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坤抱會 (곤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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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由 揭示板 (하고픈 말 마음대로) 스크랩 딸과 선풍기
정대 추천 0 조회 76 07.08.08 02:29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딸과 선풍기

 

요즈음 같은 무더운 여름이면 누구나 더위에 관한 기억이 떠 오를 것이다.

특히 덥기로 둘째라면 자존심 상한다는 大邱가 고향인 나로서는 더위에 관한 기억이 많다.

 

1986년 여름. 그러니까 지금부터 22년전의 이야기다.

신혼기인 우리 부부는 각자 떨어져 생활하고 있었다.

건설회사에 근무하던 나는 현장 직원숙소에서 생활하였고,당시 공립 중학교 교사였던 아내는

대구에서 생활하고 있었는데,한 달에 두번 있는 휴무일에나 대구로 내려가서 아내와 지낼 수 있었다. 

당시에는 자가용도 없었고, 설사 있다한들 거리도 멀고 지금처럼 도로사정도 좋지않아

출퇴근 하기란 불가능 하였다.

그해 여름은 정말 더웠었다.  임신 7개월된 아내는 그 더위를 몇배로 받아 들여야했다.

여름방학이라 내가 근무하는 현장으로 올라온 아내와 현장인근의 주택을 월세내어 지내게 되었는데,

방이 낮아 열기로 인한 더위는 참기가 고통스러웠다.

선풍기라도 있어야 견딜만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배부른 아내의 손을 잡고, 걸어서 20여분 걸리는 경북 청송 진보시장에서 선풍기를 한 대 샀다.

그때 구입한 선풍기가 "금성 청풍 선풍기"다.

 

한 손에 선풍기를 들고 다른 손은 아내의 손을 잡고 개구리 소리가 요란한 깜깜해진 시골길을 도란도란

이야기하면서 걸어왔던 기억이 어제일 같이 떠오른다.

곧 태어날 첫아이에 대한 기대에 마음이 들떠, 구름위를 걷는 새털같은 가벼운 기분으로 흥얼거리며

걸어왔던 그 추억의 길이 파노라마가 되어 스쳐 지나간다.

몇 달이 지난 11월에 첫아이인 딸이 태어났다.

제 엄마와 같이 배속에서  더위와 싸워 견디게끔 해준 그때 금성 선풍기는 지금까지도 고장 한 번 없이

딸아이의 나이와 같은 22년을 우리와 함께 하고있다. 날개 한 쪽이 악간 떨어져 나간 것 말고는 사용

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작년 까지 여름이면 딸아이 방에 두어 사용 하던 것을 새 것으로 바꾸어주고 지금은 내가 사용하고있다.

딸아이에게 시집갈때 가져가라고 하니 생각해보겠단다.

돌아 앉아있는 하얀 먼지털개 같은 놈은 충견(?) "봄비"라는 숫놈 토이푸들이다.......

신형 가전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성능 또한 다양하게 개발이 많이 되었지만,

22년전 불빛없는 시골길의 상큼한 바람과 같을 수야 없지 않을까......

딸아이도 저 바람과 같이 걸림이 없이  상큼하고 시원스런 삶을 살아가면 좋겠다.

내 생이 마감하는 날까지 저 선풍기도 같이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간절하다.

나도 걸림없고 시원스런 삶을 살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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