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집으로 이사한 후 생기는 새집증후군은 각종 건축자재와 인테리어 마감재 등에서 배출되는 화학물질 때문으로 이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은 각종 호흡기질환을 앓게되고, 아토피피부염을 유발하거나, 심하게는 각종 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새집증후군과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는 빌딩증후군(SBS, Sick Building Syndrome)은 사무공간에서 하루종일 일하는 사람들에게서 발견되는 증상으로 공기가 순환하지않고, 채광이 잘 되지 않는 공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호흡기질환과 편두통, 각종 스트레스성 질환등으로 나타난다. 새집증후군과 관련하여 많은 정보들이 쏟아져 나오는것에 반해 빌딩증후군에 대해서는 많은 언급이 되지 않고 있으나 하루의 절반이상의 시간을 사무공간에서 보내는 수많은 사무실근무자들의 업무환경을 생각할 때 중요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주로 아파트 발코니를 이용하여 소규모로 조성되어왔던 실내조경의 영역은 점차적으로 백화점이나 호텔,식당 등의 상업공간뿐만 아니라 병원,집단화된 업무공간에 이르기까지 그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사무실 조경은 1960년대 후반 직장여성들이 일의 능률을 높이기 위해 자신들이 애호하는 식물들을 사무실로 가져오는데서부터 시작되었다. 이러한 직장여성들의 태도는 어렴풋한 개념이었지만 회사의 경제적 이익으로 평가되었고, 1982년 버팔로조직(BOSTI)에 의해서 확산되었다. 초기의 사무실 조경은 미국에서보다 유럽에서 활성화되었으며 독일의 Quickbornor Team이라 불리우는 디자인그룹에 의해서 비인간적인 상황을 인간화하는데 살아있는 식물을 사용하는 실내디자인의 개념으로 확장되었다. 건축기술의 발달로 자연광의 적극적인 유입이 활성화되면서 화분에 심겨진 식물을 디자인 소품으로 사무실의 공간일부분에 배치하는 단계에서 일정공간을 점유하여 정원형태로 조성하는 단계로 발전하였으며, 사무실공간에 실내조경을 조성하고자 하는 욕구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새건물로 자리를 옮기고 활발히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주)하영그린에서 사무공간의 실내조경에 대해 조언을 들어보자. 하영그린은 본사와 가든스쿨이 한건물에 있다. 2,3층의 본사는 사무공간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지하1층의 가든스쿨 강의실은 최근 인테리어 공사를 모두 마치고 실내조경까지 완성된 모습으로 가든스쿨 제4기 수료식을 마쳤다. 그동안 지면을 통해 실내조경에 대해 정보를 제공해온 하영그린에서 이야기하는 쾌적하고 아름다운 사무공간은 어떤 모습일까?
건물 2,3층은 입구에서부터 조경회사 다운 느낌을 준다. 입구 바로 오른쪽에 소규모 정원이 마련되어있기 때문이다. 2,3층이 똑같은 디자인으로 설치되어 있어 이채로운 이곳은 말그대로 손바닥만한 공간이지만, 공간의 특징을 살려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았다. 시원스레 뻗은 파키라가 주지목으로 자리하고 있고, 싱싱한 구즈마니아와 스파트필름이 푸른 볼륨감을 더해준다. 그리고 낮게 깔린 싱고니움,트리안,후마타가 공간을 마무리한다. 귀여운 아프리칸 바이올렛이 계속해서 꽃을 피우는 이공간은 사무실을 처음 찾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3층의 인포데스크 뒤편의 벽면공간은 플로리스트인 하현영 사장이 특별히 애정을 갖고 있는 곳이다. 매주 월요일마다 하사장이 직접 플라워아트를 선보이는 곳이기 때문이다. 일주일간 전시되는 이 플라워아트는 생화가 주는 싱그러움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데코레이션으로 근무자들은 물론 방문객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입구에서 내부까지 이어지는 유리벽하단의 플랜터에는 삼지닥나목의 시원스레 뻗은 선에 아이비 잎을 붙여 깔끔하게 연출하고 하부에는 산호수 화분을 놓아 싱싱한 느낌을 주었다. 사무공간 전체에 음이온을 방출하는 산세베리아 화분을 놓아두었고. 직원들의 책상마다 공기정화 효과가 있는 스파트필름,디펜바키아,테이블야자,아이비 등으로 만들어진 작은 화분들이 놓여져 있다. 이 화분들은 직원들이 각자 관리하는 것으로 조경회사 답게 전직원들이 식물을 직접 가꾸는 경험을 하고 있다. 회의실과 사장실 등도 식물들이 각자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마치 식물이 가구인듯, 보이는 곳마다 식물이 가득하다. 새 건물로 이사왔지만, 특유의 냄새와 눈이 따갑다든가 하는 느낌이 식물을 들여놓고 나서 많이 사라졌다는 것이 직원들의 말이다.
이어 지하강의실로 내려가 보았다. 지하공간이라는 특징 때문에 습하고 어두침침할것이라 예상했지만, 뜻밖이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강의동으로 들어서면 먼저 일본의 축경식 정원을 연상시키는 테라리움 형식의 정원이 눈에 뛴다. 유리벽으로 둘러싸인 공간은 사방에서 감상할 수 있고, 공간을 연계하는 동시에 구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기이한 수형의 팬다고무나무를 주지목으로 하고, 비교적 경량의 제주석을 이용해 낮은 산야와 폭포를 재연하였다. 산야로 조성된 곳에는 다양한 종류의 철쭉을 식재하여 보다 자연스러운 경관을 연출하고 폭포를 따라 흐르는 물은 굽이굽이 돌아 안개분수와 어우러지며 안개 낀 아침 산을 연상케 한다. 마치 정원은 살아 숨쉬는 한폭의 동양화 같다. 강의실의 대부분은 유리 파티션에 의해 구획하여 넓고 쾌적한 느낌을 줄 수 있도록 하고 전면에 시원스레 뻗은 대나무를 열식하여 강의실 내부에서는 문살과 같은 차양 효과를 내고 있다. 대나무 숲속 같은 복도를 지나 강의실로 들어서면 곳곳에 미니 정원을 설치해 두어 실내/외조경 교육기관임을 다시 한번 인지시킨다. 자그마하게 조성된 정원들은 실제 개인주택의 발코니정원과 같은 규모로 수강생들의 실습작품이다. 다양한 소재와 시공방법으로 제작된 작품들은 각기 다른 특색을 가지고 있다. 대중적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는 원주목을 이용한 정원은 전통소재인 항아리를 이용하여 향수를 자극하고, 공기정화 효과가 뛰어난 벤자민고무나무와 산세베리아가 식재된 정원은 가습효과가 있는 조형물과 어우러져 건강과 미를 중시하는 젊은 세대의 취향을 잘 반영한 듯하다. 실내공간과 달리 외부에 설치된 정원은 더욱 자연스런 멋을 내고 있다. 실내식물들이 비교적 외래수입종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반면 외부 정원은 보다 익숙한 우리 자생식물들로 인해 친근한 느낌을 준다.
축축하고 어두울 것만 같은 지하공간은 조화롭게 도입된 식물로 인해 이용자에게 편안함과 안락함을 주고 있다. 딱딱하고 진부하기만 할 것 같은 교육기관이 이렇게 작은 변화로 인해 교육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실내조경은 이처럼 건물의 내부공간이라면 어디서나 그 아름다움과 건강한 기능으로 환영받는다. 좀 더 많은 공간에 실내조경이 도입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것이 우리의 생활을 더욱더 건강하고 아름답게 개선시켜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