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K리그의 최대 과제는 흥행이다. 2006년 컵대회를 포함한 한국프로축구의 경기당 평균 관중수는 8,801명에 머물렀다. 수원과 서울이 2만 명 전후의 경기당 평균 관중수를 기록했지만 지역과 하나 되지 못한 일부 구단은 1천 명이 채 안 되는 경기도 적지 않았다. 반면 K리그가 모범사례로 꼽는 일본프로축구 J1리그는 지난해 경기당 평균 1만 8,292명의 관중을 모았다.
한국과 일본의 격차가 크지만 2007년 K리그에 대한 기대는 자못 크다. 해외에서 활약하다 K리그로 복귀한 스타 플레이어와 활발한 이적시장을 통해 소속팀을 옮긴 거물급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흥행 열기를 몰아올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1월 올림픽대표팀의 카타르 8개국 초청국제대회 출전이 무산됨에 따라 22세 이하 선수들은 소속팀의 겨울 전지훈련에 집중할 수 있었다. 사정이 제각각인 14개 팀 감독들은 ‘현실적인 공격축구’를 펼치겠다고 입을 모았다.
평균 관중 2만 명 육박
3월 3일 성남과 전남의 올시즌 개막전이 열린 탄천종합운동장에 나타난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쌀쌀한 날씨에 아침부터 안개가 꼈다. 당장이라도 굵은 빗줄기가 쏟아질 것 같은 우중충한 날씨에 연맹 직원들은 “하필이면”을 되뇌었다. K리그 개막전을 화창한 날씨 아래에서 치렀던 게 지난해까지 벌써 4년이 됐다. 날씨와 관중수의 밀접한 관계는 그동안의 통계로 확인된 사실이다. 이날 개막전 관중은 8,724명으로 집계됐다. 어느 에이전트의 한마디가 이어졌다. “(성남)시의 지원을 거의 못 받는 성남 경기에 이 정도 관중이면 꽤 많이 들어온 것이다.” 탄천종합운동장은 1만 6천 석 규모다.
본부석과 맞은 편에는 관중이 들어찼지만 북쪽과 남쪽 스탠드는 텅 비었다. 같은 날 사이타마스타디움에서 열린 우라와 레즈와 요코하마 마리노스의 J리그 개막전에는 5만 7,188명이 들어찼다. J리그와 K리그 개막전 관중을 비교하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역시 K리그는 안 되는가”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올 법하다. 축구계 원로인사가 뼈있는 한마디를 했다. “비교를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일본 최고의 인기구단과 비교하려면 K리그도 관중동원 능력이 최고인 팀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다음날 빗줄기가 대지를 적셨고 칼바람이 몰아쳤다. K리그 6경기를 앞둔 연맹 직원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러나 괜한 걱정이었다. 연맹 직원들의 우려는 몰아친 비바람과 함께 씻은 듯이 사라졌다. 악천후 속에 열린 6경기에 11만 1,722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경기당 평균 1만 8,620명이 축구를 보며 휴일 오후를 즐겼다. 일본에서도 축구열기가 특별한 우라와 레즈 경기를 제외하면 개막 첫주 J1리그의 평균 관중수는 1만 9,514명이었다. K리그와 큰 차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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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RTS2.0) | 관중수를 조금씩 늘려잡는 K리그 구단의 관행을 고려해도 고무적인 결과다. 연맹의 박용철 홍보부장은 “J리그는 경기장에 들어서는 모든 관중을 집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돈을 내고 들어오는 팬은 물론 무료관중과 연간티켓을 갖고 경기장을 찾는 관중 모두를 집계한다. K리그도 마찬가지다. 유료관중만을 놓고 얘기하다 보니 40%에 가까운 관중이 허수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뻥튀기’는 있을지 몰라도 40%의 허수는 지나치다는 말이다. 같은 논리라면 J리그의 평균 관중수 역시 ‘뻥튀기’됐다.
3월 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과 대전의 경기는 케이블TV MBC ESPN이 생중계했다. 방송국에서 편성의 기준으로 삼는 시청률인 1.5%를 기록했다. MBC ESPN의 이도 PD는 “지난해 K리그의 평균 시청률은 대략 0.5% 정도였다. 같은 시간대에 다른 방송사에서 의 K1 경기를 중계했는데 시청률은 3% 정도였다. 수원과 대전 경기의 시청률 1.5%는 선전한 것”이라고 말했다. MBC ESPN은 올시즌 K리그 중계 횟수를 늘릴 예정이다.
K리그의 경쟁력
지난 1월 연맹은 당혹스런 일을 겪었다. 국제축구역사통계연맹(IFFHS)이 발표한 전세계 리그 순위에서 K리그가 75개국 가운데 71위를 했기 때문. 우즈베키스탄이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49위에 올랐다. K리그는 일본(57위), 중국(64위)보다 뒤처졌고 쿠웨이트(68위) 카타르(69위) 등에도 밀렸다. 지난해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이 K리그에서 나왔는데 이해할 수 없는 순위였다. 연맹은 곧바로 공식적인 대응을 했다. 순위 산출과 관련한 정정 요청을 세 차례나 한 끝에 K리그는 57위로 조정됐다. IFFHS는 순위를 정정하면서 연맹 측에 “K리그 순위는 바뀌었지만 다른 순위는 모두 맞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IFFHS의 리그 순위 산출 방법은 무엇일까. 2007년 1월 수정안에 따르면 리그마다 세계클럽 랭킹 상위 5개 팀의 1년 성적이 기준이다. 이들 5개 팀이 정규리그와 FA컵, 대륙별 클럽대항전과 FIFA(국제축구연맹) 클럽월드컵에서 거둔 점수를 합산해 리그 순위를 정한다. 리그 수준을 고려해 대륙별 가중치는 제각각이다. 전체 4그룹으로 나눴고 K리그는 3그룹에 포함됐다. K리그 팀은 AFC 챔피언스리그와 FIFA 클럽월드컵에서 거둔 1승에 8점(2007년부터 9점)의 가중치가 적용됐다. K리그 1승은 2점이고 FA컵 1승은 5점이다. 세계클럽랭킹 165위에 오른 전북이 91.5점을 받아 K리그 팀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어 울산(67점), 전남(44.5점), 수원(44점), 성남(41점)이 점수를 보태 K리그는 총 288점을 얻었고 57위로 순위가 올랐다.
IFFHS의 리그 순위는 전통적으로 상위 4~5팀이 리그를 이끌어가는 유럽과 남미팀들을 고려한 산출 방식이다.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팀이 2개 팀으로 제한되고 경기수 자체가 적은 K리그는 당연히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연맹의 박상균 대리는 “IFFHS 순위에 의심이 가지만 FIFA와 관련된 조직인 것만은 분명하다. 센추리 클럽 가입 등의 자료가 IFFHS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말한 뒤 “어느 정도 선진축구 시스템을 갖췄다면 리그 순위가 공정해질 수 있다. 그러나 아직은 모순이 많다”는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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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RTS2.0) | IFFHS의 순위산출 기준을 인정하더라도 2006년 순위에서 K리그는 불공정한 대우를 받았다. 클럽대항전 부전승 또는 상대의 몰수패에 따른 승리 가중치가 포함된 다른 대륙과 달리 아시아 팀들은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울산은 동남아시아 팀들의 출전 포기로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단 2경기만을 치렀다. 동남아시아 팀들이 경비 마련의 어려움을 들어 스스로 출전을 포기했으니 이들과 한 조에 속한 울산 등은 당연히 부전승 자격을 얻는다. 그러나 AFC가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울산은 준결승까지 고작 6경기만 치른 것으로 됐다. 울산과 준결승에서 맞붙은 전북은 4강전까지 10경기를 소화했다.
AFC의 자료를 그대로 갖다 쓴 IFFHS를 탓할 수는 없지만 한 수 아래로 평가되는 동남아시아 팀을 상대로 울산은 4경기에 따른 가중치 32점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렇게 되면 K리그의 총 점수는 288점이 아닌 320점이 되고 순위는 57위에서 45위까지 오른다. AFC 챔피언스리그 8강에 단 한 팀도 올리지 못한 우즈베키스탄을 따돌리고 당당히 아시아 1위에 오를 수 있다.
부산의 지휘봉을 잡고 2번째 시즌을 맞은 감독은 SPORTS2.0과의 인터뷰에서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남겼다. “K리그가 골이 안 터져서 재미없다는 말들을 하는데 난 동의할 수 없다. 골이 없어도 흥미로운 경기가 많다. K리그는 압박이 강조되는 수준 있는 리그이며 그것이 한국축구의 색깔이다. 이로 인해 K리그의 경쟁력이 생겼고 팬들은 강력한 자국리그에 자부심을 느껴야 한다.”
연맹의 박용철 부장은 “여기저기서 긍정적인 조짐이 보인다. K리그 발전 중·장기 프로젝트를 통해 구단별 경영수지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광주 개막전에 1만 8천여 명의 관중이 입장했다는 사실이 기존의 관중 편중 현상에서 벗어나는 신호탄으로 보인다. 각 팀의 지역 마케팅 전략이 강화되고 있다. 프로축구가 출범한 이래 300만 관중이 들어선 적이 한 번도 없지만 올해는 내심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SPORTS2.0 제 42호(발행일 3월 12일) 기사
김덕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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