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게시판에 알맞는 내용이라 판단되어 올렸습니다. 양해를 구하겠습니다. 좀 긴 내용이라 지루할 수도 있겠지만 엔진을 잘 아시는 분들에게는 좋은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평소 동경하던 매그너스에 드디어 전륜구동형 횡치형 직렬6기통 엔진이 얹혀 출시되는군요. 대우차가 주장하는 “2000cc 중형차 세계최초”란 거창한 수식어를 제외하더라도 H사의 직분식 가솔린 엔진, 승용디젤(HPDI) 엔진 등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자동차 역사에 엄청난 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시승 기회를 갖았던 행운아에게는 무언가 느낌이 있을 것 같습니다. 정보 공유 차원에서 이리저리 수집한 내용을 간략하게 알려드립니다.
1. 엔진개발 소사
95년 대우차가 한참 성장기에 있을 때 현재의 홀덴 엔진 보다 상급 엔진 개발 필요성이 있었습니다. 이에 뮌헨에 GTC라는 기술연구소를 설립하여 한 생산라인에 다기통엔진 생산이 가능한 엔진을 연구하기 시작하여 당시 XS라는 개발코드명으로 L6 매그너스에 탑재 엔진이 탄생하였습니다.
98년부터 부평기술연구소에서 본격적으로 개발에 착수하여 2리터, 2.5리터 두 종류로 배기량을 확정짓고 LPG까지 개발 범위를 넓혔습니다. 99년부터 생산 공장을 건설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엔진 부품 개발, 시스템 개발, EMS 적용, 매그너스 탑재 개발, 생산 공장 건설에 동시공학을 적용하여 비교적 빠른 시간에 개발이 진행되었습니다. 탑재 차량은 V210(매그너스 L6 2리터), V220(매그너스 L6 2.5리터)로 결정되었습니다. 프로토 개발이 2000년도에 완료되었으나 부도 등의 여파로 생산이 지연되어 결국 V210이 2002년 3월 출시로 낙착을 보았습니다. 현재 V220은 ULEV 배기가스 규제를 만족하며 북미 수출 전략 차종으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국내에는 하반기 출시 예정입니다.
2. 엔진 형식
가솔린 엔진의 연소 특성에 따르면 약 2.5리터급 이상의 배기량 엔진은 4기통 보다 많은 기통수를 가져야 합니다. 다기통 대배기량 엔진은 엔진 길이를 최소화 하기 위해 직렬방식(in-line, I형식)이 차츰 사라지는 추세에 있습니다. 대신 V형식이 유력한 대안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수평대향형과 같이 진동면에서 가장 유리한 형식도 있지만 엔진 크기가 불리하여 V형이 대세이지요.
문제는 연소실에서 연소 현상을 제외한 기하학적인 크랭크-실린더 운동에서 걸리는 회전불균형으로 인한 진동 크기에서 V형은 I형을 따라 올 수 없다는 것과 V형은 흡배기 패키징이 불리하여 성능을 올리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기하학적인 형상 차이로 인한 진동은 특히 실린더간 연소가 들쑥날쑥한 공회전 상태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다만 각 연소실에서의 연소가 완전하게 균등하다면 진동 측면에서 V형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또한 V형은 헤드가 2개이므로 가격이 고가입니다. 중량도 크게 되고요.
그러므로 I형 엔진이 성능, 진동, 경제성 측면에서 우수합니다. 이런 이유로 세계 유수의 자동차 회사들은 어쩔 수 없이 V형을 채택하지만 V형 보다 I형을 선호하며 가능하면 채택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폴크스바겐에서는 이런 문제점을 절충하여 I형에 가까운 V형 변형 형식인 W형식을 사용하여 엔진길이가 길다는 치명적 단점을 조금이나마 상쇄시키고 있습니다.
3. 엔진배치
현재 대부분의 중형급 세단 승용차는 전륜구동입니다. 넓고 쾌적한 승객실을 지향하고 동력전달 효율면에서 유리한 방식이지요. 또한 가로배치형입니다. 세로배치를 하게 되면 일단 후륜구동을 하게 되지요. 만약 세로배치이면서 전륜구동을 채택할 경우 미션의 크기가 커짐과 동시에 동력전달축이 90도로 꺾이는 비효율이 발생하게 되므로 불리합니다. 그러므로 전륜구동 가로배치 방식은 원천적으로 4기통 내지는 엔진길이가 짧은 V6를 채택하게 되고 배기량도 최대 3리터 정도로 제한됩니다.
직렬6기통 엔진이 전륜구동이면서 동력전달축 방향에 일치하는 가로배치는 크기가 한정된 엔진룸에 패키징하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이런 어려움을 기술적으로 해결하기에는 웬만한 자동차 회사가 엄두도 못내고 있는 실정입니다. 다만 후륜구동 방식이 기술적인 어려움이 적어서 벤쯔 등등의 직렬6기통 엔진은 후륜구동 세로배치형으로 채택하게 됩니다.
그런데 직렬6기통이 유럽에서 널리 유행하는 엔진형식임은 자명합니다. I6의 파워와 정숙성에는 다른 엔진 형식이 따라오기가 어렵기 때문에 벤쯔와 BMW의 엔진 라인업에 2000 ~ 3000cc 중배기량 직렬6기통이 주력을 이루고 있지요.
반면 XK엔진은 전륜구동형으로써 가로 배치형 직렬6기통이란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형식의 파워트레인을 갖는 자동차는 매그너스 L6와 볼보의 S80 정도가 있습니다. 그런데 직렬6기통이 갖는 길다란 엔진이라는 불리함을 축방향으로 미션 길이를 단축하는 등과 같이 다른 부품에서의 보상 유무 측면에서 XK엔진은 그렇지 않으므로 기술적인 어려움이 컸었습니다. XK엔진은 동일크기의 엔진룸에 동일 제원의 미션을 쓰면서도 기존엔진을 대체하였습니다.
참고로 S80은 연비가 8km/리터 정도로 적어도 연비와 무관하고 터보시스템이 구축되며 기본 배기량 차이가 있고 안전이라는 마케팅 포인트를 갖는 럭셔리세단으로 분류됩니다. S80에 장착되는 엔진을 위해 미션이 새로 개발되는 등 XK엔진과 개발 컨셉이 완전히 다릅니다.
4. 적용기술 1) 알루미늄 구조
XK엔진은 알루미늄합금 블록을 갖습니다. 주철 블록에 비해 중량 감소가 혁신적이어서 연비 향상에 유리하므로 최근에 개발하는 엔진 대부분이 채택하고 있습니다. 특별하거나 특출나지 않는 별볼일없는 사양같지요? 그런데 XK엔진은 엔진길이를 최소화해야하는 사명(?)을 띠고 있으므로 쉽게 강성을 유지하는 설계가 나오기 어렵습니다. 이것은 실린더와 실린더 사이가 설계 하한치에 국한되면서 냉각, 윤활을 최적화하며, 고출력을 이뤄야 하는 문제이므로 쉬운 것이 아닙니다. 이에 베드플레이트(블록 하부 구조물)를 적용하고 저압주조(공법이 까다롭습니다) 방식을 채택하고 라이너 강성을 높이는 등의 고급 기술을 적용하여 강성을 오히려 기존 엔진보다 향상시켰습니다.
2) 오픈덱
기존엔진은 블록의 냉각수 충진 공간이 덮여있었지요(클로즈덱). 오픈덱은 블록과 헤드 사이의 냉각수 통로에 방해물이 없는 구조입니다. 헤드가스켓 설계에 따라 블록-헤드의 냉각수 흐름조절에 유리한 구조입니다. 또한 피스톤-실린더 관계에서 피스톤슬랩 운동에 유리하여 소음이 줄고 실린더, 피스톤 마모가 적습니다.
3) 특수 코팅 라이너
2.5리터 엔진에는 일종의 에칭 기술이 조합된 특수 코팅 라이너가 적용되었습니다. 이는 benz만이 갖고 있던 노하우였습니다. 내마모성과 엔진오일소모 측면에서 엔진 보링이란 단어를 영원히 사라지게 만들었습니다. 적어도 블록만큼은 무한 수명이라는 말이 맞을 것 같습니다. 동일한 기술이 적용된 벤쯔 블록에 견주어 더 우수하다는 평을 받았다고 합니다.
4) 특수 코팅 피스톤, 링팩
2.5리터 엔진에 독일 원천 기술의 특수 코팅이 입혀져 강성과 내마모성에서 최상급 결과를 얻고 있습니다. 물론 2리터 엔진에는 비슷한 특수 코팅이 적용된 세계 유일의 피스톤을 채택하였고 이는 순수한 국내 기술로 개발되었습니다. 링 마모가 과다하여 발생하는 블로바이 가스 과다 문제와 엔진오일 과소모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5) 롤러 방식 캠 구동
캠샤프트와 밸브의 관계에서 기존의 슬라이딩 방식을 버리고 롤러 방식을 적용하였습니다. 캠 구동에 걸리는 마찰력이 대폭 줄어들었지요. 특히 밸브 간격을 자동 조정하고 캠 작동 충격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HLA가 국내 장착 유례가 없는 최신의 것으로 밸브 노이즈를 줄이는데 큰 보탬이 되었습니다.
4) 타이밍체인
기존의 벨트 방식에서 탈피하여 무교환, 반영구적인 체인 시스템을 구성하였습니다. 특히 체인텐셔너는 유압, 스프링 방식이 복합되어 동특성이 극히 우수합니다. 또한 가이드 재질을 특수 선별하여 마모가 거의 없습니다.그러므로 타이밍 변화가 극히 미미하여 정밀한 엔진 제어가 구현됩니다.
5) 플라스틱 흡기 매니폴드
흡기 매니폴드에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재질 적용은 경량화와 제조 단가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합니다. 세계적인 추세에 따른 것으로 특히 엔진룸 온도 상승에 대비하여 단열 효과가 큽니다.
6) 배기 시스템
2.5리터 엔진에는 펍컨버터라는 배기가스 저감장치가 장착되고 2리터 엔진에는 성능 향상과 배기 소음 저하를 위한 레조네이터가 장착됩니다. 이들 시스템은 배기 매니폴드와 일체형이고 배기시스템 전체가 튜불라 방식의 스테인레스 특수 재질로 만들어졌습니다. 녹슬거나 변형되는 현상이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성능 향상을 위해 일부러 튜닝용 배기매니폴드를 장착할 필요가 영원히 없습니다. 산소센서는 접지가 내장되며 2.5리터 엔진의 경우 히팅 기능이 있습니다.
7) 체적변경식 흡기시스템(VIS)
독창적인 방식의 흡기시스템으로 엔진 알피엠에 따라 플레늄챔버(흔히 서지탱크라고 하지요)의 체적을 각 실린더가 요구하는 바에 따라 달라지도록 시스템이 구성되었습니다. 이로써 체적 효율이 동급 배기량의 다른 엔진보다 약 10% 이상 향상하였습니다. 당연히 비슷한 비율로 성능이 올라갔지요. 4500rpm 부근 중속 영역에서는 체적효율이 최대 110% 정도로써 자연흡기식 엔진에서 발휘할 수 있는 최대의 에어 차징 효과를 얻었습니다. 덩달아 6기통 엔진에서 얻을 수 있는 낮은 아이들 알피엠을 최대한 낮출 수 있어 연비도 좋습니다. 그리고 레조네이터 체적과 형상을 최적화하고 굴곡이 적고 길이가 짧은 인덕션파이프를 적용하여 소음과 성능, 연비 모두에 좋은 결과를 보여줍니다.
8) 점화시스템
대우차의 점화시스템은 대체로 우수한 편입니다만 각 실린더에 각각의 점화코일이 점화플러그와 직접 연결되는 분산형 점화코일(coil on plug) 채택으로 한결 완성된 면모를 보여줍니다. 점화케이블이 없는 구조로 점화에너지 전달에 손실이 없어 정확한 점화제어와 성능 향상에 이바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3극식 점화플러그를 채택하여 연소실 내부의 점화가 원활할 뿐만 아니라 백금플러그 이상으로 수명이 길게 되었습니다.
9) 직접계측식 공기량 제어
기존 엔진이 맵센서 방식을 채택하여 간접적인 흡기유량을 계산한다면 2.5리터 엔진은 MAF라는 최신 센서를 통하여 직접적으로 유량을 계측합니다. 밸브 운동에 연동하여 보다 빠른 제어가 가능하여 연비와 성능향상에 일조를 하였습니다. 또한 대기압 측정 등을 위해 맵센서를 보조 센서로 장착하고 있습니다. 반면 2리터 엔진은 전통적인 맵센서를 장착하였고 상황 변화에 따라 MAF 센서 채택이 검토 중에 있습니다.
10) 대용량 전자식 EGR
대우 엔진의 특징 중 하나가 EGR입니다. 보다 정밀한 제어를 위해 대용량 전전자식 방식을 채택하여 배기가스 저감과 연비 향상에 일조하고 있습니다. 또한 EGR 라인이 보다 효율적으로 구성되어 연소실 온도를 더욱 낮출 수 있어 노킹을 방지하는 역할도 수행합니다. 레조네이터의 내부 EGR 효과와 더불어 기대가 되는 설계이지요.
11) 실린더간 분산 제어
가솔린엔진에서 점화방식, 연료분사방식, 연소 방식을 제외한 최종적이며 완전한 엔진 제어방식은 각 실린더별 독립제어입니다. 이는 인젝터, 점화플러그, 산소센서, 노크센서와 더불어 나아가 쓰로틀바디가 각 실린더마다 장착됨을 의미하지요. 점화플러그는 원래부터 실린더당 하나씩이었지만 산소센서 장착, SPI에서 MPI로의 다점인젝션을 거쳐 산소센서와 노크센서 수량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현상이 반증합니다. XK엔진은 6개 실린더를 2개의 뱅크로 나누어 제어합니다. 즉, 1,2,3번 실린더와 4,5,6번 실린더로 나누어 노킹 제어 및 산소센서 피드백을 실시한다는 것이지요. 따라서 노크센서와 산소센서가 2개이며 배기매니폴드도 6-2-1 방식의 뱅크 구분을 합니다. 흡기매니폴드도 VIS와 연계하여 뱅크 구성이 됩니다. 더구나 2.5리터 엔진은 ULEV 타겟이므로 산소센서를 뱅크당 2개씩 모두 4개 가지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기존 엔진에 비해 연비와 성능에 효과적이지요.
12) 입구제어 냉각수 온도
냉각수 온도 조절을 위한 써모스탯이 냉각수 출구가 아니라 입구에 장착되어 있습니다. 냉각수 온도 피드백 제어에 보다 효과적이므로 점차 많은 엔진에서 채택하고 있지요. 엔진 워밍업에 유리하고 순간적인 온도 조절이 가능하므로 연비 향상과 배기가스 저감, 엔진 과열 방지에 좋습니다.
13) 10W40 엔진 오일
국내에서 DOHC엔진에 다수 쓰이고 있는 5W30 엔진오일을 처음 소개한 엔진이 르망 엔진임을 기억하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비슷한 개념으로 XK엔진은 10W40 오일을 적용하였습니다. 벤쯔 엔진에 쓰이는 오일과 같은 점도, 같은 성능을 가지고 있지요. 이 오일은 광유 베이스 오일의 기능적 한계에 근접한 오일로 합성유 베이스 오일를 쓰지 않는 한 보다 광범위한 환경에서 쓰일 수 있는 오일은 없습니다. 다만 저점도 오일 채택이라는 세계적인 추세에 다소 역행하는 측면이 있으나 0W30 점도의 광유계 오일은 현재의 첨가제로는 기술적으로 실현 불가능하거나 기능이 열악합니다. 또한 크랭크케이스 환기시스템(PCV)을 최적화하여 오일의 수명을 1.5배 이상 증가시켰습니다. 이런 이유로 XK엔진은 튜닝용 합성유 오일을 쓸 필요가 없지요.
5. 마치면서
2리터 XK엔진이 장착된 L6 매그너스가 일단 정숙도에서 좋은 평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성능 부문에서는 수동미션 차량이 출시되지 않아 쉽게 평을 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지만 기존 엔진 대비 상당한 성능업이 있었다고 알려지고 있으므로 수동 미션 차량 출시가 기다려집니다. 비공개 자료에 의하면 2리터급에서 국내 최고의 성능을 가진다는군요.
하반기에 출시 예정인 2.5리터 XK엔진이 어떤 평을 받을지는 속단하기 어려우나 아마도 저속토크 위주로 개발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스퀘어 스트록인 2리터 엔진에 비해 롱 스트록 엔진이므로 정숙성과 초기 가속 성능은 더욱 좋을 것입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ZF 4HP16 미션에 적용된 최신 제어와 멀티링크 리어서스펜션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지금은 수집한 자료가 부족해서 무어라 말하기 어렵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