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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박사' 최창조가 들려주는 재벌과 풍수 ① |
워커힐 억센 기운에 맞선 최종현, ‘명당’ 아니면 공장부지도 바꾸는 이건희 |
● 산소 자리가 복 부른다는 건 어림없는 소리 ● 집 ‘인테리어 풍수’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배출구’ ● ‘블랙홀’ 이건희, 화통한 구본무, 급한 김승연 ● SK 사옥, ‘휴대전화 상징물’ 설치해 흉문 잠재워 ● 청와대 자리로는 성남 일해재단 터가 최고 |
의외였다.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풍수이론가 최창조(崔 昌祚·58)씨가 서울 구로동에 살고 있다는 것이. 풍수의 대가답게 배산임수(背山臨水), 즉 ‘산에 등을 기대고 앞 에 물을 향하는 곳’에 전원주택을 짓고 살 줄 알았다.
최창조가 누구인가?
풍수를 본격적으로 공부해보겠다고 1992년 서울대 지 리학과 교수 자리를 박찬 그가 아닌가. ‘자생풍수’라는 이름으로 한국의 풍수를 대중화한 주역이다. 그간 ‘한국 의 자생풍수’(1997), ‘북한 문화유적 답사기’(1998), ‘땅의 눈’(2000), ‘풍수잡설’(2005), ‘닭이 봉황 되 다’(2005) 등 15권의 베스트셀러를 썼다.
최근 그는 ‘도시풍수’라는 책을 통해 “나 이제 풍수를 떠 나야겠다”고 말했다. 풍수에 미쳐 잘 가꾼 정원 같은 대 학사회를 나와서 들판의 잡초 바닥을 샅샅이 돌더니 불 현듯 ‘명당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를 만나러 가는 6월11일은 초여름을 알리듯 태양이 뜨겁게 작열했다. 신도림역에서 내려 구로5동까지 걸어가 는 동안 내내 의문스러웠다. 풍수의 대가께서 왜 이토록 복잡한 시가지, 그것도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걸까?
현관문을 여는 순간, 의문이 사라졌다. 거실은 난초로 빼곡했다. 그가 “단칸방에서도 명당을 찾을 수 있다”면서 “거울이나 커튼, 화분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걸 놓고 정을 붙이고 살면 그곳이 바로 명당”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땅의 氣는 나무가 자라는 만큼 올라가
▼ 베란다 쪽으로 나무가 보여서 아파트라는 느낌이 전혀 안 드는 군요.
“(아파트) 1층의 장점이죠. 대체적으로 땅의 기(氣)가 나무가 자라는 만큼 올라가요. 잠실에 있는 아시아선수촌아 파트는 나무들이 키가 커서 5층까지 올라가더군요. 땅의 기운이 좋은 거죠. 요즘은 전통적 풍수개념으로 해석할 수 없어요. 생활환경이 그만큼 달라졌잖아요. 고전적 풍수의 이상향인 영월이나 삼척에 가서 살면 좋겠지만 저 역 시 못 견딜 걸요(웃음).”
▼ 구로를 선택한 건 의외입니다.
“구로가 어때서요. 구로(九老)는 ‘아홉 노인네가 장기를 두고 있는 곳’이라는 뜻이 담겨 있는데, 할 일 없는 노인들 이 모여서 장기를 두는 곳이니 ‘별 볼일 없는 동네’라는 의미였어요. 공단이 할 일을 만들어준 셈이지요. 제가 ‘구 로’를 선택한 이유는 딱 한 가지예요. 돈이 부족했거든요. 돈에 맞춰서 마음에 드는 집을 고른 셈이죠. 그런데 와보 니 좋았어요. 제겐 명당입니다.”
도시 속에서 명당 찾을 때
최창조 전 서울대 교수는 서울대를 그만둔 이후인 1993년, 그간 살던 112평 단독주택을 팔아서 관악산 바로 아 래 빌라를 샀다고 한다. 당시 2억9000만원. 8년 후 구로 쪽으로 이사하기 위해 이 빌라를 1억8000만원에 팔았 다. 서울에서 8년 만에 집으로 1억원을 손해 본 셈이다. 풍수를 대중화했는지는 몰라도 ‘집테크’와는 거리가 먼 인 생인 듯했다. 그는 “8년간 살았으니 땅값을 치렀다고 생각한다”면서 천상병의 시 ‘땅’을 읊으며 이런 얘기를 했다.
“천상병 시인은 ‘땅을 가지고 싶지만 돈이 있어야 한다.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고 했어 요. 땅에 대한 정의를 이토록 정확하게 말한 시가 없어요. ‘땅을 사기 위해 돈을 벌어야 겠다’는 건 정말 명언입니다. 욕심이 없기로 소문난 시인이 왜 땅을 가지고 싶었을까 요. 복 받고 싶어서가 아니었어요. 나무 가꾸고 꽃을 심겠다는 소망 때문이었죠. 이것 이 본래 인간이 땅을 가지려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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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 용어 중에 가장 잘 알려진 것이 ‘배산임수’다. 그는 배산임수를 “터를 가림에 있어서 반드시 그 풍기(風氣·지세
의 기운)가 모이고 전면과 배후가 안온하게 생긴 곳”이라고 설명했다.
“도시화로 풍수는 이제 의미가 없어요. 작년에 뉴스를 보니 우리나라 도시화 비율이 8
0.8%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하더군요. 전 국토의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는 거죠. 전통
적 풍수는 농촌을 대상으로 생겨난 땅 개념입니다. 요즘은 개발로 백두대간이 다 끊어
지고 갈라졌잖아요. 자고로 ‘군자가 되면 시장 속에 살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도시 속
에서 명당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 명당이 도시화로 다 파괴됐다는 건가요. / “명당은 마음속에 있다는 거죠.”
▼ 답답한 결론이네요. 그래서 풍수를 떠나겠다고 하신 건가요.
“전통적 명당 찾기를 떠나겠다는 겁니다. 풍수는 객관화할 수 없어요. 사람마다 기분이 다르고 기도 다르기 때문입
니다. 우리나라에선 애매하면 기로 설명하는데 기를 과학적으로 설명하긴 참 어렵습니다. 땅과 기운을 주고받는 건
사람마다 달라요. ‘안온하면서도 기운이 서린 곳’이 풍수가 찾고자 했던 땅입니다. 그런데 ‘안온하다’는 건 객관적일
수 없잖아요. 개인의 직관입니다. ‘기찻길 옆 오막살이, 아기 아기 잘도 잔다’라는 노래가 있어요. 상식적으로 ‘기찻
길 옆에서 아기가 잘 수 있나’ 싶겠지요. 하지만 아기한테는 그곳이 명당인 겁니다.”
명당은 자궁 같은 곳
그는 “땅을 사람 대하듯 해야 한다”면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입지조건 외에 왠지 마음을 잡아끄는, 혹은 떠미는
듯한 땅이 있다”고 했다. 그런 땅을 사서 마음의 평온함을 찾고 자신감을 얻는다면 그 땅이 바로 자신에게 명당이라
는 논리였다.
“명당은 여성의 자궁 같은 곳입니다. 그런 땅에서 살면 마음이 편해지고 가족이 행복하게 되니까 다 잘된다는 이치
입니다. 땅 고르는 것이 배우자 고르는 것과 흡사해요. 눈에 딱 들어오는 땅이 있거든요. 또 자신에게 맞는 땅이 있
어요. 마음에 드는 거죠. 요즘 사람들, 욕심 때문에 무리하게 집 사고 땅 사잖아요. 결코 평온할 수 없습니다.”
그는 또 “전통 풍수에서 말하는 명당의 의미가 요즘도 적용되는 부분이 없지 않다”고 했다.
“조선시대 실학자 홍만선은 ‘청룡(남향을 기준으로 동쪽)에 물, 백호(서쪽)에 길, 주작(남쪽)에 연못, 현무(북쪽)에
언덕이 있는 곳이 좋은 터’라고 했어요. 풍수의 교과서인 ‘금낭경(錦囊經)’에서는 청룡(동쪽)엔 뱀이 꿈틀거리며 나
아가는 모양의 완만한 산이, 백호(서쪽)엔 호랑이가 사납지 않게 비굴하리만큼 납작하게 엎드린 정도의 산이 있는
것이 명당 형세라고 했어요.
일리가 있습니다. 청룡(東) 쪽 산이 백호(西)보다 높고 웅장할 것을 요구하는 표현인데, 해뜰녘 햇살은 여름철에도
그리 강렬하지 않으니 차단해줄 산세가 필요하지 않아요. 하지만 해질녘 서쪽 태양이 매우 뜨거워서 그 햇살을 가
려줄 정도의 백호세가 필요한 거죠. 요즘 사람들도 참고할 만해요.”
▼ 전통적인 풍수로 봤을 때 우리나라의 명당 자리는 어딘가요.
“삼척 대이리 골말이 명당에 해당하지요. ‘정감록’에 ‘태백산에는 삼재(전쟁, 가뭄, 돌림병)가 들지 않는 궁해염지라
는 이상향이 있다’고 적혀 있어요. 골말 마을을 두고 한 얘기입니다. 생명을 살리는 승지의 땅이죠. 험준한 산악지
대라서 논은 없고 옥수수, 감자를 부쳐 먹던 화전민의 마을이었어요. 대이리 입구에서 산허리를 꼬불꼬불 돌아 30
리를 들어가면 폭 패인 땅이 있어요. 바로 골말입니다. 마치 어머니의 자궁 속 같은 모양의 땅이죠. 제가 세상에 알
려 관광지가 돼버렸어요. 큰 실수를 했어요.”
▼ 명당이라면 골말 마을에서 인재를 많이 배출했겠군요.
“그렇지 않아요. 땅으로 부(富)와 권력을 욕심 부려선 안 됩니다. ‘인재가 많이 나왔다’는 마을은 심리적인 영향 때
문입니다. 어떤 마을에선 판·검사가, 어떤 마을에선 장군이 많이 나올 수 있어요. 한 사람이 고시에 합격하면 자극
을 받겠죠. 옛날에는 더욱 그랬을 겁니다. 요즘 강남이 그런 식이지요. 골말 마을에서 인재를 가장 많이 배출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잖아요. 땅도 사람 잘 만나 팔자가 달라질 수 있어요. 부자가 모이면 부(富)한 땅이 되는 거죠. 전
통적 풍수이론이 결과를 놓고 갖다 붙이는 경향이 있어요. 명당과 인재는 인과관계가 전혀 없어요. 출세는 사람이
할 일이지 땅이 도와주는 건 아닙니다.”
압구정동은 ‘변기’에 해당
▼ 대통령이나 기업인이 태어난 생가는 특별하지 않을까 생각하잖습니까.
“그렇진 않아요. 다만 ‘생명이 잉태되는 순간의 장소가 어디냐’의 문제는 과학적으로 검증되진 않았지만 영향을 받
아요. 좋은 땅, 나쁜 땅은 없어요. 하지만 사람마다 인생의 가치관이 다를 수 있어요. 어떤 사람은 고관대작이 꿈일
수 있고, 어떤 사람은 부자가 되고 싶을 수 있는 거죠.
땅의 기(氣)에 따라 사람의 성향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어요. 기가 센 땅에선 권력지향적인 사람이 태어나고, 온화
한 땅에서는 문학 쪽 인재가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부자들은 기가 요동치는 땅에서 태어난 경우가 많아요. 하지
만 아무리 좋은 집터인들 아기 낳을 엄마 심리보다 더 중요하겠습니까. 엄마가 행복했던 순간 잉태되는 게 가장 좋
은 거죠. 만약 시댁에서 피곤하고 기분이 안 좋은데 잉태됐다면 안 좋겠지요. ‘하필이면 거기서?’ 하고 생각한다면
최악의 선택이 아닐까요.”
그는 “땅이 사람의 몸 구조와 흡사하다”고 했다.
“서울의 지세가 전형적인 풍수 모양입니다. 서울의 명당수가 청계천이에요. 청계천을 사람에 비유하자면 입에서 항
문까지로, 통로로 볼 수 있어요. 청계동천이니 옥류동천이니 하는 발원지는 바로 입(口)에 해당됩니다.
정부청사, 광화문, 미 대사관, 무교동 일대가 상류입니다. 위와 소장에 해당됩니다. 하류는 예전의 세운상가에서부
터 청계 6, 7, 8가로 대장에 해당돼요. 중랑천과 한강이 합류하는 뚝섬 인근은 항문에 해당됩니다.
강 건너 압구정동은 변을 받아내는 변기에 해당되는 셈이죠. 땅의 성격과 사람의 쓰는 기능이 똑같아요. 정부청사
와 대기업 본사가 몰려 있는 상류에서 영양분이 집중적으로 흡수되는 식입니다. 하류로 내려오면서 중고품상 헌책
방 등 싼 물건을 팔고 있고 항문 부근에는 하수처리장이 자리를 잡고 있어요.”
그는 풍수에서 땅만큼이나 집 안의 구조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통적 풍수에서 음택, 양택, 양기 등을 중요시했
다면 요즘은 인테리어 풍수가 뜨고 있다. 환경심리학적 면을 고려한 건축학, 조경학 등이 바로 이에 해당된다.
“인테리어 풍수도 객관적일 수 없어요. 유행에 목매지 말고 각자 취향대로 꾸미면 됩니다. 특히 아이의 특성을 최대
한 존중해줘야 해요. 어질러놔야 하는 성격이 있고 정돈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 있어요. 손님을 위한 공간을 제
외하곤 각자 스타일대로 꾸미도록 해야 합니다. 어질러놔야 하는 아이는 혼란함 속에서 평온함을 느낄 수 있는 스
타일이기 때문입니다. 체질에 따라 일하는 시간대가 다르듯이 집 구조도 주관적 명당론에 맞춰야 해요.
사람들이 모두 산을 좋아하지는 않잖아요. 산에 올라가는 무리가 있고, 올라가지 않고 산 밑 주막촌에서 막걸리를
마시고 싶어하는 무리가 있어요. 취향대로 마음의 평온을 찾아다니게 되거든요. 자주 가는 식당이 있어요. 그곳이
자기와 맞는 곳입니다.”
“후손이 뭘 하는지 파악하라”
▼ 집 인테리어 풍수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입니까.
“건축가 김중업씨는 ‘집구석에서 울 곳이 있어야 한다’고 했어요. 굉장히 중요한 얘기입니다. 몸에 대소변 배설구가
있듯이 집에도 배출구가 있어야 해요. 옛날엔 다락방이 그런 공간이었어요. 아이들은 야단맞으면 방으로 가면 되지
만, 요즘 남자들, 거실로 베란다로 쫓겨나서 마음을 달랠 수 있는 공간이 없어졌어. 안방은 아내의 전용 공간이 돼
버렸어요.”
▼ 조선시대 가옥에선 사랑방이 남성의 전용공간이었지요.
“조선시대 가옥구조를 보면 여성이 명백히 상위였어요. 운현궁만 봐도 알 수 있어요. 대부인(민씨)이 머물던 안채
가 대원군의 사랑채보다 더 높아요. 안채의 돌계단이 사랑채보다 한 계단 더 높거든요. 조선시대 안주인들은 곳간
열쇠를 쥐고 있어서 재산권에서도 우위였어요.”
이은영 신동아 객원기자
(계속)
출처 : Tong - 레드 레인님의 꿈해몽/사주/관상~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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