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래파전은 멥쌀, 찹쌀 가루로 반죽해 초고추장을 찍어 먹는 일종의 전이다. 재료를 준비해 가정에서도 간단히 만들 수 있다. 동래파전 만드는 법을 「동래할매파전」 김정희 사장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재료
=파, 대합, 홍합, 새우, 굴, 미나리, 쇠고기, 계란, 쌀가루, 찹쌀가루 등
▲만드는 법
=1. 찹쌀가루와 쌀가루를 넣고 동래파전 재료를 반죽한다.
2.지짐을 만들 때 쓰는 솥뚜껑 모양의 무쇠그릇인 번철을 뜨겁게 달군다.
3.쇠고기, 조갯살, 굴, 홍합 등 각종 재료를 양념한다.
4.번철에 반죽한 것을 놓고 그 위에 파를 얹고 3번의 양념을 사이사이에 두고 조금씩 익힌다.
5.그 위에 반죽한 재료를 한 국자 더 얹어 익힌다.
6. 파전을 익힐때는 뚜껑을 덮어야 한다.
한국인들에게 장터는 사람들이 모이는 정겨운 곳으로 각인돼 있다. 어지럽게 널려 있는 좌판, 고래 고래 소리 치는 장사꾼, 물건값을 깎으려 실랑이 하는 아낙네의 모습 등은 장날에 빼놓을 수 없는 풍경이다. 하지만 장날의 감초는 뭐니뭐니 해
도 먹거리가 아닐까.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밥 한그릇을 뚝딱하고 얼음 채운 막걸리까지 한사발 들이키면 누구나 장날의 풍취에 흠뻑 취해버린다.
지금으로부터 70여년전 부산의 생활·문화 중심지였던 동래 장터의 별미는 무엇이었을까. 동래 토박이들은 오래간만의 외출로 들뜬 어른들과 장터 구경에 나선 아이들이 동래파전을 맛보는 재미로 이곳 장터를 찾았다고 증언한다. 「바로 이것」이라고 내놓을 만 한 게 없는 부산의 음식 문화속에서 동래파전은 그나마 지역성을 가장 잘 간직하고 있는 대표 음식으로 생각해 왔다는 말이다.
동래파전에 부산의 어떤 지역성이 숨어있느냐고 궁금해 할 사람들을 위해 우선파전 속을 뒤적여야 할 것 같다. 동래파전에는 파, 미나리, 대합, 홍합, 굴, 새우,조갯살, 쇠고기, 달걀 등 주 식품 재료 외에도 찹쌀 및 멥쌀가루, 식물유, 맛국물재료인 멸치와 다시마, 양념 등 10종류 이상의 식품이 들어있다.
동래파전의 주 재료 가운데 하나인 파는 기장지역의 특산물이었다. 기초적인 약재의 성분과 효능을 기록한 사서, 「제민요술」은 1천2백년전 통일신라 시대 중국에서 파 모종을 가져와 재배를 시작한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또 미나리는 기장 인접지역인 언양에서 지금까지 생산하고 있고 해산물은 부산 지역의 대표적인 산물이다. 파를 넣고 부침개를 만든 파전이 다른 지역에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동래파전은 독특한 재료 배합과 맛으로 그 명성을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신라대 김상애(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동래파전이 다른 지역의 파전과 다른 것은 반죽 재료로 쌀가루(찹쌀가루, 멥쌀가루)를 이용한다는 점』이라며 『밀가루를 이용하는 타 지역의 파전과는 분명히 구분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또 『번철에 올려 그냥 지져내는 일반 파전과 달리 동래파전은 달걀과 쌀가루가 들어 가 반드시 두껑을 덮고 익혀내는 등 조리방법에서도 차이가 보인다』고 말했다.
질척한 듯하면서 쫄깃쫄깃한 동래파전의 맛은 여기서 비롯된다. 동래파전을 영양학적으로 분석해보면 더욱 돋보이는 음식임을 알 수 있다. 비타민이 풍부한 파, 미나리, 알라닌·글리신·플로린·글루타민산 등 글리코겐과 칼슘이 풍부한 해산물,완전 식품인 달걀까지 들어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할 수있다.
동래파전은 보기만 해도 구미를 당기게 한다. 동래파전은 청색, 황색, 백색, 흑색, 적색 등이 골고루 조화돼 우주 만물을 형성하는 원기와 오행에 근거한 만물의 조화가 담겨져 있다. 영양학적인 면으로나 형태상으로도 뛰어난 먹거리인 동래파전을 우리 조상들은 언제부터 먹었을까.
우리의 전통음식은 기름이 귀한 탓에 튀기거나 볶는 조리법이 드물고 주로 삶거나 부치는 정도였다. 특히 전은 다른 나라에서 찾을 수 없는 우리만의 독특한 음식 가운데 하나다. 그럼에도 동래파전의 유래나 배경에 대한 문헌은 찾아 볼 수 없다.
김 교수는 『조선시대 동래부사가 음력 3월 3일 전후로 임금님께 진상했다는 이야기만 민간에 전해져 내려온다』며 『이로 미루어 볼 때 동래파전은 조선시대부터 조리해 먹었으며 파가 부드럽고 맛있는 때인 봄철 음식으로 추정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동래파전은 쌀가루, 달걀, 해산물 등 비싼 재료가 들어간 것으로 보아 「양반」들의 절식(節食)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파전이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1930년대 동래시장 동문 입구에 「진주관」이 문을 열면서 부터다. 물론 동래파전이 양반들의 별미였는지 아닌지 확인할 바가 없으나 파전의 명맥을 유지하는 데 일등공신은 동래기생들이라는데 이견을 다는 사람은 없다. 동래부의 관기들이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자치적으로 조직한 동래기생조합이 있었던 이곳은 당시 「고급유흥가」로 이름을 떨쳤다. 이곳에서도 동래파전은 고급 요리로 인기를 끌었다.
현재 동래파전의 맥을 잇고 있는 동래구 복천동 소재 「동래할매파전」은 이들의 조리방법을 전승하고 있다. 「동래할매파전」 김정희 사장은 『70여년전부터 4대째 동래파전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며 『해방전만해도 이웃마을 사람들도 동래파전 먹으러 장에 간다고 할 정도로 인기 있는 음식중 하나였다』고 밝혔다.
동래파전을 찾는 이들이 끊이지 않긴 하지만 패스트 푸드에 길들여진 젊은이들에게 동래파전은 다소 부담스러운 음식이다. 신선한 해산물과 영양이 풍부한 파,미나리 등이 든 동래파전이 경쟁력있는 상품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연구가 뒤따라야 한다.
요리연구가 최민경씨는 『갖은 양념을 넣어 찹쌀가루로 만든 동래파전은 일본인 관광객들도 즐긴다』 며 『일본에서 불고 있는 오코노미야끼의 원조는 우리나라의 동래파전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두꺼운 철판위에 양념을 곁들여 구워 먹는 오코노미야끼는 솥뚜껑에 지그시 구워내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동래파전을 본 딴듯하다. 최씨는 동래파전의 재료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한입에 넣을 수 있는 크기로 만들고 양념장을 다양화해 젊은이들의 입맛에 맞추는 연구를 하고 있다. 시대적 섭식형태의 변천을 고려하고 식품 자체 기호도의 변화에 맞춘다면 동래파전은 우리음식의 세계화를 앞당기는 경쟁력있는 음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글=이은정기자·사진=박수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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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래할매파전 `60년대 제일식당으로 출발 무공해 파 재배 속대만 사용`》
옛날부터 동래는 대일외교와 군사상의 요지로 조정 고관들의 내왕이 많았던 곳이다. 동래파전은 이들을 접대하기 위해 지역 특유의 요리로 선보였던 것이다. 동래파전은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고 전을 부치는 기교가 섬세해 귀족성을 띤다. 동래지역의 고급요정에 오르던 동래파전이 대중식당의 주 메뉴로 등장한 것은 1960년대로 기억한다.
동래지역의 유명한 파전집은 용각, 할매집, 수정집 등이었고 오늘날까지 그 전통을 이어오는 곳은 단연 「동래할매파전」552-0792)이 아닌가 한다. 「동래할매파전」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동래할매라 불렸던 추강(秋江)이 동래구청 뒤로 옮겨오면서 「제일식당」이라는 이름으로 파전집을 차리게 된 것에서 비롯된다. 당시 「제일식당」이란 이름 이었지만 이 곳을 찾는 사람들에겐 「할매파전」으로 통했다. 그 당시는 이미 작고한 전 국회의장 곽상훈씨, 김하득(전 교육대학장), 김정한(소설가), 이주홍(소설가), 박문하(수필가) 등 내로라하는 문인과 유명인이 단골로 드나들었고 필자는 이들과 앉아 파전과 막걸리를 곁들인 환담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러나 그날의 추강도 작고하고 이제 손자며느리가 선대를 이어 추강의 「동래할매파전」이란 이름의 식당으로 전통의 맛을 살리느라 애쓰고 있다. 수십년이 흘렀건만 필자가 이 집만을 고집하는 것은 동래파전 특유의 오묘한 맛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래할매 파전에는 속 재료 하나 하나에 정성이 깃들어 있다. 주인네는 동래파전의 맛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 직접 기장 인근에 파밭을 운영하고 있다. 또 이 파는 무공해로 재배, 재료로는 속대만 사용해 연한 파맛이 일품이다. 보는 이가 파가 아깝다 생각할만큼 속대만 골라쓰면서 계절에 맞춰 싱싱한 대합, 새우, 굴, 홍합 등을이용하니 그 맛이 어디 가겠는가. 푸짐하게 들어간 해물의 맛을 초장에 찍어 먹다보면 극진한 손님으로 대접받는 것 같아 흐뭇할 정도다. 자리에 앉으면 물대신 나오는 식혜 한그릇과 식사를 마친 뒤 나오는 숭늉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그대로다.
/ 글=최해군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