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며칠동안 한 프로그램이 어떻게 제작되는가, 그 기획에서 촬영, 편집을 세밀히 다룬 제작기를 시리즈로 연재하겠습니다. 추석 특집, 재밌게 보시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추석 특집 "뉴논스톱 패러디 극장" 제작기 -1. 기획
제가 그간 뉴논스톱을 연출해 오면서 늘 한 편, 한 편 애정을 갖고 임하지만 이번 추석 특
집을 연출하는 감회는 남다릅니다. 왜냐구요. 제가 직접 기획한 프로그램이기 때문이죠.
제가 소속한 MBC 예능국은 매년 명절때만 되면 홍역을 앓습니다. 레귤러 프로그램 외에도
특집을 추가로 열편 넘게 제작해야 하니까요. 머, 매년 나오는 특집은 '폭소 가요제' '외국인
가수전' '팔씨름 대회' 등등인데요. 새로운 특집을 찾기 위해 올해는 '기획서 공모전'을 했습
니다. (50여명의 쇼코미디 피디들을 대상으로 '아이디어 공모전'을 한거지요.)
여기에 제가 아이디어를 낸 '패러디 극장'이 가작으로 뽑혀 추석 당일 저녁 황금 시간대에
90분 특집 편성되었을 때 무척 기뻤습니다. 그간 20분 안돼는 시간 동안 깨작깨작 방송만드
는게 아쉬웠거든요.
자, 기획의도부터.
기존 명절 때에는 청춘 시트콤 베스트 라는 이름으로 5편 정도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를 모아
한복입고 중간 브릿지 녹화해서 다시 재방송내는게 흔한 편성이었습니다. 그래서 낮 12시
정도에 나갔죠. 저는 이번에는 어떻게 해서든 저녁 메인 시간대를 공략하고 싶었습니다.
여기서 나오는 문제. 레귤러 방송 녹화만으로도 시간이 빠듯한데, 어떻게 90분물 특집을 따로 제작할 것인가? 혹 스튜디오에서 간단히 녹화를 한다고 해도 과연 경쟁력이 있을것인가?
제가 생각한 돌파구: 기존의 뉴논 제작분, 그중에서도 명장면만을 재구성해서 새로 만든다.
그 해답...
프로그램 제목 "뉴논스톱 패러디 극장"
개요: 뉴 논스톱의 명장면을 모큐멘터리 mockumentary형식을 빌어 다시 보는 패러디 쇼.
내용:
1. 성공시대 - 박경림 깡할머니 편. : 조인성 아나운서가 소개하는 그녀의 아르바이트 성공
비결 세 가지. (달려라 경림 등의 그녀의 근성을 보여주는 에피소드로 구성.)
2. 경찰청 사람들 - 김영준 강력계 형사가 말하는 '지능범 양동근의 경범죄 행각'. 그리고 사
상 초유의 자판기 동전 도난 사건 ('돈 콜렉터' 재편집분 활용)
3. 우리 시대 - 별난 기숙사 학생들이 들리는 것으로 유명한 문화대 기숙사를 소개하면서
이곳을 스쳐간 스타들의 얼굴을 되짚어 본다. (게스트 출연 장면 하이라이트 편집)
4. PD 수첩 - 녹화장 NG 이대로 좋은가 : 김민식 PD가 추적해본 연기자들의 NG 현황
(NG 장면 편집. 경림양 인터뷰의 경우, 사각 모자이크 등을 웃음 장치로 활용)
5. 그것이 알고싶다. - 논스톱의 엽기 액션 장면의 비밀. 메이킹 필름 형식을 빌어 보여줌.
(인성이 날아가는 장면을 위해 실제 축지법과 경공술을 연습하는 과정. 경림의 장 속에 숨겨진 갖가지 인면피 변장 도구 등을 가짜 다큐로 만들어 보여줌. )
자, 이것이 제가 처음 올린 기획서의 내용이었습니다. 아이구, 내용을 다 알아버려서 재미없
겠다구요. 하하하. 항상 처음의 아이디어 그대로 방송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자, 내일은 이 기획서가 어떻게 대본 회의 과정에서 해체되고 재구성되었는지에 대해 글을 올리겠슴다. (최종 방송과 편집 내용에 대해서는 월욜 방송이 나간후 제작 후기로 올
릴겁니다. 혹 미리알면 재미없으실까봐.)
자, 기획서만 봐도 참 재미있겠죠? 지금이라도 집에 공 테잎이 없는 분은 얼렁 사다 놓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