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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광역시 달성군과 경북 청도군 경계를 이루는 비슬산(琵瑟山·1.083.6m)은 대구시민들과는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는 산이다. 등산을 즐기지 않는 사람일지라도 팔공산 보다도 비슬산을 기억하는 경우가 더 많다. 한 예를 들자면 대구 초·중·고교 교가 첫머리에 ‘비슬산 정기 받아…’라는 노랫말이 실려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비파 비(琵)에 거문고 슬(瑟)을 붙여 산이름을 지은 것은 정상부 바위가 신선이 앉아 비파나 거문고를 타는 형상이어서라고 한다. 또는 옛날에는 소슬산으로 불렀다는 얘기도 있다. 신라 때 인도 고승들이 이 산을 구경하고 산이름을 지었다는 얘기도 있다. 삼국유사 저자인 명승 일연이 젊은 시절 이 산에서 수행했다.
산세는 정상인 대견봉(大見峰)을 중심으로 북으로 청룡산(794.1m)과 산성산(653m)을 빚어 놓은 다음, 대구 앞산(660m)까지 줄기를 뻗는다. 남으로는 창녕-밀양 열왕산(662.5m)을 지나면서 서쪽으로 휘어져 관룡산(739.7m)과 화왕산(756.6m)까지 세력권에 넣고 있다.
지형적으로는 서쪽 달성 방면은 가파르고 절벽이 많은 반면 동쪽 청도쪽은 경사도가 완만한 육산을 이룬다.
비슬산 등산코스는 다양하다. 가장 널리 알려진 코스로는 산 서쪽인 유가사(瑜伽寺)에서 오르는 코스다. 유가사에서 수도암과 도성암을 거쳐 북서릉을 타고 정상에 오르는 코스, 유가사에서 병풍듬을 경유해 정상으로 직등하는 코스, 수성골~남릉을 경유해 정상에 오르는 코스가 그것이다. 또는 유가사 남동쪽 비슬산 자연휴양림에서 계곡길과 지능선길을 타고 대견사터에 오른 다음, 남릉을 타고 정상으로 향하기도 한다. 대구시내 방면에서는 대구 앞산에서 산성산~청룡산을 경유해 정상으로 향하는 9시간 이상 걸리는 북릉 종주코스도 있다.
청도쪽으로도 코스가 다양하다. 헐티재나 용천사(湧泉寺) 방면에서 북동릉을 타고 정상에 오르는 코스, 용천사 남쪽 오산리에서 대동골이나 삼각봉을 경유해 남릉과 조화봉으로 오르는 코스가 대표적이다. 용천사에서 대동골을 경유하는 코스는 유가사 방면보다는 아직 찾는 발길이 뜸하다. 유가사 방면보다 대중교통편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살아 있는 자연미를 한층 더 즐길 수 있다.
용천사는 절이름에 샘솟을 용(湧)을 쓸 만큼, 바위에서 솟아나는 석간수가 좋기로 소문나 있다. 용천사 남쪽 각북 방면 도로를 따라 약 500m 거리에 이르면 도로 오른쪽으로 비좁은 갈림길이 있다. 비포장인 오른쪽(서쪽) 길로 들어가 500m 거리에 이르면 길 오른쪽으로 둥지식당이 나타난다.
식당에서 왼쪽 계곡 건너로 보이는 알프스산장쪽 길을 따라 약 100m 가면 알프스산장 츨입구에서 길은 오른쪽으로 휜다. 오솔길을 따라 둔덕을 넘어 대동골로 들어서서 대동골 계류를 거슬러 15분 올라가면 감나무숲에 자리한 토담마을(찻집 겸 식당)이 나온다.
토담마을에서 대나무숲 사이로 난 길로 들어가면 곧이어 오른쪽 숲속에 자리한 별장 7 채를 지나간다. 마지막 별장을 지나 태고적 자연미가 살아있는 숲속 길로 6~7분 들어서서 깨끗한 물이 요란하게 흐르는 계류를 건너면 비슬산 북동릉으로 올라가는 삼거리에 닿는다.
삼거리에서 왼쪽 직진 길을 따라 35분 올라가면 작은 계류를 건너 거의 남쪽으로 사면을 횡단하며 이어진다. 사면길로 5분 가면 단풍나무 뿌리가 박힌 바위 아래에서 샘솟는 샘터가 나온다. 이 코스에서 유일한 샘터로, 주민들이 최고로 치는 식수다.
샘터를 뒤로하고 20분 더 오르면 비슬산 남릉 사거리 안부에 닿는다. 등산로 안내판이 있는 안부에서 서쪽 내리막길은 수성골을 통해 유가사로 가는 길이다. 남릉으로 발길을 옮겨 4~5분 올라가면 왼쪽으로 마치 거문고 옆모습을 한 거대한 병풍듬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병풍듬을 바라보며 7~8분 올라가면 케언 4개가 나타난다. 헐티재 방면 북동릉 갈림길이 있는 삼거리다.
케언 삼거리를 지나 펑퍼짐한 능선길로 5분 오르면 수천 평 넓이 억새군락으로 들어선다. 3~4분 더 오르면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정상이다. 산불감시초소 서쪽편 ‘비슬산 대견봉’이라 음각된 화강암 정상비석 옆으로 다가서면 사방으로 막힘없는 조망이 펼쳐진다.
대구시 방면인 북동으로는 청룡산과 앞산으로 이어지는 북릉 왼쪽 아래로 성서공단과 대곡단지가 내려다보인다. 북릉 너머 멀리로는 팔공산도 시야에 들어온다. 그 오른쪽으로는 가창저수지가 있는 정대리 협곡이 내려다보이고, 협곡 오른쪽으로는 통신탑이 있는 최정산 정상이 마주보인다.
남동으로는 각북면 소재지인 남산리 분지가 홍두깨산(604.3m) 줄기와 함께 시원하게 펼쳐진다. 남으로는 조화봉과 대견사터 능선이 하늘금을 이룬다. 서쪽 아래로는 현풍 고을을 비껴나가는 낙동강물이 거울처럼 반짝이고, 북서쪽으로는 낙동강 건너 멀리로 합천 가야산이 수석인 듯 바라보인다.
하산은 기호에 따라 코스를 잡으면 된다. 대구시내 방면인 북릉으로 앞산은 16km(8시간 소요), 용연사 8km(2시간30분), 도성암 1.5km(50분), 대견사지 4km(1시간20분), 조화봉 4.5km(1시간30분), 유가사 3.5km(1시간20분)다.
취재팀은 정상에서 다시 남릉을 타고 10분 거리인 삼거리로 내려와 헐티재 능선을 타고 하산했다. 15분 거리인 삼거리 안부에서 헐티재 능선을 버리고 남쪽 사면길로 15분 내려서면 대동골 삼거리 합수점에 닿는다. 삼거리에서 계곡길로 약 30분 내려서면 둥지식당 앞이다. 둥지식당에서 용천사 아래 자동차 길까지는 15분 거리.
용천사 아래 삼거리를 기점으로 둥지식당~대동골~합수점 삼거리~샘터~남릉 사거리 안부~남릉 삼거리(헐티재능선 갈림길)를 경유해 정상에 오른 다음, 정상에서 남릉 삼거리~헐티재능선~삼거리 안부~대동골 합수점 삼거리~둥지식당을 경유해 용천사 아래 도로 삼거리로 나오는 산행거리는 약 9km로, 5시간 안팎이 소요된다.
▲ 교통
대구 사월동 발 대구공고~반월당~파동~가창댐 경유 정대까지 1일 9회(05:30, 06:20, 07:33, 09:22, 12:13, 14:02, 16:44, 18:34, 21:10) 운행하는 439번 시내버스 이용. 요금 700원.
정대에서 대구행은 1일 9회(06:50, 07:45, 09:45, 11:37, 14:18, 16:07, 18:05, 20:40, 23:10) 운행.
대구 남부정류장에서 범어사거리~수성동 무궁화주유소 앞~파동~가창댐~정대~헐티재~각북 경유 1일 3회(09:20, 14:30, 16:30) 운행하는 풍각행 버스 이용, 오산리 용천사 앞에서 하차. 요금 2,200원. 50분~1시간 소요. 오산리에서 헐티재~정대~파동 경유 대구행 버스 1일 3회(09:00, 13:40, 18:00) 운행.
자가용 승용차 이용 시는 신천대로 상 파동에서 가창삼거리~헐티재(13.5km)~용천사(2km)~둥지(0.5km) 코스 이용.
현풍 방면은 대구 서부정류장에서 1일 26회(07:00~19:55) 운행하는 창녕행 버스 이용, 현풍에서 하차. 현풍에서 1일 7회(06:50~21:40) 운행하는 66-2번 유가사행 시내버스 이용. 20분 소요.
토·일요일에는 대구 서부정류장에서 601번 좌석버스가 1일 12회(05:48~20:40) 유가사 아래 주차장까지 운행한다.
▲ 식사
둥지에서 20분 올라간 토담마을(주인 백상우·011-806-4602)에서 칼국수, 수제비(각 4,000원), 파전, 미나리전, 두부김치(각 5,000원), 동동주(6,000원), 닭백숙(35,000원) 등을 판다.
둥지식당(054-372-0982~3)에서 항아리수제비(5,000원), 된장찌개(7,000원), 돈까스, 새우볶음밥(각 8,000원), 불고기 정식(10,000원), 생선구이정식(12,000원), 갈비정식(15,000원), 생고기 숯불구이(1kg 4인분 28,000원), 유자주(1되 10,000원), 동동주(7,000원) 등을 판다.
대구시내에는 소의 위장 4개 중 마지막 부위를 말하는 막창과 돼지창자 끝부분을 말하는 막창을 구워서 파는 식당들이 어지간한 동네마다 한두 집은 꼭 있을 정도다. 이 중 복현1동 5거리에는 20여 곳이 넘는 막창집들이 밀집되어 있다. 이곳에서 산행 뒤풀이하는 산꾼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졸깃하게 씹히는 맛이 다른 곱창들과 비슷하지만 집집마다 내놓는 갖은 양념이 가미된 양념장이 맛을 좌우한다고 한다. 된장에 갖은 양념을 가미한 양념장도 있다. 막창을 맛보려는이들이 새벽 1시가 넘도록 북적거린다. 부산과 대전에서도 이곳을 찾는 단골들이 있을 정도다. 소막창 1인분 6,000원, 돼지막창 1인분 5,000원.
복현동 5거리에서 그중 유명한 식당으로는 싱글벙글숯불막창(054-959-3006·주인 김희봉)과 신촌숯불막창(959-0062) 등에 손님들이 몰려들고 있다.
■ 비슬산과 남근목 사랑 정태원씨
삼척 해신당 남근공원, 홍천 성테마공원, 단골환자에게 남근 기념품을 선물로 주는 부산의 비뇨기과병원, 남근 전시 음식점 등 남근과 관련된 공원 및 선물용품들이 붐을 이루고 있다. 인류 보존에 주요한 몫을 맡고 있는 남근은 옛날 신라시대 때부터 여인들이 노리개로, 또는 축첩을 하는 남편이 돌아오기를 기원하거나 아들을 낳게 해달라고 기원하는 뜻에서 남근을 은밀하게 소장했었다. 그러나 요즘은 남근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남근을 해학적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자리잡아가고 있다.
비슬산 용천사 아래 대동골 계곡 안 500m 거리에 있는 둥지식당(주인 정태원)에 이르면 흥미로운 눈요기 거리가 있다. 식당 아래 주차장으로 들어서면 왼쪽 바위절벽 가운데로 폭포수가 쏟아진다. 이 폭포 아래로 움푹 꺼진 바위구멍이 보이는데 누가 보아도 대뜸 여근석임을 직감하게 된다.
여근석 오른쪽 나무계단으로 올라 식당홀 안으로 들어서면 절로 “어?!” 소리와 함께 누구든지 두 눈이 휘둥그래지고 입가에 웃음을 짓게 된다. 홀 안에 수십 개에 달하는 남근목들이 전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남근을 소재로 한 작품들은 이 식당 주인 정씨가 직접 조각한 것.
나녀상(裸女像)도 몇 점 있지만, 남근들이 대부분인 이유는 식당 건물 옆에 있는 여근석의 음기를 달래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즉 여근석과 조화를 이루고자 남근조각을 주로 하고 전시해 놓았다고 한다.
놀라운 것은 정씨가 한 쪽 손이 없다는 사실이다. 대구가 고향인 정씨는 본래 산악인. 25년 전부터 산악활동을 해오던 중, 산이 아닌 속세에서 7년 전 사고로 한쪽 손목이 잘려 나간 것이다. 일순간 사고로 인해 낙심한 정씨는 20여 년 전 덕유산 향적봉산장(산악인의 집)에서 만났던 허의준 선생이 외로움을 달래려고 산장 안에서 남근목을 조각하던 모습을 떠올리고 한 손으로 남근목을 조각하기 시작했다.
본래 사고가 나기 전인 10년 전부터 재미삼아 남근목을 깎기 시작했던 정씨는 워낙 산을 좋아한 나머지 2001년 대구시내에서 비슬산 속으로 이사해 자기 손으로 직접 통나무집을 짓고 본격적으로 남근조각에 몰두해왔다. 비슬산을 수백 번 오르내렸다는 정씨는 이 산을 너무나 사랑하는 마음에서 지난해 4월 대구시내 산꾼 30명을 발기인으로 비슬산을 사랑하는 모임인 ‘비사모’를 창립, 이 모임 회장직도 맡고 있다.
대학 2학년, 여고 2학년인 두 딸을 두고 있는 정씨는 딸들이 아버지의 취미인 남근목 조각을 이해해줘 기쁘다고 한다. 남근목들은 한 손으로 만든 것이어서 그 가치를 더 높여주고 있다. 작품으로는 남근을 쌍으로 조각한 것을 비롯해서. 얼굴 모습을 가미한 남근석, 어떤 작품은 놀란 얼굴 모습을 한 해학적인 작품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