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의 성(城)은 당대 최고의 과학기술자의 지휘하에 많은 노동력과 경제력을 투여하여 만든 거대한 토목구조물이다.
특히 고구려, 백제, 신라는 각기 특색 있는 성곽 축조기술을 가지고 있었으며 재료에 따라 석성과 토성 역시 기술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 성에서 다양한 성토재료의 존재, 석회를 이용한 구조물의 축조, 그리고 부엽공법이라고 불리는 고대의
지오 텍스타일 공법 등을 주목한다.

*목책성
나무를 잘라 벽처럼 세운 방어시설을 목책이라고 한다.
목책성은 목책을 둘러 방어 시설을 한 것으로 사람이 모여 사는 주거단지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방어시설 중 가장 오래된 것이다. 『삼국지』위서 동이전에 부여와 진한에서 목책성을 축조하였다는 기록이있다.
『삼국사기』에는 고구려 태조왕 16년(98) 두만강 연안에 책성(柵城)을 쌓았다는기록과 신라 일성왕 4년(137)
강릉 부근에 오책(五柵)을 설치한 기록이 있어 삼국시대에도 목책을 방어시설로 꾸준히 만들었음을 알 수 있다.
통일신라에서는 장보고가 활동한 청해진에서도 목책의 흔적이 발견되었다.
훗날 토성과석성이 주류를 이루게 된 후에도 목책은 계속 사용되었다.
몽촌토성처럼 토성의 성벽에이중으로 방벽을 하는 경우에 목책이 사용되었고, 긴급히 빠른 시간에 방어시설을
만들필요가 있을 때에도 목책을 이용하였다. 또 대량의 노동력을 동원하기 어려운 섬에서도목책은 꾸준히 만들어졌다.
조선시대에 들어와서도 목책은 활용되었는데 임진왜란의 승전으로 유명한 행주산성은 이중으로 된 목책성이었다.

*토성(土城)
토성은 석성과 함께 우리나라 성곽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일반적으로 성곽의 발달과정을 살펴보면 처음에는 목책성에 이어 토성의 축조가 이루어지고 이어 석성이 축조되었다고 생각된다.
토성은 석성이 축조된 이후에도 석재의 운반이 어려운 지형에서는 축조가 이루어졌다.
토성은 석성에 비해 쌓는 기간이 짧고 노동력과 물자가 절감되는 이점이 있다. 이로 인해 삼국시대(고구려 평양성, 백제 풍납토성,
몽촌토성, 신라 월성 등)부터 고려 말까지 널리 만들어졌으며, 조선 건국 초기에 한양을 정하고 성곽을 쌓을 때에도 처음에는
토성이었다. 토성은 후대에 석축으로 다시 쌓는 경우도 많다.

*석성
석성은 돌을 쌓아 성벽을 만든 것으로 우리나라 성곽의 대부분이 이에 속한다.
삼국시대부터 조선 후기까지 꾸준히 축조가 이루어졌다.
석성은 처음부터 돌로 쌓은 경우도 있지만, 남한산성이나 한양성곽처럼 처음에는 흙으로 쌓은 토성이었다가 나중에 석성으로 개축한 경우도 있다.석성을 쌓는 돌은 주로 성 주변에서 채석하여 썼다.
우리나라에는 단단한 화강암이 많아 성곽의 재료로 사용하기에 좋지만 그만큼 가공하는 기술도 필요했다.
처음에는 작은돌을 사용하다가 차츰 원하는 모양으로 다듬게 되고 나중에는 큰 돌도 다듬어 사용하게
되었다.
*토석혼축성
흙과 돌을 함께 사용하여 성벽을 만든 성곽을 토석혼축성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산성의 경우는 대부분 산의 경사진 지형을 이용하여 바깥쪽에는 돌을 쌓은 석축을 하고, 안쪽에는 흙으로 쌓은 토축인 경우가 많다.임진강 유역의 고구려 성들은 바깥쪽에는 경도가 높은 현무암을 사용하였지만 기단부
와 성벽 내부는 흙을 단단히 다진 판축법을 이용하여 쌓은 토석혼축성이다.
*전축성
전축성이란 벽돌을 주재료로 하여 축성한 것을 말한다. 중국과는 달리 우리나라에는 벽돌로만 지은 성은 없다.
벽돌을 구워서 성을 쌓는 것보다는 주변에서 단단한 돌을 구해 성을 쌓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임진왜란 이후 기존 석성이 여러 가지 문제점을 드러내 벽돌 사용에 대한 의견이 대두되었다.
이에 따라 숙종 때 강화산성, 정조때 수원화성을 축조할 때 성곽의 일부를 벽돌로 축조한 경우가 있다.
중국은 벽돌을 쌓아 만든 성이 대단히 많다. 그 이유는 벽돌의 재료가 되는 황토가 많기 때문에 일찍부터
벽돌 건축기술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석전혼축성
돌과 벽돌을 함께 사용한 성곽을 석전혼축성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완전한 전축성은 없고 대부분 석성에 벽돌을 일부 사용한 석전혼축성이다.
가장 대표적인 석전혼축성은 수원화성이다.

*판축법
판축은 산성이 아니라 평지성에 주로 사용한 축성법으로 토성의 축조기술 중 가장 고도의기술과 많은 인력‧자원이 투입되는
공법이다. 먼저 지반을 정리한 후 일정한 간격으로 구획을나누고, 구획 안에 나무 기둥을 세우고 나무판을 댄다.
그리고 점토와 모래 등을 켜켜이반복해 쌓은 후 공이로 다진다.
이렇게 한 구획을 쌓으면 다시 옆으로 이동해 똑같은 작업을 반복했다.
우리나라 최대의 토성인 풍납토성은 판축을 통해 성벽의 높이가 12m 이상, 폭이 43m에 이르는 거대한 규모로 축조되었다.
이 공사에 들어간 흙의 양만 8톤 트럭으로 20만대 분량에 해당하는 154만 톤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나 이 계산도 계산의 편의상 성벽의모양을 이등변 삼각형으로 가정해 나온 최소량이고
실제 성벽은 이보다 부피가 큰 사다리꼴 모양을 하고 있으므로 축성에 들어간 흙의 양은 더 늘어난다.
판축으로 다져진 토성은 매우 견고하여 석성에 버금갈 정도이다.
판축이 견고한 이유는“토질의 압밀 현상(Consolidation)”을 이용한 공법이기 때문이다.
판축은 성벽의 축조뿐만 아니라 고분과 도성의 건축 등 대규모 토목 공사에서 사용되는 가장 고도의 공법이다.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흙은 흙입자와 그 외에 간극 부분, 그러니까 입자와 입자 사이의 공간들로 이루어져 있다.
흙입자 사이의 간극은 보통 물과 공기가 들어차 있다.
우리가 땅이라고 말하는 것은 흙과 공기와 물이 섞여서 하나의 덩어리를 이루고 있는 것을 말한다.
물론 우리가 이런 땅의 본 모습을 느끼는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우리의 몸무게가 아무리 많이 나간다 해도 걷거나 뛰어서 땅에변화를 일으키는 정도는 아니니까.
그러나 건물 등의 건축 구조물은 다르다. 무게도 많이 나가고 게다가 수백 년 수천 년 한 곳에서 움직이지도 않는다.
따라서 약한 부분의 땅이 주저앉게 되는 것이다.
흙을 다지는 이유는 흙입자 사이의 물과 공기를 최대한 빼내서 입자 사이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서이다.
입자 사이의 간극이 줄면 줄수록 땅이 단단해지는데 이를 토질의 압밀현상(Consolidation)이라고 한다.
이러한 토질의 압밀 현상을 이용하여 토성이 수백 년이상 무너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그렝이공법
기단석의 밑면을 바닥의 암석의 모양을 따라 다듬어 맞추는 방법을 그렝이법이라고 한
다. 이 방법은 고구려의 장군총이나 태왕릉 등 돌무지무덤의 기단부에서도 볼 수 있는데,
바닥의 암석층과 기단석이 서로 물리기 때문에 좌우의 횡압력에 매우 강하다. 이 공법은
대단히 어려운 공법이지만 정확하게 맞물리면 매우 안정적인 기초가 만들어져서 튼튼한
성곽을 쌓을 수 있는 고구려의 축성법 중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다. 그렝이법으로 쌓은
기초는 좌우의 횡압력, 즉 흔들림에 강한 안정성을 보여준다. 모든 물체는 질량이 있고
질량이 큰 물체가 정지해 있는 경우 그 물체를 움직이는 데 필요한 힘은 정지해 있는 관
성보다 커야한다. 바닥의 암석층의 질량은 그렝이질로 맞물린 기단석의 질량보다 훨씬
크다. 따라서 기단석을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는 바닥의 암석층의 질량을 능가하는 힘이
작용해야 한다. 그렝이법으로 쌓은 고구려의 성과 고분이 쉽게 무너지지 않는 비밀은 바
로 여기에 있다.
*퇴물림법
성벽의 밑부분은 한층씩 쌓을 때마다 조금씩 들여 쌓았다. 이를 퇴물려 쌓기라고 한다.
이는 튼튼한 기초를 위한 공법 중에서 가장 독특한 특징이다. 특히 치성에서 더욱 뚜렷
하게 나타난다. 들여쌓기는 성벽이 무게중심이 아래로 내려가 구조적인 안정성을 갖추게
하는 기능을 한다.

*부엽공법
토성이나 제방을 쌓을 때 지반이 약한 경우에는 갈대 등의 식물이나 나무껍질을 보강재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부엽공법이라고 한다. 이것은 흙의 강도를 높이고 성토된 흙이 흘러내리거나 쓸려나가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제방을 쌓는 경우 쌓은 흙 사이로 물이 스며들면 제방이 무너질 우려가 있다.
이때 식물을 깔아서 만든 부엽층이 배수층 역할을 하였다. 성벽의 성토층에서도 이와 같은 역할을 했을 것이다.
부엽공법은 토성의 축조 시 따로 사용되는 공법이 아니라 판축, 유사판축, 성토 다짐 등 흙을 이용한 구조물의 축조에
추가로 활용되었다.
-이글은 한신대학교 권오영교수팀이 작성한 보고서 '삼국시대 성곽축조 기술에 반영된 겨레과학기술'을
토대로 작성한 것임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