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환갑 이후의 삶
심중식
사전에 '천간과 지지를 합쳐서 60갑자가 되므로 태어난 간지의 해가 다시 돌아왔음을 뜻하는 61세가 되는 생일.'이라고 환갑이 정의되어 있다. 과거에는 환갑까지 살아도 큰 경사로 여겼다. 그러나 평균수명이 80세로 진입한 요즈음 환갑의 의미가 상실되고 있다. 70대 노인이 경로당을 출입을 회피한다고 한다. 왜냐하면, 70대가 막내 축에 속해 심부름이나 굿은 일을 도맡아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내가 환갑을 맞던 2007년은 내 인생의 전환기였다고 생각된다. 2006년에 인터넷을 통해 J 감리회사에 입사하여 재택근무를 하였다. 재택근무 8~9개월이 되던 2007년 6월 중 어느 날 본사 J 상무로부터 전화로 연락이 왔다.
“전주 덕진구 송천동에 아파트현장에 감리단장으로 결정되었으니 전주시청에 내려가서 신고하고 근무하시기 바랍니다. ”
당시 10년 기간 수도권에 있는 현장에서 근무하였기 때문에 집에서 출퇴근하던 생활방식이 지방생활로 바뀌었다. 전주지방은 처음이었다. 모처럼 지방에 내려간다고 생각되니 약간은 걱정과 호기심 반반으로 전주의 생활을 시작하였다. 전주현장은 규모가 제법 커서 나 외에 건축직 감리원 2명, 기계직 감리원 1명, 토목직 감리원 1명으로 직원이 나를 포함 5명이었다. 나는 다짐을 했다. ‘2년의 긴 시간을 어영부영 보낼 것이 아니라 알차게 보내야겠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업무도 확실하게 유종의 미를 거두어야겠고, 살 빼기를 포함한 건강관리도 철저히 해야겠다. 올봄에 고등학교동창 사이버회에 가입하여 배운 블로그도 열심히, 공부도 체계적으로 시작하자. 식사, 세탁, 취미생활, 운동, 공부 등 모든 생활 계획을 알차게 만들어 서서히 실천하여 새롭게 거듭나자, 이는 분명히 하늘이 내려준 선물이자 절호의 기회이다.’
전주에서 생활이 시작되었다. 아침에 인근 헬스클럽에서 조깅과 근력 운동을 한 뒤 현장에 출근하였다. 저녁 퇴근 전에 현장식당에서 저녁을 해결한 뒤 배드민턴 동우회에 가입하여 교습과 운동을 한 후 숙소에 돌아오는 약간은 강행군이었다. 적당한 운동은 육체적 정신적 효과가 많다고 듣고 느꼈다. 그러나 저녁에 잦은 회식이 있었다. 술 통제력이 없는 나는 배드민턴운동을 깡그리 잊게 하고 곤드레 만드레가 되어 숙소에 들어가곤 했었다. 이런 생활로 2년 지났다. 어느덧 현장을 떠나야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다가왔다. 막상 전주를 떠난다니 아쉬웠다. 전주에서 있었든 즐거웠든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전주역사, 한옥마을 등의 전통적 한식건물들. 국악과 전통 한학의 향기가 나는 풍경. 전주비빔밥, 해장국, 막국수, 산내 한우 등의 먹거리. 배드민턴동우회원들과의 즐거웠던 일들. ‘전주 양반’이라고 불리던 친절한 인심. 맑은 공기와 하늘, 복잡하지 않은 도로. 2009년 6월 초 전주시청으로부터 건물사용승인이 떨어져 모든 업무를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동네 도서관과 주민센터 헬스클럽을 꾸준히 다니다가 우연히 S 복지관을 발을 들여놓기 시작하여 올해 초부터 ‘연필화’와 문예창작’을 수강하였다. 그림을 하려면 많은 준비와 작업시간이 필요하여서 엄두를 못 내던 차에 준비도 간단하고 틈틈이 할 수 있는 연필화와 문예창작반을 선택하였다. 서툰 솜씨이지만 직접 그려보고 글을 쓴다는 것은 창조행위이며 그런 창조의 짜릿한 쾌감을 느끼는 새로운 탄생과 같다. 노년기에 무언가를 시작해서 큰 업적을 낸 사람들이 허다하다. 감히 이를 꿈꾸는 것은 아니다. 그림을 그림으로서 사물을 세밀하게 관찰하는 습성을 키우고 글을 씀으로써 내용을 구상해보고 정리하여 사고의 체계에 빠져 들게 하고 나아가 지혜를 제고시키는 기막힌 장점이 있다고 생각된다.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수명이 80세로 볼 때 노인들은 환갑을 전후로 해서 은퇴하여 약 20년(일생의 4분의 1)을 보내고 있다. 이 긴 세월을 별다른 의미 없이 허송세월을 보내는 것은 개인적으로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노인들은 배움을 정해서 새롭게 거듭 태어나야 한다.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것은 시야를 확장하고 삶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한다. 나아가 영감을 불어넣어 주고 실질적인 열매를 안겨다 준다.
노인은 행복해져야 한다. 플라톤이 말하는 행복의 조건 다섯가지다.
첫째, 먹고 살기에는 조금 부족한 재산.
둘째, 모든 사람이 칭찬하기엔 약간 부족한 듯한 외모.
셋째, 자신이 생각하는 것의 반밖에 인정받지 못하는 명예.
넷째, 한 사람은 이겨도 두 사람에게는 질 정도의 체력.
다섯째, 연설했을 때 듣는 사람의 반 정도만 손뼉치는 말솜씨.
노인은 욕심을 버리고 너그럽게 이웃의 그릇도 봐주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다. 이웃에게 항상 여유와 미소를 머금고 타인을 배려하는 큰 어른이 그려 본다. 어느 할머니는 떡장수로 평생을 모은 돈 3억 원을 쾌척하셨다. 진실한나눔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 효용이 증가한다. 자신이 행복해짐으로써 점점 더 넓게 퍼져나간다. 나눔의 수혜자가 자신이 받은 행복을 타인에게 베풀고, 반복됨으로 나눔의 행복이 보편화하는 성숙한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국가는 국민들이 노인에 대한 고마움과 존경심을 키울 수 있도록 가정과 학교에서 교육하도록 유도해야 하고, 노인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위해 대중매체도 힘써야 한다.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서 수많은 경험을 통해 소중한 지혜를 가지고 있는 긍정적인 이미지로 그려져야 한다. 또한, 이 소중한 지혜가 사회에 반영되고 보전되어야 한다. 노인의 사회적 활동기회를 많이 마련하고 일자리도 늘리고 노인들도 사회의 일원으로서 보람을 느끼고 소외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여러 연령대의 사람들이 노인들과 함께 사회적 활동을 할 때, 노인들은 외로움을 느끼지 않고 자신에 대한 만족감과 자신감을 높일 수 있게 된다.
전에는 삶에 찌들여 정신없이 살다가 환갑이 들어서야 정신이 드는 느낌이다. 막차를 탄 느낌이다. 환갑은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의 과거에 대해 진솔한 성찰을 하여 새롭게 태어나 남은 삶이 즐거운 삶이 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댓글 아버님 좋은글 페이스북 활동 감사합니다.
좋은 글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