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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항에서 배로 약 2시간 거리에 선유도가 있다. 해수욕장이 유명한 섬 선유도는 넓고 긴 백사장 때문에 해마다 피서철이면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온다. 하지만 4개의 섬이 연륙교로 이어져 만들어낸 산책길은 사람들에게 평화로운 휴식을 준다. 섬 여행은 특별하다. 미지의 세계인 듯 무심하게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섬은 여러 가지 얼굴을 하고 있다. 외롭고, 한가롭고 편안하고…, 그래서 섬은 신비롭다. 군산에서 갈 수 있는 섬 중에 '선유도'는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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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도에는 자동차가 없다. 오토바이와 자전거가 유일한 교통수단. 선유도 곳곳에는 자전거 대여소가 있어서 손쉽게 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 선유도를 모두 돌아보려면 걸어서 2~3시간 걸린다. 자전거를 타면 낭만은 물론 그만큼 시간도 절약된다. 선유도 선착장에 내리면 무녀도로 가는 길과 선유도 내부로 가는 길로 나뉜다. 선유도 방향으로 10~20분 걸어서 선유도 초등학교를 지나면 선유도 해수욕장이 나온다. 곱게 깔린 백사장의 아름다움은 이른 봄에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봄이 오면 백사장 제방둑에 해당화가 만발한다고 한다. 하지만 초봄, 인적 없는 해변은 지난 여름 쓰다 버린 휑한 간판과 빈 건물들이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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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도를 둘러봤다면 장자도, 대장도, 무녀도로 발길을 옮겨보자. 이 네 개의 섬을 연결하는 연륙교는 '번지점프'를 하기에 좋은 곳이라는 엉뚱한 생각이 든다. 섬과 섬 사이를 연결한 탓에 수 십 미터 아래 펼쳐진 바다를 보노라면 아찔한 스릴감이 절로 든다.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라면 다리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일은 절대 금물. 이곳을 지나 언덕에 오르면 장자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저 멀리에는 아담한 교회 건물과 장자도에서 군산으로 나가는 배를 타는 선착장이 보인다. 바람이 많은 탓일까. 집들은 모두 낮게 땅으로 퍼져 있고, 골목길은 수줍은 듯 좁디좁다. 그리고 생기 있는 아이들의 목소리 대신 나이 지긋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느리게 걷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띈다. 장자도와 20m 길이의 다리로 연결된 대장도는 윤영수 씨의 민박집이 유명하다. 전설의 장자할매바위와 동백나무 분재가 유명세를 탔기 때문이다. 장자할매바위는 과거를 보러 간 남편을 기다리다 등에 업은 아들과 함께 돌이 되어버렸다는 슬픈 전설의 바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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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도와 무녀도를 잇는 다리는 268m의 선유교다. 이 다리 역시 새파란 바닷물의 위세에 섬뜩함(?)을 느끼게 한다. 다리를 건너면 나오는 해송 숲길이 끝나는 지점에 모감주나무 군락지가 있다. 섬이라고 별다른 것은 없다. 이곳 역시 사람이 살아가는 삶의 터전일 뿐이다. 섬은 여행객에서 무언가를 보여주려고 애쓰지 않는다. 그저 자신만의 진솔한 분위기나 아름다움으로 찾는 이의 여심(旅心)을 어루만질 뿐. 하지만 섬은 '생각하는 여유'를 주는 빈 공간이다. 인적이 드문 산길을 걸어가는 것만으로 마음은 절로 풍요로워진다. 한적함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라면 섬 여행은 특별한 추억을 줄 것이다.
* 찾아가는 길 ■ 경부고속도로 ■ 서해안고속도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