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Ⅰ.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정의로운 에너지전환을 위하여
: 적극적 전력수요관리 · 담대한 재생에너지 전환 · 현실적 에너지믹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
이 글은 2026년 7월 12일 원전공익정보센터 위원회 줌(Zoom) 회의에서 진행된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의 강연 내용을 설명문 형식으로 간추린 것입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이란 무엇인가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년마다 향후 15년 단위로 국내 모든 발전소의 건설·폐기 계획을 세우는 국가 계획입니다. 1960~70년대의 장기 전원개발계획에서 출발해 2000년 전력산업 구조개편 이후 지금의 이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국가가 15년 치 수요를 예측해 연도별 발전소 건설 시점까지 확정하고, 계획에 반영되면 인허가가 사실상 진행된 것으로 간주하는 나라는 OECD에서 한국이 유일합니다. 대부분의 나라는 수요 증감 전망만 내고, 개별 발전소는 신청·허가 방식으로 처리합니다.
이 계획의 목적은 오랫동안 ‘전력수급 안정’ 하나였습니다. 환경·정의로운 전환·기후 문제는 법 개정으로 ‘고려·노력’ 조항이 들어갔을 뿐 여전히 본래 목적은 아닙니다. 전기사업법상 공청회도 의무이지만, 무산될 경우 생략할 수 있는 예외를 둘 만큼 행정편의적입니다.
전력수요는 어떻게 산정되나
수요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경제성장률·인구 등을 넣어 ‘모형수요’를 만든 뒤, 반도체·데이터센터·전기화 같은 추가 수요를 더하고 수요관리 절감분을 뺀 ‘목표수요’에 22%의 예비율을 얹는 방식으로 산정합니다. 과거 15% 수준이던 예비율은 민간 발전사가 계획대로 발전소를 짓지 않는 일이 잦아지자 6차 계획부터 22%로 올랐습니다. 목표수요가 과다 산정될 여지에 높은 예비율이 더해지는 구조여서, 예비율과 수요 예측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핵발전소 증감이 좌우돼 왔습니다. 추가 핵발전소 건설 논의도 이 지점에서 시작됩니다.
이미 주력 전원이 된 재생에너지
2024년 한 해 세계 재생에너지 설비는 약 700GW 늘어난 반면, 핵발전은 7GW 증가에 그쳤습니다. 유럽에서는 2024년 6월 태양광이 일시적이나마 단일 전원 중 가장 많은 전력을 생산하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연간 통계는 아니지만, 태양광·풍력 합계 발전량이 석탄·천연가스·석유를 합한 화석연료 발전량을 넘어선 일도 2024년 EU에서 처음 일어났습니다. 반면 핵발전 비중은 몇 년째 정체 상태입니다.
특히 AI 데이터센터가 몰려 있는 미국의 예를 들 수 있습니다. 우리가 제미나이나 챗GPT, 클로드를 쓸 때 실제 연산은 한국이 아니라 미국에서 이뤄집니다. 질문이 미국으로 가서 처리된 뒤 한국으로 답이 돌아오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전 세계가 AI를 쓸수록 미국의 전력수요가 폭증하고 있습니다. 챗GPT가 나온 지 4년 남짓인데, 그동안 미국은 늘어난 수요를 대부분 태양광으로 채웠습니다. 그다음이 배터리, 그 다음이 풍력이며, 천연가스는 조금씩 늘고 있을 뿐입니다.
‘데이터센터 때문에 핵발전이 증가한다’는 주장은 큰 그림과 맞지 않습니다. AI 업계의 최우선 요구는 빠른 건설인데, 착공에서 완공까지 10년 이상 걸리는 핵발전으로는 수년 내 수요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세계적으로도 신규 가동보다 영구 폐쇄가 빨라, 핵발전 순증감은 계속 마이너스입니다.
계속되는 1조 원대 적자, 허울뿐인 핵발전소 해외사업
한국은 핵발전소를 계속 수출해 왔지만, 실상은 적자 사업이 많습니다. UAE 바라카(4기 완공·가동)는 한전과 한수원이 공사 잔금을 두고 국내에서 다투는 중입니다. 실제 시공을 맡은 한수원이 설계변경·공기 증가분 약 10억 달러(약 1조 5천억 원)를 받지 못했다며 한전에 비용을 요구하는 상황이며, 사업 수익률 자체가 마이너스입니다.
이집트 엘다바(약 1조 2천억 원 손실), 루마니아, ‘황금알’로 불린 체코 두코바니(공사비 문제로 한수원과 대우건설과 계약 미완) 등도 대규모 손실을 안고 있습니다.
1993~2024년 수출 실적을 보면 상위 계약국 절반 가량이 한두 번 수출한 뒤 후속 계약이 없어, 산업의 지속가능성이 약합니다. 그래서 ‘국내 핵발전소를 한 기만 덜 지어도 산업이 붕괴한다’는 주장이 반복되며 국내 건설에 매달리게 됩니다.
이미 재생에너지 산업은 종사자 수·수출 매출 등에서 핵산업을 앞질렀습니다. 그럼에도 정부의 해외 세일즈는 태양광·풍력이 아니라 핵발전에 집중돼 있어, 핵산업에 대한 총체적 재평가가 필요합니다.
11차 전력계획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지난해 초 11차 계획에 따르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2038년까지 15.4GW의 전력이 필요합니다. 대형 핵발전소 11기 분량으로, 고리·신고리 일대 핵발전소 10기를 모두 합쳐도 용인 한 곳에 미치지 못합니다. 용인 국가산단은 토지보상이 진행 중이며 올해 말 보상 완료, 내년 초 착공을 목표로 합니다. 이 막대한 전력을 어떻게 공급할지가 최대 쟁점입니다.
이재명 정부의 3대 메가 프로젝트
2026년 6월 정부가 발표한 3대 메가 프로젝트는 반도체·피지컬 AI·AI 데이터센터입니다. 반도체는 용인 외에 광주에도 약 800조 원 규모 단지가 예정돼 있으며, 이것만으로 약 6.3GW를 소비합니다.
더 큰 문제로 지목되는 것은 AI 데이터센터입니다. SK·GS를 중심으로 전국 18.4GW 규모가 추진되는데, 이 중 8.4GW를 3년 뒤인 2029년까지 완공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 속도로는 핵발전이 불가능하고 가스도 빠듯해, 당장은 놀고 있는 가스·석탄 화력의 이용률을 높여 충당할 가능성이 크며, 그만큼 온실가스 배출 증가가 우려됩니다.
SK·GS가 글로벌 서비스 중인 AI 서비사가 없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됩니다. 미국에서는 전기요금 상승·소음·발열·용수 문제로 데이터센터 반대운동이 확산돼(반대 단체 800여 개, 금지 주법안 300여 건) 그 수요가 한국으로 넘어오고 있습니다. 독자 모델 없이 서버만 짓는 방식은 환경·전력 부담만 키웁니다. 3대 프로젝트 전체 수요 27.7GW는 대형 핵발전소 약 20기, i-SMR로는 약 160기에 해당해 효율로 보나 부지로 보나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빛 1호기는 이미 정지했고 2호기도 9월 정지 예정입니다. 노후 핵발전소 수명연장이 전면 추진되고, 김성환 장관이 영광·울산에 부지가 각 2곳 더 있다고 언급하면서 영광 7·8호기와 신고리 7·8호기 계획이 추진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점점 늘어나는 데이터센터 전력수요 전망
올해 4월 전력수급기본계획 총괄위원회가 12차 계획 수요를 예측했으나, 두 달 만에 3대 메가 프로젝트로 전제가 뒤집혔습니다. 관련 논의는 사실상 중단됐고, 6월 말 예정이던 초안 발표 시점도 불투명합니다.
AI 열풍으로 늘어난 미국 전력수요, 대부분 재생에너지로 충당
대부분의 선진국은 효율 개선으로 전력수요가 늘지 않습니다. 미국도 2005~2020년 연 0.1%로 정체하다 2020년 이후 1.7%로 늘었고, 그 증가분을 태양광·배터리·풍력·가스로 채우며 석탄은 계속 줄였습니다. 반면 11차 계획의 국내 수요 증가 전망(2024~2038, 기준수요)은 연 2.0%로, 최근 국내 소비 증가율(2014~2023, 연 1.5%)이나 미국에 비해 과도하게 높습니다.
핵발전만 타격 없는 발전소 부하율·이용률
재생에너지가 늘면서 한동안 공급과잉이 문제가 될 만큼 여유가 생겼고, 이는 탈석탄의 동력이기도 합니다. 석탄화력 이용률은 2015년 약 90%에서 2025년 50% 미만으로 떨어졌고, 태양광 확대로 낮 시간 출력을 줄이는 탄력운전이 일상화됐습니다. 가스도 40%대에서 20%대로 낮아졌으며, 계획대로면 2038년경 10%대까지 내려갑니다. 반면 핵발전 이용률은 안전점검으로 잠시 낮아진 시기를 빼면 계속 80%대를 유지합니다. 핵발전만 타격 없이 유지되는 구조가 여러 문제와 겹치고 있습니다.
핵산업계의 ‘건설 물량 채우기’
탈핵은 ‘전력 문제’만이 아니라 ‘산업 문제’로도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핵산업을 정의로운 전환으로 이끌지 않으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뒤집히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정부 초 ‘탈원전’ 언급에 핵산업계가 ‘물량이 없어 다 죽는다’며 반발했고,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 멈췄던 신한울 3·4호기를 착공했습니다. 수십 년간 늘 4~6기를 건설 중이던 구조에서, 신한울 3·4호기마저 멈추면 새울 3·4호기(옛 신고리 5·6호기) 준공 이후 신규 물량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11차 계획에서 영덕 신규 부지가 잡히면서, 2030년대 중반이면 대형 핵발전소에 SMR까지 더해 ‘건설 물량 유지’ 시스템으로 돌아갑니다.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물량을 확보하려는 이 구조를 함께 풀지 않으면 같은 갈등이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1989·1994·2003·2005·2012·2026년, 그리고 다시 영덕
영덕은 한국 탈핵 운동의 발원지입니다. 민주화 이전 최초의 핵폐기장 반대운동이 이곳에서 일어났고, 1994년 굴업도·부안 국면과 2005년 경주 핵폐기장 주민투표(영덕·경주·군산·포항)까지 핵폐기장 후보로만 네 차례 거론됐습니다. 2012년에는 핵발전소 부지로 고시됐다가 2015년 주민투표로 백지화됐습니다.
이번에 군수가 다시 유치를 신청해 부지로 선정됐습니다. 과거에도 ‘2기만’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6기 부지를 확보했던 만큼 추가 건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내년부터 핵폐기물 중간저장시설 부지 공모가 시작되면 핵발전소와 핵폐기장이 함께 몰릴 수 있어, 영덕은 향후 탈핵 운동의 핵심 지역이 될 전망입니다.
‘깨진 유리창 이론’처럼 두 번째 유치는 더 쉽습니다. 6기 부지가 확보돼 있어, 대형 핵발전소 건설이 결정되면 다수 호기와 고준위 핵폐기장이 더해진 핵시설 단지로 굳어질 우려가 있습니다.
핵발전소 10기가 밀집한 부산·울산에 또 SMR
영남(부산·울산·경북)의 전력자급률은 약 200%로, 쓰는 양의 두 배를 생산합니다. 그런데도 추가 핵발전소가 지어져, 못 쓰는 전기는 수도권·용인으로 올라갑니다. 과거 밀양 송전탑처럼 지역 불평등·차별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기장에 예정된 SMR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노형입니다. 설계가 끝나지 않아 원안위의 심사 중이고, 한수원 스스로 ‘실증로’라 부르는 시험용 발전소입니다. 이를 인구 밀집지 한가운데서 시험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 제기됩니다. 기장 일대는 고리·신고리·새울 등 핵발전소 10기가 밀집한 곳이고, 김성환 장관이 언급한 ‘울산 부지 2곳’은 원래 대형 핵발전소 2기를 유치하려던 한전 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부지입니다. 여기에 또 지으면 밀집 사고 위험과 송전선로 문제가 커집니다.
한국은 좁은 국토에 핵발전소가 밀집해 있고, 한 부지에 다수 호기가 몰린 특성이 있습니다. 밀집도는 과거에도 세계 1위였으나 다른 나라들이 운영을 줄이면서 이제 미국의 약 30배에 이릅니다. 인근에 대도시와 석유화학·중공업·자동차 산업이 집중돼 있어, 사고가 나면 경제적 파장이 막대합니다.
석탄화력 폐쇄 후 SMR 도입 논의
SMR은 규모가 작을 뿐 대형 핵발전소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데도 다르게 인식돼, 여러 지역에 분산 배치하자는 논의가 나옵니다. 윤석열 정부 초에는 당진·보령·태안·서천 등 석탄화력 밀집지에 SMR을 넣자는 구상이 제기됐습니다. 기존 송전선로와 폐쇄 부지를 활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최근 상임위를 통과한 탈석탄지역지원법에는 석탄화력 폐지 지역에 ‘무탄소 전원’을 넣는다는 표현이 담겼습니다. ‘재생에너지’가 아닌 ‘무탄소 전원’이라는 문구는 SMR 도입을 위한 사전 포석으로 해석됩니다. 실제로 남동발전이 한국원자력연구원·현대건설과 함께 석탄화력 폐쇄 설비를 이용한 SMR 건설 연구에 착수했습니다. SMR이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고, 군산·여수 등에서도 유치 주장이 나와 논쟁이 전국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신규 핵발전소에 던지는 5가지 질문
신규 핵발전소를 둘러싼 쟁점은 다섯 가지로 요약됩니다.
① 용인에 전기가 필요하다면서 왜 영남에 짓는가(수요 불일치)
② 탄력운전이 안 되는 핵발전을 재생에너지와 어떻게 병행하는가(경직성)
③ 송전선로
④ 핵폐기물
⑤ 밀집에 따른 위험성입니다.
‘신규핵발전소 저지 전국비상행동’이 이 다섯 가지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수도권 vs 비수도권, 계속되는 전력자급률 격차
제주와 수도권을 뺀 모든 권역의 전력자급률은 100%를 넘습니다. 이는 수도권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수도권 자급률은 70%에 그칩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전력수요처가 다시 수도권에 들어서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반복돼 왔습니다.
재생에너지 증가에 따른 핵발전소 경직성 문제
2026년 5월 1일 노동절, 태양광이 처음으로 순간 전체 발전량의 50%(28.95GW, 50.1%)를 넘었습니다. 재생에너지가 늘수록 나머지 발전원의 출력 조절이 잦아집니다. 석탄은 이제 탄력운전이 가능하지만, 핵발전은 안전 문제로 불가능합니다.
연간 기준 태양광 비중은 아직 10%에도 못 미치지만 이런 일이 처음 나타났고, 봄·가을 맑은 날에 반복될 것입니다(올 추석에도 재현될 전망입니다). 지금은 양수발전으로 잉여 전력을 저장했다가 채우지만, 배터리가 늘면 전통적 전력수급 구조가 근본적으로 달라집니다.
한수원의 탄력운전 적용 계획
현재 한수원의 탄력운전은 출력 -20%, 18개월당 27일, 시간당 3%p 수준이며 주파수 제어는 하지 못합니다. 2032년까지 -50%·연 100일·시간당 10%p로 확대하겠다고 하지만, 뉴스타파 보도로 정부 내부에서도 ‘-80%·연 200회 이상이 필요하다’는 문건이 확인됐습니다.
실현 가능성은 의문입니다. 출력을 크게 낮추면 원자로 균형이 무너져 정지나 출력 폭증 위험이 있어 안전성 담보가 어렵고, 가동을 줄이면 단가가 올라 경제성도 무너집니다. 문건조차 ‘가동하지 않아도 유연성 자원 명목으로 비용을 지불할 방법이 필요하다’고 적었습니다. 핵발전의 경제성은 100% 출력으로 24시간 가동할 때를 전제로 한 것입니다.
이미 전국적인 송전선로 반대운동
전국에서 약 100건의 송전선 건설이 추진 중이며, 대개 호남에서 수도권(용인)으로 향합니다. 호남에 늘어난 태양광·풍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것으로, 전국 20여 개 반대 대책위가 맞서고 있습니다. 수요와 공급을 일치시키면 송전선을 덜 지어도 되며, ‘에너지 지산지소(地産地消)’ 개념도 여기서 나왔습니다. 여기에는 영덕·울주 추가 핵발전소의 송전선 계획은 아직 포함되지도 않았습니다. 대형 핵발전소를 또 지으면 수도권으로 가는 송전선을 더 지어야 합니다. 과거 안전성 중심이던 탈핵 쟁점이 수요·공급, 재생에너지와의 궁합, 송전선로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20여 년째 계속된 고준위 공론화 실패
고준위 핵폐기물은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두 차례 공론화가 모두 파행됐습니다. 그럼에도 관리 정책 기본계획이 확정되고 관리위원회가 꾸려져, 빠르면 내년·늦으면 내후년에 중간저장시설 부지 선정이 시작될 전망입니다. 아직 물밑이지만 향후 중요한 쟁점이 될 사안입니다.
수소환원 제철과 ‘핑크 수소’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전력뿐 아니라 산업 부문, 특히 철강의 탄소도 줄여야 합니다. 그래서 수소환원제철과 그린 수소가 제기됐는데, 한국은 본격 계획 없이 핵산업계를 중심으로 ‘핵발전 전기로 수소를 만들자’는 이른바 ‘핑크 수소’ 주장이 나옵니다.
영광에서 만든 전기로 수소를 생산해 여수 석유화학단지·광양제철소에 공급하는 ‘수소에너지 고속도로’ 구상이 나왔고, 영덕·경주 추가 핵발전소 논의와 함께 포스코가 수소환원제철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지금은 AI·데이터센터가 부각되지만, 핑크 수소는 앞으로 부상할 숨은 쟁점입니다.
AI·데이터센터, 핵발전소로 대응하기 어려운 이유
결론적으로 AI·반도체·데이터센터의 대안으로 핵발전소는 적절하지 않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시간입니다. 2029년까지 신규 핵발전소는 물리적으로 지을 수 없습니다. 정부도 이를 알지만, 반도체 단지가 먼저 완공되는데 핵발전소는 언제 전기를 공급하느냐는 핵심 질문은 제기되지 않은 채 ‘핵발전이 필요하다’는 주장만 반복됩니다.
나머지 이유는 ② 재생에너지와의 경직성(병행이 현실적으로 어려움), ③ 재생에너지 가격은 내리고 핵발전 비용은 오르는 추세, ④ 지역 불평등·차별, ⑤ 위험성·핵폐기물입니다. 최근 이란 전쟁에서 보듯 핵발전소는 안보상 공격 표적이 되는 위험도 있습니다.
12차 계획에 대해서는 수요 재검토가 필요합니다. 삼성만 해도 평택·용인·광주의 팹(fabrication facility의 준말로 제조공장/제조시설을 말함) 자리를 합치면 11개로 현재 보유한 팹보다 많은데, 이를 몇 년 안에 다 짓고 그만큼의 전기를 공급할 수 있을지 진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재생에너지에도 한계는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전환도 ‘100GW’라는 목표만이 아니라 구체적 건설·재정 계획이 나와야 실현이 빨라집니다. 전력 믹스는 공간적·시간적·기술적으로 현실성 있게, 핵산업계 이해관계가 아니라 공익을 기준으로 짜여야 합니다. 이런 취지에서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과감한 수요 관리 · 담대한 재생에너지 전환 · 현실적 에너지믹스’라는 세 방향으로 수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
– 메일: GreenReds@gmail.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heonseok
– 블로그: https://blog.naver.com/greenreds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