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보니아
지난해 말 국내 한 중소기업이 프랑스 군납 조달 시장을 뚫었다. 국내 군 장비 조달 시장에 등록된 중소기업은 50여 개 사에 달하지만 외국 군납 시장에 중소기업 제품이 진출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 중소기업일지라도 기술력만 있으면 획기적인 신제품을 선보이는 일이 그리 어려운 일만도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프랑스 국방부에 2012년까지 45억 원어치 납품
하지만 판로 개척은 쉽지가 않다. 해외 시장 판로 개척은 더욱 그렇다. 특히 유럽을 대표하는 프랑스 국방부로부터 기술력과 품질을 인정받았다는 것은 향후 안정된 매출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파워를 동시에 얻게 되는 것이어서 기업으로서는 겹경사가 아닐 수 없다.
(주)보니아(대표 이상철)는 프랑스 육군 작전 통신용으로 자체 개발한 골전도 헤드폰 45억 원 어치를 오는 2012년까지 납품할 예정이다. 게다가 안정적인 물량 확보와 검증된 품질을 중시하는 군 특성상 2012년 이후에도 10년 이상 추가로 공급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골전도 헤드폰은 귓속 공기를 진동시켜 소리를 전달하는 일반 이어폰과는 달리 귀 주변 연골 등 뼈를 직접 진동시켜 소리를 듣게 하는 제품. (주)보니아가 프랑스군에 공급하는 골전도 헤드폰은 귓바퀴와 광대뼈 사이에 부착해 사용하는 마이크와 헤드폰 일체형 제품으로 헤드폰 속에 장착된 초소형 진동자(주파수에 맞춰 진동하는 부품)가 귓바퀴 주변 얼굴뼈와 머리뼈를 진동시킴으로써 소리를 느낄 수 있게 설계됐다. 음향 품질은 일반 이어폰과 다를 게 없지만 귀를 막지 않기 때문에 작전 중인 병사가 주변의 미세한 소리를 포착할 수 있고, 옆에 있는 병사와 헤드폰을 쓴 채 대화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여기에 통신 내용이 새나가지 않아 기밀이 유지되므로 군용으로서는 안성맞춤인 셈이다.
(주)보니아의 헤드셋과 헤드폰 제품은 수출이 80%로 그간 미국, 프랑스, 스위스, 폴란드, 일본, 싱가포르, 대만, 노르웨이 등으로 팔려나갔다. 수출 국가는 많지만 의외로 최근 3년간 연간 매출액은 20억 내외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부터 프랑스 군납이 시작됨에 따라 2010년 매출 규모는 50억 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기업 성장의 견인차를 확보한 것이다.
남이 가지 않은 새로운 길 ‘골전도 헤드폰’에 올인
‘골전도 기술’이라는 남이 가지 않은 새로운 길을 택한 (주)보니아가 골전도 헤드폰을 개발한 것은 이미 13년 전의 일이다. 지난 1997년, 세계 최초로 청각 손상 환자나 청각 장애인용으로 사용되던 의료용 진동 헤드폰을 일반인용 골전도 헤드폰으로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골전도 헤드폰은 고음 재생이 쉽지 않다는 문제점과 중국산 저가 일반 이어폰 범람 등이 악재로 겹치면서 수요가 크게 늘지 못했다.
이상철 대표는 “우리가 너무 앞서 갔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제품을 인식시키는 데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1997년도 당시 골전도 진동자라는 단어는 매우 생소했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소개하여 판매하기보다는 골전도 자체의 개념을 인식시키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해야 했다. 수출 시장을 개척하는 기간이 당연히 길어질 수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자금력과 인력 부족으로 인한 고통을 감내해야만 했다”고 전한다.
프랑스 군납 역시 계약을 맺기까지는 여러 가지 장애물을 통과해야만 했다. 무엇보다도 외국 군납은 그 과정에 있어서 장시간이 요구된다. 프랑스 국방부는 제품에 먼저 관심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육ㆍ해ㆍ공군에서 사용하고 있는 다양한 통신 장비와의 안정적인 호환성 검증과 각종 환경시험, 통신 필드 테스트를 거쳐 제품을 검증하는 과정이 필수였다. 이 때문에 계약까지는 자그마치 7년이라는 세월이 걸렸고 이 기간 동안 인내를 갖고 기다려야했다.
긴 시간적 소요 외에도 장애물은 또 있었다. 가격이었다. 초창기의 경우 소량 생산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대당 가격이 15~20만원으로 고가일 수밖에 없었다. 프랑스 군납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가격 인하가 불가피했다. 따라서 회사 측은 양산체제 구축을 통해 제품 가격을 5~10만 원대로 절반 이상 낮추었다. 이외에도 고음 재생 특수 진동자 기술을 개발하는 등 제품 개선 과정이 필요했다.
해외 군납으로 새로운 도약기 맞아
프랑스 군납 계약에 앞서 귓속 삽입형 골전도 이어폰을 개발해 미국 대형 유통업체와 200만 달러 규모의 공급 계약을 체결하기도 한 (주)보니아는 진동자 제품 시장은 이제 시작이라고 말한다. 진동자를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에 응용할 수 있는 만큼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지난 13년 동안 약 10여개의 진동자를 개발해 다양한 개발 경험을 축적해 놓았고 대량 생산 시설을 구축해 놓은 만큼 올해부터는 기존의 ODM, OEM 고객의 요구에 부합함과 동시에, 자체 브랜드로서 iPod, iPhone 등 스마트폰에 사용하는 다양한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미 골전도 기술이 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졌고, 제품의 신뢰도가 확보된 상태이다 보니 신제품 수출을 위한 마케팅은 걱정이 없다는 얘기다.
(주)보니아의 정나영 홍보팀장은 “우리 회사가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으며 새로운 도약기를 맞이할 수 있는 것은 순전히 CEO의 긍정적인 마인드와 끈기가 원동력이었다. 수출 시장, 그것도 해외 군납 시장은 결과 못지않게 과정이 중요하므로 대표의 의지가 없으면 성공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골전도 진동자 핵심 기술이야말로 자신들의 가장 큰 기업 파워이자 희망이라고 당당하게 내세우는 (주)보니아. 신기술이 돋보이는 이색 제품으로 해외 군납이라는 이색 수출길을 뚫은 만큼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의 선전이 기대되고 있다.
(주)보니아의 기지개 포인트
끈기와 인내의 마케팅 수출 시장은 일단 적은 수량이라도 제품에 대한 신뢰와 검증을 받기 위해서 끈기를 가지고 노력해야 한다. 대부분의 규모가 큰 외국 기업들은 피드백이 빠르지 않기 때문에 쉽게 지칠 수도 있으므로 끈기와 인내 그리고 제품에 대한 확신이 가장 중요하다. (주)보니아 역시 장장 7년이란 시간을 기다렸다.
기존 시장에서 인정받은 품질력 미국, 프랑스, 그리고 경찰 소방 산업 현장 납품 경력을 통해 품질의 우수성에 대한 신뢰를 확보했다. BH-80MB는 마이크와 스피커 일체형으로 착용이 간편하고 방독면 및 산소 마스크 착용 시, 공기 울림 없이 깨끗한 소리를 송신할 수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BH-90M은 골전도 진동자를 헬멧에 탈부착 가능하도록 설계한 제품으로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이 같은 경력은 프랑스 국방부의 신뢰로 이어졌다.
타사 제품과의 질적 차별화 최근 국내 몇몇 업체가 소리 전달이 아닌 진동을 느끼는 진동자 스피커를 개발하여 판매하고 있다. (주)보니아는 자사의 제품과 비교할 수 있는 타사 제품으로 인해 오히려 자사 제품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이했다. 이는 기술력에 의한 질적 차별화의 결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