. 이때 계통 부하는 60,674MW였습니다.[4]
원자력을 80% 이용률로 가동하면 그만큼 재생에너지를 버려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야간에 재생에너지가 없을 때 원자력이 공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밤에 원자력이 공급하는 용량만큼 낮에 재생에너지를 버리거나 ESS 등으로 저장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즉, 낮에 출력을 줄일 수 없는 경직성으로 인해 원전용량만큼 추가로 에너지를 저장해야 하기 때문에 경제성에서 심각한 문제를 초래합니다.
[4]강연 중 박병전 명예교수가 그래프의 마이너스(음수) 표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질문하였습니다. 전영환 교수는 마이너스는 양수발전(펌프 저장)이 전력을 저장했다는 것을 뜻하며, 발전을 한 것이 아니라 전력을 소비해 물을 끌어올려 저장했기 때문에 마이너스로 표시된다고 답하였습니다. 그래프의 회색 부분은 저장하지 못하고 버려지는 재생에너지인데, 이 버려지는 양이 원자력 발전량보다 더 많이 나타나는 시간대도 있다고 설명하였습니다.
5. 지역별 전기요금과 원전의 경제성
현재 전기요금 구성의 기본 원리
현재 전기요금은 에너지가격, 송배전비용, 서비스비용으로 구성됩니다. 에너지가격(SMP)은 지금까지 전국 단일가격으로 형성되어 왔습니다. 발전회사는 송배전비용을 따로 받지 않는데, 한전이 발전회사에 송배전비용을 부과하더라도 발전비용에 그만큼을 다시 계산해 반영해야 한다는 점이 이 구조의 특징입니다. 소비자는 송배전비용의 절반을 부담하는 구조인데, 수도권은 송전비용이 높고 비수도권은 배전비용이 높아서, 둘을 합하면 거의 비슷해지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단일 전기요금을 유지해 온 것이 그동안의 논리였습니다.
전력시장에서 결정되는 전기요금
그러나 송전선 제약이 발생하면 LMP가 지역별로 분리되면서 이 논리가 달라집니다. 수도권 전기요금은 수도권 도매시장가격(LMP1)에 송배전비용과 서비스비용을 더한 것인데, 재생에너지가 증가할수록 LMP1이 LMP2(비수도권 도매시장가격)보다 높아지고 그 차이가 커집니다. 그리고, 수도권으로 추가로 건설하는 송전선 비용은 급증하는데, 추가 송전선 건설은 수도권 수혜자가 부담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반면 비수도권 전기요금은 LMP2에 송배전비용과 서비스비용을 더한 것인데, LMP2는 재생에너지가 증가함에 따라 LMP1에 비해 크게 감소합니다. 추가로 건설하는 송전선의 거리도 비수도권 쪽이 짧습니다.
현재 상황에서 추가 전원(재생에너지, 원전)이 들어서면 송전망 제약이 발생하고, 그 결과 수도권 에너지가격(LMP1)이 비수도권 에너지가격(LMP2)보다 높아집니다. 여기에 송전선 건설비용을 수혜자가 부담하는 원칙을 적용하면, 에너지가격의 차등과 송전선 건설비용 부담이 합쳐져 지역별 차등요금제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연휴 정지 사례와 원전 경제성
2026년 설날(2월)에는 원전 설비용량의 약 50%가 출력 조정되었습니다. 설날이 2월이었던 만큼 5월 연휴에도 같은 상황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였는데, 실제로 한수원과 정부는 연료 교체를 위해 정지해 둔 발전기를 5월까지 재가동하지 않고 그대로 끌고 갔습니다. 원전은 연료봉을 교체해 가동을 시작하면 정지하기가 어렵고, 한 번 정지하면 재가동까지 3~4일이 걸리기 때문에 빈번한 정지·재가동은 경제성에 심각한 타격을 줍니다. 앞으로 9월 추석과 다음 해 설날에 같은 문제가 한두 차례 더 반복되면 이 문제가 더 이상 감추어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합니다.[5]
[5]전영환 교수는 원전계 내부에서도 한수원, 학계, 연구소 세 그룹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하였으며, 한수원은 실제 운전 측면에서 현실적인 어려움을 인정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원영 대표는 이에 대해 태양광은 ‘공짜 돈’이고 원전은 ‘생돈’이라는 취지로 쓴 칼럼을 언급하였고, 전영환 교수는 원전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 지어 놓고 그 전력을 저장하자고 하는 반면 태양광은 공짜이므로 차라리 더 지어서 저장해 함께 쓰자는 논리가 성립한다고 동의하였습니다.
6. 해외의 지역별 전기요금 현황
미국의 지역별 차등요금제 — 노드 단위 LMP
미국은 ISO/RTO별로 수천 개의 모선(노드)을 기준으로 LMP를 산정하고, 대규모 소비자를 제외한 최종소비자에게는 이를 지역가중평균하여 적용합니다. 캘리포니아 ISO(CAISO)는 약 3,000개 모선을 23개 소구역을 포함한 3개 지역으로, 미드웨스트 ISO(MISO)는 약 1,300개 모선을 7개 지역(13개 주의 대부분)으로, ISO–뉴잉글랜드(ISO-NE)는 약 900개 모선을 8개 지역(6개 주의 대부분)으로, PJM은 약 6,000개 모선을 18개 지역(13개 주와 워싱턴 D.C.)으로, 뉴욕 ISO(NYISO)는 11개 지역(뉴욕주)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PJM 시장의 LMP 사례를 보면, 인구가 밀집한 동부 지역의 가격이 대체로 높고, 저렴한 전원이 많은 중부 지역의 가격은 낮게 나타납니다. 가장 비싼 지역의 연평균 가격이 가장 싼 지역가격의 2배를 넘는 경우도 있습니다. 텍사스 ERCOT 시장에서도 지역(노스·사우스·웨스트·휴스턴 4개 구역)에 따라 LMP가 다르게 나타나며, 도매가격에서는 음(negative)의 가격이 관찰되기도 합니다.
독일과 스웨덴 — 단일요금제와 지역별 요금제의 대조
독일은 전국 단일요금제를 유지하고 있는데, 남쪽 공업지역으로 북쪽의 풍부한 풍력을 보내기 위한 SuedLink 4GW 송전선로가 2012년부터 공사 중이지만 계획부터 준공까지 16년이 걸리고 비용도 100억 유로에 달하는 데다, 지역 갈등과 제한적인 송전량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반면 스웨덴은 국토를 SE1~SE4 네 개 지역으로 나눈 지역별 요금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2024년 LMP 평균을 보면 SE1이 25.1유로/MWh, SE2가 24.6유로/MWh로 낮은 반면, 남부의 SE3는 35.8유로/MWh, SE4는 49.7유로/MWh로 훨씬 높습니다. 그 결과 스웨덴 제조업체들이 전력이 풍부하고 저렴한 북부에 신규 공장을 집중적으로 건설하고 있으며(2033년까지 총 +16.2GW 예정), 북부 풍력사업자들은 PPA 고정가격으로 수익을 보전받고 있습니다. 이는 북부 풍력자원 개발을 극대화하고 지역 인구 성장과 전력망 안정화에도 기여하는 구조입니다.
결언
오늘 강연을 마무리하며 다음 세 가지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첫째, 원전의 경직성 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원전의 유연성을 확보하려면 안전성 확보가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데, 기술적 타당성과 함께 설계 변경에 대한 안전성 검증을 누가 담당할 것인지가 분명하지 않습니다.
둘째, 현재 원전의 경직성으로 인해 설날과 5월 연휴에 원전의 절반 정도가 정지되었습니다. 앞으로 재생에너지가 증가해서 지금의 2배인 80GW 수준이 되면, 이 같은 현상이 봄철·여름철에 상시로 발생할 것입니다. 계속 원전의 절반을 정지시킬 것인지, 아니면 원전 전력을 ESS로 저장할 것인지는 앞으로 진지하게 답해야 할 질문입니다.
셋째, 지역별 요금제가 정착되면 원전의 경제성은 더욱 떨어질 것입니다. 결국 영덕에 신규 원전을 건설하려면 34.5만 볼트급 송전선을 적어도 2개 라인 확보해야 하는데 이 자체가 쉽지 않으며, 원전은 송전선로와 깊이 결부되어 있어 우리나라에서 더 이상 송전선 건설이 쉽지 않은 여건입니다. 송전망, 경직성, 경제성 이 세 가지는 서로 연관되어 있지만, 결국 원전이 앞으로 우리나라 전력 공급 체계에서 입지를 확보하기는 건설 여부와 무관하게 운전 측면에서 쉽지 않다는 것이 제가 오늘 말씀드리고 싶은 결론입니다.[6]
[6]강연 직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독일의 SMP 결정 구조와 우리나라의 차이, 지역별 요금제 도입에 따른 인구 이동 가능성, 제조업 인큐베이터의 역사적 이전 과정(이원영 대표 발언), 원전업계의 투명성과 안전성 검증 문제, 양수발전 운영 패턴의 변화, ESS와 송전망 인프라 비용 비교 등 다양한 주제로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 이 문서는 2026년 6월 21일 진행된 강연의 PPT 슬라이드와 음성 녹취 내용을 바탕으로, 강연자 본인의 1인칭 집필 형식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강연 중 다른 참석자의 질문은 본문에 그대로 표기하였고, 사회자 이원영 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의 보충 발언과 토론 내용은 각주로 정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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